"이건 무슨 시집살이야?"

방학이라 아들이 집에 내려와 있어요.
고등학교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기숙학교에 다녔고, 대학도 서울에서 다니다 보니 방학이라 집에 내려와도 늘 집안에만 있어요.
우리 내외는 별 생각 없이 ‘밖에 좀 나가서 운동도 하고 바람도 좀 쐬지 그러니?’ 했었는데
사실은 친구도 없고 하니 그러기가 쉽지 않겠지요?
그런데도 방학하기를 목 빼고 기다리는 부모를 생각해서 집에 내려와서 과외도 하면서 군말없이 지냅니다.
저는 저대로 친구들이 있는 서울에서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겠어요. 내 아들이지만 착한 아이지요.

그런데 이 아들로 인해 요즘 제가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남편은 시골에서 자랐고, 식성이 좋습니다.
별로 가리는 음식이 없고 몇 번을 같은 것을 식탁에 올려도 개의치 않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주로 한국적인 음식들이지요.
된장찌개, 각종 나물, 김치, 일주일에 두어 번 돼지고기 정도면 되고, 국은 있어야 하지만 아무 국이나 괜찮아요.
반면에 저는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만 자라서 남편하고는 좋아하는 음식이 많이 다릅니다.
지금에야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이 건강에도 좋고, 여자들은 또 그렇잖아요. 나 먹자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기가 쉽지 않지요.
그래서 우리 부부 둘만 있을 때는 별로 음식 때문에 문제가 생기진 않아요.

그런데 아들 녀석은 다르지요. 저 닮아서 편식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공동생활을 하는 기숙사에 있었고,
방학 때마다 한 달씩 ROTC 훈련을 받느라 식성이 조금 좋아진 것 같긴 하지만
제 아버지 눈에는 차지 않아요.
같이 밥먹을 때마다 아들이 반찬을 뭐 먹나 보고 있다가 김치도 먹어야지, 나물도 먹어라, 고기만 먹으면 건강에 안좋다, 끊임없이 참견을 하면서 저에게 눈치를 줍니다. 제가 왜 암말 않고있냐는 거지요.
방학이라 내려오면 ‘뭐가 먹고 싶으냐?’ 고 제가 묻잖아요.
그러면 이 녀석이 생각해 내는 게 뭔 줄 아세요?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은 계란 프라이에 진간장을 넣고 밥을 비벼달라는 겁니다.
아주 어렸을 적에 반찬도 마땅치 않을 때 가끔 해 먹인 적이 있어요.
저는 집에 왔으니 웬만하면 아들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하고, 편식을 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마음 편안하게 밥 먹는게 더 낫다는 쪽이고, 남편은 그런 나를 보고 못 참아라 합니다.
대학생 아이가 그렇게 먹어서 돼냐구요?
제가 해달라는 대로 자꾸 해주니까 아이의 편식이 고쳐지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입니다.  한술 더 떠서 왜 아이를 나무라는 그런 악역을 자기가 하게 하느냐구 불만을 터트립니다.
그러면 저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가 매 끼를 그렇게 먹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까다롭게 구냐고, 그리고 누가 악역을 하라고 했냐고, 좀 모른 척 하고 넘어가면 안 되냐고, 밥 해 먹이는 건 내 소관이 아니냐고 소릴 지릅니다.

오늘도 역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어요.
선물로 들어온 햄이 있어서 이웃에 좀 나눠주고, 아들이 좋아하는 거라 오면 주려고 두어 개 남겨 두었어요.
남편 눈치를 보느라 차일피일 하다가 개학날이 다가와서 다시 집을 떠나야 할 때가 다 되었어요.
그래서 그걸 구워 먹이려고 남편의 아침상을 먼저 보았어요.
혼자 먼저 먹으라는 걸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하면서도 아들이 갈 때가 다 되다 보니 까다롭게 굴지 않고 혼자 먼저 아침 식사를 마쳤어요.
출근을 하고 나면 햄을 구워 아들 아침상을 보려고 하는데
이날따라 남편은 와이셔츠 입은 것도, 넥타이를 매는 것도 일부러 시간을 끌면서 계속 식탁을 힐끔거리는 거 있죠?
참다못해 그만 폭발하고 말았어요.
“아, 그만 빨리 출근 못해? 왜 그렇게 꾸물거리는 거얏?”

아, 이건 또 무슨 시집살이냐구요?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0-02-19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편분도 해주시지 그랬어요~.ㅎㅎㅎ
저도 오늘 아침 아이들과 남편에게 스팸과 계란 해주었는데~.
전 따로 따로 구워줬어요~. 저희집 애들은 노른자 터트리는거 더 좋아해요~.ㅎㅎㅎㅎ
오늘은 아이들 학교 종강식이 있어서 일찍 나가봐야 해서
서재에 이른 시간에 들어와 봤어요~.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랄께요~.^^

gimssim 2010-02-19 21:29   좋아요 0 | URL
모르시는 말씀! 우리 남편은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거 엄청 싫어해요. 제가 말씀 드렸지요. 통일을 좋아한다구요. 자기가 안먹으니까 다른 사람도 먹지 않는 걸로 통일을 하자는거죠.
금방한 따끈한 밥에 햄구이...맛있지 않나요?

무해한모리군 2010-02-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아 먹는 걸로 차별하면 얼마나 섭섭한데요~ 암요!

gimssim 2010-02-19 21:3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음식 끝에 마음 상한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근데 우리 남편은 안해줘서 섭섭한게 아니라 아내와 아들은 통일이 되는데 자기만 안되니까 열받는거죠.^^

순오기 2010-02-1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님은 다 늦게 시집살이 하는건데 보는 우리는 즐겁군요.^^
그댁 바깥양반도 참 대단하셔요.ㅋㅋ
우리도 요즘 아들녀석 한약 먹이느라 반찬을 가리고 있어요.
아침에 먹을게 없어서 아들만 달걀후라이~노른자 반숙으로 해줬어요.

gimssim 2010-02-19 21:32   좋아요 0 | URL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 찰리채플린^^

울보 2010-02-1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우리집은 딸아이도 옆지기도 정말 토속적이라,,
스팸이나 햄은 주로 부대찌깨할때만,,
그렇지 않고는 노상 김치. 된장찌개라서,,,ㅎㅎ너무 귀여우신님과 낭군님 아닌가요,,

gimssim 2010-02-19 21:34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우리 남편도 부대찌개할 땐 스팸이나 햄을 먹긴 하네요.
생각난 김에 내일 저녁 반찬은 부대찌개로 할까봐요. 감사^^

페크pek0501 2010-02-2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은 멀리서 보는 숲처럼 아름다운 것"- 쇼펜하우어의 <사랑은 없다>236쪽.

정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입니다. 그 식탁퐁경을 저는 멀리서 보니까요. 그런데 숲 속에 있는 사람은 행복을 감지하지 못하지요. 왜냐하면 숲 속에 있는 사람은 숲 안에 있는 벌레들과 쓰레기가 먼저 눈에 띄거든요. 좋은 방법이 있지요. 그 식탁퐁경을 먼훗날 회상하는 거지요. 그러면 거리가 생겨서 먼 숲을 보는 사람이 되어 멀리 보는 숲처럼 그 식탁풍경도 아름답게 보이고 행복하게 생각될 것입니다. 아, 재밌는 글입니다.

gimssim 2010-02-20 16:59   좋아요 0 | URL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저는 스트레스가 좀 많은 환경에서 살고 있어요.
이런 글들을 쓰는 것은 저 나름의 안간힘이지요.
흘러가는 일상사에서 '작은 의미'를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다행히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아름다운 님들 만나는 재미도 솔~솔~합니다.

페크pek0501 2010-02-2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트레스가 많답니다. 애들을 키우고 부모의 역할을 하며 사는 것 자체에서도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은지... 이번에 큰애가 대학에 입학을 했어요. 입학만 하면 좀 편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또 그렇지가 않네요. 엄마 자리가 주는 부담이 버거워요. 저 역시 글쓰기로 위안을 받고 삽니다. 제가 오늘 올린 리뷰 <토니오 크뢰거>라는 소설은 글쟁이로서 가지는 희열과 함께 고뇌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시간 나실 때 보러 오세요. 중전님의 아들이 대학생이란 것을, 글을 통해 알고서 저와 비슷한 연배인 것 같아 무척 반가웠어요. - 페크가 다녀갑니다.

gimssim 2010-02-2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수쟁이라 그에 관한 커퍼런스에 2박3일 다니니라 코피납니다. 이제 귀가했어요.
우리나라의 엄마의 역할은 대학입학 시켜놓으면 반시름은 던거지요. 축하드려요.
아직 리뷰 읽어보지 못했는데 읽어보고 소설도 시간내서 볼께요.
가끔 만나요. 좀 이런저런 수다떨 친구가 그리운 아줌마거든요.
감사드리고...좋은 밤 되세요^^
 









설 다음 날,  

별로 할일이 없는 비행청소년, 아니 비행중년이 집을 나섰습니다. 

차가 막힐까봐 멀리 가지는 못하고 자동차로 삼십 분 남짓 걸리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눈이 잘 오지 않는 고장인데 올해는 눈이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좀 높은곳에서 바라보니 한 가족이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집 엄마는 저랑 좀 비슷해 보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는군요, 

세상의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집안에서는 열심이지만 밖에 나오면 손과 발을 쓰기 싫어하지요.  

그러나 아빠와 어린 딸은 열심입니다. 

이미 눈사람 가족을 다 만들었는데 어린 딸은 또다시 눈 뭉치기에 열심입니다. 

이쪽에 앉은 엄마가 묻습니다.  

"ㅇㅇ아, 눈 사람 세 명 다 만들었는데 왜 또?" 

아이가 대답합니다. 

"집에 있는 할머니." 

어른들은 바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네 집엔 아마 할머니가 홀로 계신가봅니다. 

눈길이니 나들이가 불편하실테지요. 

살아가면서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 나들이에서 저는 또하나의 잔잔한 나이테를 긋습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0-02-1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멋진 동화에요~.^^
중전님이 사시는 동네는 어디에요?????

2010-02-18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2-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이네요. 정말 아이들의 어른의 어버이에요.^^

gimssim 2010-02-18 23:0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지요.
옛날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말씀.
어린아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데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하나하나 잊어간다구요.
요즘 들어 그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오기 2010-02-19 14:57   좋아요 0 | URL
이거 블로그특종 먹었네요, 역시 좋은 페이퍼는 알아준다니까요.^^

gimssim 2010-02-19 21:26   좋아요 0 | URL
어머머, 정말 그러네요. 바람 쐬러 나가자는 남편에게 좀 툴툴거렸는데 반성 많이많이 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0-02-2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블로그에 댓글 남기셨기에 여기 들어왔더니 제가 예전에 들어온 적이 있는 곳이네요. 오른 쪽의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반갑습니다.어머, 순오기님도 여기서 뵈네요. 반갑습니다. 아, 친구? 한 명이 더 늘었다고 착각을 해도 되겠죠? 즐거운 착각을 하는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않는 우리,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엔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또 잘못 보는 경우도 있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gimssim 2010-02-20 17:02   좋아요 0 | URL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지요.
어디에서 본 듯한 '그래서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해 봅니다.
좋은 친구^^ 저도 감사합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1000명의 죽음을 지켜본 호스피스 전문의가 말하는
오츠 슈이치 지음, 황소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우리 교회에 다니시는 교인의 남편 되는 분을 떠나보내고 왔다.
아내인 할머니는 열심히 교회에 다니셨지만 할아버지는 문중과 동네사람의 시선들, 말년에는 작은 배로 생계를 이어갔기에 뱃사람 특유의 무속적인 것 때문에 신앙이 제대로,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갑작스럽고 황망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할아버지도 갑자기 복통을 일으켜 응급실로 갔었는데 수술 도중에 사망하셨다.
그리고 3일장을 치렀는데, 화장장에 도착하여 잠시 예배를 드리고 저편의 세상 속으로 사라지기까지는 얼마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

한 생명이 이 세상으로 오기까지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  우선 성인이 되기까지 자라나야 하고, 남녀가 만나야 하고, 사랑해야 하고, 결혼해야 하고, 생명을 잉태해야 하고, 그리고 열 달을 기다려야 한다.
한 생명이 태어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본다면, 죽음은 순식간의 일이다.
그리고 그 가족과 이웃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된다.
삶은 연습이 없다. 마찬가지로 삶의 마지막 과정인 죽음도 연습이 없다.
우리는 2박 3일의 여행을 떠나도 며칠 동안 준비를 한다. 하물며 인생의 마지막을 살고 나면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는 1000명이 넘는 말기 환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쓴 책이다.
죽음 앞에 선 환자들의 마지막 음성에 귀를 기울이며 인간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후회’들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았더라도 주어진 시간의 마지막에 서면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그 누구의 삶도 크고 작던 간에 후회의 조각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삶의 굽이굽이에서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고, 지나온 삶을 돌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앞으로의 삶에의 지표를 마련할 수 있다면, 정말 인생의 끝자락에서 다른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다 하는 후회를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스물다섯 가지의 ‘후회’들은 물론 우리들이 다 아는 사실들이다.
그러나 항상 그렇듯이 아는 것만으로는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점검하고 그래서 그것이 나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죽음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 죽음을 염두에 둔다면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좀 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교회의 할아버지도 그리 짧지 않은 75세의 삶을 사셨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가 없었기에 남은 가족의 슬픔은 클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할머니도 참 열심히 세상을 살아오셨고 남편에게, 자녀들에게, 친지들에게, 이웃에게 덕을 끼치며 사셨다. 남편에게도 참 잘 하신 분이다.
그런데도 화장장 벽에 머리를 찧으시며 “이럴 줄 알았으면, 이렇게 갑자기 갈 줄 알았으면 좀 더 잘할 걸, 좀 더 잘할 걸.” 하며 안타깝게 우셨다.

작가가 우리 모두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죽습니다.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은 모든 일을 지금하세요. 바로 지금…….’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0-02-18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멘토 모리!! 저도 지금까지 인생은 되는대로 살았어서 앞으로 남은 반평생을 잘 준비하고 싶은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하지만 작가가 쓴 마지막 쳅터처럼 신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른다면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그 안에 그가 말하는 다른 24가지가 다 포함되는 듯 해서요~.^^;;;

gimssim 2010-02-18 17:21   좋아요 0 | URL
지난 연말 동창 모임에 갔더니 제 옆에 앉은 한 친구가 말했어요.
"얘, 우린 재수없으면 백 살까지 산다!"
모두들 우리가 살아야 할 백살에 동의하는 얼굴들이었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이들도 다키웠고, 남편도 더 키울 것 없고...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운전하고 돌아오면서 좀 마음이 무거웠어요.
앞으로 생각 좀 해봐야겠어요.

2010-02-18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17: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식당 입구에 있는 세면대입니다. 

그레이스 케리와 게리 쿠퍼가  주연한 영화 <하이눈>에 나옴직한 풍경이지요? 

아니면 오래 전에 방영했던 미국드라마 <초원의 집>이나... 

아마 관광객을 위한 배려인듯 보입니다. 

한 번 사용해 보고 싶었지만 그냥 사진만 찍었어요. 

물을 쓰면 다른 사람이 그 위 두껑을 열고 채워놓아야 해서 

좀 부담스러웠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라로 2010-02-18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여운 아이디어이지만 정말 불편하겠어요~. 설은 잘 지내셨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앞으로도 알라딘에서 님의 글 자주 만나길 기대할께요~.^^

gimssim 2010-02-18 13:04   좋아요 0 | URL
제가 글을 쓰는 것도 일종의 '메멘토 모리'이지요.
열심히 하자는 각오를 다집니다.

2010-02-18 12: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도 걷는다 - 고은 산문집
고은 지음 / 신원문화사 / 2009년 9월
장바구니담기


우리에게는 궁핍의 시대에 대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런 시대를 살아오는 동안의 고민과 성찰들은 결코 궁핍하지 않은 인간 정신의 풍요를 열어주었다. 이제 고개 숙인 자기 자신의 본연으로 돌아가 있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18쪽

형식론의 이런 체험은 형식에의 부정을 넘어서야 할 의무가 있다. 형식이 없이는 어떤 내용도 담겨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정신은 정신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정신의 몸이 곧 형식일 것이다.
-24쪽

우리나라의 경우는 교육을 교육 정책으로만 가능하다고 믿는 교육 관료주의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34쪽

사람이 스스로 돌아보거나 닦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스스로 쉬는 시간을 다 빼앗기는 것이 오늘이라면 이 오늘은 꼭 고쳐져야 하겠습니다.사람이 길을 가다가 한동안 서 있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그것이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47쪽

누군가가 저 언덕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아 좀 어리석어라, 어리석어라."
-54쪽

시를 풀어라, 시가 풀려야 아름과 상처도 풀리는 것이다.
시의 무능, 그것만이 시의 전능이다.
-95쪽

시가 찾아옴으로써 나는 제대로 살기 시작한 것이다.
-105쪽

내가 시인이라는 것, 다시 태어난 시인이라는 행복이 그 암담한 감옥 생활에서 생겨났다.
-106쪽

시로 죽고 싶었던 사실, 시로써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사실의 그 절체절명적인 내 삶의 한 극점이야말로 시인이라는 천직에 내가 충실하도록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시는 세속적인 직업이나 취향으로 스는 것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마루턱에서 쓰인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한국의 감옥은 70년대의 김지하 80년대의 김남주를 시인으로 단련시켰다. 아니 김남주는 감옥에서 승화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더욱 치열해진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문이 아니라 무로 되었다.
-108쪽

시는 사람의 가슴 속에 있다.
"시는 심장의 뉴스다"
-121쪽

한 시인은 꿈에 다섯 빛깔의 붓들을 빌려 오랫동안 시를 써왔다고 한다. 그러다가 꿈에 그 붓을 돌려준 뒤로는 아예 시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시인은 시가 나오지 않자 더 살 이유가 없었는지 곧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139쪽

모든 시인들이 꿈꾼 것이 바로 내가 저 세상과 이 세상에서 꾼 꿈이 아니었을까. 이렇듯이 시인에게는 꿈이 생시이고 생시가 꿈이다. 시인에게 넋은 물질이다. 시인에게 세상살이 전체는 그 하나하나가 영감이다.
-140쪽

그러나 나는 시인이란 이제 시와 시인만의 존재가 아니라 이제까지 있어온 몇 천 년 동안의 ‘인간’의 그 마지막을 지켜 내는 큰 임무가 숨겨져 있는 존재라고 믿고 있네. 여기에서 시인은 인간의 비인간화를 한사코 막아 내는 비극적인 역할이 있었는지 모르겠네.
-147쪽

새로운 세상이란 통일 그 자체를 넘어서 이제까지의 세상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의 영혼적 충만의 터전이다. 이데올로기에 인간이 속하는 것이 아니라 이데올로기가 인간에게 따뜻한 도구로 말해질 때 그것이 새 세상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하여 권력이 총구멍에서 나온 수많은 시대에도 불구하고 권리와 의무가 문화의 꽃송이로 태어나는 통일의 시대를 바라보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가 통일에 이르는 길이 통일 자체보다 더 위대한 것인지 모른다.
-166쪽

지금 우리는 너무 빨리 총체성으로부터 개체성으로 돌아가 버렸다. 공동체 대신 핵가족 내지 자기 자신만의 작은 세계에의 집착이 어제오늘의 자화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 자기가 진정한 자아라면 자아란 끝내 사회와 세계 그리고 우주에의 일치 없이는 자기일 수 없는 것이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은 반드시 철학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20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