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음 날,  

별로 할일이 없는 비행청소년, 아니 비행중년이 집을 나섰습니다. 

차가 막힐까봐 멀리 가지는 못하고 자동차로 삼십 분 남짓 걸리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눈이 잘 오지 않는 고장인데 올해는 눈이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좀 높은곳에서 바라보니 한 가족이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집 엄마는 저랑 좀 비슷해 보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는군요, 

세상의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집안에서는 열심이지만 밖에 나오면 손과 발을 쓰기 싫어하지요.  

그러나 아빠와 어린 딸은 열심입니다. 

이미 눈사람 가족을 다 만들었는데 어린 딸은 또다시 눈 뭉치기에 열심입니다. 

이쪽에 앉은 엄마가 묻습니다.  

"ㅇㅇ아, 눈 사람 세 명 다 만들었는데 왜 또?" 

아이가 대답합니다. 

"집에 있는 할머니." 

어른들은 바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네 집엔 아마 할머니가 홀로 계신가봅니다. 

눈길이니 나들이가 불편하실테지요. 

살아가면서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 나들이에서 저는 또하나의 잔잔한 나이테를 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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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0-02-18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멋진 동화에요~.^^
중전님이 사시는 동네는 어디에요?????

2010-02-18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2-18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동이네요. 정말 아이들의 어른의 어버이에요.^^

gimssim 2010-02-18 23:08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지요.
옛날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말씀.
어린아이들은 세상의 이치를 다 알고 있는데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하나하나 잊어간다구요.
요즘 들어 그 말씀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오기 2010-02-19 14:57   좋아요 0 | URL
이거 블로그특종 먹었네요, 역시 좋은 페이퍼는 알아준다니까요.^^

gimssim 2010-02-19 21:26   좋아요 0 | URL
어머머, 정말 그러네요. 바람 쐬러 나가자는 남편에게 좀 툴툴거렸는데 반성 많이많이 해야겠어요.^^

페크pek0501 2010-02-2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블로그에 댓글 남기셨기에 여기 들어왔더니 제가 예전에 들어온 적이 있는 곳이네요. 오른 쪽의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반갑습니다.어머, 순오기님도 여기서 뵈네요. 반갑습니다. 아, 친구? 한 명이 더 늘었다고 착각을 해도 되겠죠? 즐거운 착각을 하는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않는 우리,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때엔 눈 앞에 있어도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또 잘못 보는 경우도 있죠.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gimssim 2010-02-20 17:02   좋아요 0 | URL
사실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지요.
어디에서 본 듯한 '그래서 사람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해 봅니다.
좋은 친구^^ 저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