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다음 날,
별로 할일이 없는 비행청소년, 아니 비행중년이 집을 나섰습니다.
차가 막힐까봐 멀리 가지는 못하고 자동차로 삼십 분 남짓 걸리는 거리로 나갔습니다.
눈이 잘 오지 않는 고장인데 올해는 눈이 풍성하게 내렸습니다.
좀 높은곳에서 바라보니 한 가족이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 집 엄마는 저랑 좀 비슷해 보입니다.
열심히 하지 않고 자꾸만 게으름을 피우는군요,
세상의 엄마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집안에서는 열심이지만 밖에 나오면 손과 발을 쓰기 싫어하지요.
그러나 아빠와 어린 딸은 열심입니다.
이미 눈사람 가족을 다 만들었는데 어린 딸은 또다시 눈 뭉치기에 열심입니다.
이쪽에 앉은 엄마가 묻습니다.
"ㅇㅇ아, 눈 사람 세 명 다 만들었는데 왜 또?"
아이가 대답합니다.
"집에 있는 할머니."
어른들은 바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아이네 집엔 아마 할머니가 홀로 계신가봅니다.
눈길이니 나들이가 불편하실테지요.
살아가면서 동화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쉽기만 합니다.
오늘 나들이에서 저는 또하나의 잔잔한 나이테를 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