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갑수가 찍고, 썼다.
장마비 오시는 날, 비소리 들으며 읽다보니 조금 센티멘탈해졌다.
잘 지내나요, 내 인생.
내 인생에게 말을 걸며 오래전 사진첩을 뒤적거렸다.
날마다 전쟁을 치렀지만 아직까지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다.
나는 글보다는 사진에 더 마음이 간다.
추억하다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발견하였습니다.
오래 전, 초등학교 입학식 날입니다.
대대로 딸이 귀한 집의 외동딸이었던 저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셨던 아버지.
다른 아이들은 엄마나 할머니와 함께 왔는데 저만 유독 아버지가 오셨습니다.
그렇지만 각별한 사랑도 많은 여자들 사이에서 어쩔 수가 없으셨나봅니다.
왼쪽 가장자리에서 겨우 증거를 남기신 아버지.
그날 저는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가 안오셨다고 울고불고 난리를 쳤습니다.
전후세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58년 개띠 입니다.
한 반이 100이 넘었고, 반도 14반까지 있었으니 2부 수업을 하고도 교실이 모자라
학교 내 미군막사로 쓰였던 곳에서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교 운동장에 서면 오전 10시, 오후 4시 영도 다리가 들려올라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국민학교 일학년을 마치고 저희 집은 대구로 이사를 했습니다.
아버지는 오래 전 쉰 다섯의 연세로 돌아가시고, 저는 올해 쉰 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아, 아버지, 아버지!
*** 선생님 뒤로 두 줄 건너 털 달린 카라의 외투를 입고 있는 아이가 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