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 무렵
삼십 년을 함께 걸어온 남편이랑 커피전문점에 갔습니다.
남편이 커피를 주문하는 동안 길 건너편을 바라보니 이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편은 커피를 잘 모릅니다.
마시기 시작한 것도 얼마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름도, 맛도 모를 뿐더러 주문하는 것도 어리버리합니다.
옆에 붙어서서 잔소리를 해야 할 터이지만 생각을 바꿨습니다.
잔소리를 하는 대신 나는 그 '어리버리'를 사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주문을 그에게 맡기고 나는 사진을 찍으러 밖으러 나갔습니다.
저녁 무렵이고 길 건너편이라 깨끗하게 찍히진 않았지만 집에 와서 보니 오히려 은은하고 정감있게 나왔습니다.
제대로된 대화는 인간관계에 있어서 윤활유입니다.
때로 마음 따뜻한 사람들과 느리고 고요하게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날이 선 마음이 녹고 나 자신도 따뜻한 사람이 되어갈 것입니다.
나는 이 사진이 마음에 듭니다.
*** 오랫만에 글과 사진을 올립니다.
그동안 꾸준히 제 서재에 들러주신 분들께 송구스럽고 또 감사합니다.
책은 늘 읽고 열심히 사유하였지만 글을 남기기엔 여력이 없었습니다.
지금의 생각엔 띄엄띄엄이라도 제 길을 찾아가 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