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브리야트 샤머니즘의 본거지인 부르한 바위 곁에 있는  

세 그루의 나무입니다. 

어느 순레자가 바이칼에 왔다가 

차마 발길을 떨어지지 앟아서 

그 자리에 멈추어서 나무가 되었을 거라는  

제가 꾸며낸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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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으로 세상 보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사진 찍는 친구들이랑 만납니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보기를 즐깁니다.
두 눈을 다 열고 보는 세상과 조그마한 사각 프레임으로 보는 세상은 많이 다릅니다.
넓게 다 보이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다 드러나 있는 것은 생각할 여지가 부족하기 때문이지요.
머리에 오래 남지도 않고 소중하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냥 흘러가 버리는 물과 같이 느껴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나 프레임을 통해 보는 세상은 다릅니다.
하나하나가 의미가 있고, 걸음을 멈추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합니다.
사진은 멈춤입니다.
흘러가면서는 볼 수 없습니다. 순간을 사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진은 빼기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좋습니다.
회화는 더하기입니다. 커다란 화폭 위에 자꾸만 색깔을 입혀 그림을 완성해 나갑니다.
그러나 사진은 일단 프레임 안에 들어온 것이라도 필요 없는 것, 덜 소중한 것들을 덜어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무겁지 않아야 합니다.
사진은 너무 많은 말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리를 지나다 보니 지난 2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김연아 선수의 사진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한 곳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은 보기에 따라서는 많이 복잡해 보입니다.
그러나 제가 보는 것은 한두 가지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때로 머릿속 지우개로 지워가면서 보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보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김연아 선수 속에 있는 내 친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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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0-03-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김연아 선수 속에 있는 내 친구들입니다"-
이 표현이 멋집니다. 기막힌 표현이라 댓글을 달지 않을 수 없네요.

선수들이 우승할 때, 우리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치며, 선수들이 달아 주는 날개로 하늘을 날기도 하지요.

gimssim 2010-03-29 23:02   좋아요 0 | URL
축구에는 홍명보 키드, 골프에는 박세리 키드가 있지요.
김연아 선수를 보며 스케이터의 꿐을 키우는 김연아 키드도 이제 있겠지요.
그런 꿈을 꿀 나이는 지났지만 그들에게서 긍정의 에너지를 느낍니다.
님의 말씀처럼 선수들이 우리들에게 주는 날개이겠지요.
예수쟁이라 고난주간이어서 좀 조심하게 있습니다.
내일쯤 글을 하나 올릴까 합니다.
 


사랑도 리필 되나요?




 사십 대 중반의 나이였을 때, 나는 늙다리 대학원생이었다.
아이 둘을 기숙고등학교에 보낸 터라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남편도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서 재정상태는 바닥을 헤매고 있었지만 더 늦으면 시간이나 돈보다 몸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았다. 

 

여름 방학을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게 뭔데? 남편이 물었다.
첫째, 긴 머리 파마.
이건 이루지 못할 희망사항이다.
내 나이에 긴머리 파마는 도저히 봐줄 상황이 아니다.
그러게 좀 젊었을 때 했었어야 했는데.
두 번째는?
여행 많이 하는 거.
그거야 차차해도 되겠다 싶었는지 남편도 별 불편한 반응이 없었다.
지금도 많이 하고 있잖아. 토를 달긴 했지만. 


거리를 지나다 보니, 쇼윈도우에 이런 게 있었다. 사랑은 좋은-야한-속옷을 입는 거라 말하는 것 같았다

세 번째는?
‘가슴 아픈 사랑’
이 대목에서 순간적으로 남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가 원위치로 갔다.
원래 지구력은 있어도 순발력은 ‘꽝’인 남편인지라 전의를 상실했는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남편과 구 년 동안 연애를 했고, 결혼을 해서 살아온 시간도 만만치가 않다.
나나 남편의 친구들은 우리 내외가 살아가는 그림이 좋아 보인다고들 한다.
그건 좀 떨어져 보아서 그런 것이다.
찰리 채플린이 말했다지 않는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우리는 뭐 비극까지는 아니더라도 ‘장미의 전쟁’도 불사하며 살아왔다.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은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어가니 이렇게 ‘일상’으로 살아가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는 한다.
그렇다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할 일도 아니고. 아마 남편도 마찬가지일 터이다.
‘가슴 아픈 사랑’ 운운도 절대 그냥 해보는 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일탈을 해서 ‘사고’를 치겠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런 ‘감정’을 가질 수는 있지 않을까...중년의 나이에서 한 번쯤은 넘어야 하는 고개가 아닐까 싶다.

동창 모임에 가서 이 얘기를 했더니 한 친구가 명확하게 결론을 내려 주었다.
“흐흥...가슴 아픈 사랑이라? 꿈 깨라. 우리 나이엔 그런 거 없다. 이건 있지. ‘가슴 아픈 불륜’...”
모두들 수긍하는 눈치들이었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벌써 ‘사랑’도 꿈 꾸지 못할 나이들이 되어버린 것에 대한 서글픔 말이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그 얘기를 했다.
“여보, 우리 나이엔 가슴 아픈 불륜은 있어도 가슴 아픈 사랑은 없대.”
웃긴 건 갑자기 남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는 거다.
이 마누라가 늦게 대학원에 다니더니 마음에 두고 있는 ‘놈’이라도 있나, 말은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거렸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저렇게 좋아하지.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열이 났다.
“나 이제부터 머리 기를 거야.”
남편이 왜? 하는 표정이다.
“긴 머리 파마를 해서 예쁜 리본으로 묶어서 다닐 거다.”
“당신 나이엔 안 어울린다며?”
“내 맘이야. 우아하게 긴 웨이브 머리로 학교에 ‘쨘’하고 나타나야지. 개학하면.”
“등록할 돈은 있고?” 남편의 초치는 소리
“참 그게 문제네, 2학기 등록금” 김 빠지는 소리.
잠깐 우울함 속에 빠져 있는데,
“예쁘게 보여야 할 사람은 있고?” 또 긁는 소리.
이러다 보면 결론은 뻔하다. 

서로 다른 이불 덮고 자야한다는 거. 


남편과 나의 신발이다. 하동 최참판댁 댓돌에서. 남편이 하도 자기 집이라 우기는 바람에. 최씨거든요. 나란히 함께 걸어가는 거...그게 사랑일까요?


*** 사족 : 사랑도 리필이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나는 아무래도 아니라는 쪽이다. 리필된 사랑은 처음의 그 ‘사랑’이 아니다.
한 번 건넌 다리는 다시 그 다리를 건널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글쎄다. ‘처음’ 사랑의 용량을 매일매일 늘리는 수 밖에.
말을 하고 보니 어째 좀 사기 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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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3-22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제목 같아요.^^
사랑, 리필이 안 될 건 또 뭐 있을까 싶어요. 그런데 중전님 말씀대로 리필된 사랑은 처음의 그 사랑이 아닐 것 같네요.
가슴 아픈 사랑, 그게 정말 사랑이었나 싶을 때가 있어요.

gimssim 2010-03-22 21:46   좋아요 0 | URL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그런 영화 제목은 있어요.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리필 안되니 아껴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할 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순오기 2010-03-23 09:31   좋아요 0 | URL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영화는 있습니다.^^
중전님의 글은 언제봐도 좋아요.
중후한 삶의 철학이 녹아 있는 글...부럽네요.

gimssim 2010-03-23 20:0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의 격려에 힘입어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분발해야겠습니다.
아자!아자!

blanca 2010-03-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스러워요. 중전님과 옆지기님 모습이요. 최참판댁 댓돌 사진은 걸작인걸요^^

gimssim 2010-03-22 21:48   좋아요 0 | URL
아웅 다웅...거리느라 기운 다 빼지요.
ㅎㅎㅎ

프레이야 2010-03-22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지런하고 성실한 발이군요.
중전님 얌전하고 온화한 발이구요.
편견일까요? 신발만 보고서리..
(거의)모든 사랑은 가슴아픈 거라 생각하는 사람, 여기요^^

gimssim 2010-03-22 21:50   좋아요 0 | URL
요즘 저는 이런 사진이 좋아요.
상상력의 공간을 좀 남겨두는...
사진을 보는 사람의 몫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페크pek0501 2010-03-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이 리필이 안 된다고 단정하면 좀 슬픈 일인데요. 사랑은 늘지 않고 줄기만 한다고 해도 슬프고요. 그냥 새로운 사랑이 싹튼다고 하면 안될까요. 원래 있던 사랑이 퇴색했으되 좀 다른 빛깔의 사랑이 첨가된 사랑이요. 가족애 같은 애정은 설렘이 없더라도 다른 모든 사랑을 초월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좋은 글이라 추천 꽉 누르고 갑니다.

gimssim 2010-03-24 06:39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랑도, 행복도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갈무리 하지 않으면 퇴색하고, 소멸하고, 궁극에 그 자리에 다른 것들이 자리잡게 되는 게 아닐까요?
좋은 글이라 생각하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힘이 팍팍 납니다!
 

봄마중

봄이 어디까지 왔나 ... 가보기로 했다.
연일 거센 바람, 간간히 흩날리는 눈보라, 매서운 바람...겨울인가 착각마저 들게 한다.

그러나 봄은,
첫사랑처럼 느닷없이 다가와 우리의 마음을 온통 휘저어버리고 미련 없이 가버린다.
그러고 나면 그 상처는 오래오래 남는다.
지금까지 살아온 연륜이 얼마인데...
그렇게 봄을 맞고,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직접 봄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남편이 물어온 소식통에 의하면 이웃집 할아버지 밭의 매화가 지금쯤은 만개했을 거라고 했다.
과연 매화는 만개까지는 아니라도 피어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이런, 이런, 이런 나보다 더 호사를 즐기는 녀석들이 있었다.
바로 이 녀석이다.

할아버지가 쓰시는 장갑과 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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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3-2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매화가 피었군요.
오늘도 낮에 갑자기 시커먼 하늘이 되더니 눈 흩날리다 비까지 내린 어수선한 하루였지요.
그래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

gimssim 2010-03-21 21:57   좋아요 0 | URL
어제 밤엔 제가 사는 이곳은 바람이 엄청 불었어요.
때로...이렇게 좀 험하게 오는 봄도 있네요.
새로운 경험입니다.

비로그인 2010-03-2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니, 개나리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더라고요. 올해 봄은 왠지 느닷없이 불쑥 찾아오지..싶네요 ~

gimssim 2010-03-21 21:58   좋아요 0 | URL
아마 그렇겠지요. 지금까지 한 번도 건너뛴 적이 없으니까요.
봄꽃 사진 좀 찍어야 하는데 말이지요.
 
나의 두번째 사진책 - 프레임 구성의 달인 되기
곽윤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0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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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자 출신의 필자가 곰꼼이 짚어가는 사진 읽는 법. 

1% 부족한 사진과 1% 넘치는 사진의 차이. 

잘 찍기 위해서는 사진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교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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