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여행


저녁산책길에 어느 과수원을 지나다 보니 사과나무 사이로 이렇게 지천으로 핀 민들레가 있었습니다.

이제 자라던 이곳을 떠나 머나먼 여행을 할 참입니다.

연어처럼 다시는 고향에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세상의 어느 곳에서든 뿌리를 내려 종족을 번식하고 삶을 이어갈 것입니다.

민간요법으로 뿌리가 암환자에게 좋다하여 봄이면 부쩍 민들레 뿌리를 캐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들레는 이렇게 대단한 생명력으로 거기에 대응하며 살아갑니다.

왜 민들레를 '민초'에 비유하는 지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그 민들레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사람 민들레'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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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2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악~~~~~~~~~~~~ 세상에!!
민들레 홀씨가 저렇게 많이 피어 있는 거 처음 봐요.
난, 시골 출신인데도.... 감동입니다!!

gimssim 2010-05-22 20:14   좋아요 0 | URL
대단한 생명력이죠?
작은 꽃 하나도 저렇게 살아남으려는데...
불평하지 말고 살아야겠습니다.

pjy 2010-05-22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걸 군락이라고 하는거 맞죠? 장관이네요^^

gimssim 2010-05-22 20:16   좋아요 0 | URL
하이 앵글로 찍을 수 있었으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산책가면서 사다리를 메고 갈 순 없고.
욕심을 줄이고 마음도 비우고...도 닦습니다. ㅎㅎㅎ

blanca 2010-05-22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너무 아름다워요.

gimssim 2010-05-22 20:18   좋아요 0 | URL
그래요. 너무 아름답지요?
제목을 달면서 잠시 소설가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을 떠올렸습니다.
오래 전, 풋풋한 시절에 읽었던 풋풋한 소설이예요.
비가 오시지만, 좋은 주말 되세요.

세실 2010-05-23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도 글도 참 멋집니다. 민들레 군락이네요. 어제 딸내미와 홀씨 불어 흩날리는 모습보며 참 자유롭겠다 생각했어요. 홀씨들을 후하고 불면 와우 환상이겠습니다~~

gimssim 2010-05-23 07:24   좋아요 0 | URL
사진을 배우고자 마음 먹은 것은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에 있어야 눈에 보이거든요.
따님하고 좋은 추억을 만드셨군요.
좋은 휴일 되세요.

같은하늘 2010-05-25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멋져요. 동네에서 보는 민들레는 정말 외로이 하나하나 떨어져 있는데...

gimssim 2010-05-25 10:53   좋아요 0 | URL
때로 '뭉치는 것'도 괜찮아 보이지요?
아, 사람은 말고...사람들은 너무 뭉쳐서 문제라는 생각이...
담을 헐고 이웃집은 어떻게 살고 있나 가끔씩은 들여다 보는 것도 좋을 듯...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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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거대한 기관이나 단체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가정,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가슴 따뜻한 책이다.  

딸이 태어나서 시집가기까지의 모습들은 사각프레임을 통해 보여준다. 

가슴 찡한 우리의 지난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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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위한 깜짝 선물

오늘 아침 이른 시간, 서재를 열었더니 순오기님이 애플폰에 당첨된 글이 올라와 있었어요.
순오기님이야 열심히 책을 읽고 글을 올리시는 분이잖아요.
서로의 서재에 드나들면서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지내고 있어요.

그런데...저를 키운 팔할은 ‘질투’일걸요.
그 질투심 때문에 저도 자랑질을 좀 할까 합니다.

지난 연말 달력을 받아든 남편의 일성
“여보, 다른 달력 없어.”
소리를 지르길래 “왜?” 물었더니 달력을 잘못 만들었다는 겁니다.
“뭐가 빠졌어?” 물었더니 노는 날이 토요일, 일요일과 많이 겹친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쓰던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찾아주며 부창부수라 또 한마디 했어요.
“당신 맘에 들게 새로 만들어.”

그런데 이 화창한 오월에 부처님께 감사드려야겠어요(참고로 저는 골수 예수쟁이랍니다).
목요일 오후부터 주일까지 그야말로 황금연휴입니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딸은 좀 멀리 있어서 오지 못합니다.
축구광인 아들을 위해 어미가 준비한 깜짝 선물입니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기념품들이지요. 기념뻿지. 노트북가방, 모자, 티셔츠입니다.
아들을 위해 어미가 띄엄띄엄 음절을, 낱말을, 단어를, 문장을 맞춰가며 글을 써서 보냈겠지요.
그래서 받은 경품이랍니다.

제 친구들은 신경을 좀 끊으라 합니다.
이제 몇 년 있으면 이 ‘어미의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의 남편’이 될 거라면서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성경에도 그렇게 되어있거든요.
그렇지만 그 때까지만이라도 ‘극성스런 모정’으로 남아있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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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20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들이 엄청 좋아하겠습니다. 하하


gimssim 2010-05-21 12:02   좋아요 0 | URL
그래요. 어쩌면 아들보다 이런 것 마련해 두고 기다리는 제 스스로가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세실 2010-05-21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중전님 어쩜...축하드려요.
이벤트 참여도 부지런함과 정성이 필요하더라구요.

gimssim 2010-05-21 12:03   좋아요 0 | URL
감사드리구요.
그렇더라구요.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요.
밤 늦게까지 침침한 눈 비벼가며 맞춤법 맞추느라...ㅎㅎ

순오기 2010-05-21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순오기가 나와서 깜짝 놀랐는데...
중전님을 키운 팔할은 '질투'였다는 말은 교통순경 댓글과 딱 맞네요.ㅋㅋ
멋진 엄마십니다~ 아들을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엄마 마음에 공감의 추천을!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씀, 저도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불로소득은 꿈꾸지도 않아요, 이벤트 당첨도 수고로운 결과지요.

gimssim 2010-05-25 10:55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반가와요.
그리고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그리고 그거...해 본 사람만이 그 어려움을 알지요.
극성+오기+센스+끈기+하나님의 은총(예수쟁이라).
좋은, 아름다운, 행복한...나날들 되시기 바랍니다.

2010-05-21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21 2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으로 거느린 행복  

방금 찍은 따끈따끈한 사진입니다. 

어제 오후부터 반가운 봄비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에도 비가 내립니다.
그 비를 맞으며 농부는 열심히 논을 갈아엎습니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은 이렇게 논물을 가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네 시 반에 일어나 새벽기도 갔다가 지금 일곱 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압력밥솥에서 밥 다 되어간다고 소리를 냅니다.
그제서야 보리차 끓이고 있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압력밥솥 덕분에 그리 쫄지는 않았습니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입니다.
새로 이사 온 집은 이렇게 밖의 풍광이 좋습니다.
이런저런 마음 써야 하는 일도 많고, 어쩔 수 없이 자존심 상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 일들도 많지만 이 순간은 행복합니다.
<오정희론>을 서재에 올리려고 만지고 있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도 있고, 읽으려고 사둔 책도 있고, 오늘 오후엔 영화도 한 편 볼 작정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주말에 아이들이 온다니 어미로서 그것도 행복합니다.
삶은 행복한 일만도, 불행한 일만도 있는 것은 아닐 터입니다.
그것들이 씨줄과 날줄로 얽혀 인생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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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행복한 하루의 시작입니다..
주말에 자제분들이 온다면 더욱, 하하

안으로 '거느린',
오! 표현 멋집니다. 중전님


gimssim 2010-05-19 22:22   좋아요 0 | URL
사실 행복은 안으로 거느릴 때가 더 행복하리라 생각이 됩니다.
한사님도 행복한 주말 되시기를 !

무해한모리군 2010-05-19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답습니다.
비가 오면 이곳에서는 전철에 사람 많겠지 하며 짜증이 치미는데 말이지요.
좋은 주말되세요.

gimssim 2010-05-19 22:23   좋아요 0 | URL
정말 풍광이 좋은 동네이지요. 밤에는 개구리 소리도 들린답니다.
고고씽휘모리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같은하늘 2010-05-20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한 주말이 되시겠네요. ^^
중전님이 남기신 말씀이 생각나 저도 하루하루 행복의 마술을 걸어요.

gimssim 2010-05-20 07:04   좋아요 0 | URL
오늘을 사는 것이 바로 '영원'을 사는 것이겠지요.
그래요. 열심히 마술을 걸면서 살아가요.
 



스승의 날에 ‘스승’을 생각함 

오늘이 주일이어서 교회에 갔더니 예배당 벽에 이런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아마 교회학교 어린아이들이 스승의 날이라 자기들 나름대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모양입니다.
막내가 대학교 4학년이니 스승의 날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칩니다.
작년까진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은퇴해서 사시는 남편의 고등학교 은사님을 찾아뵈었는데 올해는 이런저런 핑계로 그것마저 걸렀습니다.
그러나 고사리 손으로 작은 머리를 맞대고 이런 것들을 준비한 교회학교의 어린아이들을 생각하며 무심한 세월 위에 서 있는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우선 ‘스승의 날’하면 평생 지워지지 않을 두 개의 단상이 떠오릅니다.

저는 부산에서 초등학교 일학년까지를 다녔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도래한 베이비 붐 세대여서 제가 1학년 12반 102번이었는데 제 기억으로는 112번까지 있었고 그것도 14반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니 1학년 학생 수만 천 명이 넘었지요.
교실이 모자라 미군이 철수하면서 버려두고 간 미군 양철막사까지 교실로 사용을 하였습니다. 4학년이었던 오빠도 오전, 오후반을 나누어서 공부를 했지요.
하루는 학교에 갔더니 교실 안에 누가 똥을 한 무더기 누어놓았습니다.
잠시 난감해하던, 미모가 뛰어난 여선생님이 우리 반에서 제일 형편이 어렵고 그래서 옷도 특히 더 남루했던 아이를 불러서 그것을 치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집에 갈 때 급식 빵을 하나 더 주겠다고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그 충격이란 말할 수 없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잊었는데 선생님이 호명한 그 아이의 이름은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의 일인데 제게는 아직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또 하나의 기억은 아름답습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시인 유치진 선생님이 지은 ‘겨레의 밭’이라는 교훈을 가진 학교에 다녔습니다.
공부보다도 소설책, 영화, 사진, 음악을 좋아하며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그 때는 지금처럼 공부에 모든 에너지를 쏟는 그런 시절은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플라타너스 그늘아래 학교 담장에서 시화전, 미술전도 열곤 했지요.
토요일 오후, 학생들이 다 집으로 돌아간 텅 빈 교정이었습니다.
저는 무슨 일인가 있어서 다른 친구 한 명과 다시 학교에 갔습니다.
교실에 들렀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화장실에 갔습니다.
아, 그 때 제가 본 장면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학생들이 모두 하교하고 난 텅 빈 교정 한 쪽 화장실에서 교장선생님께서 손수 화장실문에 흰색 페인트를 칠하고 계셨습니다. 그것도 재래식 화장실을요.
지금 같으면 행정실에서 알아서 관리부에 일을 맡기거나 했겠지요.
평소에도 여학생들의 정서에 맞게 교정 구석구석을 아름다운 정원으로 만들어 주시기에 열심이셨던 교장선생님이셨지요.

스승의 날이 되면 항상 이 두 장면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자주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는 근원은 아마 이 두 가지 단상에서 나오는 듯 합니다.
소설가 김훈은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데에 거부감이 있는 듯 하지만 저는 자주 ‘너는 어느 쪽이냐?’고 제 자신에게 묻습니다.
스스로를 위로 하자면 아마 그렇게 물을 수 있는 동안은 그래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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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5-1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한반에 아이들이 60명정도 되었지요?
박시글박시글 했지요. 하하
활기차고 가난하든 시절입니다.

말씀처럼 고등학교 때도 놀며 공부하며 했었지요.
저는 탁본을 배워 열심히 비석 글씨 뜨러 다녔답니다.
웬만한 영화는 모두 봤지요. 극장에서요(잡히면 또 되게 혼납니다). 하하

훌륭한 선생님들의 가르침은 여직 그대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머리속에, 마음속에 꼭꼭 간직하고 있지요.


gimssim 2010-05-17 14:43   좋아요 0 | URL
소풍가는 날이면 마치고 극장에 갈려고 도시락도 안갖고 카메라만 들고가던 기억이 납니다.
부산은, 글에 올린 그 아이 때문에 마음 아린 곳입니다.
늘 빚진 기분이 듭니다.
그 때 나는 왜 다른 아이들처럼 그냥 구경만 하고 있었을까...
조만간 카메라만 들고 한 번 가볼까 합니다.
작년에 오빠와 함께 우리가 살던 집에 가보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