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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깊은 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침묵]에 이어 [깊은 강]을 읽었다. [침묵]이 작가의 대표작이라면 [깊은 강]은 그의 말년에 쓰여진 글이라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야기 속에 삶의 마무리에 접어든 등장인물들(이소베, 그의 아내, 기구치, 누마다)이 등장한다.
깊은강에서는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이들이 인도 여행길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목에서 이야기하는 깊은강은 표면적으로 인도에 흐르는 갠지스 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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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인생이 있고, 타인에게 말 못 하는 비밀이 있고, 그것을 무겁게 등에 짊어지고 살아간다. 갠지스강에서 정화해야만 하는 무언가를 그들은 갖고 있다.
-알라딘 eBook <깊은 강>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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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서 가장 처음 등장하는 이소베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여느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이소베의 아내가 죽음을 앞두고 이소베에게 환생한 자신을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한다. 이에 이소베는 환생한 아내를 찾으러 인도를 찾게 된다. 1장 이소베의 경우를 읽으며 흔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환생을 기독교인인 작가가 다룬다는게 신선했다.
이소베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인물은 미쓰코였다. 이소베의 이야기에도 잠깐 등장하는 미쓰코는 대학 시절 고지식한 남자인 오쓰를 만난다. 미쓰코에게 오쓰는 처음에 시시해보이는 장난감이었지만 시간이 흐른 후 미쓰코는 머나먼 인도로 그를 찾아 떠난다.
또 다른 인물인 기구치의 경우 젊은 시절 전쟁에서 죽을 뻔한 시간을 넘어온 사람이다. 기구치는 그 때의 동료들의 삶을 기리기 위해 인도를 방문한다. 기구치가 배고픔에 힘겨워하던 모습이나 동료들의 비참한 모습에서 [침묵]에서 주인공 신부가 겪었던 고행이 생각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되는 오쓰가 있다. 오쓰가 가진 믿음은 유럽의 사제들의 눈에 이단의 그것과 다름 없다. 오쓰가 믿는 기독교는 일본(동양)의 사상과 융합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침묵]에서도 잠깐 언급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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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전에 출세를 위해 세례를 받은 이노우에는 일본의 가난한 농민 신도들이 다른 무엇보다도 먼저 성모를 숭배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저도, 도모기 마을에 처음 와서부터 농민들이 때로는 그리스도보다 성모 쪽을 더 숭배하고 있는 것을 알고 염려했을 정도니까요.
-알라딘 eBook <침묵> (엔도 슈사쿠 지음, 공문혜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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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포르투갈 신부 로드리고는 일본의 기독교에 대해 위과 같이 표현한다. 오쓰가 유럽의 신부들에게 배척받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일본인이 가지는 믿음은 유럽의 그것과 다르기 때문에 기독교 신자로서 받아들여질 수 없는걸까? 방황하는 오쓰의 모습에서 작가의 모습이 설풋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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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해설 중에서 인용)
“자신의 키에 맞지 않는” 기독교라는 ‘양복’을 ‘키’에 맞는 ‘일본 옷’으로 ‘다시 재단하기.’ 이러한 방향 정립은 엔도에게 곧 일본 사회란 무엇인가, 나아가 가톨릭 신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규명하는 작업으로 직결된다. 엔도 문학 역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알라딘 eBook <깊은 강>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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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이유로 인도를 찾은 사람들을 한데 모아 받아들여 주는 것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갠지스 강이다. 이 책은 인도의 여신에 대해서, 갠지스 강의 포용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기독교 신 또한 끝없이 이야기한다. 작가가 생각한 신의 모습은 어떠한 모습인지 결말부의 오쓰의 모습에서 그 의미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