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단편 하나하나 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읽어서 완독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대상 작품은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맹금류>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읽었을 때 모든 소설들이 완성도 있는 알찬 소설집이다.*상류엔 맹금류 - 황정은제목을 읽었을 때 어떤 내용일지 전혀 짐작가지 않았다. 상류에 맹금류가 있음을, 제희네 부모님과 ‘나‘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곳의 진실을 그것을 기어코 말하고 말한 ‘나‘의 이별은 어쩌면 그날 예정된 것이리라. ˝나는 그날의 나들이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빛의 호위 - 조해진‘권은‘이라는 사진작가는 주로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 ‘권은‘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녀가 ‘열쇠‘를 주기 전까지 과거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권은이 어떤 아픔을 지녔기에 소설 속 다큐멘터리<사람, 사람들>에 나오는 ‘알마 마이어‘의 운명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둠 속에 있던 ‘알마 마이어‘와 ‘권은‘이 겹쳐지며 빛의 호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름다웠다. 연말에 어울리는 소설. ˝돌이켜보면 그 만남에서 그녀가 내게 한 이야기들, 가령 사진에 빠져들었던 계기며 태엽과 멜로디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힌트들이기도 했다.˝*쿤의 여행 - 윤이형‘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 뒤에 실린 평론에는 ‘에반게리온‘언급이 있어 신선했다. 형체가 없는 만큼 사람마다 상상하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나‘ 대신 힘들고 궂은 일을 대신해 주는 ‘쿤‘이 내게 있었다면 주인공과 같이 쿤을 떼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쿤을 뜯어냈다. 말 그대로, 뜯어냈다.˝*창 너머 겨울 - 최은미읽으면서 주인공 몸에 있는 곰팡이가 굉장히 불결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반짝이는 빛이라면 주인공은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곰팡이가 있는 퀘퀘한 남자이다. 시간이 지나도 주인공이 ‘그녀‘에게 닿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쳐보는 사람처럼 나는 검색창에 ‘창 너머 겨울‘이라고 쳐보았다. 다시 ‘창 너머 겨울 출근버스‘라고 쳐보았다.˝*이상한 정열 - 기준영앞서 읽었던 <창 너머 겨울>의 주인공처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이야기는 ‘말희‘로 시작해 ‘나‘의 재미 없는 삶, 그리고 다시 나와 말희의 만남으로 흘러 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젊은 그 시절에도 없었던 이상한 정열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 정열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말희가 이야기했던 ‘그때 못한 건 지금도 못한다‘는 말은 주인공의 기이한 정열이 갖는 무용함을 드러내는 말 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친애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한순간 너무 뜨거워져 정염과 헷갈렸다. 그는 때로 열이 오르고 야윈 채로 갈팡질팡했다. 생이 덧없다는 말은 무용했다.˝*산책 - 손보미손보미의 소설은 왠지 모르게 지금보다 초기가 더 좋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가족이지만 남보다 먼 그 관계와 대사들이 좋았다. 이번 젊은작가상 소설집에는 겨울 배경의 소설들이 많은 것 같다. 겨울의 추위는 마음의 따뜻함도 앗아가 버리는걸까?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산책‘을 그만두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산책‘을 완전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쇼코의 미소 - 최은영최은영 작가의 단독 소설집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소설이다. 이 책에서 다른 소설들과 분량을 비교해보니 역시나 길다. 한 때 ‘쇼코‘라는 일본 이름이 낯설어 한동안 <쇼코의 미소>를 읽지 않았었는데 좋은 소설을 놓칠뻔했다. ㅎㅎ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없지만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쇼코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이었다. ˝나는 쇼코의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쇼코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마디도 되갚지 않고 죽은 듯이 분꽃을 바라보던 얼굴이 붉던 노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