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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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를 읽고 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읽었다. 단편 하나하나 마다 시간 간격을 두고 읽어서 완독에는 꽤 시간이 걸렸다. 대상 작품은 황정은 작가의 <상류엔 맹금류>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 읽었을 때 모든 소설들이 완성도 있는 알찬 소설집이다.


*상류엔 맹금류 - 황정은
제목을 읽었을 때 어떤 내용일지 전혀 짐작가지 않았다. 상류에 맹금류가 있음을, 제희네 부모님과 ‘나‘가 어색한 분위기에서 도시락을 먹었던 곳의 진실을 그것을 기어코 말하고 말한 ‘나‘의 이별은 어쩌면 그날 예정된 것이리라.

˝나는 그날의 나들이에 관해서는 할말이 많다고 생각해왔다. 모두를 당혹스럽고 서글프게 만든 것은 내가 아니라고 말이다.˝

*빛의 호위 - 조해진
‘권은‘이라는 사진작가는 주로 분쟁지역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 ‘권은‘을 인터뷰하면서도 그녀가 ‘열쇠‘를 주기 전까지 과거의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 권은이 어떤 아픔을 지녔기에 소설 속 다큐멘터리<사람, 사람들>에 나오는 ‘알마 마이어‘의 운명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인지 궁금했다. 어둠 속에 있던 ‘알마 마이어‘와 ‘권은‘이 겹쳐지며 빛의 호위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름다웠다. 연말에 어울리는 소설.

˝돌이켜보면 그 만남에서 그녀가 내게 한 이야기들, 가령 사진에 빠져들었던 계기며 태엽과 멜로디에 대한 언급은 일종의 힌트들이기도 했다.˝

*쿤의 여행 - 윤이형
‘쿤‘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소설 뒤에 실린 평론에는 ‘에반게리온‘언급이 있어 신선했다. 형체가 없는 만큼 사람마다 상상하는 모습이 다를 것이다. ‘나‘ 대신 힘들고 궂은 일을 대신해 주는 ‘쿤‘이 내게 있었다면 주인공과 같이 쿤을 떼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쿤을 뜯어냈다. 말 그대로, 뜯어냈다.˝

*창 너머 겨울 - 최은미
읽으면서 주인공 몸에 있는 곰팡이가 굉장히 불결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반짝이는 빛이라면 주인공은 아버지로 부터 물려받은 곰팡이가 있는 퀘퀘한 남자이다. 시간이 지나도 주인공이 ‘그녀‘에게 닿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포털 사이트를 열었다.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쳐보는 사람처럼 나는 검색창에 ‘창 너머 겨울‘이라고 쳐보았다. 다시 ‘창 너머 겨울 출근버스‘라고 쳐보았다.˝

*이상한 정열 - 기준영
앞서 읽었던 <창 너머 겨울>의 주인공처럼 매력 없는 주인공이었다. 이야기는 ‘말희‘로 시작해 ‘나‘의 재미 없는 삶, 그리고 다시 나와 말희의 만남으로 흘러 간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젊은 그 시절에도 없었던 이상한 정열이 다시 살아난다면 그 정열은 어떤 쓸모가 있을까? 말희가 이야기했던 ‘그때 못한 건 지금도 못한다‘는 말은 주인공의 기이한 정열이 갖는 무용함을 드러내는 말 처럼 느껴진다.

˝모든 것을 친애하고 싶은 그의 마음은 한순간 너무 뜨거워져 정염과 헷갈렸다. 그는 때로 열이 오르고 야윈 채로 갈팡질팡했다. 생이 덧없다는 말은 무용했다.˝

*산책 - 손보미
손보미의 소설은 왠지 모르게 지금보다 초기가 더 좋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 가족이지만 남보다 먼 그 관계와 대사들이 좋았다. 이번 젊은작가상 소설집에는 겨울 배경의 소설들이 많은 것 같다. 겨울의 추위는 마음의 따뜻함도 앗아가 버리는걸까?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산책‘을 그만두지 않았고, 결국 그녀는 아버지의 ‘산책‘을 완전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쇼코의 미소 - 최은영
최은영 작가의 단독 소설집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소설이다. 이 책에서 다른 소설들과 분량을 비교해보니 역시나 길다. 한 때 ‘쇼코‘라는 일본 이름이 낯설어 한동안 <쇼코의 미소>를 읽지 않았었는데 좋은 소설을 놓칠뻔했다. ㅎㅎ
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없지만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쇼코의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 소설이었다.

˝나는 쇼코의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쇼코에게 험한 소리를 들으면서도 한마디도 되갚지 않고 죽은 듯이 분꽃을 바라보던 얼굴이 붉던 노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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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19 0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든 소설이 알차다니 안읽어볼수가 없네요 ㅋ 우주점 가면 바로 검색해봐야 겠습니다 ^^

파이버 2022-10-19 00:40   좋아요 3 | URL
아마 중고서점 검색하시면 많을거예요~ 겨울 배경인 소설들이 많아서 겨울에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ㅎㅎ

얄라알라 2022-10-19 09:48   좋아요 3 | URL
역시나 좋은 소설을 알아보시는 새파랑님다운 댓글.
파이버님에 이어 곧 읽으시리라는 데 한 표 ^^

새파랑 2022-10-19 12:29   좋아요 2 | URL
전 일단 강추하는 소설은 읽어보고 싶더라구요 ㅋ

mini74 2022-10-19 06:5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좋아하는 소설입니다. ~ 황정은 작가님에 다들 쟁쟁하신 분들이군요 ~

파이버 2022-10-19 13:21   좋아요 2 | URL
다들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이라 옛날(?) 책이지만 읽어봤습니다ㅎㅎㅎ

그레이스 2022-10-19 07: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 시절(벌써 그 시절이라고 불러도 될지 모르겠지만) 젊은 작가들, 강력했네요^^

파이버 2022-10-19 13:22   좋아요 3 | URL
지금보니 수상 라인업이 화려하죠ㅎㅎㅎ

scott 2022-10-19 2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4년의 작가들 지금 모두 인기 작가들!ㅎㅎ

파이버님 처럼 저도 손보미 작가 초기 작들이 훠얼씬 좋았습니다 ^^

파이버 2022-10-19 23:53   좋아요 2 | URL
손보미 작가님 최근작 「사라진 숲의 아이들」 잡지에서 연재하실 때 앞부분만 읽었는데 예전의 예리함이 보이지 않아 슬프더라구요... ㅠㅠ

라로 2022-10-20 0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14년 것이군요!! 저는 2022년 것을 샀지요. 최은영, 황정은 말고는 읽지 않아 모르는 작가들이네요. 세상엔 글 잘쓰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을까요!!!

파이버 2022-10-21 20:45   좋아요 1 | URL
2022년 책 저도 샀어요~ㅎㅎㅎ 글 잘 쓰는 분들이 많아 읽을 책도 너무 많아졌습니다ㅎ

서니데이 2022-10-20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4년 수상작가들은 요즘도 자주 이름을 볼 수 있는 작가들이 많네요.
얼마 전 같은데, 그 사이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을 생각하면
여기 작가들도 많이 달라졌을 것 같기도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파이버님, 따뜻한 하루 되세요.^^

파이버 2022-10-21 20:47   좋아요 2 | URL
그 사이 8년은 길고도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지금 읽어도 좋은 글인것을 보면 작가들은 사회의 흐름을 예민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만 되는 것 같습니다.
서니데이님 편안한 밤 되세요~~

페크pek0501 2022-10-24 2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시리즈 중 2019년것과 2020년 것을 갖고 있어요. 2019년 것만 완독했는데 좋았답니다.
2014년 것도 좋은가 봅니다. 파이버 님이 별점 만점을 주셨네요.
이런 책이 여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이 책도 기억해 놓겠습니다.^^

파이버 2022-10-25 17:04   좋아요 1 | URL
젊은작가상작품집은 제 때 사면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서 두 배 더 좋은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2019, 2020은 완독했는데 둘 다 좋았습니다. 새로운 작가님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희선 2022-10-27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실린 소설 두편 빼고 다 봤군요 다섯 사람은 어쩌다 보니 소설집을 만나서... 저는 젊은작가상 6회부터 봤어요 이번엔 13회인데, 어느새 그렇게 되다니... 지금은 새로운 작가가 보이기도 하네요 김혜진 작가는 전부터 알았지만... 작가가 되고 열해 되기 전에 상을 받아서 잘됐다 싶기도 해요


희선

파이버 2022-10-27 23:22   좋아요 0 | URL
희선님께서 이미 읽은 소설이 많았군요~ 젊은 작가상 취지가 좋은 것 같아요. 젊은 작가들이 이름을 알릴 좋은 기회가 되어서요. 저는 젊은작가상 읽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더 꼼꼼히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