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나오는 소설보다 시리즈. 드디어 가을 2022를 모두 읽었다. 얇고 가벼워서 모으고 있었는데, 이 시리즈도 해를 넘어서 모으다 보니 꽤 자리를 차지해서 정리를 해야할 성 싶다.이 시리즈의 장점이자 단점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단편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도 몰랐던 작가를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고, 맞지 않는 작가의 글을 꾸역꾸역 읽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이번 가을 2022는 전자였다.이번 세 소설들은 가을 공기 처럼 쌀쌀하고 건조한 현실들을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꼈다.*[전조등], 김기태˝한낮의 아스팔트 위에 죽은 것이 있었다.˝(9쪽) 라는 자극적인 첫문장과 달리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이다. 모범생으로서 성실히 학점을 따고 좋은 회사에 취업한 주인공 ‘그‘는 좋은 여자와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다. 소설 거리가 되지 않을 지극히 평범한 삶이지만 그의 삶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젊은 세대들이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얻을 수 있는 ‘평범‘이기에 어딘가 비현실적인 분위기도 풍기는 이야기였다.*[오후만 있던 일요일], 위수정위수정 작가는 [소설보다 봄:2022]에서 ˝아무도˝라는 소설로 처음 접했었다. 지난 작품이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였다면 이번 소설은 노년의 시기에 막 접어든 중년 여성의 성적 욕망을 이야기하고 있다.˝[아무도]가 결혼 생활을 정리하려는 삼십대 여성의 관점에서 전개되었다면,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는 크게 세 세대의 여성이 등장하지요. 그중 육십대 여성인 원희가 주인공입니다.˝(87쪽, 인터뷰 중에서)아무래도 좀 더 공감이 갔던 이야기는 나와 비슷한 나잇대였던 [아무도]였지만 이야기의 풍부함은 [오후만 있던 일요일] 쪽이 더 좋았다.*[발 없는 새 떨어뜨리기], 이서수이서수 작가 또한 [소설보다 여름:2021]에서 ˝미조의 시대˝라는 소설로 만났었다. 이 책의 세 편의 구성 모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는데, 또 한번 좋은 소설 모음으로 만나서 반갑다. 이서수 작가의 글도 보다 더 깊어져 있었다. 젊은이의 고단한 삶은 차가운 가을 바람 같지만 주인공 가진과 사영의 관계는 미온(微溫)하기에 가을에 읽기 좋은 소설이다. 검색해보니 작가 단독 저서가 많아 아쉽다. 언젠가 찾아 읽어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