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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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는 정말 딱 내스타일이다.

공중그네 때도 좋아서 막 웃어댔었는데,

이야기 곳곳에, 키득거리게 만드는 유머와

특히, 작가의 사상이 마음에 든다.

 

1권은 도쿄이야기이고,

2권은 오랫동안 그리도 가고 싶어하던 오끼나와 이야기다.

오끼나와와 다른(?) 이시가키섬과 이리오모테섬,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상세계, 파이파티로마섬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언제나 반골(反骨)을 외쳤다.

형국 선배가 그랬다.

우리 탈패는 사회, 국가에서도 반골이지만,

학교 운동권 내에서도 끝까지 삐딱선을 타야한다고.

1학년 땐 왜 그래야 하는 지 잘 모르다가,

그냥 자연스럽게 삐따기 생활이 몸에 배었다.

 

남쪽으로 튀라는 제목이 상징성을 지닌다.

국가의 간섭과 제도의 얽매임에서 놓여나 갈 수 있는 유일한 곳,

남쪽.

얼음같은 제도권의 서슬을 녹일만큼 따뜻한 그곳.

예부터 남쪽은 저항성이 강한 동네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더니, 일본도 그렇구나.

 

남쪽을 찾아 떠난 한 반골 식구의 통통 튀는 생생한 이야기이다.

최고 반골인 우에하라 이치로-지로의 아버지-에게 홀라당 반했다.

이런 사람을 알게 됐다면 졸졸 따라다녔을 거야.

그의 아들, 지로의 성장기 이기도 하다.

읽는 내내 마냥,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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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밀리언셀러 클럽 2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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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 없고, 치밀하고, 속도감 있어서

추리소설이 좋다.

추리소설이 갖추어야 할 이 요소 없는, 건데기가 빠진

가짜 추리소설이 많지만 이 책은 왕건이올시다.

 

책표지에 빨간 밧줄(목을 매달기 위한)이 자못 섬뜩하다.

대충 범인이 누구일거라 추측은 했지만

흠,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뭔가 느낌은 오지만 풀이는 안되는 그런 느낌.

내가 참 둔해서 계산이 서툴다.

 

실마리가 하나씩 풀려가는지 아닌지 헷갈리면서 전개되는데

후반, 절정부분부터 아주 간떨리고 손에 땀이 나고 긴장된다.

으아...

그리고 마지막에도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왜 그랬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고 공감도 가고

우리는 그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까.

한계 상황, 인간은 무엇이나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

 

일본의 남을 의식하는 정서가 우리네 그것과 많이 닮아서

합리적이지 않지만 친근하다.

유교의 폐해일 수도 있는 것이 많은 가능성을 가로막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관례라는 인습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녀석을 없애려는 노력을

모두가 했으면 좋겠다.

 

형벌제도의 모순, 특히 사형제도의 문제점을 파헤쳤다.

형벌제도에 대한 전체적인 설명이 쉽고 상세하다.

이 세계에 뛰어나고 경험많고 정확한 판단을 하며, 인간적인 법률종사자(법집행에 조금이라도 발 

을 디딘 모두를 포함)가 과연 얼마나 될지 도무지 믿음이 안간다.

범죄자가 아닌데도 범죄자로 확정돼 오해와 억울함 속을 떠도는

억울한 피의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보편적인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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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의 눈물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5
전상국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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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에서 오늘의 작가 총서로 나온 전상국의 단편 모음집이다.

총 12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어느 것 하나 대충 쓴 글이 없다.

우와, 깊이가 다르다.

오랜만에 만나는 제대로 된 문학작품이어서 몹시 반갑고 기쁘다.

 

각각의 단편이 그 전에 나온 것들도 있지만

1980년에 모아서 출간한 책인데,

21세기인 오늘 읽어도 그리 큰 거리감을 못 느끼겠다.

뭐라고 해야하나, 세월감? 격세유감?

문장도 아주 세련됐다.

그 시대의 느낌은 시대적 배경에서 묻어날 뿐,

문장은 지금 읽어도 자연스럽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작가의 뛰어난 통찰력, 감각, 철학에

몸이 부르르 떨릴 지경이다.

거 참 솔찮하시.

우리 마음 밑바닥에 있는, 끄집어 내기 싫은

부끄러운 감정을 솔직히, 냉철하게 파헤친다.

 

제목이기도 한 『우상의 눈물』은 이문열,「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이 작품이 더 내면을 파고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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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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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책은 두가지

「장길산」과 「모랫말 아이들」을 읽어봤다.

「장길산」은 누가 뭐래도 「임꺽정」다음으로 재미난 도적이야기이고 「모랫말 아이들」은 너~무 별로였다.

내가 너무 늦은 나이(20대)에 접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청소년기에「모랫말 아이들」을 읽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지.

게다가 작은 출판사를 하는 선배가, 황석영같은 대작가는 책을 직접 쓰지 않고, 새끼 작가가 대필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서

이 「강남몽」이 도무지 땡기질 않았다.

더구나 베스트셀러 운운 하는 책은 일부러라도 읽지 않는 편이라...

선물 받은 바람에 읽었다. 각설이 너무 기네.

앗, 황석영 책 하나 더 읽었었구나.「오래된 정원」

이 책은 재미없어서 읽다 말았구나.

 

우리네 질곡 많은 현대사를 못된 것들(?) 처지에서 풀어냈다.

역사를 전공했으면서도 대충 들어만 보고 짐작만 할 뿐인 궁금한 사건들을 그려내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에서 과거로 왔다갔다, 인물도 왔다갔다 하는 입체적 구성은 좋았지만 그 연결이 별로 매끄럽지 않다.

아마추어도 아닌데,

 

읽으면서 조정래,「한강」이 생각났다.

비슷한 시대 이야기가 나와서 일거다.

「한강」만큼 길디 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나가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무슨 얘기를 하다 말아? 하는, 똥을 누다만 것 같은 그거.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결론 잘 안내려주는 고쟁이 센스.

대작가를 판별하는 기준은 매끈하고 알싸한, 확실한 뒷맛에 있다고

우리애인과 나는 침 튀기며 종종 이야기한다.

여운이 어쩌고... 할지도 모르겠다.

여운도 뭔 결론이 있고나서 여운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은 있다. 이름값은 하는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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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자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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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책을 읽으며 전철을 타고 가다 몇 정거장을 지나쳐버렸다. 

바로 요놈, 「방해자」가 출근을 "방해" 하네.

끄떡하면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 못내린 적이 많았다가 최근엔 꽤 주의를 기울여서 안그랬었는데

오쿠다 히데오는 그냥 넘어가주질 않았다.

 

예리하다.

작가의 칼날이 참 치밀하고 섬세하다.

그러면서 미친듯 웃게 하는 것은 대단한 재주다.

문장 속에 들어있는 작가의 자유로우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상이

내 마음에 쏙 든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를 정확히 이해하는 눈이 돋보인다.

세상을 위해 목소리를 드높이는 세력들의 이중성에 대한 비판도 날카롭다.

그리고 작가가 착해서인가, 등장인물들이 어리숙하고 착하다.

악역이라 생각했던 인물들조차.

작가가 지향하는 세계가 그런가보다.

작가에게 "선배, 선배~" 하며 찰싹 달라붙고 싶다.

 

카롤린 봉그랑,「밑줄 긋는 남자」의 여주인공처럼

한 작가가 마음에 들면 그 사람 작품을 다 읽고 싶은 "전작주의" 를 가지고 있다.

그가 쓴 다른 이야기는 또 어떤 재미와 맛을 줄까 궁금해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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