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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찰스 부코스키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첫 장부터 푹, 웃음이 터졌다. 공공장소에서 크게 너털웃음 떠뜨리며 웃고 또 웃었다. 남편에게 첫 장을 보여주며 이 작가, 조르바같은 사람이래. 그러다가 둘이 조르바 얘기를 나눈다. "작가는 조르바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실제로 그런 인물을 만났던 게 아닐까?", "조르바는 주체적으로 살았잖아, 그런 인간형 드물지 않아?", "음주가무 좋아하는, 넉살좋은 그리스, 이탈리아쪽엔 그런 한량(?)이 꽤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만나보지 못해 그렇지,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을걸." 오래 전에 조르바를 나보다 먼저 읽은 남편은 키득거리며 조르바가 나랑 비슷하다고 하며 그래서 더 자주 웃는다고 했다. 난 그저 멋대로 책임지지 않고 살아갈 뿐 주체적이지도 자유롭지도 못하는걸.
작가가 우체국 일을 하며 겪은 사람들 일화 끝에 자연스레 비틀어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좋은거야. 꼭 한 마디씩 덧붙이는 말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다.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 때문에 자기가 살해되고 있다는 말에 내가 죽겠네 이 사람아.
사람을 경계하는 겁먹고 반 벌거벗은 여자를 강간하던 것만은 이해해 줄 수 없다. 엄청난 거부감이 들고 언짢았다. 선을 넘어다니는 건 좋지만 이건 아니지요, 치나스키씨. 그 부분은 실화가 아니길 바란다.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설을 해치는 이야기를 꼭 해야 했을까. 그래서 별점 하나를 뺐다.
끔찍한 반복노동과 악조건, 지주보다 더한 마름같은 상사들의 갈굼을 자기 나름의 개김(?)으로 질기게 견디어낸게 용하다. 그러면서 의미없이, 쓸데없는 나날을 보내는 심정을 십분 이해할 것도 같다. 어차피 삶이란 무의미. 그러니 이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일들과 말도 안 되는 삼류 인간들에게 시달린들 어떠리. 나 또한 삼류인걸. 그런 쓸데없는 짓거리가 그런대로 괜찮거든. 이른바 구질구질(?)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는 그대들이, 날 짠하게 여기지만 '뭣도 모르는 것들이!' 하고서 자기 위안 삼는다. 틀 따위 개나 줘버리는 부코스키 형님이 몇 수 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