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으시죠? - 김제동과 나, 우리들의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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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 때, 외로울 때, 배고플 때, 심심할 때... 언제든 아쉬울(?) 때 제동이 오빠야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지난 번 김제동 토크콘서트 갔을 때 내 친구 생각이 났다. 책벌레로 유명하고 대학 때 골수 운동권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아이인데 대학1,2학년 때까지 편지를 주고 받다가 그 후로 소식이 끊겼다. 그러다 재작년에 페이스북으로 그 아이가 내게 자기 친구 누구누구 맞느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페이스북 알림 설정을 해두지 않고 한참 후에 들어가서 확인해 그 친구랑 다시 연락이 닿았다. 내 이름이 워낙 특이(?)해서 나를 찾기는 쉬웠으리라. 여태 장가 못 간 건지 안 간 건지 알 수 없지만 제동 옵하랑 시집 안 간 건지 못 간 건지 모를 내 친구랑 만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도 김제동 못지 않게 사람들 웃기는 선수인데. 생각도 잘 맞고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남편에게 이 얘길 했더니 둘 다 시집장가갈 마음 없는 거야. 그런다. 정말 그런 겁니까?

 

울다가 웃다가 너무 웃겨서 눈물이 막 터진다. 김제동의 글은 참 따뜻하구나. 대학 축제 사회보는데 유명한 가수가 늦게 와서 별 짓을 다하며 바람잡이를 해야했고 막상 가수가 오니 바로 찬밥이 되었다는 김제동의 허탈한 마음, 그리고 그 모습이 최고였다고 말했다는 사람 얘기를 하는데 왈칵 울음이 터졌다. 노무현과 만난 김제동 어머니 얘기에도, 세월호 아이들 얘기에도 내내 울음이 그치질 않는다. 그러다가도 김제동 식구들 일화가 이어지면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다. 밤늦게 침대에서 미친 사람처럼 크하하하 웃어댔다. 층간소음 때문에 아래층에서 쫓아 올라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지금처럼 답답해 미치겠고 뭔가 억울하고 화나는 이 나라에 김제동 같은 사람이 있어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 김제동이 너무 일찍 아버지를 여읜 얘기에 공감이 간다. 나도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마음 알겠다. 나도 아버지의 뒷모습 같은 거 보고 아빠한테 씨익 웃으면서 "아자!" 소리 한번 해주면 좋았을 텐데 한 적 있다. 아버지의 호칭을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구나. 어릴 땐 아빠라고 했지만 나이 들어서는 꼭 아"부"지 라고 불러보고 싶었다. 그래도 나는 10년 동안 아빠라고 부르기라도 했지만 김제동은 한번도 그리 해보지 못 했을 테니 내가 더 낫긴 하네.

 

남편이 어릴 때 살던 동네의 손재주 좋은 멋진 형 얘기를 들려준 적 있다. 팽이도 잘 만들고, 무엇보다 대단했던 건 썰매를 예술적으로 만들어 그 썰매를 타고 행복했었다고 얘기했는데, 김제동에게도 그 형처럼, 그 형보다 더 멋진 썰매를 만들어 준 매형이 있었다고 한다. 썰매는 남자 아이들의 로망인가보다. 내게는 쥐불놀이 깡통 만들어 준 사람이 최고였는데. 살면서 제일 재미났던 놀이가 딱 한번 해 본 쥐불놀이였다. 어디에서 찾아낸 건지 분유통을 주워와서 밑바닥을 못으로 일일이 구멍을 뚫어... 사실 이 과정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난다. 그러고는 신나게 불깡통을 돌려댔던 행복한 기억, 그 따뜻한 느낌을 잊을 수가 없다. 오줌싸개로 유명했던 나답게 다음날, 어김없이 이불에 실례를 하고 동네 아줌마들에게 방망이로 얻어 터졌겠지만.

 

노무현이 생각나는 노오란 책표지와 책 속에 끼워진 노오란 책갈피가 마음에 불을 환히 밝혀준다. 추운 날, 사람이 그리워 애가 탈 때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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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나린 2016-11-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읽기만 해도 맘이 따뜻해지는 그런 사람이죠. 진한 사람냄새가 나는..^^

samadhi(眞我) 2016-11-04 00:40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든든한 버팀목같아요. 마구마구 친해지고 싶어요 ㅋㅋㅋㅋ

yureka01 2016-11-04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전설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죠.재동이^^..

samadhi(眞我) 2016-11-04 09:17   좋아요 1 | URL
식구들 일화를 읽을 때 유레카님 얘기가 생각나 더 크게 웃었어요. 그 식구들 지나가면 웃겨서 다들 쓰러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