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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ㅣ D현경 시리즈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검은숲 / 2013년 5월
평점 :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7년인가 은둔생활을 하며 내놓은 대작(?)이라는데 680쪽에 달하는 내용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최고의 경찰소설. 이라고 하니 더욱 끌리지 않았지만, 가끔씩 추리, 미스테리 장르 소설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는 때가 있다.
경찰서에서 계약직으로 일해봤던 터라 경찰조직에 대한 얘기가 꽤 실감났다. 시민들에게 체면치레 하는 것. 조직의 비밀이 폭로되어 경찰을 불신하게 되는 일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것들을 현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그런데 뭔가 반전, 재미를 기대해서 책장을 넘기고 또 넘겨도 그게 다였다.
유괴, 살해 피해자 부모의 한을 다루어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게 했더라면 싶었다.주인공이라는 사람이 우유부단하고 역할이 미미하다. 주인공 딸이 집을 나간 얘기는 뭐하러 그렇게 길게, 자주 해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그 문제가 흐지부지 되고 만다. 이보게 작가냥반,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고?
실수를 은폐하려는 경찰조직의 무능 때문에 여러 피해자가 발생해서 그 사람들이 뭉쳐서 사고를 쳤다. 그렇다면 그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줘야 맞는 게 아닌가. 소설이 산으로 가서 하산할 줄을 모르네. 반전만큼은 꽤 참신했다. 그 좋은 반전을 이렇듯 밋밋하게 날려버리다니...
추리소설을 좋아해 이 장르를 읽지 않으면 금단증상처럼 심심해서 미칠 때가 있다. 그런데 정말 재미나고 잘 쓴 추리소설이 그다지 많지 않아 이번처럼 한숨과 짜증을 푹푹 내뱉을 경우가 많다. 이 책을 고른 이유가 일본에서 해마다 최고의 추리소설을 뽑는 설문조사인 "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에 어느해인가 1등으로 뽑힌 작품이어서였다. 그거 믿고 골랐더니 우리랑 정서가 달라 그런가. 아님 그네들은 나보다 참을성이 많아 그런가. 차라리 분량이라도 적었다면 이렇게 성질이 푸르르 돋지 않았을 걸. 재미없지만 재미있다고 하니, 재미있을 때까지 더 읽어보자 하다가 다 읽긴 했는데 허무하기 그지 없어라.
반전이라고 설정한 의도는 참 좋았는데 그 부분을 살리지 않고 그냥 가볍게 지나가버린다. 아이고 답답하여라. 세상에 쏟아지는 수많은 책들 가운데 정말 재미있고 가치있고 흥미로운 책만 골라 읽을 수 없는 것이 한스럽다. 이런 책을 굳이 시간 버려가며 끝까지 읽지 않을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