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역사 - 우리는 왜 빠져들고, 어떻게 회복해 왔을까
칼 에릭 피셔 지음, 조행복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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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신도 알코올 중독을 겪은 현직 의사가, 중독에 대해 쓴 책이다. 생각보다 좀, 산만하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어쨌든 내가 이해한 바는, 중독은 환원론적 원인 - 단 한 가지 가장 근본적인 - 도 아니고, 유전적 원인이나 정신적 원인도 아니고, 그저 사람마다 다양한 이유와 까닭이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위해 저자는, 고래로부터의 중독에 대한 다양한 견해 및 사례들, 그리고 자신의 중독에 대한 경험을 병치시키며 책을 진행하고 있다. 책이 재미있으면서도 읽기 까다로운 부분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도무지 중독에 대해 정리할 여지를 갖지 못한 채 마지막 장까지 줄기차게 나아가고 있다. 어쨌든.

이 책이 강조하고 있는 바는, 이러한 중독 - 알코올이 원인일 수도 있고, 마약 때문일 수도 있는 - 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 혹은 판단의 경직됨 때문에, 중독에서 벗어나거나 중독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이해하였다.

이 책은 ‘이이제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같으면 법령 상 이와 같이 조치하기 어려울 듯 하지만) 가령 마약 중독자인데, 어떤 한 종류의 마약에 대해 충동적이거나 자신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닌 조절 가능한 반응을 보이며 일상으로 복귀하는 경우, 주기적으로 마약을 처방하여 중독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을 제거하는 방식을 찬성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에서, 마약 중독은 관리가 아닌 탈출,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사실 그렇다. 우리 대다수는, 중독 문제의 해결은 완전한 벗어남이라고 보는 편이다. 하지만 한 번 발을 들여놓은 후 이를 일거에 뿌리치는 것이 쉽잖은 일이니, 저자는 이에 대해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 물론 이 사례들이 워낙 중구난방으로 등장하여 책의 매력을 더하며 이해를 어렵게 만들고 있지만 - 피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답은 하나가 아니다. 답은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주어저야 한다. 큰 방향이야 있어야겠지만, 결국 개인을 파악하는 것이 모든 치료의 시작일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묘하게 떠올랐던 것은 ‘학원 중독’이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였으나, 결국 학습 동기를 찾지도, 학습 성과를 드러내지도 못하는 학생의 경우, 결국 크게 보면 학원에 중독된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정답이라며 외쳐대지만, 나는 결국 학원에서부터 비롯된 무기력과 저항 때문에 점점 배움으로부터 멀어져가는 학생들을 여럿 보아왔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처방도 비슷하다. 결국 네 의지의 문제야.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닥친 많은 중독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지 조금은 더 가늠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재미있는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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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바이 케이스. 전문가는, 하나의 현상에 대한 해답을 설파하기보다는, 현상의 기저에 가라앉은 다양한 원인을 통찰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처방을 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보통은 전자가 제시하는 아젠다가 더 화려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후자일지도. 이름도 빛도 없는 자리에서.

정말로 최근에 와서야 임상 의사들과 연구자들은 사람마다 회복에 이르는 길이 다양하다는 사실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 같다. 시작하는 방법(혼자서, 동료들을 통해서, 또는 치료 제도 안에서), 회복의 유형(증상 완화 기반인가 사용 중단 기반인가, 모든 물질의 사용 중단인가, 한 가지 주된 약물의 선택적 사용 중단인가), 치료 지원의 역할(약물 치료와 심리 치료, 또는 그러한 치료 없이), 선택하는 체제(전통적인 열두 단계 프로그램, 여타 서로 돕기 단체, 또는 서로 돕기 단체의 개입 없이) 등등. 중요한 점은 이러한 다양성 속에 건강에 이르는 길, 사람이 변하는 길이 많다는 것이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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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그렇지만, 인정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인정해야, 다음 스텝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의 진보를 경험할 수 없다. 나를 구렁텅이로 빠뜨린다 생각하여 어떻게든 인정을 피하지만, 제일 밑바닥이 때로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올라갈 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인은 중독 치료의 가장 큰 장애물이다. 물질 사용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 도움을 받지 않는 사람 중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퍼센트 미만이다. 그런데도 철학자 해나 피커 Hanna Pickard가 말했듯이, 부인은 중독의 최신 정의에서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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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의 이런 귀납적 접근을 통한 수업 방식에는 의문이 든다. 물론, 피타고라스의 공식을 경험적으로 접근하여 패턴화하는 방식으로 공식화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가지고 있는 단아함은 오간데 없이 사라진다.

수학을 기술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수학이라는 학문이 가진 명료함을 해친다면, 과연 이것이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

수학은, 명료함의 과정을 등호로 풀어내는 언어이다. 직각삼각형을 잔뜩잔뜩 그려놓고 그 가운데에서 패턴을 찾는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수학은 규칙성이다, 라는 잘못된 인식을 줄 가능성이 있다. 수학은 규칙성 뿐만은 아니다. 해묵은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꺼내어 보고 싶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

주사위로 놀아야 할 때와 놀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저자의 이 방식은, 주사위 놀음은 아닌게 맞다 본다.

귀납적인 접근 방식을 활용하는 피타고라스 정리를 다음에 소개하고자 한다.

1. 다음 직각삼각형을 보고 각 측면의 정사각형의 넓이를 구한다. (학생들은 특정 수치를 가지고 예제를 다뤄본다.)

2. 세 변의 제곱 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어떤 일반화를 할 수 있는가? (이제 학생들은 패턴을 찾아 일반화한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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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웅의 AI 강의 - 챗GPT의 실체부터 AI의 진화와 미래까지 인간의 뇌를 초월하는 새로운 지능의 모든 것
박태웅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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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읽히는 듯하여 구매하였다. 비교적 신간이라 생성형 AI에 대한 내용들도 들어가 있지만, 간단하게 살펴보는 느낌이다.

아울러, 마지막 장의 윤리 및 법규정 관련 내용이 참 더 필요해 보이지만, 책이 추구하는 방향이 교양 개설서 느낌인 덕인지 책의 전반적인 흐름과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인용을 줄이고 저자의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 책의 흐름에 부합할 듯 싶다.

다른 인공지능 관련 개설서를 좀 훑은 덕분인지, 내용이 아주 새롭거나 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인 취향에도, 책이 라이트하다는 느낌이 들어 임팩트를 주는 부분은 딱히 없었다. 인공지능 관련 개설서로 그래도 좀 체계나 깊이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면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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