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이야말로 엘리트주의자같은 느낌. 이런 무논리의 맥락이 결여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독립적 사고라며 쏟아내는 것을 일견 옳은 소리라며 존중하는 동생이 합리적으로 보인다.
공부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기 전에 무책임한 논리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익사할 듯. 형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조금 더 견뎌보겠다.
계속 읽다보니 형이 가진 통찰이 돋보인다. 그렇다면 책임은 출판사인가. 생각에 첫 장은 이 책의 주된 흐름에는 정말 쓸데없는 장이지 싶다.
계속 읽다보니, 형은 무한 경쟁에서 오는 적자생존과 도태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에 대한 철학은 부재한 듯 하다. 그저 인상비평 정도의 이야기가 오고가고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만큼의 지위를 누리는 사람에게 그에 걸맞는 무한 경쟁을 시키고 그를 통과하는 사람만 더 나은 지위를 보장하자, 그 의견이 듣기 쉬울지는 모르겠지만, 삶은 간단하지 않다. 하나하나의 형편과 사정에 귀 기울일 수 없다면, 그게 전체가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과 무에 다른가. 하필이면 형이 예를 들고 있는 국가도 독일과 일본이로구나.
읽으면서, 만들어진 천재, 젊은 나이에 소진되어 버리는 번아웃 이야기는 생각해 볼 여지가 아주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영재를 만들고 부모가 헬리콥터 노릇을 하는 것은, 그렇게 스무 해를 보내고 나면 계급 사회의 최상위권에 진입하여 공고하게 결합된 엘리트들과 함께 공존공생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형은 그런 부분을 애매하게 포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다 읽고 나서, 형이 조금 더 이야기의 궤를 일관되게 유지하였으면 읽기 더 편했을 듯 싶다. 형에게도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명징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듯 하다. 더 나은, 그래서 변화를 추동할 수 있는 다음 책을 기대해보게 된다.
수능, 학력고사 등 일렬로 줄세우기가 그나마 공정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형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목고는 없애고, 수능은 전면적인 절대평가로, 그리고 사회에 나갈 때는 완벽한 블라인드 면접으로, 인생의 나머지가 결정되는 시기를 10대 중반에서 20대 중후반으로 미루는 일이 지금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독한 저출산 덕택에, 실은 이미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