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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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학 에세이 쯤 되는 듯 싶다. 삶에 대한 이야기를 철학에 기대어 하고 있다는 말이다. 보통 그럴 경우, 철학적 사유에 삶을 맞추거나, 철학적 사유를 삶에 맞추는데, 이 책은 흔치 않게 이 두 가지가 딱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여행을 이어간다. 그 여행은 기차와 함께 하는데, 아마도 ‘기차 안에서’ ‘생각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9쪽)인 듯 하다. 기차 여행을 통해 저자는 자신의 삶을 기댈 수 있는 철학자들과 그들의 사유를 삶의 면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철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이들도 있고, 잘 철학한 삶을 산 이들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그들의 삶과 생각을 때로는 정리하면서, 때로는 돋보기로 삼으면서 독자들에게 두 가지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독자의 삶에 맞닿는 듯 싶다.

책은 잘 읽힌다. 심지어 재미도 있다. 머리카락 없는 자신의 처지(!)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 것에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의 자존감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지점이 탈모 문제임을 절감(!)하게 되기도 한다. 때로는 풋, 하는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간혹 저자의 회한에 공감하기도 한다. 어쨌든, 이 책은 삶에 대한 에세이니까. 나도 비슷한 감정을 비슷한 상황에서 느껴본 적이 있으니까.

철학에 대해 알만한 책은 아니지만, 철학하며 사는 삶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그러면서도, 철학자들의 사유와 사상을 정리하여 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왜 많은 이들에게 읽히는지 알겠다. 그리고 재미있게 읽었다.

개인적으로는 에피쿠로스와 에픽테토스, 니체 부분이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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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일련의 연구자들이 최종 합의를 보기 위해 베를린에 있는 막스플랑크 인간 발달과 교육 연구소에 모였다. 이 베를린 지혜 프로젝트는 지혜를 규정하는 다섯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사실적 지식, 절차적 지식, 인생 전체에 걸친 맥락주의, 가치 상대주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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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기록하기 바쁘다. 순간을 경험하며 마음과 정신에 순간을 공명하는 것을 포기한 채, 순간의 외양을 그저 0과 1의 데이터로 바꾸어대는 일에 정신을 잃고 있다. 기록은 회상의 단초가 되지만, 그 때의 회상은 순간에 집중하고 순간을 느꼈던 마음과 정신까지 불러들이진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사진을 찍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나비가 겁을 먹을 것 같다. 게다가 순간을 기록하는 것은 순간을 경험하는 것에 한참 못 미치는 형편없는 대체재로 보인다. - P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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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를 알아차린다. 별 것 없구나. 한 번 잡아본 사람들이, 그 후 따라온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동이며, 아마 그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한거지. 그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사회에 살고 있으니. 그건 부끄러운 일이다. 기만이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지적 조급함은 물에 빠진 사람이 칼이라도 붙잡으려 하는 것처럼 나쁜 아이디어라도 붙잡으려고 한다. 베유는 우리의 모든 실수가 "생각이 아이디어를 너무 성급하게 붙잡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이렇게 일찍 차단되면 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는 원대한 아이디어를 낚아채려고 열심인 사람들에게서 이러한 심리 상태를 본다. 그들은 원대한 아이디어가 자신을 그저 그런 사상가에서 선구자격 사상가로 바꿔주길 바란다. 그들은아이디어를 숙고하는 것보다 포장하는 데 더 관심이 많고, 아이디어가 충분히 무르익기도 전에 세상에 내보낸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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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 사이에서 근무하니 확실히 동의하게 된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살기만 했다면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모르고 있는 이들도 솔찬히 될 것이다.

우리는 관심을 거두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안다. 관심을 거두는 것은 곧 사랑을 거두는 것이다.
결국 관심은 우리가 주어야 하는 전부다. 돈이나 칭찬, 조언을 포함한 나머지는 불충분한 대체재다. 시간도 불충분한 것은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 시간은 주지만 관심은 주지 않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가장 잔인한 사기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그걸 안다. 아이들은 가짜 관심의 냄새를 순식간에 맡아낸다.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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