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통영 진주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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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리즈의 12권이 나왔다는 것은 작가가 나름의 독자군을 형성하였다는 말이고, 이는 어느 정도 믿고 글을 읽어볼 만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12권부터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앞권들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보통 시리즈물은 진행될 수록 긴장감이 풀리는데, 12권의 내용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기행문의 형식을 띄면서 반 대화체를 구사하고 있는데, 혼잣말 느낌이라 조금 어색한 느낌은 들지만 그래도 그것이 현장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저자가 들른 업소(!)에 대한 기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거기에서 그쳤다면 많이 아쉬웠을 것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 더 전문적인 영역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단연 이순신 장군인데, 특히 장군의 초상화와 관련하여 당대 복식의 특징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폭넓고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자칫 따로 떼어내어 기술할 경우 딱딱하고 가독성 떨어지는 정보글이 되기 십상인데, 기행문이라는 현실 위에 군데군데 넣으면서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조금씩 폭넓고 깊게 벌려가며 딱딱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모양새이다. 비단 이순신 장군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진주성에서는 진주대첩과 2차 진주성 싸움에 대한 이야기도 곁들이며, 때로는
건축가 단상으로, 때로는 해저터널에 얽힌 이야기로, 장소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들을 너무 과하지 않게 꺼내어 올리고 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의 첫 권을 읽었는데, 다른 시리즈에 대힌 기대감도 높아졌다. 아쉽다면, 아무래도 책 제목이 고고학이라 역사성을 지닌 장소만 훑을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아무래도 진주와 통영이 한 권에 묶인 이유도, 진주는 국립진주박물관과 진주성 답사 이외의 장소 답사가 없는 이유도 그러할 터이다. 아무래도 기행문이 과거로만 향할 수 밖에 없다는 구성 자체의 아쉬움은, 결국 독자가 스스로 장소의 현재성을 밟아 올리는 것으로 메우지 않을 수 없을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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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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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요즘 핫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비하여 ‘인간’의 수학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 부류, 사고와 작동으로 분류하면서, 사고 카테고리 속에서는 추정, 표상, 추론, 상상, 질문의 다섯 가지 방식으로, 작동 카테고리 속에서는 조율과 협동으로 기능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저자의 방향을 뒷받침하는 논지는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한 해법을 빠르게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문제 해결을 향해 나서진 못하잖느냐는 지점이었다. 알파고가 바둑의 승리라는 문제 앞에서 자신의 알고리즘을 토대로 효과적인 문제 해결에는 성공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이 수학을 마주하며 하는 일곱 가지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이를 과연 수학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느냐가 이 책의 전반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수학이 이루어가는 다양한 모습들은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스도쿠 같은 것에 몰두하는 이유는, 수학이 제공하는 놀라운 사고의 경험이 인간에게 가치롭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현대의 수학이 다양한 수학 외적 분야들과 얽히면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적 수준의 활용에 그치며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문제의 효율적 해결에만 너무 매어달리는 모양새이지만… 결국 수학의 가치는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며 떠올리는 사고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위한 수학 교과의 전반적인 방향의 재설정도 필요해 보인다. 아브라함 발드의 말마따나, 우리 수학 교육은 ‘오류 많고 느린 엑셀 프로그램 역할’을 우리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모든 효율도 따지고보면 오래 전부터 인간이 사고를 통해 만들어 온 결과물 위에 쌓아올린 것일 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특이점’에 도달하면야 이루어 질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까지는) 통찰하지 못한다. 수의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이를 일반화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화를 통한 전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투입에 대한 산출은 있지만… 투입과 산출에 대한 성찰은…?

다만, 수학의 작동 카테고리에 대한 저자의 조율과 협동은… 조금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도 수학을 두고 조율하고 협동하지 않겠지만, 인간에게도 그것이 딱히 수학의 작동을 돕는다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그저, 수학도 일상의 언어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룬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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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공식

나도… 존 네이피어를 보고 싶으다. 로그 덕택에, 인간은 곱셈이 만들어내는 어마어마한 수의 규모를 한 두 자리의 덧셈 규모로 바꾸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괴짜인 것은 별로 관심 없고.

수학의 핵심은 패턴을 발견하는 것이고, 이는 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일단 패턴만 파악하면 숫자가 달라져도 모든 숫자가 동일한 규칙하에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패턴의 기초가 되는 어떤 규칙을 발견한다는 것은 새로운 일련의 데이터를 접할 때마다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패턴이 나를 대신해서 일해주기 때문이다. - P38

로그값이 가진 잠재성은 영국 수학자 존 네이피어 John Napier가 발견했다. 만약 같은 시대에 살았다면 네이피어를 만나보고 싶었을 것 같다. 그가 로그값이라는 영리한 지름길을 생각해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성격이 괴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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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조직의 목표와 관련있는 하나의 사안에 대해 공동의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 모여 프로젝트 팀을 구성할 수 있다. 팀은 서로 협업하며 -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성찰하며 점진적이고 꾸준하게 이를 실현해가는 - 자신들의 사안을 발전시켜갈 수 있다.

이와 같은 일을 해 나가려면, 자율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으면서, 프로젝트 멤버가 서로의 전문성을 토대로 끊임없이 영점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원 집단은 이를 이루기 참 좋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이리저리 조직하면, 충분히 의미있는 방향으로 사안을 발전시켜갈 수 있다.

문제는, 교원들이 프로젝트 팀을 이룰 때, 대부분은 성찰이 결여된다는 점이다. 가령, 요즘의 공저는 대다수가 방향 자체만 공유할 뿐, 이를 성찰한 흔적은 도무지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들이 많다. 방향에 대한 각자의 사유만 병렬적으로 늘어놓았을 뿐, 이를 종합하여 성찰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던지고 있다. 이런 책을 만나면… 던져버리고 싶다.

독자의 성찰은, 방향에 대한 진전을 토대로 해야한다. 그저 같은 방향만 바라볼 뿐, 이에 대한 관점이 충분히 나누어지지 않은 채 각자의 것을 백화점 식으로 나열한 후 독자에게 골라잡으라고 하는 방식은, 너무 많은 전시품들을 보며 내 쓸모를 탐색하느라 느끼는 피로감 덕에, 어떤 무언가도 골라들기 어려운 쇼핑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늘날 혁신 기업들은 소규모 단위로 팀을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목표와 업무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공통적인 특징을 가진다. 각팀은 고유한 하위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조직 전체에 걸쳐 맹목적 순응에 따른 위험과 그로 인한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한다. 팀은 필요에따라 서로 협력하여 각 팀의 기술과 관점을 결합하고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있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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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적 사고를 수학이 지지하므로 컴퓨터가 작동하고 기능할 수 있지만, 수학적 사고는 (아직까지는) 인간 만이 가능하므로 인간 만이 ‘호기심을 통제된 탐구로 전환하는 두뇌 기계(데이비드 해킷 피셔)’로 수학적 질문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수학을, 도대체 어떻게 마주해야 할 것인가.

수학자 조던 엘렌버그가 말했듯이, "우리는 컴퓨터가 할수 없는 일을 알아내는 데 매우 능숙하다. 미래에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모든 정리를 컴퓨터로 증명할 수 있게 되더라도 우리는 컴퓨터가 풀지 못하는 다른 문제를 찾아낼 것이고, 그것은 바로 ‘수학‘이 될 것이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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