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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지능 -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인간의 일곱 가지 수학 지능
주나이드 무빈 지음, 박선진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요즘 핫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비하여 ‘인간’의 수학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이를 두 부류, 사고와 작동으로 분류하면서, 사고 카테고리 속에서는 추정, 표상, 추론, 상상, 질문의 다섯 가지 방식으로, 작동 카테고리 속에서는 조율과 협동으로 기능한다고 말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으로 저자의 방향을 뒷받침하는 논지는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주어진 문제 상황에 대한 해법을 빠르게 제시하기는 하지만, 그것을 토대로 새로운 문제 해결을 향해 나서진 못하잖느냐는 지점이었다. 알파고가 바둑의 승리라는 문제 앞에서 자신의 알고리즘을 토대로 효과적인 문제 해결에는 성공하지만, 그 속에서 인간이 수학을 마주하며 하는 일곱 가지 방식을 사용하지는 않으며, 이를 과연 수학 지능이라고 할 수 있느냐가 이 책의 전반적인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수학이 이루어가는 다양한 모습들은 그 자체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이 스도쿠 같은 것에 몰두하는 이유는, 수학이 제공하는 놀라운 사고의 경험이 인간에게 가치롭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현대의 수학이 다양한 수학 외적 분야들과 얽히면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적 수준의 활용에 그치며 학교 교육과정에서도 문제의 효율적 해결에만 너무 매어달리는 모양새이지만… 결국 수학의 가치는 다양한 문제를 바라보며 떠올리는 사고의 과정에 있으며, 이를 위한 수학 교과의 전반적인 방향의 재설정도 필요해 보인다. 아브라함 발드의 말마따나, 우리 수학 교육은 ‘오류 많고 느린 엑셀 프로그램 역할’을 우리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모든 효율도 따지고보면 오래 전부터 인간이 사고를 통해 만들어 온 결과물 위에 쌓아올린 것일 뿐이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특이점’에 도달하면야 이루어 질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결국 인공지능 기술은 (아직까지는) 통찰하지 못한다. 수의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이를 일반화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화를 통한 전이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투입에 대한 산출은 있지만… 투입과 산출에 대한 성찰은…?
다만, 수학의 작동 카테고리에 대한 저자의 조율과 협동은… 조금 와 닿지 않는 부분도 있다. 사실 인공지능 기술도 수학을 두고 조율하고 협동하지 않겠지만, 인간에게도 그것이 딱히 수학의 작동을 돕는다고 보긴 어려울 듯하다. 그저, 수학도 일상의 언어이므로 커뮤니케이션을 이룬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