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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암과 진보당 - 한 민주사회주의자의 삶과 투쟁 커리큘럼 현대사 3
정태영 지음 / 후마니타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조봉암은 사형당하기 직전 옥중 성명을 통해 "우리 동지들은 현실의 포로가 되지 말고 우리의 이념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진보 세력은 인간의 이성적 노력이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현실의 포로가 된다는 것은 진보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현실의 포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서문, p14)  
   

진보세력을 정당으로 결집시키는 일은 어찌보면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숙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이 정당정치라고 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렇다할 정당정치의 이상을 구현해본 기회가 지난했던 일이 첫번째이며, 그 와중에 대화와 타협의 정신을 담당할 진보적 축이 없었던 것이 두번째의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을 쓴 저자가 언급하다시피,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보수적인 정당이 보수적 프레임 안에서 대화와 타협을 해나가는 정당구조를 가져왔기 때문에 여러가지 진보적 정책이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근년에 이르러서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진보적 색채를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하게 그들이 진보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에 대한 판단은 이 책 [조봉암과 진보당]을 읽으면서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울산에서 이루어지는 '현실포로적' 행태를 보면서 더욱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50년대 활동하던 구세대 진보 세력은) 대다수가 정치 경험이 비교적 적은 '지사형' 지도자들이었다. 이들은 또한 작품에 있어 남과의 타협이나 조화에 익숙하지 못한 완고한 편집증 활동가들이었다. 동일한 조직에서 활동해본 일이 없던 이들은 (4.19 직후 1960년의) 7.29선거에 참패한 뒤 쉽게 분해되어 자멸했다. 오늘의 민주노동당은 이들의 실패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p261)
 
   

오랜 망명생활을 거쳐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를 썼던 홍세화 氏가 자신의 책에서 이야기했던 '관용'의 정신이 지금의 진보정치판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진보성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는 활동가들이 한세대 앞을 내다보지 못한 채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썩어지지 못한 채 지금처럼 끊임없이 백가쟁명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진보의 정치는 요원할 것입니다.  
 
모든 혁명은 이름도 빛도 없이 스러져간 이들에게 기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진보당보다는, 1956년의 제 3대 대통령 선거에서 200만표를 득표하여 23%의 득표율을 기록했던 죽산 조봉암 선생 - 23%라는 득표율 이상을 기록했던 대통령 후보자는 지금까지 대통령에 당선되었던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 이외에, 이회창 후보와 정동영 후보 이외에는 없습니다 - 에게 조금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상태에서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조봉암 선생에게는 따뜻한 애정이 담긴 - 그래서 냉정하거나 객관적이지는 못한 - 서술이 이루어져있고, 진보당에 대해서는 진보당의 역사를 (문서적으로) 복원하며 분석하려는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간언에서 조봉암 선생의 여러 약점들을 읽을 수- 인간적이랄까... 혹은 행정적인 면보다는 지사적인 면이 강하달까... 혹은 (자칫 잘못하면) 기회적이라고도 읽을 수도 있겠고, 외톨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반면에 유연한 정치적 움직임과 중도를 추구하는 자세는, 양보를 죽음으로 아는 지금의 세태에 한 번 쯤은 되새겨 볼만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1공화국 당시 자유당과 민주당의 보수적이며 정권 지향적인 정치 프레임 속에서, 짧지만 큰 자취를 남겼음에 분명한 진보당과 조봉암 선생에 대하여, 저자의 바램대로 정당한 평가의 기회가 주어지기를 이 책을 읽어가면서 저도 바라게 되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보수적 프레임이 (거의) 전부인 이 시대에서 사회적 민주주의 (혹은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말이 어떻게 인지될지 궁금합니다. 실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프레임 자체도 이미 보수로 굳어진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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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집중해서 - 그러나 자그마치 한 달 여의 시간을... -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해서 많은 단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지만, 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이 책을 취임 전에 읽었다는 외신기사를 보고, '링컨'이라는 인물에 조금 더 다가서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읽어볼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지난 한 달 여간, 책의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이번 주 화요일 저녁과, 어제 저녁에 읽었네요. 아무래도 링컨이라는 인물이 드러내는 진정한 가치는 '남북전쟁'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남북전쟁 시대를 그린 중간 이후 부분이 조금 더 집중력있게 읽힌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은 링컨의 평전은 아닙니다. 물론 링컨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지만, 책의 원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1860년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 참가하였던 라이벌들에게서 책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구성이지만, 책의 서두에는 링컨과 슈어드, 헤이스와 베이츠의 입장에서 1860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네 명의 인물의 과거사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배경과 성장과정 및 정치적 성향과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견해를 차근차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굳이 책의 저자가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남북전쟁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남부와 북부의 대립점을 명확하게 하면서, 특히 노예해방 편에 섰던 네 명의 공화당 인물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약간씩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네 사람이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조율하면서 남북전쟁에 북부의 승리를 가지고 왔는지를 잘 드러내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예해방의 견해를 가졌지만, 가장 급진적이었던 헤이스부터 가장 보수적이었던 베이츠까지 조금씩 다른 스펙트럼을 어떻게 조율하고 양보해나가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결국 책이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저자는 팀의 리더인 링컨의 진가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러한 링컨의 진가는 제임스 러셀 로웰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엔 국민을 억압하게 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에 대한 깊은 이해는 가장 큰 정치적 능력이다. (중략) 링컨은 여론과 완벽하게 교감했으며, 적절한 시기를 찾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p635)  
   

링컨은 전쟁의 어려운 국면에서, 신중하게 시기를 조율하고 자신의 내각을 조율하다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시의적절한 결정을 내렸음을 이 책의 모든 부분을 통해 우리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링컨의 탁월한 결정력은 링컨이 여론의 흐름과 시대의 흐름이 가장 적절하게 교차하는 점에서 늘 정확한 결정을 했다는 것으로 입증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링컨의 능력은, 그의 내면에 깊이 자리잡은 헌법의 이상에 대한 신뢰와 끊임없는 신중함, 그리고 그의 정직하고 온화하며 유쾌한 성품 때문임을 책에서는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만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론이 잘못된 방향을 택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정직하게 헌법의 이상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온화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링컨이 재임기간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입니다.


책의 마지막에 링컨의 죽음에 대한 언급, 그리고 링컨과 함께 팀을 이루었던 내각 및 주변인물들에 대한 에필로그는 짧지만 강렬합니다. 특히 전쟁장관 스탠턴이, 앤드류 존슨 - 링컨의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직을 승계한 - 과 대립했다는 짧은 언급 뒤에서, 헌법의 정신 아래에서 남부를 포용하려던 링컨의 정신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존슨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안타까움이 보이는 듯하여 가슴 아팠습니다. 그리고 충성스러웠던 스탠턴이 자신에게 주어졌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급사한 부분까지. 또한 링컨의 저격이 이루어지던 그 시간에 암살 기도 속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슈어드가, 대통령의 죽음을 -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가운데 - 눈치채고 그의 부재를 담담하게 슬퍼하던 장면도.

아, 그리고 시어도어 루즈벨트 시대의 국무장관이었던 존 헤이가, 링컨의 1기 재임기간 동안의 그의 비서였다는 것도 몰랐었네요. (흐음)


이 책을 읽으면서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단지 단호한 결정력이 아니라, 단호한 결정력 이전에 신중하게 여론의 흐름을 찾고, 헌법의 대의와 이상에 따라, 정직하고 신실하게 자신과 자신의 팀을 다루는 것임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말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해보았습니다. :D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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