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조건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 21세기북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집중해서 - 그러나 자그마치 한 달 여의 시간을... - 읽을 수 있었던 책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에 대해서 많은 단편적인 지식들을 가지고 있지만, 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이 책을 취임 전에 읽었다는 외신기사를 보고, '링컨'이라는 인물에 조금 더 다가서보자는 생각에서 책을 읽어볼 시도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절반 정도는 지난 한 달 여간, 책의 나머지 절반 정도는 이번 주 화요일 저녁과, 어제 저녁에 읽었네요. 아무래도 링컨이라는 인물이 드러내는 진정한 가치는 '남북전쟁'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남북전쟁 시대를 그린 중간 이후 부분이 조금 더 집중력있게 읽힌 것은 사실입니다.


이 책은 링컨의 평전은 아닙니다. 물론 링컨에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지만, 책의 원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1860년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 경선에 참가하였던 라이벌들에게서 책은 시작되고 있습니다. 독특한 구성이지만, 책의 서두에는 링컨과 슈어드, 헤이스와 베이츠의 입장에서 1860의 공화당 후보 경선에 대해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네 명의 인물의 과거사로 거슬러 올라가 그들의 배경과 성장과정 및 정치적 성향과 민감한 이슈에 대한 견해를 차근차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굳이 책의 저자가 이런 구성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이 책을 통해 남북전쟁 당시의 정치적 상황 및 남부와 북부의 대립점을 명확하게 하면서, 특히 노예해방 편에 섰던 네 명의 공화당 인물들의 정치적 스펙트럼이 약간씩 달랐음에도 불구하고, 이 네 사람이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조율하면서 남북전쟁에 북부의 승리를 가지고 왔는지를 잘 드러내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예해방의 견해를 가졌지만, 가장 급진적이었던 헤이스부터 가장 보수적이었던 베이츠까지 조금씩 다른 스펙트럼을 어떻게 조율하고 양보해나가는지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이 잘 드러납니다.

그러나, 결국 책이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저자는 팀의 리더인 링컨의 진가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러한 링컨의 진가는 제임스 러셀 로웰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엔 국민을 억압하게 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론에 대한 깊은 이해는 가장 큰 정치적 능력이다. (중략) 링컨은 여론과 완벽하게 교감했으며, 적절한 시기를 찾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p635)  
   

링컨은 전쟁의 어려운 국면에서, 신중하게 시기를 조율하고 자신의 내각을 조율하다가,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시의적절한 결정을 내렸음을 이 책의 모든 부분을 통해 우리는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링컨의 탁월한 결정력은 링컨이 여론의 흐름과 시대의 흐름이 가장 적절하게 교차하는 점에서 늘 정확한 결정을 했다는 것으로 입증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링컨의 능력은, 그의 내면에 깊이 자리잡은 헌법의 이상에 대한 신뢰와 끊임없는 신중함, 그리고 그의 정직하고 온화하며 유쾌한 성품 때문임을 책에서는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다만 여론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여론이 잘못된 방향을 택하고 있다면 신중하게 여론의 흐름이 바뀌기를 기다리면서, 정직하게 헌법의 이상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면서 온화한 마음가짐으로 기다리는 것이 바로 링컨이 재임기간동안 보여주었던 모습입니다.


책의 마지막에 링컨의 죽음에 대한 언급, 그리고 링컨과 함께 팀을 이루었던 내각 및 주변인물들에 대한 에필로그는 짧지만 강렬합니다. 특히 전쟁장관 스탠턴이, 앤드류 존슨 - 링컨의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직을 승계한 - 과 대립했다는 짧은 언급 뒤에서, 헌법의 정신 아래에서 남부를 포용하려던 링컨의 정신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존슨 대통령에 대한 격렬한 안타까움이 보이는 듯하여 가슴 아팠습니다. 그리고 충성스러웠던 스탠턴이 자신에게 주어졌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급사한 부분까지. 또한 링컨의 저격이 이루어지던 그 시간에 암살 기도 속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슈어드가, 대통령의 죽음을 -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가운데 - 눈치채고 그의 부재를 담담하게 슬퍼하던 장면도.

아, 그리고 시어도어 루즈벨트 시대의 국무장관이었던 존 헤이가, 링컨의 1기 재임기간 동안의 그의 비서였다는 것도 몰랐었네요. (흐음)


이 책을 읽으면서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은 단지 단호한 결정력이 아니라, 단호한 결정력 이전에 신중하게 여론의 흐름을 찾고, 헌법의 대의와 이상에 따라, 정직하고 신실하게 자신과 자신의 팀을 다루는 것임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말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강하게 해보았습니다. :D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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