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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 -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한 수학천재들 이야기
스캇 패터슨 지음, 구본혁 옮김 / 다산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주식시장.
우리에게는 매일같이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와 함께 뉴스 하단에 빼곡히 보여지는 시황판의 이미지로 보여진다.
수십년전만에도 주식이란 우리와는 먼 관련자와 돈을 가진 자들의 이야기로만 인식되지만, 최근에는 펀드와 랩어카운트,
CMA 등의 판매 등으로 인해 주식시장은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가치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과 그의 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성공 스토리나 한국판 슈퍼 개미들의 활약, 박경철 의사의
주식 이야기처럼 주식은 일반인에게 꿈과 미래를 가능케하는 금빛과도 같아 보일때가 있다. 하지만, IMF와 신용카드 대란,
모기지론 사태처럼 과도한 주식 매매로 인해 빚을 갚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마는 이야기도 종종 듣게 된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주식 투자를 하는 걸까?
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수시로 기업의 재무상태와 기업운용 실태등을 확인하며 매수 종목을 고른후
장기투자하는 피터 린치나 워렌 버핏의 투자 방법도 있지만, 차트의 변동과 기술적인 분석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법도 있다.
이동평균법, 음봉과 양봉처럼 차트의 구조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하는 방법들은 설명도 그럴듯 하고, 또 많은 성공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과거의 자료에 기반하며, 이를 읽는 자의 주관성이 많이 개입될수 밖에 업는 문제점도 있다.
반면 최근에는 이러한 기술적 분석 방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고주파 거래, 초단타 매매 등과 같은 IT기술을 이용한 거래 기법과
수학적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 방법까지 사용되고 있다. 일명 프로그램 매매, 금융 공학, 퀀트 라고 불리우는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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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00년대 주식 시장의 한 축을 형성한_아니 실질적인 지배자였던 금융공학에 기반한 퀀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모건스탠리, JP모건, 베어스턴스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투자금융회사들과 퀀트들의 활약상(?). 그리고 주택저당증권, 신용
부도스왑 등의 붕괴 과정을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각종 금융상품 또는 재무관리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에게는 블랙-
숄즈 모형과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 사태, 주택저당증권 상품이나 스왑 상품등의 구조가 생소하게 느껴져 쉽게 읽혀지지 않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흥미진진한 이야기처럼 들릴수도 있을 것이다.
첫장은 퀀트들의 성장과정, 특히 금융공학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모건스탠리 내부 헤지펀드의 대표라는 피터 멀러. 예전에 외국계 대형 투자금융사에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사내펀드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일반상품이 아닌 신종 파생상품이나 특정 고객을 위한 소규모 투자집단이 바로 그것이었다. 사실
수학적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는 시시각각 시장의 평균가격과 선물가격과의 차이를 이용하여 무위험 차익거래를
통해 수익을 얻는데, 바로 그러한 방법들이 퀀트들이 즐겨하는 매매였다.
이어서 소개되는 퀀트들의 경이로운 수익율은 대수의 법칙과 반복된 프로그래밍을 통해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어 투자한 결과였는데
솔직히 말해서 대단했다. 언제나 시장의 최적가를 산출해내고, 그 주식이 평균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를 구하면, 항상 수익을
거둘수 있는 매수, 매도시점과 가격을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보면 그들이 특히 카지노를 비롯한 도박에 능했음을 알수 있는데,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때 그들은 수학적 능력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실력으로 무장된 준비된 갬블러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에 소개되는 부채담보부 증권에 대한 설명은 퀀트들의 특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상품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부도가 날것이냐 나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베팅이었기 때문이다. 기업 대출, 카드 대출, 모기지론 및 학자금 대출까지 각종
부채에 대한 권리를 모아서 쪼개서 나누어 다시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 상품은 원래의 채무가 무언지도 모른채, 유통되고
또 유통되고 있는 것이었다.
은행의 대출금을 제거하고 BIS 비율을 높일수 있는 방법에서 출발한 금융기법은 이러한 기괴스런 상품을 만들게 된 것이었다. (이
부분은 드라마 마이더스에서도 유사한 방법으로 소개되고 있다. 특수목적 회사를 설립했다는 점에서 조금은 차이가 있지만..) 그렇
다면 그 리스크는 은행에서는 제거되었다 하더라도, 과연 누구에게 전이될 것인가? 은행이 급하게 자금이 필요했고, 또한 대출금이
상환가능성이 100%라면 서로 윈윈하는 좋은 거래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품들이 폭증하고, 사회경제적인 외적 변수가 작용
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가정들은 뒤섞여 버리고 만다. 블랙 스완이 나타난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는 미국 금융위기의 생생한 모습과 각종 금융상품들의 붕괴장면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물론 마지막 문구는 여전히 우리에게 작은 경고를 전달한다. 여전히 퀀트들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