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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혁명 - 신화의 경제학에서 인간의 경제학으로
데이비드 오렐 지음, 김원기 옮김, 우석훈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만약..
은행 통장에 현금이나 유가증권의 형태로 수억 원이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책을 덮어도 좋다. 그 정도의 경제적 능력이 있다면
홍수가 아니라 대 홍수가 온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몸을 지키기에 충분한 능력을 지녔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저축액이 빈약
하다거나 혹시라도 채무자의 입장이라면, 딱 하루만 빼서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길 바란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최근 들어 경제학 도서가 많이 쏟아져 나오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적 상황_이를 테면 자신의 자금 수급 상황이나
수입과 지출의 현황, 예금과 적금과 펀드 따위부터 시작하여 대외 경제가 변함으로써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물가, 유가 등_
을 알고 싶어하며, 부동산과 은행, 증권과 관련하여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외치지만, 언제나
느껴지는 건 물가의 상승과 실질 임금의 하락. 그리고 늘어만 가는 양극화의 그늘 등이 그러한 관심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부자들의 기부 문화의 활성화 및 올바른 납세 문화의 정책 등이 조금씩 정착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원하는 기대치에는 못미쳐 보인다. 한국의 경제성장이 일부 지도자들의 리더쉽과 일부 유능한 기업가들의 도전 정신,
그리고 대다수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일테고...
한국의 유명한 대기업이 해외에서는 인정받고, 또 선진 경영 사례로도 소개되고는 있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일정부분 반감을
살수밖에 없는 부분이 바로 그러한 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아이러니한 경제적 상황이 비단 한국의 문제만이겠는가? 18세기 및 19세기 영국문학을 보면 산업혁명과 자본화의
그늘아래 펼쳐지는 잔혹하고 슬픈 현실들이 담담하게 소개되고 있으며, 지금 현재 고성장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브라질
에서도 양극화와 같은 경제적 문제는 심각한 문제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한국이 더 나은 상황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느냐 하는 방향성의 고민이 남았고..)
9.11 테러와 미국의 모기지론 사태로 촉발된 세계 경제대국인 미국의 위기는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이미 몇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잔여는 남아서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뉴스에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그리스 사태 역시
주목해야 하는 이슈이다. 이미 어느정도 동행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특성상 한곳의 위기는 재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전이되기
마련이기에...
저자인 데이비드 오렐은 경제적 위기를 아래의 10가지 원인을 통해서 찾아보고 있다. 시스템 공학적인 접근도 상당수 있어서
쉽게 읽혀지기엔 어려움이 있지만, 경제학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현재의 문제점을 인식하고픈 사람들에게는 강추
하고픈 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저자가 책의 곳곳에서 강조하는 사실중의 하나가 바로 시스템의 유기적으로 결합된 사회로서의 경제이다. 단순한 수학
방정식으로 표현된 경제.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의 도표아래 인간 경제의 군상이 담겨질수 있다는 단호한 착각.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합리성을 강조하는 인간에 의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리라는 순진한 믿음까지..
과연 시장은 스스로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가? 후생경제학에 지겹도록 등장하는 왈라스 균형과 파레토의 이론은 결국
시장 경제는 완전한 균형 경제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도 타인의 효용과 나의 효용을 감소시키지 않을 수 있는
절대점을 향해 말이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우리 인간은 수십만개의 세포가 살아 움직이는 종합적인 유기체이다. 지금 리뷰를
쓰는 나의 신체에서도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신체에서도 수많은 신진대사와 보이지 않는 활동을 통해 움직이고
생명을 영위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매커니즘에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에서는 고열, 기침, 피곤함 등의 신호를 발산하고
이를 인지한 우리의 뇌의식이 적당한 휴식과 먹을거리, 그리고 즐거운 생각등을 통해 다시 정상으로 조절하게 하고..
경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시장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변수와 요소들에 의해 움직이며 이렇게 다양한 힘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되며 살아 숨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이 다가오기도 하며,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의한 불안정함과 혼돈은 필수적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인간의 감정은 자기 자신의 기분과 감정, 주변 동료와의
관계에서의 선호의 변화, 사회적 지위와 집단에서의 영향력에 의한 수요의 탄생, 마케팅과 사회적 이슈에 기반한
트렌드까지.. 통제할수조차 없는 수많은 연결고리들이 서로와 서로에게 이어져서 우리가 바라보는 경제적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경제적 요소를 순수물리학의 원자의 구조처럼 쿼크까지 분리해내어 하나하나를 조명하여 그것의 실체를 밝힐수 있다면
모두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그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수 없다" 던 뉴턴의 말처럼 말이다.
모든게 주류 경제학 탓이라며, 새로운 경제학을 부르짖는 데이비드 오렐.
물론 과거의 수많은 경제학자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던 사회경제학자들에게는 죄송한 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만, 새로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다보면, 정답을 말해주지는 않는 저자의 주장에 의구심을 가질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실, 경제학이란게
어떠한 정답을 말해줄수 있지는 않기에 허무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부는 자신이 지켜야 하며, 세상에서 마치
정답처럼 일컫어지는 각종 경제이론을 덜컥 믿지는 말기를 원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어떤식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