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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 - 융합과 혁신으로 미래를 디자인하는 MIT미디어랩 이야기
프랭크 모스 지음, 박미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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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등장했던 첨단 기술과 신경과학에 대한 내용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놀라웠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가 개발되고, 유리를 모니터처럼 쓸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었거나, 개발 중이라는 기사를 본 사람이라면 이제 이러한 기술들이 언젠가 우리앞에 나타나겠구나 하고 기대할 것이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21세기에 관한 공상과학만화 속 현실처럼 갑자기 "짠" 하고 등장하진 않았지만 어느사이에 우리곁에 익숙한 기술로 다가와 있음을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느끼고 있다.

 

어제 읽었던 "포스트 스마트 폰, 경계의 붕괴(위즈덤하우스/김지현 저)"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 그리고 SNS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었다면, 오늘 읽은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은 혁신의 선두에 서 있는 MIT의 미디어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아직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기술은 아니어서 익숙하진 않겠지만, 한번 쯤 영화나 뉴스를 통해 접해본 아이템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기술에 관한 책이니만큼 조금은 딱딱하거나, 또는 학술적인 이야기로 가득차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기우였다. 이 책 전반을 덮고 있는 핵심은 바로 "휴머니즘"과 "열정", 그리고 "긍정의 에너지"였다. 먼저, 이 방대한 연구소는 많은 기업들의 간섭없는 후원아래 이루어진다. 기업의 주문에 의한 기술 개발이 아닌 개발자들의 아이디어와 창의력에 기반한 연구인 것이다. 기업들은 미디어랩에서 발명된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자유로이 이용함으로써, 그 후원에 대한 대가를 얻는다. 레고의 마인드스톰 로봇이나 안전한 에어백, 그리고 편안한 의족 등이 바로 그 산출물의 예이다.

 

미디어랩은 또한 개발자들에게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보장한다. 그리고 아이디어로만 그치는게 아니라 직접 시연하고 제품을 만들어보게 한다. 각종 도구와 기계, 첨단 과학 장비를 통해 개발자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볼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잦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쳐,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고, 판매 가능한 제품으로서 시장에 나오게 된다. 학과제를 폐지하고, 자유로움과 재미를 보장하는 - 이건 개발자들 스스로가 자유로움과 재미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간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분위기 속에서 미디어랩에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또는 미리 안될꺼라고 단념했었던 아이디어에 대한 다양한 산출물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거부당하고, 안될꺼라고 생각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개발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것이 바로 열정과 긍정의 힘이다. 131페이지에는 이를 "고된 즐거움"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실제로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진들과 사례들은 이들이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알수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바로 "휴머니즘"이다. 가족과의 대화, 단절된 사람들과의 연결, 장애인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자는 문제의식에서 수많은 기술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자폐증 치료를 위한 모니터링 과정이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발 등은 차가운 금속으로 보여지는 미디어랩의 따뜻한 마음을 엿볼수 있게 한다.

 

책을 읽으면서, 아직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수 없었던 것들이 많아 조금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스마트폰처럼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다가오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어렸을적 읽었던 과학만화속 장면들이 자연스레 우리 주변에서 오버랩되듯이 말이다.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들은 많지만 자신의 호기심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혁신가"는 적으며, 자발적 동기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젊은이들은 많지만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고 자발적 동기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성공할때까지 몰입하는 "창의적인 리더"는 많지 않다."      - 서문 중에서(정재승 교수)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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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27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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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스마트폰, 경계의 붕괴 - 3년 후 IoT 전쟁, 모든 것이 ON되는 세상이 온다
김지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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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전후로 하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로 꼽을 만한 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람들마다 다양한 답변을 하겠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을 꼽고 싶다. 삼성과 애플과의 양강 구도와 스마트폰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전자 기업들의 몰락. 그리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톡과 같은 SNS의 등장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지하철을 타도, 길을 걸어도 그리고 커피숍에 가도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만 봐도 이미 우리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전 LG경제연구원에서는 이제 스마트폰 시장도 과거의 피처폰 시대처럼 더 분화된 상품 카테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보고서가 발간되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이고, 갤럭시S4와 아이폰5만 보더라도 스마트폰 그 자체에서 경쟁을 하는 양상이다. 즉, 더 이상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없는 상태인 것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이후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스마트폰 시장의 카테고리 분화, 신제품의 기능 추가와 디자인의 변화와 같은 지엽적인 변화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줄 만한 것 말이다. 예전에 책에서 보았던 신경과학, 유전공학과 IT기술의 결합 등이 그 예가 될수 있겠고, 가까이는 LBS - 위치기반서비스와 구글글래스와 같은 것들도 새로운 변화를 가능케하는 서비스와 제품이라 생각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의 핵심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 향후 ICT 변화의 핵심 축은 모든 사물에 컴퓨팅과 네트워크 기능이 탑재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Internet of Things(IoT)의 시대...."

 

"새로운 ICT 기술은 기존 ICT는 물론이거니와 전혀 관련 없을 것처럼 보이는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며 10% 가량의 이익을 챙기던 제조업의 비즈니스는 이미 진부하다. 제품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모델로 변화해야 살아남는다. 구글, 애플, MS와 같은 서비스 사업자들이 제품을 제조하기 시작하면서 제조업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을 보라. 수많은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 ICT가 0차 산업이 되어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위의 문구는 모두 서문에서 소개된 글인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 문구는 우리 사장님께서도 자주 말씀하시던 부분이라 더 공감되는 부분이다. 즉, IT기술 자체로 승부하는게 아니라 모든 산업, 모든 제품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Base로서의 의미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핵심적 지위를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서 향후 IT 시장에서의 향방이 갈리지 않을까 한다.

 

또한 연결되어 있음의 중요성, 개방을 통한 플랫폼, 공유와 나눔의 가치를 통한 시장 규모의 증대 등도 저자가 강조하는 중요한 IT트렌드의 핵심이다. 물론, 앞에서 소개된 것들을 행함에 있어서, 무조건적 개방이 아닌 영리한 개방이나 접점을 먼저 차지하는 것과 같은 주도권 싸움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책에서도 저자가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니 유의해서 읽어야 할 부분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겠지만, 애플과 구글이 그랬고, 네이버가 그랬다. 그리고 최근에는 카카오톡이 그러한 행보를 걷고 있고. 바로 IT트렌드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이다. 이들은 경계가 없고,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시장 침투에서 시장 창출로, 그리고 관련분야에서 비관련분야로 자연스레 발을 넓히고 있다. 모두 ICT기술에 기반해서 말이다. 스마트폰의 앱과 웹은 서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블로그는 위젯을 통해 서로 서로 연결된다. 한쪽의 성장이 다른 쪽의 성장을 가져오면서 더 큰 생태계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보안상의 위험성과 개인 정보의 유출, 빅브라더의 논란 등이 있지만 여전히 IT기술은 우리 생활의 핵심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더 진화하고 있고. 저자는 융합적 사고와 지속적인 자기계발, 그리고 꾸준한 정보 습득을 통해 다가오는 변화에 대비하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화 되어가는 IT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끝에 소개된 저자의 조언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의 핵심적 문구인 듯 하여, 옮겨적는 것보다는 직접 읽어보는게 좋을 듯 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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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자기계발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지금 당장 이 불황을 끝내라. : 폴 크루그먼 교수의 신작. 몇년간 계속되어온 경제위기에 대해서 이야기만 하지 말고, 이를 막아보자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는 책.

 

2. 에릭 슈미트의 새로운 디지털 시대 : 이번에 읽은 "디지털 시대의 마법사들"의 연장선에 있는 책이 아닐까라고 생각되는 책. 무엇보다 혁신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구글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하니 더 흥미가 간다.

 

3. 금의 홍수 : 통화와 금융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금. 최근에 금값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이것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이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그러한 통찰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4. 한중일 경제 삼국지 : 한중일의 역사는 근대에 들어서 더욱 치열해진 양상이다. 정치적 문제 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그러하다. 전 관료 출신인 저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삼국의 경제 전쟁과 전망에 대해 알아보자.

 

5. 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KAIST의 석학들이 지었다고 해서 관심을 두었던 책이다. 에릭 슈미트의 새로운 디지털 시대처럼 다가올 향후 과학기술에 대해 알수 있지 않을까 하여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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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6 11: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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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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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차분해 지는 소설이다. 무거워서 가라앉는게 아니라, 가벼워져서 살포시 내려앉는다. 내려앉아 한자리를 덥썩 차지하는게 아니라 향기처럼 공간을 채워주는 느낌이다. 행복한 느낌이 물을 등뿍 먹은 붓처럼 하얀 도화지에 살며시 번진다. 그래, 이게 바로 편안함이고, 적막함이 아닌 고요함이다.

*

처음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을 읽은 건 N.P.였다. 근친상간, 자살과 죽음과 같은 독특한 소재와 줄거리는 다른 소설에서는 볼 수 없던 맛이었다. 다른 작품인 티티새, 키친, 도마뱀 등도 조금 어두운 느낌의 전개가 많아서 쉽게 읽혀지지는 않았다. 어렵다기 보다는 다가가기가 어렵다는 느낌.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언제나 그녀의 소설을 읽고 나면 묘한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느낄수가 있다. 암울한 소재 때문이 아니라,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하게 한다. 책장은 덮었지만, 그 다음이 현실속에서 계속해서 이어질것만 같은 느낌 말이다.

*

이 책은 총 5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유령이 나오는 집을 매체로 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 시간을 초월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적으로 표헌한 "유령의 집". 삶에 있어서의 큰 상처로 인해 자신을 감싸고 있던 묘한 어둠을 날려버린 이야기인 "엄마". 짧았지만 쉽게 이해되진 않았던 "따뜻하진 않아""도모 짱의 추억". 마지막으로 잠시나마의 추억과 편안한 배려의 매력이 사람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추억이 됨을, 그리고 행복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마지막 골목의 추억" 까지. 모든 이야기가 다 마음에 들었다.

 

최신작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전 작품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듯 했다. 그동안 죽음과 상처, 인간 관계의 비뚤어진 모습, 그리고 검은 안개처럼 느껴지던 묘한 분위기의 전작들과는 달리 더 맑아지는 하늘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기존의 어두웠던 소재들이 등장하지만 이는 이 책의 메인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이겨내는 극복의 대상. 그냥 쿨하게 잊어버릴 수 있는 대상일 뿐이다. 그녀의 작품들 중에서 해피엔딩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것들이 많았는데, 이번 이야기는 우리 스스로가 스스로를 이겨내는 진짜 "해피엔딩"으로만 가득차 있다.

 

또 정적인 시간의 소중함, 자연을 느끼며 공간과 함께하는 시간들의 편안함을 묘사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그것이 빛나게 됨을 치유의 과정으로 표현하고 있다.

*

몇 달전에 팀 버튼의 전시전을 구경했었다. 암울한 이야기와 독특한 소재로 주목받았던 그의 작품세계를 자세히 엿볼수 있던 기회였는데, 초기 작품과 후기 작품들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초기에는 어두움이 지배하고 있었다면, 후기로 갈수록 그것은 소재의 대상이 되거나 이를 극복한 따스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이겨낸 걸까. 아니면 타인이 해결해 줄수 없는 팀 버튼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낸 걸까. 마치 이번 이야기처럼 말이다.

 

아무 것도 아닌 걸 아무렇지 않게 잊어버리는 사람. 아무일도 아니었지만 스스로의 자기 반성 때문에 고민하고 해결하려 했던 사람.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처럼 이겨낸 사람. 타자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한 사람. 치유는 한번 뿐이고, 그 기억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극복이다.

 

행복. 짧은 기억들. 그리고 순간의 빛남. 치유. 정적인 시간의 연속. 함께 함으로써 행복해진다는 것까지.

 

한 번 더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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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 예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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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먹는 것이 아닐까 한다. 수면, 사람들과의 대화와 함께 기본적인 생존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만남과 이야기에 바로 식사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누군가와 만나자고 할때, 또 어디에 여행가자고 할때 항상 등장하는 주제는 바로 먹을 곳이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 어느 가게가 맛있다더라, 밥이나 같이 먹자 와 같은 말들 말이다.

 

 

인간이 먹는 것들이 바로 내 몸을 이룬다는 생태학적 설명도 "먹는 것"의 중요성을 한번 더 상기시킨다. 매일 죽은 세포들이 떨어져나가고 새로운 세포들이 생겨나듯이, 그리고 새로운 피로 내 혈관이 채워지듯이, 우리가 먹은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가 우리 몸을 매일 매일 새로이 채워 나간다. 그러기에 우리가 먹은 것들은 지금 우리의 몸을 구성하고, 또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게 되는지를 보여주는게 아닐까 한다.

 

 

*

 

 

이 책은 노어노문학 교수님이신 석영중 교수의 책이다. 러시아 문학을 음식의 맛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한번쯤은 들어봤고, 또 접해보았을 톨스토이, 푸슈킨,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의 맛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저자는 서문에서 음식을 통해 러시아 문학의 세가지 코드를 강조하고 있는데, 여기서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남의 것과 나의 것의 대립.

2. 종교와 관련된 음식의 기호적 의미

3. 1917 혁명을 뒤로한 옛 음식과 구 음식간의 갈등

 

 

특히, 책에서 많이 언급되는 것이 바로 1번과 3번을 묶은 양자간의 대립과 조화가 주요 코드로 등장한다. 이는 러시아 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개념인데, 이는 근현대 러시아 문학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사실, 러시아(모스크바)는 18세기 전까지는 유럽에서 제외되었던 공간이었다. 동로마 제국(비잔틴 제국)의 영향아래에서 그리스정교를 국교로 채택하였고, 몇백년간은 몽골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그리고 중동 지역의 수많은 제국들과 교류하고 영향을 받은 탓에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가 혼재된 상태였다.

 

 

하지만, 표토르 대제의 상테페테르부르크로 천도 이후 러시아에는 유럽(프랑스,독일 등)의 문화가 급속히 전파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옛 러시아의 문화와 새로운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갈등, 유럽의 문화와 기존 러시아 문화와의 갈등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

 

 

많은 작가들은 이러한 갈등, 특히 그 중에서도 음식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푸슈킨은 대문호답게 진정한 러시아문화의 사랑은 외국의 것을 버리는게 아니라 끌어안는데 있다고 보았다.(54페이지) 즉, 자신의 것을 풍요롭게 하는데 있어서 타자의 것을 수용하고 관대하게 대하는데 인색하지 않는다는 것을 푸슈킨은 보여주고 있었다. 책에서는 푸슈킨의 "예브게니 오네긴"을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는데, 그에게 있어서 러시아 음식과 프랑스 음식은 갈등의 대상이자, 반감을 가질 만한 요소는 아니었다. 이 들의 - 자연스런 - 조화,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나열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나친 수식어도 없고, 모호한 부분도 없고, 그러면서도 생생하다. 분명하고 단순하고 간결하다. 그래증이 나지 아무리 읽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고골은 이와는 반대로 엄청난 대식가였다고 한다. 하긴 예전에 읽었던 고골의 단편인 "외투"와 "코"를 떠올리자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등장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그는 말년에는 식음을 전폐하고 영양실조로 운명을 달리했다고 한다. 영혼의 양식을 위해 육체의 양식을 완전히 버린 결과(153페이지)라는 저자의 설명이 와닿는다.

 

 

또한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에서는 러시아 혁명과 빈곤함, 그리고 빵이 상징적인 소재로 등장한다. 소박한 식사와 어려운 농민들의 생활은 마치 일제치하의 한반도와 만주의 우리 민족들의 빈곤한 삶을 연상케 하는데, 그래서인지 근현대 러시아 문학은 마치 남일 같진 않다. 묘한 정서적 동질감을 항상 느끼곤 한다.

 

 

*

 

 

어떤 대상을 이해하고, 그 것을 알기 쉽게 풀이하고 설명해 주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것을 다른 분야의 소재에 빗대어서 이야기해 준다는 건, 깊은 학문적 식견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책이 아닐까 하고 - 감히 - 말해 본다. 러시아 문학에 대해 더 깊게, 그리고 더 넓게 생각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대학교 노어노문학 관련 교양 강좌에서 교재로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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