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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 -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9월
평점 :
오랜만에 에코 멤버들과 함께 등산을 다녀왔다. 장소는 영남알프스 9봉 중의 하나인 고헌산. 전날까지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당일 날씨는 좋았다. 지난번 부모님을 모시고 천황산과 재약산에 올랐을 때는 날이 너무 안 좋아 조금 힘들었었는데, 오늘은 산바람도 불었고 햇살도 좋았다. 저녁에 뉴스를 보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제가 가장 더운 10월 날씨였다고 한다. 약 1,000미터 정도 되는 산 정상에는 영남알프스 인증을 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고, 정체 모를(?) 염소도 여섯 마리 정도 있었다. 인증샷을 찍고 자리를 잡아 앉으니 염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내 팔과 바지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가져온 포도를 잘 먹길래 몇 개를 더 주고 나서, 멤버들과 나머지 인증샷을 찍었다. 내려와서는 백숙에 달짝지근한 빵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개운하다. 운동을 하고 나면 많이 피곤할 것 같지만, 빡세게 PT를 받는 게 아니라면 오히려 활력이 넘친다. 믹스 커피를 타고 나서 자리에 앉아, 아직 못다 읽은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의 <어른이라는 진지한 농담>이란 책을 읽었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품위를 지키는 27가지 방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인데, 진짜 어른이 되는 법과 좀 더 고귀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우아하면서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저속함이 매력이 되던 시절은 끝났다고 한다. 오히려 오랜 시절부터 전해내려오던 가치를 지키고 실천하는 것이야말로 더 멋지고 반항적인 태도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기사도의 매력은 우아함 속에 강력한 저항의 몸짓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꾸준한 연습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다고 한다.
에우다이모니아(eudaemonia)적인 삶이란 말이 있다. 이는 부단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삶을 가리킨다. 꾸준히 성장하고, 끝없이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과정이라 보면 된다. 저자는 이를 덕스러움을 추구하고, 충만하고 행복한 삶으로 연결 짓는데, 이 책을 아우르는 큰 그림이라고 봐도 되겠다.
또, 무심한 듯 몸에 밴 격식이 그가 살아온 삶의 과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현명함과 유머 감각, 열린 마음과 자족, 격식, 겸손, 동정심, 친절 등은 모두 꾸며낼 수 없는 내재화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이때 중요한 요소가 바로 양 극단이 아닌 가운데의 덕을 지키는 것이라고 한다. 중도·중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개념인데, 관대한 너그러움이나 때로는 자신을 낮추면서 던지는 유머 등이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게으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여유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고, 자유분방함이 넘치는 이 시대에서는 때론 전통적인 규칙을 고수하는 게 더 멋진 일일 수도 있다. 끝으로 권위가 아니라 품위를 가진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되새기면서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