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 - 역사학자가 파헤친 환경 파괴의 시작과 끝
마크 스톨 지음, 이은정 옮김 / 선순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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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기후 변화와 관련된 도서를 많이 받아서 읽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당신이 모르는 진짜 농업 경제 이야기>와 <세계미래 보고서 2025~2035>는 기후변화를 농업 경제와 미래 예측이라는 테마로 연결하여 설명하는 책이었다면, 이번에 읽은 <거의 모든 것을 망친 자본주의>는 인류사적 관점에서 자본주의로 인한 폐해를 다루고 있다. 주류 학파는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콘텐츠와 방대한 역사적 지식 그리고 세계사를 아우르는 관점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던 책이다. 부연하자면 그레이엄 핸콕의 책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가 주류와 맞지 않다고 이야기할 순 있지만 그의 주장과 이야기들 그리고 탐사 노력을 결코 낮춰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나는 그레이엄 핸콕의 팬이다!)

한 줄로 말하자면 이 책은 녹색경제사, 녹색세계사다. 물론 이 말로 이 책에 담긴 모든 내용을 표현할 수는 없지만 - 요즘에는 워낙 간단하게 말하고 그렇게 말해주는 게 트렌드(?)다 보니 - 대략 어떤 내용일지는 감이 왔으리라 생각된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 원숭이로부터 진화했든지, 누군가에 의해 설계되어 만들어졌든지 간에 - 시장 경제와 자본주의가 함께 했다고 한다. 이는 마르크스 자본주의와도 통하는 듯한데 여기에는 항상 자연을 이용하여, 자연을 파괴해 가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아주 옛날에는 인간 사회의 규모도 작았고 사용하는 도구들 역시 제한적이었기에 파괴되거나 상실되는 자연환경의 규모 역시 미미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고 부족이 생기고, 인구가 증가하면서 그 파괴 규모는 커졌다고 한다. 한때는 푸른 녹지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던 공간인 중동과 사하라 사막의 옛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이해가 갈 것이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은 학자들이 인류세의 시작으로 보는 기점이라고 한다. 여기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지 개척과 금과 은의 채굴 등이 본격적인 대규모 지구 파괴(?)의 시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상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면 좋은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과 자연환경 파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산업혁명과 세계 1·2차대전을 끝내고 미국이 세계경제의 중심에 서면서 소비 자본주의가 등장한다. 소비 자본주의는 신용카드와 부채로 쌓은 자산 소비로 설명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자연 파괴는 한 번 더 가속화한다. 사람들이 필요보다 더 많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소비 자본주의로 인해 자원은 고갈되고 생물 다양성은 상실되어 갔다. 또 이와 함께 인권 유린이나 노동자들의 피해 역시 커져만 갔고.

안타깝게도 이 같은 거대한 흐름을 단번에 바꿀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이러한 자연 파괴의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 그 대안에 대해서는 많은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의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문구가 바로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바로 계속해서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것. 파괴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소비 자본주의 활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기후 위기와 지구환경 파괴의 역사를 크게 그리고 넓게 배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유용한 도서가 되리라 생각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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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미래보고서 2025-2035 - 미래 10년의 모든 산업을 뒤흔들 기후비상사태
박영숙.제롬 글렌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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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지난 도서 <세계미래보고서 2024-2034>에서는 인공지능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국제적 협의체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한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인공지능이 지금은 ANI 수준이지만 곧 AGI로 향해 갈 것이며 오는 2029년까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고 이 책과 함께 연결 지어 설명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시대 도래에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 그리고 개인적인 준비 사항들도 인상적이었는데 보통 우리는 이런 것들을 귀찮아하고 - 많은 회사원들이 숫자만 나오면 모르겠다거나 이건 재무 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 회피하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번 도서 <세계미래보고서 2025-2035>에서는 인공지능기후 비상사태라는 두 가지 테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데 여기서 기후 비상사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기후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다만 제목을 이렇게 바꾼 건 기후변화라는 말이 가져다주는 여유로움이 심각한 위기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라 기후 위기 또는 기후 비상사태로 사용하기로 한 영국 가디언지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남극 대륙의 둠스데이 빙하라고 불리는 스웨이츠 빙하가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이 최대 60cm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한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스웨이츠 빙하가 막고 있는 다른 얼음들까지 녹게 되면 최대 3m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북극에서는 거대한 싱크홀로 불리는 바타가이카 분화구가 매년 커지고 있는데 지금은 약 1km의 길이까지 확장되었다고 한다. 글로벌 기후협약에 따라 1.5도 또는 2도 이내로 온도 상승을 멈추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지만 실제로 3도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AI 기술과 다양한 전 지구적 협의체 그리고 다각적 노력을 바탕으로 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먼저 AI를 통해 빙산의 녹는 현상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으며, 이외에도 산림 벌채나 해양 오염, 기후 재해를 관측하고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탈탄소를 위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과 방법론도 지원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드론을 활용한 기후 변화 감시와 탄소 포집 및 저장기술(CCS)의 발달, 스마트그리드 확대 등도 기후 변화 아니 기후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 분야는 반복적이거나 창의적인 분야 모두에 걸쳐 대체가 나타나고 있으며 AI 자체가 일자리를 뺏는다기보다는 AI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경쟁이 중요해진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경영진도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며, 법조계와 의료계는 AI에 의해 대체되는 부분이 더 구체적으로 소개되고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기후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과 인터넷상에 확산되는 콘텐츠 질 저하나 죽은 인터넷 이론 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 커즈와일은 후속작 <특이점이 더 가까이 온다>를 통해 인공지능의 발전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며 더욱더 명확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로봇 공학의 발전과 의료 산업의 발달 등도 이와 함께 인공지능 시대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고.

나 역시 최근에 의도적으로 AI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보고 있는데 확실히 작년보다는 더 나아졌음을 느낀다. 특히 신문기사 요약이나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한 발표 개요 짜기 등을 지시했을 때 확실히 그럴듯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출처에 대한 정확성을 담보할 수 없으며 내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한 아웃소싱 개념으로 활용할 경우 - 즉 내용의 정확성과 방향에 대한 통제가 가능한 경우 -에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후변화 아니 기후 위기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과 학습은 앞으로는 필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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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강점을 비싸게 팔아라 - 차별화된 강점으로 돈 버는 커리어를 만드는 기술
간다 마사노리.기누타 쥰이치 지음, 김윤경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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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빠르게 저자들에 대한 소개부터 알아보자. <당신의 강점을 비싸게 팔아라>의 저자인 간다 마사노리는 조치대를 졸업하고 뉴욕대 경제학 석사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리고 일본 외무성 경제국에서 근무했고 GQ JAPAN 선정 일본 최고 마케터, 2012년 아마존 연간 비즈니스 도서 랭킹 1위 달성 등 다양한 활동과 성과를 보여준 분이다. 또 공동 저자인 기누타 준이치는 일본제철에서 기획부장까지 근무하고 마케팅 카피라이터이자 회사의 대표로 일하고 있다.

보면 알겠지만 저자들의 이력이 꽤나 화려하다. 저자들은 이 책에서 그동안 자신들의 마케팅 노하우를 개인의 강점 계발과 브랜딩에 활용할 수 있는 AMM 도구를 소개하고 - 비영리적 목적하에 - 독자들에게 자유롭게 알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AMM은 어빌리티 마켓 매칭의 약자로 자신의 강점을 높이 평가하는 시장을 명확히 파악하여 최고의 금액으로 팔 수 있는 결합에 대해 알려주는 도구이다. 간단히 말해 커리어 디자인 툴인 셈이다.

일단 상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상대가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명확하지 않은 추상적인 이야기 - 보통 이 경우는 그 사람이 잘 모르거나 또는 본심을 숨기고 있는 경우, 딴 생각인 경우가 대다수다 - 라면 곤란하지만, 일단은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다.

다음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이 책에는 이를 위한 방법툴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할 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자신의 이름을 적어 보고 나서, 자신에게 있어 최고의 일은 무엇인지를 고민해 본다. 이어서 지금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적어보는데, 이때 중요한 건 어떤 스킬과 기술, 지식을 가지고 그 일을 하고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분명 또 다른 어필 포인트를 발견하게 될 것이므로. 이어서 그 일에 대한 실적과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차례대로 적어본다. 그리고 나머지는 이 책을 통해서 더 찾아가면 좋을 듯하다.

남들과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면 이를 잘 네이밍 해서 독특한 무언가를 어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게 바로 저자들이 말하는 AMM의 핵심 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 이 책 뒷부분에는 이를 위한 또 다른 방법론과 샘플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으므로 유심히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확실히 백지에 기본 폰트와 글자 크기 만으로도 눈에 잘 들어오는 도안이 등장하고 있어 더 믿음이 가는 부분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브랜딩을 통한 퀀텀 리프, 퀀텀 점프하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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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아제 바라아제
한승원 지음 / 문이당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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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님의 아버지이자 소설가인 한승원 님의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읽었다. 우리에게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나는 이름만 들어봤기에 사실상 이번에 처음 이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두꺼웠고 다루고 있는 주제 역시 쉽지는 않았기에 생각보다 읽는 데 시간이 걸렸던 책이기도 하다. 평론의 말을 빌리자면 대표적인 구도 소설이라 할 수 있는데, 나에게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나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을 우리나라의 전통적 버전으로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본 느낌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처음 이 소설은 <비구니>라는 영화 제작과 함께 추진된 이야기였다고 한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자세한 내막은 서로의 말을 들어봐야 하겠지만 영화는 임권택 감독이, 책은 저자가 불교 월간지에 연재하면서 일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불행하게도 영화 <비구니>는 중단 - 후에 부분 복원판으로 개봉되었다고 한다 - 되었지만 글은 연재한 것을 묶어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출간되었다. 참고로 책 제목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는 범어로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자는 깨달음을 향한 발걸음을 나타낸다고 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은선 스님의 두 제자 진성과 순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여승이 된 진성과는 달리 삶의 우여곡절을 겪은 순녀는 진성과는 달리 절을 떠나 속세 여기저기를 떠돌게 된다. - 참고로 영화에서는 강수연 배우님이 순녀 역을 맡았다. - 이미 순녀는 아버지의 입적과 학교에서의 선생님과의 그릇된 소문 그리고 안 좋은 일도 있던 터였기에 절 생활도 쉽지 많은 않았다. 한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또 다른 누군가와는 동거를 하지만 그의 죽음을 겪게 되기도 한다.

은선 스님이 열반에 이를 무렵 순녀는 다시 절에 돌아오지만 절의 다른 여승들로부터 외면당한다. 하지만 스님의 사리를 받은 것은 바로 순녀였고 은선 스님이 진실로 마음을 준 건 바로 순녀가 아니었다 생각된다. 그리고 순녀는 은선 스님의 사리를 챙겨 다시 절 밖으로 속세로 나아간다.

단편을 모아 책으로 펴낸 것이라 각 단락마다 내용을 이해하면서 읽기가 수월했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었다만 우리나라 근대 역사와 조선말 이야기 그리고 어렸을 때 읽었던 국문학에서의 모습들도 등장해서 불교 소설이라는 점이 낯설지 않았다. 삶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지만 결코 거기에 함몰되어서는 안되며 계속해서 깨달음을 배워가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알려주는 것 같았다.

어리석은 자들에게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한다. 진리와 같은 무언가를 전달하기 위한 방편 그 자체를 진리라 믿는 사람들에게는 오해를 넘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깨달음의 길을 걸어가는 것은 참된 자유인이 되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느낀 니체와 카잔차키스의 향이 결코 우연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에는 한강 작가님의 책 두 권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으로 하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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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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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른 이유는 간단하다. 제목이 꽤나 맘에 들어서다. 또 과거 이야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꼰대가 될지도 모를 나이가 되었고, 요즘 들어 이전 세대의 상징물들이 자칫 잘못하면 희화화될 수도 있는 상황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던 책이다. 하나 더 꼽자면 수수한 느낌의 표지 디자인. 인터넷 사진은 그냥 그런 것 같긴 한데 막상 받아보니 색감과 띄지가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의 저자 샤를 페팽은 73년도에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 X세대다... -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철학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으며, 철학 교수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또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철학자이자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서 기억과 추억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과거를 솔직히 받아들이고 마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우리가 많이 놓치는 지점들을 차분히 들려주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 기억과 추억은 둘 다 지나긴 일과 경험을 돌이켜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추억에는 기억과 연관된 감정이 더 깃들여 있다는 점을 체크해두고 읽으면 되겠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를 구성하는 것은 현재보다 과거의 지분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현재는 통과만 할 수 있기에 우리가 삶을 나아갈수록 경험은 더욱더 풍부해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때 중요한 건 과거 속에서 사는 게 아니라 과거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거. 목표만이 앞을 비추는 게 아니라 어제의 사실도 앞으로 나아갈 빛이 된다는 것을 잘 생각해 봐야겠다.

누구에게나 프루스트의 마들렌이 있다고 한다. 나도 읽다가 중단한 것으로 기억되는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마들렌은 과거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프루스트에게는 마들렌이 자기만의 레미니상스였나 보다 싶다. 나에게는 그리고 이 책을 읽을 독자들에게는 무엇이 레미니상스일까. 힘이 되고 새로운 원동력을 가져다주는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떠올리게 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 햇살 좋은 어느 날의 골목길이라든지, 이제는 사라져버린 동네 큰 서점에서 노닐던 시간이라든지, 어른들 몰래 친구들과 놀러 갔던 산속 개울가처럼.

억지로 잊으려 할수록 더 각인되는 게 기억이라고 하다. 트라우마가 그렇고 좋지 않은 추억들이 그렇고 삶에 크나큰 충격을 준 사건들이 그렇다. 나의 경우 가장 최근의 일을 떠올리자면 몇 년 전 고속도로에서 불타던 버스에서 탈출(?) 했던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는데 뭐 그렇게 큰 타격이 없는걸 보니 많이 무뎌졌나 싶기도 하다. 고통에 견디는 힘이 클수록 나르시시스트일 확률이 높다는 기사를 오늘 아침에 문득 지나치듯 봤는데 이건 뭐 자기 맘에 안 드는 사람이 나르시시스트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겠다 싶을 정도다.

읽는 재미가 좋았다만 경평 워크숍 등으로 회사에서도 바빴고 집에서도 과제로 인해 조금 급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읽으면서도 확실히 좋은 글귀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던 것 같다. 시간을 내서 주말에라도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볼 생각이다. 카페나 조용한 공간에서 읽어보면 좋을 책이라는 멘트를 남기며 리뷰를 마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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