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실
연소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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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실> 연소민 / 자이언트북스 (2026)

[My Review MMCCXV / 자이언트북스 1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네 번째 리뷰는 화려한 꿈을 꾸지만 그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는 청소년 소설 <설탕 실>이다. 작가는 연소민으로 <공방의 계절>, <고양이를 산책시키던 날> 등을 써서 나름 유명한 작가인 듯 한데, 아쉽게도 나는 처음 접한 작가였다. 내가 좀 늙긴 했다. 특히 <공방의 계절>은 영미권을 비롯해서 30여 개국에 판권을 판매한 실적을 가지고 있단다. 기회가 되면 읽어보련다. 아직 직접 접해 보지 못한 작가라서 이책 저책을 검색해보니 '소소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거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주로 썼던 모양이다. 이 책 <설탕 실>도 딱 그랬다. 주인공으로 중2가 등장해서 혈기 넘치는 청춘스토리가 펼쳐지거나 '중2병' 제대로 걸린 말괄량이가 등장하는 줄 짐작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으레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있잖아요. 선생님! 비밀이에요> '하이틴 소설'을 떠올리곤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 나이가 탄로나는 것 같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설탕 실> 관점 포인트 : 여러분들은 열다섯 살에 어떤 삶을 꿈꾸었나? 요즘 학생들은 풋풋한 맛이 전혀 나지 않아서 '아파트 건물주'가 되어서 임대료나 월세를 따박따박 받으며 띵까띵까하면서 살고 싶다는 속물이 많은데, 실상은 '아무 꿈'이 없어서 그런 막연한 부러움을 꿈이랍시고 입에 올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시절이기도 하다. 아이돌, 연예인, 프로게이머 등등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분명히 정한 친구들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성적'에 맞춰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는 꿈을 꾸곤 한다. 그나마 성적이 상위권인 친구들의 이야기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이런 꿈마저 포기하고 아무런 의욕도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여기 <설탕 실>에 등장한 '미도'와 '가호'는 꿈을 꾸려 한다. 아직 명확한 꿈은 없다. 열다섯 살. 무엇이든 될 수 있고, 할 수도 있는 희망 가득한 나이인데, 미도와 가호에게는 나름의 상처가 있어서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 마냥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뭐 큰 문제는 아니다. 미도는 평범한 성적과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이고, 가호는 학교에 장기무단결석중이다.

제목이 <설탕 실>인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은 '털실아이'라는 간판을 단 실뜨개공방이다. 그리고 그 공방 앞에 위치한 '마카롱전문점' 니농마카롱이 새로 오픈했다. '털실아이'는 미오의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이고, '니농마카롱'은 가호의 엄마가 운영하는 가게인데, 가호가 제과기능 실력을 갖고 있어서 엄마를 도와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미오와 가호, 두 사람의 만남은 바로 이 가게들 앞에서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니농마카롱이 오픈했을 무렵부터 문을 꼭 닫고 있던 털실아이였지만, 미오가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다친 엄마의 병문안을 갈 때마다 니농마카롱 가게에서 마카롱을 사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미오는 가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있었고, 자기 또래인줄 알았지만 '이름'을 몰랐고, 장기결석중인 것을 알았지만 '그 이유'는 모르는 등 이래저래 궁금증이 일어서 습관적(?)으로 마카롱 가게를 들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호는 미오를 보고도 아는 체는 잘 하지 않았다. 말 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미오가 키우는 강아지 '윤희'를 안고서 마카롱를 사러 갔다가 목줄을 놓치는 사고가 발생해서 강아지가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그때 전광석화처럼 강아지를 잡으러 뛰쳐나간 가호와 깜짝 놀라서 더욱 멀리 달아나버린 윤희가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그렇게 헐레벌떡 한바탕 동네 한 바퀴를 돌고나서야 겨우 윤희를 따라잡을 수 있었고, 미오와 가호는 놀이터 그네에 나란히 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서로 '말문'을 트기 시작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같은 학년의 또래라는 것도 말을 주고 받게 되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정보였는데 말이다. 그렇게 새삼스럽게 통성명을 한 두 사람은 계속 만남을 가지게 된다.

그렇지만 <설탕 실>은 청춘연애담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중2가 꿈을 마음껏 꿀 수 없는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오에겐 '가족 문제'였다. 실은 '재혼 가정'이었기 때문이다. 미오의 친엄마는 미오가 갓난아기였을 때 아빠와 이혼을 했고, 미오와 언니인 미주는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단다. 그리고 아빠는 재혼을 하는데, 친엄마의 기억이 거의 없는 미오는 새엄마를 친엄마처럼 따랐지만, 친엄마의 추억을 간직한 언니 미주는 새엄마를 '혜지 씨'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새엄마'의 엄마도 실은 '친엄마'가 아니었단다. 그러니 미오가 '외할머니'라고 부르는 이순 할머니의 언니가 낳은 딸이 '혜지 씨'였던 것이다. 혜지 씨의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자 동생인 이순 할머니가 '동생의 딸'을 자신의 딸로 키웠던 것이다.

한편, 가호에겐 '학폭 문제'가 있었다. 가호가 이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벌어진 일인데, 가호의 엄마가 '아이스크림 와플'을 만들어 파는 가게에 학교친구들이 찾아왔다가 가호의 엄마가 만든 와플이 형편 없이 맛없고 불량식품을 판매한다며 '악담'을 소문 낸 것이다. 그 일로 가호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고, 급기야 '폭력'까지 당했다. 그러다 학폭을 일삼던 무리 가운데 한 명이 가호 엄마네 가게에 '병든 강아지'를 버리고 갔는데, 가호는 그 강아지를 애정으로 키우며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가호의 강아지가 가게 밖으로 뛰쳐나갔고, 가호는 강아지를 백방으로 찾아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다 저멀리 옆동네 동물병원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강아지를 치료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고 가호와 엄마는 택시를 타고 달려갔지만, 가는 도중에 다시 전화로 연락이 왔고, 이미 사망했다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가호는 그 뒤로 전학을 갔고, 비록 새학교지만 학교에 가는 것이 두려워 장기결석중이었던 것이다.

나가는 글 : 한창 꿈을 꾸고 희망을 품어야 할 열다섯 소년소녀는 나름의 상처와 사정을 안고서 방황하고 있다. '재혼 가정'과 '학교 폭력' 그 자체는 아이들의 꿈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허나 직접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마음껏 펼쳐야 할 나래를 펴지 못하게 발목 붙잡힌 상태던 것이다. 다 지난 일이고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면 그뿐일텐데, 그게 참 묘하게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때 어른들은 '뭐라도' 하면서 극복하고 돌파해야 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허나 이제 열다섯 살이 된 '중2'들에겐 그런 경험이 없다. 이제 막 처음 시도하고 체험했다고 볼 수 있다. 얼마나 두렵고 떨리는 일이겠는가? 이럴 때 부모라도 아무 문제가 없고 경제적으로 윤택해서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였다면 좋았을 텐데, 대한민국 중산층이 무너진 지 언젠데 그런 낭만을 꿈꾸는 청춘들이 있겠느냔 말이다. 더구나 미오와 가호 두 사람의 '엄마 가게들'은 곧 폐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절망적인 순간에 미오와 가호는 결국 '뭔가'를 시도해보려 한다. 막연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살려서 해보려 든다. 아주 좋은 시도다. 비록 그 결말이 '해피엔딩'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연소민의 소설은 이렇게 등장인물과 인물 사이에 '갈등요소'를 부각시키기보다 '정경'을 돋보이게 한다. 정경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정서를 자아내는 흥취와 경치'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처한 모습이나 형편'이다. 재혼 가정과 학폭에서 우러나오는 '갈등'을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런 형편'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와 처한 모습을 따뜻한 감성으로 수채화를 그린 듯한 풍경을 연상케 한다. 왜 연소민 소설의 감상평으로 '소소한 행복'을 꼽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까닭에 전체적인 소설의 분위기는 '밍밍하다'. 톡쏘는 청량감이라고는 1도 없이 그렇게 미오와 가호의 '중2 겨울방학'을, 크리스마스와 발렌타인데이를 그렇게 소소하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만다. 분명 두 사람은 '썸'을 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걸 표현하지 않고 있는 '절제미(?)'를 감상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제를 딱히 하나만 꼽을 필요는 없겠다. 잔잔한 소설인데 반해서 '소설속'에서 펼쳐낸 문제거리는 격정을 뿜어내듯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도 않는다. 청소년의 방황에 '핑곗거리'를 만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문제쯤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것 아니겠냐는 듯이 태평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주제를 하나로 '통일' 시키기보다 각각의 등장인물속에 '주제 '하나씩을 넣어두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묘하게 다채롭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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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1 - 형제의 의를 맺다 이희재 삼국지 1
이희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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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재 삼국지 1 : 형제의 의를 맺다> 이희재 / 휴머니스트 (2016)

[My Review MMCCXIV / 휴머니스트 5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세 번째 리뷰는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인상 깊은 <이희재 삼국지 1>이다. 올해는 '만화 삼국지'를 섭렵할 모양이다. 20여 년만에 <고우영 삼국지>를 읽다보니 그간 '만화'로 쓰인 <삼국지>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래서 내친 김에 손에 잡히는대로 리뷰를 할 예정이다. 만화가 이희재가 그린 <삼국지>는 고우영 화백이 지은 <삼국지>와 '또 다른 맛'이 난다. 고우영 화백이 '재미'를 추구하는 편이라면 이희재 만화가는 '정통'을 추구하는 편이다. 그래서 만화를 읽지만 '한 편의 대하소설'을 읽은 듯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그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깊고 진한 여운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희재 삼국지>가 '저본'으로 삼은 텍스트가 다름 아닌 <이문열 삼국지>라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이문열 삼국지>의 내용을 오롯이 담아 놓은 듯한 인상을 느낄 수 있다. 암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삼국지>가 다름 아닌 '이문열의 것'이었으니 어쩌면 이는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럼 그 선택이 탁월했는지 책속으로 풍덩해보자.

<이희재 삼국지 1> 관점 포인트 : 스토리라인은 정통 <삼국지>의 내용 그대로다. 애초에 <이문열 삼국지>가 정통을 저본으로 삼고 이야기를 풀어갔으니 <이희재 삼국지>도 그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답습한 셈이다. 하지만 '만화형식'인 까닭에 과감한 생략과 함축을 통해 군더더기를 잘라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빈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부족한 대사와 묘사는 '한컷 한컷'에 담긴 등장인물의 행동과 표정에 다 담고 이야기를 속도감 넘치게 이끌어 간다. 그런 의미에서 <이문열 삼국지>를 완독하기 힘든 분들이라면 <이희재 삼국지>로 갈음해도 좋다고 추천드리는 바다.

1권의 전체 줄거리는 황건의 난이 일어나자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는 도원결의를 맺고 의병을 모아 황건적 토벌에 나선다. 한편, 또 다른 영웅 조조도 온몸에 붉은 갑주를 두르고 토벌에 나선 뒤, 유비군과 우연히 만나게 된다. 두 사람은 서로 '천하를 다툴 영웅지재가 있음'을 직감하고 서로의 존재를 각인하게 된다. 유비군은 30여 차례나 토벌에 성공하며 혁혁한 공을 세우지만, 정작 조정은 부패한 환관들이 장악하고 있었기에 유비는 고작 현위직(오늘날의 구청장 정도의 직위)을 제수하고 촌구석으로 부임하러 간다. 하지만 부패한 조정은 매관매직을 한 뒤에 뽕을 뽑으러 유비를 찾아오고 순순히 뇌물을 바치지 않자 협박과 모함까지 한다. 이에 불같은 성미의 장비가 유비를 감찰하러 온 독우를 나무에 매달아 매질을 하며 혼쭐을 내주지만, 그로 인해 유비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유주자사 유우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을 때, '황건적의 잔당'이 다시 일어나자 유비군은 또다시 의병을 모아 황건적을 토벌한다. 이렇게 공을 세워 지난 죄값을 치루고 나니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한편, 궁궐 안에서는 환관들이 꿍꿍이를 벌이고 있다. 영제가 노환으로 죽게 되자 후임으로 하진의 여동생 하태후의 소생 변과, 후궁 왕씨의 소생 협 가운데 나이가 더 어린 '협'을 등극시킨다. 이가 바로 '소제'다. 이렇게 어린 황제가 등극하자 정국은 다시 환관들에게 권력이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소제'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 '변'을 제거하려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태후부터 죽여야 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대장군 하진은 군대를 이끌고 환관들을 제거하려 들었다. 이에 환관들은 재빨리 하태후의 치맛속으로 파고들며 목숨만 살려달라 구걸한다. 애초에 백정 출신으로 생각이 짧았던 하태후는 자신들에게 권력의 자리에 오르게 해준 옛 정을 생각해서 애걸복걸하는 환관들의 구명줄을 잡아주지만, 죽다 살아난 환관들은 그럼에도 하진을 없애려 든다. 권력은 이토록 비정한 것이다. 결국 대장군 하진은 환관들의 꾐에 빠져들어 죽임을 당하자 환관들을 제거하려 불러들였던 여러 군웅들이 일거에 궁궐로 들어가 환관들을 모조리 다 잡아 죽이고 만다. 이를 '십상시의 난'이라 부르고, 주축은 바로 '원소'였다.

허나 이런 혼란한 틈을 뚫고 환관 몇몇은 '소제(협)'와 '진류왕(변)'을 납치해서 궁궐밖으로 달아나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붙잡혀 죽임을 당하고, 어린 황제(소제)와 왕(진류왕)은 원소 등의 호위를 받으며 환궁하게 되지만, '십상시의 난'이 났음에도 관망만하며 궁궐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량태수 동탁이 대군을 이끌고 나타나 어린 황제와 왕을 낚아채려 한다. 이때 용감하게 나서서 황족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준 이가 바로 '진류왕(변)'이다. 동탁은 이런 당당한 진류왕의 모습에 반해서 멀지 않은 훗날에 '소제'를 폐위하고, '헌제(변)'를 옹립하는데 앞장 서게 되는데, 무슨 까닭이었을까?

사실 허수아비 임금을 내세워야 신하된 처지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무소불위 권력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황제답지 못한 '소제'를 그대로 황위에 두고 동탁이 권력을 쥐고 흔들면 그뿐이었을텐데, 동탁은 이상하게도 '똑똑하고 당당한 황제의 위엄을 갖춘' 진류왕을 다응 황제로 손꼽고, 실제로도 '헌제'로 등극하게 만든다. 그것은 헌제가 후궁 왕씨 소생이긴 하지만, 일찍 어미를 여의고 '동태후'라는 할미 품에서 자랐던 탓이 크다. 동태후와 동탁, '같은 성씨'이지 않은가. 그래서 동탁은 자신이 헌제의 외척세력이 되어 끝내 '황위 찬탈'까지 꿈꿨던 속셈이었던 것이다.

암튼, 동탁은 헌제를 옹립하고 권력을 자기 멋대로 휘두르기 시작한다.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죽여버렸던 것이다. 그런데 인걸이 참 많았다. 처음엔 '여포'가 등장해서 동탁의 걸림돌이 되자, 동탁은 '적토마'로 여포를 꼬셔서 자신의 양아들로 삼았고, 사도 왕윤은 조조에게 '칠성검'이란 보검까지 헌납하며 동탁 암살을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이때 달아난 사예교위 조조는 암살 실패한 직후 고향으로 낙향해서 '반동탁연합'을 획책하게 된다. 1권의 내용은 여기까지다.

나가는 글 : <삼국지>의 줄거리는 너무 유명한 탓에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희재 삼국지>는 무슨 주제를 중심으로 줄거리를 이어나가고 있을까? 다름 아닌 '성공'이란 두 글자를 이야기하고 있다. 어지럽고 혼란한 세상을 평정하고 세상을 평안하게 만들 수많은 인물들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런 수많은 인물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것은 다름 아닌 '성공'인 것이다. 이는 <이희재 삼국지>가 <이문열 삼국지>를 저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문열은 스스로도 '보수 성향'이라고 밝혔고, 대한민국의 보수가 주장하는 것도 다름 아닌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럼 반대진영의 진보가 주장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분배'다.

이는 달리 말하면, 보수적 관점으로 바라보면 '실력에 따라, 능력에 따라' 가질 수 있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니 더 많은 이득을 얻고 싶다면 '성공'을 한 뒤에 승자가 독식하는 세상을 꿈꾸라는 말이기도 하다. 반대로 진보적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공평하게, 불만이 있으면 원만히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성장을 위한 경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도덕'을 강조하고, 그로 인해 선한 마음가짐을 갖고 모두가 불평불만을 가지지 않도록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 것이란 말이다. 보수의 관점에 걸맞게 쓰여진 것이 <이문열 삼국지>라면, 진보의 관점에 맞춰서 쓰여진 것이 <황석영 삼국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독자마다 자신의 성향에 맞게 읽으면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희재 삼국지>도 '성장 위주의 보수적 관점'에서 읽으면 제맛일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정답이 아님을 밝히는 바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분석일 뿐이다. 하지만 굳이 추천을 한다면 '분배 중심'의 서사를 하는 <삼국지>를 읽기를 권한다. '성장 중심의 서사'를 읽다보면 '성공'을 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도 않고 최소한의 도덕관념 또한 전혀 고려치 않는 '인간말종'의 모습을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삼국지>를 읽으면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는 조조를 욕할 수 없게 된다. 조조란 영웅이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무엇을 기준으로 욕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오히려 이런 구도에서는 유비가 답답하게만 보일 뿐이다. 온갖 인의도덕을 앞세우며 점잔은 있는대로 다 빼면서 '실속'을 챙기지 못하는 모습이 그렇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후한 말의 혼란이 무엇 때문에 일어난 것이냔 말이다. 바로 '도덕'이 무너지고 '질서'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냔 말이다. 그래서 유비는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도덕'을 앞세웠고, 속된 야망조차 겉으로는 내비치지 않았다. 그래서 유비는 가진 것도 없이 만천하를 움켜지는 기재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런 유비의 출세 과정을 '성공 기준'으로 삼아 바라보게 되면, 무능의 극치를 보여줄 뿐이었다. 나중에 '제갈량'을 얻고 난 뒤에야 겨우 나라다운 나라꼴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쪽으로 <삼국지>를 읽든 둘 다 교훈과 재미를 얻을 수 있다. 권력을 차지하고 성공을 이룩하기 위해 여러 군웅들이 각자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활약을 보여주고 있고, 어느 쪽으로 공연(?)을 하든 '꿈보다 해몽'이라는 심정으로 <삼국지>속 이야기를 풀어내면 모두에게 알맞은 재미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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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1 - 수학 기호는 위험해!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1
남호영 지음, 김잔디 그림 / 한솔수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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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1 : 수학 기호는 위험해!> 남호영 / 한솔수북 (2024)

[My Review MMCCXIII / 한솔수북 10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두 번째 리뷰는 초등수학의 정확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1>이다. 26년 현재에는 이 시리즈가 열 권으로 모두 완간이 되었다. 다시 말해, 열 권만 읽어도 초중고 학창시절에 배울 수학개념의 모든 것을 다 깨우칠 수 있다는 얘긴데, 그렇다고해서 오해는 하지 말자. 이 시리즈를 모두 읽는다고해서 단박에 '수학 천재'가 되고 모든 수학문제를 술술 풀어내는 마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단 이 책 뿐만 아니라 모든 책이 다 그렇지 않은가. 단지 읽고 나면 그동안 어렵고 풀리지 않던 문제가 술술 풀릴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잡을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고작 '실마리 하나' 뿐이이라고 실망하실 것은 없다. 엉킨 실타래를 술술 풀어낼 방법 또한 바로 '그 실마리 하나'에 있기 때문이다. 이 책도 바로 그런 마음가짐으로 읽으면 무척 도움이 될 것이다. 자, 책 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1> 관점 포인트 : 1권의 내용은 어려운 것이 없다. 읽으면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다. 수학책이라고 하지만 어려운 수식이나 공식을 대입할 일 따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 풀이를 하기 위해 읽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이야기책 읽듯 부담을 갖지 말고 그냥 읽어나가면 된다. 그럼 이 책을 다 읽으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수학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자주 접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새삼 느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만물의 근원이 전부 '수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깨우치는 것이란 말이다. 사실 모든 학문의 궁극적인 목적이 다 그렇다.

그런데 왜 우리는 '수학공부'를 할라치면 왜 그토록 문제만 풀고 또 풀기만 했을까? 도통 알아먹을 수도 없는 복잡한 '수학기호'로 쓰여 있는 교과서와 참고서, 그리고 문제집을 볼 때마다 '이것은 <영어책>인가? <암호문>인가? 그런데 왜 <수학책>이라고 부르는 거지?'라는 의문을 자아내지 않던가 말이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걸' 보면서 술술 풀어내는 또래가 꼭 있다는 것이다. 슥슥 손으로 풀어내는 모습도 신기할 따름인데, 그걸 말로 읽어가면서 토론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신기한 모습도 알고보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수학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물론 그 자연스러움을 스스로 느낄 때까지가 어려운 과정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어려운 과정'을 좀더 쉽고 재미나게 연결해주는 책이다. 이를 테면,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저 무거운 비행기가 수많은 사람과 짐을 싣고서 거뜬히 허공으로 떠오를 수 있는지 신기할 것이다. "아니요. 나는 그딴 게 하나도 궁금하지 않는데요?"라는 말은 과감히 거절한다. 말을 강가까지 억지로 끌고 갈 순 있어도 말에게 물을 억지로 먹일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억지로 강제로 하기 싫은 공부를 시킬 수는 없는 법이니까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커다랗고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이 궁금하다고 치자. 이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베르누이의 법칙'인데, 아주 복잡한 유체역학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다. 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액체나 기체가 흐를 때 (일정한 공간속에서는) '같은 거리'를 지나는 전체 양이 같다는 원리를 베르누이가 알아냈다. 그런데 이때 '날개' 따위로 공간을 방해하면 흐름이 갈라지게 되는데, 흐름이 갈라지더라도 '같은 거리'를 '같은 양'이 지나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 비행기의 날개를 유심히 살펴보자. 단면을 보면 날개의 아래쪽과 윗쪽의 단면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쪽은 편평한데 반해서 윗쪽은 살짝 유선형으로 둥그스름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비행기 날개 앞쪽에서 만난 공기가 날개 끝쪽에서 만나는 공기가 서로 같이 만나게 된다는 말이다.

자,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비행기 날개 단면에서 앞쪽에서 끝쪽까지의 '최단거리'는 같다. 하지만 공기는 비행기 날개에 부딪혀서 날개 아래쪽과 윗쪽으로 강제로 갈라지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갈라진 시점에서 흩어진 공기가 갈라지고 난 종점에서 똑같이 만나려면 '공기의 흐름'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날개 아래쪽은 편평하기 때문에 공기(유체)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느리다. 하지만 날개 윗쪽은 유선형으로 둥그스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라지게 된다. 결과적으로 비행기 날개에 의해서 '속도'의 차이가 생겨나게 되는 셈이다. 그런데 '공기의 흐름'이 느린 곳의 압력은 높아지고, 빠른 곳은 압력이 낮아진다. 이렇게 비행기 날개 아래쪽의 압력이 더 높기 때문에 비행기는 위로 뜨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공기중에서 아래쪽에서 윗쪽으로 향하는 압력을 '양력'이라고 하고, 비행기는 바로 이 양력의 힘이 비행기의 무게보다 더 강해질 때 비로소 '뜨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걸 '수식'으로 표현하면 매우 복잡한 '수학기호'를 사용해야 하고, 말로 설명하는 것도 이렇게나 길었는데 그에 걸맞게 '수식'도 길고 복잡할 것이다. 그런데 수학공부를 하다보면 이렇게 말로, 글로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수학기호'와 '수식'을 이용하면 훨씬 더 간단하게 표현하고, 실제로 얼마만큼의 '양력'이 필요한 것인지 쉽게 '계산'해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자나 기술자, 그리고 공학자들 모두가 '수학기호'를 약속했고, 그것을 '수학공부'할 때 배우고 있는 것이다. 이쯤 하면 왜 어렵고 복잡한 '수학기호'를 이해하기 위해서 머리를 싸매고 공부해야 하는지 알겠는가? 이걸 알게 되면 '수학천재'가 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나가는 글 : 여기서 또 하나의 의문이 일수 있다. 바로 이렇게나 어려운 수학을 왜 어린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치려 하는가? 라는 의문 말이다. 아주 좋은 질문이다. 비록 복잡하고 어려운 원리나 법칙을 품고 있지만, 그걸 이해하는 것까지 어려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비행기 날개에 비밀이 숨어 있는데, 날개 아래쪽과 윗쪽의 공기가 흐르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비행기가 뜰 수 있는 거란다. 라고 설명하면 어떤가? 이 정도는 초등학생이라도 수학공부를 전혀 하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렇게 왜 속도가 달라지는지 이해를 하고 난 뒤에 실질적인 '수학문제'를 접하고, 비행기가 뜰 수 있는 '양력'을 계산하는 문제를 접하게 되면 어떨까? 개념이 이미 잡혀 있으니 복잡한 수식이라도 요모조모 뜯어볼 여유가 생길 것이고, 문제 풀기까지 어렵고 힘들더라도 문제를 풀어야 할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쉽게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끈기 있게 풀어냈을 때 얻어지는 '성과'가 엄청 달콤하게 느껴질 것이다. 단지 문제만 푼 것이 아니라 자신이 푼 결과치를 이용해서 실제로 '비행기'를 띄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공부하는 맛이다. 그저 책상 앞에 앉아서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성적'에 연연하는 범생이로 만들 것이 아니라 자신이 깨우친 '학문의 진리'를 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진짜 공부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참교육의 시작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런 참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학교나 학원, 그리고 참 스승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일테니 <용감한 수학>처럼 좋은 책과 읽고 참교육의 끝자락이라도 느껴보는 것이 아주 훌륭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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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9 : 농사로 세상을 바꾼 호미닌 - 어린이를 위한 호모 사피엔스 뇌과학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정재승.차유진 지음, 김현민 그림, 백두성 감수 / 아울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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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9 : 농사로 세상을 바꾼 호미닌> 정재승, 차유진 / 아울북 (2024)

[My Review MMCCXII / 아울북 4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전문리뷰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한 번째 리뷰는 <정재승의 인류 탐험 보고서 9>이다. 이 책은 최초의 인류부터 현생인류까지의 발자취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인류고고학책'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초등학생을 위한 학습만화인 까닭에 '초등역사책'으로 봐도 무방하다. 9권에서는 호모 사피엔스가 이룩한 고대 문명에 대해서 탐구하고 있다. 여기서 낯선 용어를 마주했을 것이다. '호미닌(hominin)'인데, 쉽게 말해 '호모'라고 불리는 인간종 모두를 일컫는 명칭이다. 그래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하빌리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 등과 멸종한 인간종 모두를 아울러서 부른다. 그래서 최초의 인류로 알려진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엄밀히 따져서 호미닌이 아니다. '피테쿠스'는 원숭이란 뜻의 라틴어이니 말이다. 그럼 책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정재승의 인류탐험보고서 9> 관점 포인트 : 이 책의 시대배경은 5천 년 전의 호모 사피엔스다. 이른바 '청동기 시대의 인류'를 탐험한 것이다. 이 시대의 호모 사피엔스(청동기인)는 몇 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고대 문명'을 이룩했기 때문이다. 문명을 이뤘다는 것은 기술, 사회, 문화 등을 발전시켰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이런 발전이 모든 인류를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준 것은 아니다. 왜냐면 '계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구석기에서 신석기로 넘어갈 때만해도 '평등사회'였는데,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이면서 어처구니 없게도 '계급사회'로 변모하면서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불평등한 사회는 나쁜 것일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불평등했기 때문에 '농업혁명'을 이룰 수 있었고, 축적한 기술과 식량을 바탕으로 활발한 '정복활동'을 벌일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더 넓어진 영토와 노동력으로 발전된 기술을 이용하여 더욱 화려한 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부의 불평등'으로 인해 노동을 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특권층이 생겨났으며, 이들은 힘든 노동에서 벗어나 지적 활동에 전념하며 '기술'과 '문화'를 더욱 발전시키는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그런 까닭에 거대한 구조물(피라미드 같은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었고, 문자를 발명해서 지식을 축적하고 후대에 전할 수도 있었다. 또한 점토판이나 파피루스 등 종이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을 발명하여 인류는 더욱 더 똑똑해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인류가 다른 동물과 다른 진화를 걷게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그렇다면 인류는 농업혁명이나 문명 발전으로 인해서 좋기만 했을까? 앞서 문명사회에서는 '계급'이 발생한 탓에 불평등한 사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인류는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게 되었고, 지배계급은 육체적인 노동보다는 지적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고, 다른 이웃국가를 정복하기 위해 '금속무기(청동기, 철기 등)'를 만들어 효율적으로 싸울 수 있었고, 번쩍거리는 도구를 만들어서 화려한 '제사'를 도맡으면서 지배를 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갖춰 자신들이 '지배계급'을 더욱 확실하게 할 수 있었다.

반면에 피지배계급은 육체적인 노동력을 제공하면서 불평등한 사회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석기 때 시작된 농경이 더욱 발전하면서 '농업혁명'이 일어나자 피지배계급은 더욱 힘든 삶을 살 수밖에 없었다. 그 까닭은 첫째, 영양 부족이 더 심해졌다. 농업혁명으로 인해 먹거리가 풍족해진 것은 사실인데, 수렵과 채집 활동으로 근근히 먹거리를 마련했던 석기시대 사람들보다 훨씬 영양불균형에 시달렸다. 왜냐면 먹거리가 오직 '곡물'뿐이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농사일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하루종일 노동을 해도 늘 시간이 부족했고 일손이 부족하다. 그러니 더 힘든 일을 하면서 먹는 것은 오직 '탄수화물' 뿐이었던 것이다. 평등하던 석기시대에는 부족이 사냥에 성공하면 공평하게 나눠 먹을 수 있었던 고기는 입에도 댈 수 없는 귀한 음식이 되었다. 목축을 통해서 소, 양, 닭 등을 가축화에 성공해서 손쉽게 고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불평등한 일이 상식이 되었기 때문에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가축에서 얻어진 고기는 오직 지배계급의 몫일 뿐이었다. 이렇게 부족한 영양소를 허약해진데다 발달된 도시에서 '집단생활'을 하기 시작한 청동기인들은 점차 전염병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다음으로 과도한 노동으로 인해 '관절 질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농사일이라는게 하루종일 쭈구려 앉아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라 그런 것이다.

나가는 글 : 만약 인류가 '문명'을 발달시키지 않고 석기시대에 머물러 살았다면 어땠을까? 평등하게 살 수는 있었겠지만 오늘날과 같은 고도의 기술이나 화려한 문화를 꽃피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첨단 기술과 눈부신 문화 속에 감춰진 '불평등'을 우리는 감수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실 인간 사회에서 '공평무사'했던 시대는 없다. 다시 말해, 완벽한 평등사회를 구축했던 적이 없단 말이다. 평등사회였던 원시공동체사회에서도 '힘의 논리'는 적용되었고, 힘을 가진 자가 부족을 책임지고 힘이 약한 자는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의 분화'를 마냥 부당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 그렇기에 인간 사회는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감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불평등을 완전히 타파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너무 심한 불균형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강자는 약자를 보살펴야 하고, 가진자는 못 가진자를 배려해야 건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다.

5천 년 전에 살던 청동기인도 '호모 사피엔스'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도 '호모 사피엔스'다. 그 많던 인간종은 모두 멸종했고, 오직 '호모 사피엔스'만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럼 호모 사피엔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서로 도와주고 배려하며 착한 마음을 품고 살아야 한다. 한마디로 '도덕적인 삶'을 바탕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한단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은 고도로 발달시킨 '첨단기술'과 화려한 '문명사회'를 유지하기는커녕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행동만 일삼다 모조리 파멸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마지막 10권에서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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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9 - 색깔도 분류하면 수학이 된다고?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9
남호영 지음, 김잔디 그림 / 한솔수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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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한솔지기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쓰여졌습니다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9 : 색깔도 분류하면 수학이 된다고?> 남호영 / 한솔수북 (2026)

[My Review MMCCXI / 한솔수북 9번째 리뷰] 고품격 월간 리뷰전문지 <책이 있는 구석방> 마흔 번째 리뷰는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9>이다. 제목이 길지만 짧게 줄여 '용감한 수학'으로 불리고 있는 어린이 수학 동화책이다. 교과 과정으로 보자면 '초등 4~6학년' 도서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책 내용에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나 나오는 '로그함수'나 '미적분'까지도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간 어렵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학습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인 '동화책'이기 때문에 초등학생도 어렵지 않게 읽으며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어린이책'은 재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교훈적이고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른 독자'만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책이라면 결코 '좋은 어린이책'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학의 개념을 전달하려는 목적이 다분한 책이므로 재미난 이야기를 읽으면 저절로 '수학 개념'을 잡을 수 있는 책이어야만 한다. 이 책이 그렇다. 그렇지만 모든 어린이들이 이 책만 읽으면 '수학 천재'가 되고, '수학 만점'을 받을 것을 장담할 수는 없다. 왜냐면 그러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용기'가 있는 어린이만 '수학 천재'가 될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수학을 잘하고 싶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이겨낼 '용기'가 가득찬 어린이라면 책속으로 풍덩 빠져 보자.

<루아와 파이의 지구 구출 용감한 수학 9> 관점 포인트 : 수학은 모든 학문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기냐고 따져 물어도 결과는 언제나 똑같다. 모든 학문은 '수학'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과학'은 물론이거니와 '언어', '철학', '예술' 등등 수많은 학문의 기초를 닦을 때 '수학공부'를 꼭 해야만 한다. 여기서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을 풀어야 이 말의 참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수학'은 연산이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는 초등학교 선생님 가르치는 '수학교과 지침서'에 나온 분류만 봐도 짐작 할 수 있다. '초등수학의 분류'는 크게 4가지로 [수와 연산], [도형과 측정], [변화와 관계], [자료와 가능성]이 그것이다. 대부분 '수학공부'라고 하면 첫 번째인 '수와 연산'만 생각하기 때문에 '숫자'와 '덧셈뺄셈' 거기에 '곱하기'만 잘하면 수학공부는 끝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바로 이런 오해 때문에 '언어영역 공부'를 하면서 수학개념의 기초를 활용할 줄 모르고, '철학과 예술'을 다루면서도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지 못해서 마냥 어려워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만물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 수학공부를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수학'이란 언어를 이해하면 광활한 우주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왜냐면 우주에서 쓰이는 '공용어'가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하고 그들이 상당 수준의 '지적 교양'을 쌓았다면, 지구인과 소통하기 위해서 쓸 수 있는 유일한 언어도 다름 아닌 '수학' 뿐이다. 심지어 최첨단 인공지능 AI도 숫자 '0'과 '1'로 구성된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반드시 '수학공부'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가올 첨단 미래사회에서 잘 적응하며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복잡한 연산이나 어려운 수식을 '풀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수학 개념'만 깨우치고 있으면 첨단으로 가동이 되는 모든 것을 잘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현재도 '미적분'과 '로그함수' 등의 원리로 만들어진 '스마트폰' 속의 애플리케이션을 잘 사용하기 우ㅣ해서 어렵고 복잡한 수학공식을 사용해서 연산해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수학 개념'을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어떤 원리로 이용되고 있는지만 알고 있으면 '전문가 수준'으로 스마트폰의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여러 가지 최신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그저 통화와 문자만 하는 용도로 쓰는 차이일 뿐이다. 이제 좀 이해가 되는가?

이 책도 그런 용도를 깨우치기 위해서 읽고 자녀에게 '수학 개념'을 일러주면 좋을 것이다. <용감한 수학 9>에는 수학 개념 가운데 '분류'를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아니 '분류'라면 국어교과나 사회교과에서 주로 다루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신다면 이미 '분류'가 뭔지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과학교과에서도 '분류'를 쓰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아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학교과'에서 분류를 사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구나 분류는 꽤나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간혹 문제 풀이만 척척 잘 해내는 '계산기' 같은 학생을 수학 천재라고 오해를 하는데, 그런 천재는 아무 짝에 쓸모가 없다. 실제로 천재적인 수학교수조차 간단한 덧셈뺄셈도 연필로 직접 써서 연산을 하고, 큰 수의 곱셈과 나눗셈 등 복잡한 계산을 할 때에는 '계산기'를 두들기곤 한다. 그걸 암산으로 척척 풀어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 아무리 빨리 계산하더라도 컴퓨터가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계산해내지 않은가 말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인간이 '계산기'가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컴퓨터를 잘 다루는 수학 천재'가 필요할 뿐이란 말이다.

나가는 글 :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수학 공부의 패러다임을 싹 전환해야 한다. 그나마 초등학생들은 '수학 동화책' 같은 것을 읽으면서 수학 개념의 기초를 탄탄하게 닦을 여유라도 보이는데, 중고등학교만 올라가도 수학학원에 보내기 급급하고, 수학문제집을 산처럼 쌓아놓고 '문제풀이'만 지겹도록 시킬 뿐이다. 그렇게 공부하면 '인간 계산기'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진짜 '수학 천재'가 되고 싶다면 '연산'에만 몰입하지 말고, '그 연산'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왜 풀어야만 하는 것인지 따져 물을 수 있는 지혜를 갖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 '수학 공식' 암기만 중요하다 여기지 말고, '수학 개념'을 먼저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문제 풀이는 나중에 풀어도 상관 없다.

더구나 멀지 않은 미래에는 '단순한 연산 문제'는 인공지능 AI에게 물으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풀어낼 수 있는 시대가 온단다. 그때에도 수학 공부랍시고 암기한 '수학 공식'을 대입해서 술술 풀어내는 공부를 할 작정인가? 왜 하릴 없이 어린이를 '인공지능'가 대결하게 만들려고 하냔 말이다. 이는 '무모한 도전'일 뿐이다. 한마디로 그런 공부는 아무짝에 쓸데가 없기도 하고 말이다. 차라리 '인공지능 AI'를 잘 다루는 어린이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그런데 그 똑똑한 인공지능 AI가 쓰는 언어가 다름 아닌 '0'과 '1'로 구성된 컴퓨터 언어다. 다시 말해 '숫자로 된 언어'란 말이다. 이런 인공지능 AI를 잘 이해하고, 심지어 잘 통제하기 위해서는 어떤 공부를 탄탄히 해야 할까? 다름 아닌 '수학 공부'다. 문제 풀이에 전념하는 공부가 아니라 철저한 '개념 이해'를 위한 진짜 수학 공부를 말이다. 아직 그런 수학 공부는 익숙하지도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면 이 책 <용감한 수학>을 읽으면 된다. 그럼 절로 감이 잡힐 것이다. 분명 '수학 동화책'인데 연산 문제 풀이는 몇 개 없고 온통 '수학 개념'만 꽉꽉 담겨 있는 동화책이니 말이다. 더구나 재밌기도 하다. 심지어 하나 뿐인 '지구'를 구하는 뜻 깊은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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