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8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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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5)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Frost Festival(2023)]

[My Review MMCLI / 을파소 19번째 리뷰] 아름답고 낭만적인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화려한 축제'를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30세 이후로 가본 적이 없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도 봄이면 '유채꽃 축제', 가을이면 '코스모스 축제'를 개최하고 마지막날 밤이면 어김없이 불꽃놀이로 하늘을 수놓고 있지만, 참가한 적은 한두 번이 고작이다. 20대까지는 '남자친구'하고 밤새 술을 마시며 돌아다니기도 했지만, 서른 살이 넘어가니 남자들끼리 화려한 축제를 찾아다니며 낭만을 즐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참가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젊은 연인들'이고, '부부동반'이거나 '자녀들의 손을 잡고' 나선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속에서 '중년 남성'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은 정말이지 꼴불견 가운데 베스트라는 것을 자각하고 난 뒤에는 축제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저 먼 발치에서 '저곳은 아름답겠구나'하는 정도로 달래고 있을 뿐이다. 올 겨울도 '여우목도리' 장만하지 못했고, '토끼같은 자녀'랑 손잡고..쿨럭쿨럭..난 글렀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가 어느 사이에 '확장'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녀 요정 미라벨>(2020)과 <프린세스 에메랄드>(2023)가 '이사도라 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빠른 시일 내에 읽고 리뷰를 쓰긴 하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장담'은 못한다. 물론 '빠른 시일'이라는 것에만 해당하고, '리뷰'는 꼭 쓴다. 실제로 몇 년 뒤가 될지라도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데, 먼저 '내 주머니'가 그리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올 때마다 바로바로 사서 읽을 처지는 못 된다. 그나마 몇 년 전까진 '리뷰어 선정'을 하는 책에 무진장 공을 들여서 엄청나게 많은 책을 빠르게 리뷰할 기회라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간 리뷰어가 될 기회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왜 인스타그램이 중요하냐고? 내가 '페이스북(메타)'에는 글을 올리지만 '인스타그램'에는 글을 올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지 않다보니, '신청할 기회'마저 거의 박탈(?) 당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예전처럼 다시 '도서관 대출'을 통해서 책을 빌려보는 통에 '신간 리뷰'를 거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 문>시리즈도 도서관에 비치된 책이거나 '대출 가능'해야 겨우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어린이 인기도서이다보니 대출순서에서 밀리고, 도서관이기에 '최신간'이 비치되기까지는 적어도 반 년 가까이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렇다면 '대형서점'이라도 발품을 팔았는데, 나이가 드니 그것도 힘에 부치는 요즘이다. 정말 한창때는 '반디앤루스'나 '종로서적', '영품문고' 등지에서 바닥에 기대 앉아서 신간을 읽는 낭만을 즐겼는데...그것도 이제는 옛 추억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 리뷰'를 고대하시는 분들도 없는 마당이니 '리뷰한다'는 약속조차 나 혼자만의 다짐일 뿐이다. 매년 300편의 리뷰를 다짐하지만, 늘 그 언저리에서 그치고 마는 것도 크게 실망할 것이 없다. 그저 '나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자책을 할 뿐이고, 내년에 기필코 300편의 리뷰를 완성하리라는 새로운 다짐을 하며 '자기합리화'를 할 뿐이다. 내 주변에는 '내 리뷰'를 읽어주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가족도 읽지 않고, 친구들도 '그래, 썼구나'라는 정도라서 그저 나 혼자만 책 읽고 리뷰 쓰는 '별종 취급'을 받을 뿐이다. 그나마 '블로그 지인분들'께서 간간히 읽어주시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주실 뿐이다. 정말이지 그분들마저 없었다면 '리뷰'는 쓰지도 않고 '독서'만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폭발적(?)인 인기는 없다. 그건 내 리뷰가 그리 큰 가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종종 남기는 리뷰도 '혼잣말같은 리뷰'를 쓰곤 한다. 책의 줄거리도 무시하고, 나 혼자만의 '사고의 흐름'에 따라,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위주로 끄적거릴 뿐이다. 그 정도로도 내 기억속엔 '책의 내용'이 다 기억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즈음에 다시 읽고 했던 습관이 어릴 적부터 있었는데, 그 습관을 대신해서 '리뷰'를 쓰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2회차, 3회차 리뷰의 경우에 앞서 쓴 리뷰와 완전 다른 리뷰를 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나는 '같은책'으로 10번의 리뷰를 쓰라고 하면 완전 다른 10편의 리뷰를 쓰기도 하니까 말이다.

이런...또 샛길로 빠져버렸다. 이 책 <이사도라 문, 눈꽃 축제에 반하다>는 겨울 축제를 맞아 엄마의 자매인 '겨울요정'의 마을축제에 초대를 받아 참석하게 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사도라의 아빠는 뱀파이어고, 엄마는 요정인데, 더 정확하게는 '여름 요정'이라서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 하지만 엄마의 자매는 '겨울 요정'이기에 꽃이 아니라 '눈꽃'을 만들 수 있는 요정이다. 그래서 이사도라네 가족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겨울풍경'을 배경으로 화려한 눈꽃 축제에 초대를 받아서 한껏 들뜬 상태다.

먼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참석하게 된 '눈꽃 축제'는 정말 경이로웠다. 온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린 눈으로 이루어진 풍경에 아름다운 감탄사를 늘어 놓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꽃 축제장은 정말이지 넓고 또 넓었다. 이사도라네 가족이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모든 놀이기구를 탈 수 없고, 모든 매장을 다 구경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축제에 참석한 요정들도 엄청나게 많았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로 분비는 '혼잡한 장소'에서 흔히 일어나는 사건은 무엇일까? 한 가지 힌트를 더 첨가하자면, 가족이 함께 참석한 축제 현장이다. 맞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 사건'이다.

나 어릴 적인 70~80년대만해도 어린이 미아 건수가 상당히 많았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탓도 있어서 '어린이의 수'가 많은 반면에 그 많은 어린이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은 그리 많지 않았던 탓에 해마다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축제가 많은 날에는 '미아보호소'에 어린이들이 넘쳐났고, 길을 잃은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거나, 그런 어린이를 찾는다는 '방송'이 쉴 새 없이 이어지곤 했다. 그리고 정말 불행한 일이지만 그런 '미아 사건'이 어린이 유괴 사건이나 사망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어릴 적의 기억은 정말 많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엄마아빠의 손에 이끌려 이리저리 끌려다니기 바빴던 것만 기억이 날 정도다. 놀이동산, 동물원, 남산 타워, 전국 각지의 국립공원 등등 정말 많은 장소가 떠오르긴 하는데, 뭘 제대로 보거나 재밌게 즐겼던 기억보다 정말 사람이 많아서 '줄'을 길게 서서 기다리거나 겨우 찾아낸 '나무 그늘 아래'서 김밥 서너 개 먹은 것만 기억날 뿐이다. 하도 엄청난 인파에 휩쓸리다보니 집에 갈즈음에는 파김치가 되어서 귀가하는 차편에서 잠이 들었다가 깨고 나면 아침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낭만을 좋아하는 내게 이런 기억은 정말이지 낭만적이지 않은 기억일 뿐이었다.

그런 탓에 이사도라도 '눈꽃 축제' 현장에서 그만 부모님께 떨어져서 길을 잃고 만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이사도라가 나쁜 행동을 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겨울 요정에게 반해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그 겨울 요정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점등식 행사'에 쓰일 별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함께 잃어버린 별을 찾아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록 '선행'일지라도 축제와 같이 혼잡한 장소에서 부모님과 떨어질 경우에는 반드시 '행선지'를 알리거나 '동행자'가 누구인지 먼저 알려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이 이사도라가 길을 잃어버린 것으로 착각을 하고 걱정이 앞서서 다른 일을 다 제쳐두고 이사도라를 찾아나설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사도라의 엄마아빠도 이사도라를 만나지 못해 찾아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너무도 혼잡한 축제 현장이었기에 찾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같이 '스마트폰'이 대중화 되었고, '길찾기 앱'이나 '위치추적'이 가능한 앱이 스마트폰에 깔려 있기 때문에 아무리 혼잡한 곳일지라도 예전처럼 길을 잃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정말 급박한 상황이라면 '전화통화'를 시도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어린이들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혼잡한 장소에 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과 동행'하고, '손을 꼭 잡고' 있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특히 볼거리가 많은 축제에서는 잠시라도 한 눈을 팔거나 넋이 나갈 정도로 흠뻑 빠진 상태에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떨어지게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끔찍한 사고라도 발생할 수 있으니 절대로 '흩어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더구나 외국 여행중에 그런 일이 발생했다면 더욱더 큰 일이다. 대한민국처럼 치안이 잘 된 나라가 몇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이나 이국적인 장소에서는 절대로 '흩어지는 일'을 방치하면 안 될 것이다.

이런 '안전 교육'을 어린이책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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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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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이퍼케이션 3 : 하이드라>  이우혁 / 해냄 (2010)

[My Review MMCL / 해냄 8번째 리뷰] 니체는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괴물을 상대하는 자 괴물이 되지 않게 주의하라. 그대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그대를 들여다보리니."라는 언급을 했다. 그리고 이우혁 작가가 15년 간 골머리를 썩힌 끝에 내놓은 역작 <바이퍼케이션>(전 3권)을 드디어 다 읽었다. 참 힘들었다. 이우혁 작가의 소설을 이토록 길게 끌며 읽은 책이 없었는데, 정말이지 이 소설은 내게 역대급이었다. 정말 괴물같은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의미는 아니다. '범죄심리'를 다룬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그 까닭은 왠지 모르겠지만 너무 끔찍한 '범죄'를 '미화'하는 것처럼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소설의 작품성과 완성도, 그리고 재미로만 보자면 '범죄'를 소재로 다룬 심리소설, 스릴러소설, 공포소설, 추리소설 등등 모두 흥미롭고 재밌는 것은 사실이다. 허나 그 재미라는 것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살인'이라고 하는 자극적인 소재이기 때문인 것이 전부이다. 나는 끔찍한 살인사건을 보면서 흥분하며 즐거워하는 대중을 보는 게 마뜩찮은 사람이기에, 살인사건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명탐정' 같은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서 범죄자나 악당을 처단하고 죄값을 받게 만드는 결론만을 좋아라하지, 뤼팽처럼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정당화하고, 미화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찰을 농락하고 악행을 저지르면서 '사회정의' 운운하는 이야기는 쓰레기 취급하는 쪽이다. 뭐, 여담이지만, 조만간 '뤼팽 전집 리뷰'도 올릴 예정이다. 그렇지만 듣기 좋은 리뷰는 결코 아닐 것이라고 예고한다. 암튼 <바이퍼케이션>은 내가 읽은 '범죄심리소설' 가운데 가장 잔인하고 피가 철철 흘러넘치고 살점이 사방을 튀는 잔혹한 소설이었다.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는 바다.

앞서 '괴물'을 언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세 인물 가르시아 반장, 에이들 요원, 그리고 헤라 헤이워드 부인(헤라클레스)은 '하이드라'라고 하는 괴물이 온 도시를 피로 범벅을 만들자, 그 괴물을 잡기 위해 수사에 나서게 된다. 허나 '하이드라'에 접근하면 접근할수록 범죄는 점점 더 끔찍해지고 살인은 더욱 빈번해진다. 그리고 이유도 알 수 없는 살해 범죄가 일어나는 원인이 다름 아닌 '헤라 헤이워드 부인'이라는 금발의 미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그리고 끔찍한 살육이 벌어지는 까닭도 다름 아닌 '헤라 헤이워드 부인', 아니 그녀의 '또 다른 인격체(?)'인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하는 인물에 의해서 살인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지난 1, 2권의 내용이 그랬다. 하지만 그녀(헤라클레스)도 '하이드라'라고 하는 더 끔찍한 괴물에 의해서 '조종 당한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그 진짜 괴물을 잡기 위해 수사력을 총동원하는데, 과연 '하이드라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줄거리는 여기까지 이야기하기로 하고, 본격적으로 '괴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사실 범죄소설에 나오는 살인사건들은 창작자의 상상 100%라기보다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서 새롭게 꾸며진 이야기로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설속에 등장하는 '괴물'같은 살인자가 실제 현실에서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연쇄살인범'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있었으며 그들의 희생양은 언제나 '힘 없는 여자와 아이, 노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사회 소수자들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과 살해를 저지르면서도 눈곱만큼의 '반성'이나 '죄책감' 같은 것을 느끼지 못하고, 너무도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한 뻔뻔스러운 모습을 볼 때면 '분노'가 일기에 앞서 '구역질'이 날 정도다. 왜냐면 그들은 '인간'이길 포기한 듯 말과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그렇다. 그들은 하나같이 '괴물'이었을 뿐이다. 흔히 '짐승'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짐승들도 배가 고파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 '최소한의 희생(살육)'을 할 뿐이지, 이런 괴물들은 피에 굶주린 모습을 하고서 결코 채울 수 없는 '욕망의 부재'라도 느끼는 듯, 죽이고 또 죽이는 일만 반복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해한 희생자를 모욕하고 '죽어 마땅한 존재'로 치부하는 씻지 못할 만행을 저지르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한마디로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엿 바꿔 먹은 셈이다.

이 소설에서는 '헤라 헤이워드(자칭 '헤라클레스')'가 바로 그런 괴물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얻게 된 '초능력'으로 사람을 말 한마디로 '정신지배(마인드컨트롤)' 같은 것을 시행해서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여버리는 일을 한다. 물론 처음부터 대놓고 사람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만히 있는데 '범죄자'들이 찾아와 헤라를 납치하려 들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는 간단한 말 몇 마디로 제 발로 찾아온 범죄자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그러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데, 그 까닭은 바로 자신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스'라고 하는 영웅이자 '신적인 존재'인 까닭에 하찮은 인간의 목숨 따위는 알 바가 아니라고 둘러댈 뿐이다. 도시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다 '헤라 헤이워드(헤라클레스)'의 초능력(?)을 목격하게 된 가르시아 형사와 에이들 요원은 결국 '헤라클레스'와 엮여, '하이드라'라고 하는 또 다른 괴물의 정체를 밝히고 쫓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가르시아와 에이들도 손에 피를 묻히는 일이 발생하고 만다. 물론 겉으로는 '헤라클레스'의 거부할 수 없는 명령(!)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긴 하지만, 그들도 애초에 형사와 요원이 되기 전에 끔찍한 살인사건을 경험했고, 그 사건의 범인을 '사적인 복수'를 하기 위해서 형사와 요원이 되었다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한마디로 그들이 손에 피를 묻히게 된 '원인제공'을 스스로 한 셈이다. 결국 이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이 '범죄사건', 그것도 끔찍하고 잔혹한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있으며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를 죽이고 자신도 죽는 '대환장의 살육파티'에 초대된 셈이다.

난 이걸 끝까지 읽는 것이 힘들었던 것이다. <퇴마록>에서도 끔찍한 장면이 곧잘 등장하긴 하지만, 이 장면들은 대부분 '악령'들이 저지른 일들이었고, 이런 악행을 막고자 '퇴마사'들이 등장해서 자신의 목숨을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악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그렸던지라 아주 감명 깊게 읽고 또 읽었던 것이다. 이우혁의 또 다른 소설 <파이로매니악>에서도 폭발물로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폭발물에 희생당하는 이들은 전부 '대한민국'을 해치는 악질적인 악인들이었으며, 그들이 저지른 악행에 대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법정에 세울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설정이었기에 큰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바이퍼케이션>은 그런 '최소한의 양심' 같은 설정이 전혀 없다. 그저 '괴물'에게 이용 당했기 때문에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그냥 죽어나갈 뿐이었다. 특히나 마지막 '하이드라'와의 대결을 앞두고 수많은 이들이 '괴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총과 칼에 맞아 '대신' 죽어나간다.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기에 그렇게 죽어야만 했던가? 그런데도 '괴물'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는데도 거기에 대한 '죄책감'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겪는 괴로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희생 당할 수밖에 없었노라고 '변명' 같지도 않은 핑계를 늘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런 모든 '불편함'을 정신지배 상태에 놓여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노라고 너무 쉽게 퉁쳐버리고 말았다. 퇴마사들이 단 한 명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대신 담보(?)로 내놓는 명장면을 선보인 이우혁 작가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런 작가가 15년 동안이나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역작이 이따위 '피에 굶주린 괴물'을 등장시킨 범죄소설이었다니 대단히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미완에 그친 다른 소설과 다르게 <바이퍼케이션 : 하이드라>는 비록 종결을 하며 이야기를 마무리시켰지만, 주요 등장괴물(!)이라고 할 수 있는 가르시아 형사와 헤라클레스가 온전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손버그 에이들 요원은 비록 헤라클레스의 사주에 의해 온몸이 칼과 둔기로 난자 당하고 시신을 불태워 죽인 것으로 설정(?)했지만, 끝내 그의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여운을 남겨 놓았다. 유능한 FBI 요원이면서 '천재 프로파일러'로 등장하지만, 그에겐 모든 것을 잊지 않는 뛰어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초급자 수준이라고 하지만 '최면술'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그가 비록 최후를 맞이하긴 했지만, 끝내 죽음에 이르지 않게 된 '극적인 사연'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는 듯 싶다. 그런 연유로 이 소설에는 '후속작'이 나올 듯 싶다. 아마도 제목은 <바이퍼케이션 : 헤라클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왕 헤라클레스가 살아남았고, 그녀가 영웅으로서 해야 할 과업은 아직도 10가지나 남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네메아의 사자'였고, 두 번째는 '레르나의 히드라'였으니, 이제 겨우 2개를 해결했을 뿐이다. 나머지 10개를 한 큐(?)에 해결할지, 아님 가르시아와 에이들이 헤라클레스의 또 다른 범죄를 저지하고 처단할 수 있을지...그런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나 무려 15년이나 침묵하고 있는 작품을 다시 꺼내 들지 회의가 들기도 한다. 비록 <퇴마록>의 부활을 선언한 이우혁 작가지만, 과연 <바이퍼케이션>의 뒷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을까? 재미를 느낄 수는 있었지만, 너무 끔찍한 범죄만을 나열한 듯한 느낌은 다시 살려내지 않았으면 싶다. 차라리 마동석의 <범죄도시>처럼 악당을 때려잡는 결말이라도 참고 했으면 싶다. 그래도 너무 폭력성이 짙다는 소문에 나는 <범죄도시>를 아직도 보지 않고 있다. 살인, 폭력, 범죄 따위를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봐야 '나쁜 것'이지 않느냔 말이다. 나쁜 것은 절대 멋지게 포장하면 안 된다. 그저 떼찌떼찌 해줘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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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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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 / 김경원 / 다산초당 (2017)

[My Review MMCXLIX / 다산초당 3번째 리뷰] 현대 사회에서는 누구도 생각하려 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것은 딱 질색하더니 급기야 복잡한 것조차 생각하기 싫어해서 단순하고 간단한 것만 찾으려 한다. 그런데도 단군 이래 가장 '스펙'이 높은 젊은이들은 대학진학률도 전세계적으로 최상위권인 까닭에 무식한 것은 참지 않는다. 단순하고 간단한데 '유식'하게 보이려면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바로 '요점정리', '핵심정리'를 딱 해서 단박에 알아듣게 만드는, 쉽게 말해 '원포인트 레슨'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참으로 '이율배반'적이지 않은가? 어떤 학문이든 '딱 한 마디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으려면, 그 학문에 정통해야 하고, 통달해야 한다. 정말이지 빠삭해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하든, '핵심'을 찌르든 할 것 아니냔 말이다. 그런데 힘들고 어렵고,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므로 아주 쉽게 딱 한 마디로 알아 들을 수 있게...암튼 무지 쉽게 초고수의 능력을 갖고 싶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요즘에는 '가능'하다. 어떤 분야든지 그쪽에서 통달한 누군가가 나와서 '초심자'도 단박에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요점'만 딱 짚어서, '핵심'사항만 콕 찔러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진정한 능력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나도 '독서' 분야에서 그런 능력자가 되길 희망하는데 아직은 '도전정신'만 가득할 뿐이다. '실력'도 없이 무턱대고 '다독'만 하고 있는 그런 초심 모드로 말이다. 암튼, 철학 분야에도 그런 유형의 책들이 즐비한 요즘이다. 이 책도 그런 의도로 출간되었고 말이다. 지은이는 '하타케야마 소'라는 일본 와세다대학교 정치철학과를 전공한 '철학 강사'다. 특히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좋아하는 모양으로 주요 저서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철학 입문>이란 책을 펴냈다고 한다.

'생각하는 힘'이란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이기도 하다. 흔히 소크라테스가 말했다는 유명한 말 가운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의 뜻도 알고 있는가? 대부분 잘 모를 것이다. 그리고 소크라테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실제로 한 말은 "네 무지(無知)를 알라"는 말을 했고, 풀이를 하면, '네가 모르는 것이 있음을 깨달아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니 '당신도 모르는 것이 있어'라는 말이 뭐가 그리 대단한 '진리'라는 것일까? 직설적으로 뜻풀이를 하자면,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되 물으라'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서 그리스 시민들에게 찾아가 '문답법'을 실시했다고 한다. 전쟁영웅인 장군에게 찾아가 '용기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최고의 부자에게 찾아가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단다. 그리고 장군은 "그거라면 내가 잘 알고 있지. 용기란 적을 앞에 두고서 두려움 없이 맞서 싸우는 것이오"라고 당당히 말했단다. 한편 부자는 "아, 행복 말인가. 그거야 말로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이지. 행복은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즐거움이라네"라고 자신있게 말했단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되물었다. "그럼 '작전상 후퇴'를 하고 전쟁에서 승리를 한 장수가 있다면 용기가 없는 거겠군요?", "그럼 진정한 친구를 갖고 싶은 사람은 얼마를 주고 사면 행복할 수 있소이까?" 이런 대답하기 곤란한 고약한(?) 질문이 몇 번 오가다 보면 용감한 장군이라도, 그리스 최고의 부자라도 '할 말이 없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때 소크라테스가 하는 말이 "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하는 것이오"라고 꾸중을 하면서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오"라고 대답하자, 성이 난 장군과 부자는 "그럼 소크라테스, 당신은 잘 아시오?"라고 성질을 내면서 물으니,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르니 질문을 한 것 아니겠소. 나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을 하는 현명함을 깨우쳤다오. 그리고 끝없이 배움의 자세로 공부할 따름이오"라고 능청스럽게 말을 하니, 그리스 시민 가운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소크라테스가 얄밉고 제거해버리고 싶은 '1순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소크라테스를 따르는 청년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다니니 정치인들이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세웠고, '사형판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죄목은 '신을 믿지 않음(무신론)', '청년들에게 불온한 사상(문답법)을 전파함' 등을 내세워서 말이다. 똑똑한 사람이 잘난 체까지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권력'을 갖지 못한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암튼, 생각하는 힘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이리 길게 했다. 그럼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뻔한 답이지만 다름 아닌 '철학'이다. 이 책도 그런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이 얼마나 공부를 하지 않는지는 너무 유명해서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다. 대학진학률도 50%를 겨우 넘기고, 만화책이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일본정부는 교과서조차 '만화책'으로 오해를 할 정도로 온통 그림투성이고, 교육용 영상자료도 '애니메이션'이 아니면 집중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일본인들의 독서인구가 정말 많다고 자랑을 하지만,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들고 있는 책도 대부분 '만화책' 아니면 '대중잡지'라고 한다. 나 어릴 적에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지 알고 있느냐면서 제발 책 좀 읽으라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는데, 요즘의 일본은 그때의 일본과는 사뭇 다른 모양이다. 하긴 우리 나라 젊은이들도 책을 들고 다니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요즘엔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즐겨 읽어서 그렇지 '독서인구'가 예전에 비해서 정말 많이 늘긴 늘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철학책'은 과연 얼마나 읽을까? 요즘엔 정말 드물 것이다. 그렇다고 철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철학책'을 읽지는 않는다. '너튜브' 같은 동영상 강의를 통해서 아주 쉽게 설명이 되어 있는 것을 더 많이 즐겨본다. 요즘 '인문교양'을 다룬 동영상 강좌가 정말 많으니, 굳이 힘들게 책을 읽는 이들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는중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과 같은 재밌는 철학책이 나온 것이다. 재밌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철학책 말이다.

이 책에는 37명의 철학자가 등장해서 '철학 논쟁'을 벌인다. 고대철학에서부터 중세철학(신학)을 거쳐 근대와 현대의 철학까지 '철학사의 흐름'을 유유히 탐색하듯 매끄럽고 맛깔나게 이어지는 철학적 논쟁을 소개하고 있다. 더구나 철학자들의 '일러스트'까지 수록되어 있어서 '초심자의 흥미'를 샘솟게 만들었다. 일러스트가 어째서 '흥미'를 끌 수 있느냐 하면, 정말이지 다들 '미남자'로 미화(美化)시켰기 때문이다. 심지어 '추남'으로 유명한 소크레테스까지 잘 생기게 그려넣었다. 내가 가르치는 한 여고생은 "이렇게 잘 생긴 철학자들의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책이 어렵지 않았어요"라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하긴 '아이돌'이 왜 인기가 많겠는가. 힘든 군생활도 '관물대 여신'을 매일 갈아끼우며 버티...쿨럭쿨럭

이렇게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으면서 정작 '철학'에 관심을 갖게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중요한 철학 내용으로 눈길을 돌리면 '철학 논쟁'을 주제로 배틀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소년범죄'를 다루면서 엄벌을 줘야 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철학자들을 찬반으로 나누어 그 '철학자들의 대표 사상'을 근거로 삼아 한 편의 '법정드라마'처럼 공방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에 대한 기초 상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철학자들의 논쟁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우리가 법정드라마나 의학드라마를 볼 때 '전문가'라서 즐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아주 조금의 관심만 있으면 쉽게 '철학 논쟁'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논쟁을 읽어가면서 '철학자들의 대표 사상'에 익숙해지게 된다. '소년범죄' 논쟁에서는 엄벌을 줘야 한다는 쪽에 공리주의자 '제레미 벤담'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했고, 엄벌에 반대하는 쪽에는 역시나 공리주의자 '존 스튜어트 밀'과 '공자'가 등장했다. 철학에 관심이 있던 분들이라면 '양적 공리주의'와 '질적 공리주의'가 대결을 벌이면서 이상적인 공자철학과 현실적인 아리스토텔레스가 논쟁의 보충설명을 해주고 있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책의 내용은 그닥 어렵지 않다. 논쟁을 '대화'를 중심으로 이어나가고, '대화의 흐름'을 유심히 지켜보면 '논쟁적 대립'속에서 철학자들의 대표적 '철학사상'이 극명하게 대립하며 보다 뚜렷한 철학적 윤곽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초심자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다음 논쟁 주제'로 넘어가면 앞서서 이야기했던 철학사상이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해질 것이다. 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앞서 등장했던 철학자가 '1회성 등장'이 아니라 '수차례 반복해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 때마다 '대표철학사상'의 맥락을 반복해서 엿볼 수 있으니 눈썰미가 좋은 독자라면 어렵지 않게 '철학사상가들의 대표철학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하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중요한 것은 철학사상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여러 철학사상을 참고해서 '자기만의 가치관 형성'을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어린이 철학교육의 핵심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위대한 철학사상을 달달 암기하는 것도 좋은 공부방법이긴 하지만, A라는 철학자가 B라는 사상을 이야기했다는 것을 외운다한들 뭐에 쓸 것이냔 말이다. 옛날에는 '백과사전식 지식'을 누가 더 많이,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AI검색'을 통해서 아주 쉽게 해결될 사안이다. 그러니 외울 필요가 전혀 없다. 그보다는 소크라테스의 철학사상이 꽤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모르는 것을 애써 '아는 척'하지 말고, 솔직하게 모른다고 고백하고 '배우는 자세'를 취하는 것이 내 삶을 바람직하게 이끌 것으로 믿는다. 그러니 나는 늘 '겸손한 자세'로 하나라도 더 배움을 늘려나가야겠다. 그렇게 하면 나는 10년 뒤에 많은 것을 깨달은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해 있을 거야. 그때 내 꿈을 실현해 나가야겠다. 공자께서는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 하셨으니, 늘 겸손한 자세로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나도 여러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 있을 거야. 이런 삶은 멋진 것 같아. 더욱 정진하자!...'가치관 형성'이란 이런 것일 게다. 물론 이것과 정반대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도 마주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 존재'다. 남의 이익에 앞서 내 이익을 먼저 챙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니 손해 보는 삶은 '실패한 삶'이다. 무조건 승리하고 쟁취해서 남들보다 앞서 나가자.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약자는 강자에게 지배 당한다. 절대 뒤쳐지지 말자. 아무도 2등은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삶은 정말 멋지고 신 날 것 같아!...이 둘이 만나면 어떤 논쟁을 벌일까?

사실 철학수업은 늘 흥미진진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막상 철학수업을 어렵게만 생각한다. 그 까닭은 '철학사상'이 매우 심오하고 어렵게 느끼기 때문이다. 그럴 때 '자기만의 가치관'으로 철학수업을 대신하면 된다. 누구의 철학도 아닌 '자기 철학'이니 크게 준비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자기 철학'을 관철시킬 수 있는 '타당한 근거'만 부지런히 찾아오면 된다. 여기서 '타당한 근거'가 바로 '철학자들의 사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의 대표사상이 '나의 가치관'과 가장 비슷한지 찾아내면 그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철학수업은 준비완료다. 나머지는 치열한 논쟁을 할 '자신감'만 있으면 된다. 자신감 뿜뿜하고 싶다면 '자기 가치관'을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어떤 반론에도 흔들리지 않을, 누가 보더라도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로 단단히 무장하면 자연스럽게 강해진다. 그리고 그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근거' 역시 '철학사상'에서 찾으면 된다. 찾기 어렵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아주 잘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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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2 : 인간은 누구나 더없이 예술적이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김현민 그림, 정재은 글, 정재승 기획, 이고은 자문 / 아울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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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2 : 인간은 누구나 더없이 예술적이다>  정재승 / 정재은, 이고은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XLVIII / 아울북 37번째 리뷰] 음악과 미술, 그리고 춤을 통틀어서 '예술'이라고 한다. 인간은 이런 아름다운 예술을 즐길 줄 아는 동물이다.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차이가 드러나는 여러 것들 가운데 가장 특출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동물들도 예술을 할 줄 안다고 볼 수 있다. 동물들도 각자 나름의 '노래'를 부르고, 특유의 '몸동작(춤)'을 추고 있으며, 자신의 몸을 직접 활용하여 아름답고 예술적인 '치장'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다른 동물들이 이런 '예술적인 행동'을 하는 까닭은 생존에 유리하거나, '성선택'에 유리한 덕을 보아 종족 번식에 이득을 챙기기 위해서 그런 것이다. 물론 인간도 '생존(밥벌이)'을 위해 예술행위를 하고, 이성을 '유혹(성선택)'하기 위해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예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순수하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순수예술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차별을 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음악을 들으면 저절로 몸이 움직여지고, 한 폭의 그림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자신의 감정을 리듬에 담고, 자신의 생각을 멜로디에 담아 전달하게 되는 걸까? 이렇게 예술을 탐구하다보면 '뇌과학'과 만나는 지점이 생기게 된다. 한마디로 예술은 인간의 뇌를 활발하다 못해 폭발하게 만든다는 말이다. 인간의 뇌는 '공부'를 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단편적인 일을 할 때의 뇌활동량은 비교적 적은데 반해서, 예술활동을 하는 인간의 뇌는 그야말로 폭발직전일 정도로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음정', '박자'처럼 '두 가지 이상의 뇌활동'을 동시간에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악기'까지 연주를 하게 된다면 뇌는 손, 손가락,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 발, 발가락, 발바닥 등등 온몸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부던히 '명령'을 내려야 한다. 미술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림을 그리는 재료에 따라 다채로운 '색채'와 다양한 '질감'을 조합해서 그릴 수 있는 방법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그림을 그릴 때에도 '온몸'을 컨트롤하기 위해서 뇌는 온몸 구석구석에, 세포 하나하나까지 섬세하게 움직이도록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 춤을 출 때는 더 말을 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서, 온몸을 컨트롤하는 것에 얼마나 많은 뇌신경이 명령을 받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겠느냔 말이다. 그렇다! 예술활동은 인간의 뇌를 폭주하게 만든다. 그것도 아무렇게나 대충 폭주하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국영수 선행학원'을 보낼 게 아니라 음악, 미술, 체육 등의 '예술 공부'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꽉 막힌 책상과 단단히 고정된 의자에 앉아서 '주입식 교육'을 받아 달달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뇌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창의성'에 한해서 드리는 말씀이다. 하지만 앞으로 AI 시대가 펼쳐질 가까운 미래에는 '창의성'이 전부일 것이다. 그렇다고 국영수 공부에 등한시 하라는 말씀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창의력'이 부족한 아이는 결국 AI의 노예밖에 될 것이 없을 것이니, 조금이라도 AI를 잘 활용하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예술공부에 좀 더 투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예술 방면으로 '선천적인 재능'이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테고 말이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2>에서 조용히 숨어 살고 싶은 외계인이 살고 있는 한적한 섬에 '축제'가 벌어졌다. 얼떨결에 지구에 남게 된 오로라와 라후드가 원해서 하는 축제는 아니지만, 섬 마을에서 해마다 전통축제를 벌이는데, 그 덕분에 섬 전체가 시끌벅적 떠들썩하다. 여기까지만이라면 그나마 견딜 수 있었겠지만, 아우린들의 평화로운 잠복(?) 생활에 파란을 일으킬 '뉴외계인'이 등장했다. 이름은 도됴리. 할머니가 남긴 유품을 찾기 위해 전 우주를 여행중이라고 한다. 그러다 지구에서 유독 강한 신호가 잡혔고, 그 때문에 도됴리는 지구에 착륙해서 유품 탐사를 하며 떠돌아(?) 다니고 있는 중이다. 대단한 실력을 감추고 있는 외계인 같은데, 조심성이 없다. 인간들에게 외계인의 정체가 탄로나지 않게 숨어 지내도 모자랄 판인데, '할머니의 유품'을 찾는답시고 '인간슈트'도 입지 않고 섬 전체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나 얼떨결에 아우린들은 도됴리를 자신들의 기지에 감금(?) 시키고, '인간슈트'를 대신할 '인간 의상'을 구하러 장을 봤다. 그리고 다시 기지로 돌아왔는데, 분명 있어야 할 도됴리가 기지 내에 없다. 정말 깜쪽같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과연 도됴리는 어디로 갔고,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 해답은 책속에 있다.

그 와중에 라후드와 오로라, 그리고 새로 합류한 도됴리는 인간들이 참석한 축제에 동참하게 되는데, 꽤나 이성적인 아우린들과는 달리 도됴리는 원래 흥이 많은 편인지, 조심성이라고는 1도 없게 인간 축제에 깊숙이 파고 들었다. 그 덕분에 '외계인의 정체'가 탄로 나지 않기 위해 라후드와 오로라의 고생이 점점 더 심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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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11 : 인간을 울고 웃게 만드는 스트레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김현민 그림, 정재은 글, 정재승 기획, 이고은 자문 / 아울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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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11 : 인간을 울고 웃게 만드는 스트레스>  정재은, 이고은 / 정재승 / 아울북 (2023)

[My Review MMCXLVII / 아울북 36번째 리뷰] 요즘 '심리학' 관련 책을 보고 있으면 '과학책'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의 심리학책은 형이상학적 연구 분야인 '철학책'과 유사해서 윤리도덕과 정신수양을 기르는 마음수련을 하기 위한 책이었다면, 요즘에는 '뇌과학'과 직접적인 연관 되어 있기 때문에 굉장히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 성과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심리학과' 교수진들도 자신들의 주전공이 대부분 '뇌과학'을 비롯한 과학분야 전공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요즘 '심리학' 관련 책들도 그런 트렌드를 따라서 과학의 연구 성과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 책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도 '어린이 뇌과학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고 있기에 인간의 행태과 심리를 '뇌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연구를 하는 가상의 외계인을 등장시켜서 인간을 객관적으로 탐구하고자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마침맞게 주제도 '스트레스'를 다루고 있었다. 요즘 심신 상태가 그야말로 '스트레스 가득'이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로 '내몸 건강'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어머니까지 '백내장 수술'을 앞두고 혈압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안정이 되지 않아 '수술 취소'를 앞두고 겨우 안정을 찾고 '1차 수술'을 무사히 마쳤는데, 수술을 마치고 '안정기'를 찾아야 할 때 한밤중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변을 당하는 바람에 부랴부랴 응급실까지 가서 정밀진단을 받는 소동이 벌어졌다. 다행히 '뇌진탕'이나 '고관절 골절' 같은 노인분들이 특히 조심해야 할 증상은 나오질 않아 한시름 놓았는데, 웬걸 갑작스런 현기증으로 쓰러지는 원인이 '심각한 영양불균형'으로 인한 일종의 쇼크였단다. 혈압이 들쭉날쭉 하니 혈압이 치솟는 걸 잡겠다고 집에 계실 때 '물에 밥을 말아 드시는 것' 이외에 일절 먹은 게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니 기력도 없고, 소량이지만 꼭 필요한 영양성분들이 배뇨과정에서 다 나와버리니 심각한 영양불균형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 뒤로 식사도 꼬박꼬박 드시게 하고, 잠자리도 한 방에서 자면서 '안정'을 취할 수 있게 간병을 했더니, 이제는 거동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산책도 하시고 있다.

그런데 어머님이 건강을 회복하고 큰 고비를 넘겼다 싶으니 '긴장'이 풀렸던 모양이다. 이번엔 내 몸에 '이상증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머님이 침대에서 자리보전만 겨우 하시다 조금씩 거동이 가능해지니 '고비'를 넘겼다 싶은 마음에 조금 안심을 했더니, 바로 그 다음날 '몸살'로 내가 들어 눕고 만 것이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한 달 넘게 출근했다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도맡아서 했던 몸인데, 이제 조금씩 거동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순간' 안심을 하니 그간의 피로가 한 번에 몰려 왔던 것이다. 그렇게 파김치가 된 몸으로 가까운 병원에 갔더니, 의사 왈 "아무 문제 없는데요. 건강하세요." 그래서 내가 왜 이렇게 아프냐고 물었다. 온몸이 천근만근이고 이도 시리고 아파서 치과에도 가야겠다고 얘기했더니, "음..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으셨나요?"라고 물은 것이다. 그래서 이만저만해서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고 했더니, 바로 그것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린 것이었다. 치과에도 갔더니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잇몸이 주저앉거나 한 것도 없는데 심한 통증을 호소하니, 십중팔구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이었다. 살다살다 '스트레스' 때문에 이렇게 몸이 아팠던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우리 몸에 어떤 증세를 만들까? 스트레스가 쌓이면 우리의 뇌에서는 '호르몬 파티'가 벌어진다고 한다. 갖가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되면 이에 맞서 안정을 되찾기 위한 호르몬도 분비되면서 '스트레스'로 인해서 변화를 맞은 우리 몸의 기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정반대 효능'을 지닌 호르몬이 분비되어 균형을 다시 잡아주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 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약한 스트레스 받을 때에는 각각의 위험상황에 빠르게 행동할 수 있도록 '전두엽'이 갖고 있던 주도권을 '편도체'에게 넘겨준다고 한다. 이는 돌발적인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뇌에서 판단한 뒤에 행동을 따르게 하는' 느린 대처보다는 '뇌의 사고(전두엽의 주기능)'를 정지시키고, 오직 '위기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빠른 대처를 위한 자연스런 반응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도체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전두엽이 주로 담당했던 '사고, 감정, 행동 조절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돌발 상황에서 스트레스로 받은 우리 몸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런데 일시적인 스트레스 증세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왕창 분비되었던 '호르몬 폭발'도 서로 상쇄시키며 안정을 되찾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만성 스트레스'다. 주도권을 '편도체'에게 넘겨 위기상황을 대처하겠다며 호르몬 폭주를 시켰던 뇌가 상황이 만성적이 되자 '이성적 사고'를 되찾기 위해 다시 '전두엽'이 되돌려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느끼는 상황이 아직 해소가 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편도체로 넘기고, 전두엽이 돌려 받는 상황이 계속 반복 되면서 호르몬 대폭발 상황을 맞이 하다, 긴장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더는 반응을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몸은 더욱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가 완수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피곤함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럼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피곤함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더 성대한 '호르몬 파티'를 끝없이 벌이게 된다. 그러다 상황이 안정되고 더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상황이 되면 콸콸 쏟아붓던 호르몬이 점점 줄어들게 되니, 그동안에는 느끼지 못했던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이다. 그래서 온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여기저기 통증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인가? 딱히 틀린 이야기도 아니다. 저렇게 몸과 뇌를 혹사시켰는데 병이 생기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성 스트레스 해소법은 어떤 게 있나? 딱히 건강상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 아니라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크게 개선된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전혀 받지 않는 편안하고 즐거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잠을 자거나,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면서 피로도 풀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해소법인 셈이다. 뭐,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지만 말이다. 근데 현대인들은 이런 해소법을 알고도 마땅히 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곤 한다. 진정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빈곤'으로 인한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절대적 빈곤 계층'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절대적 빈곤'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바로 '상대적 빈곤'이다. 남들은 '쇠고기 파티'를 즐기는데 나는 '쇠고기 라면'에 '소고기 김밥'을 먹고 있다면, 이것 자체로 또 스트레스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소확행'으로 자기만족을 한다고 해도, 이는 실질적인 해소라기보다는 그야말로 영혼까지 끌어 모은 '정신승리'로 볼 수밖에 없다. 차라리 정신승리 밖에 할 도리가 없다면 '멍때리기'가 훨씬 더 좋은 해소법이 될 수 있다. 불멍, 물멍도 좋지만 퇴근 후에 샤워를 한 뒤에 TV 앞 소파에 기대거나 누워서 맥주 한 캔을 딱 들이키면서...에구머니 '어린이책'에다 무슨 이야기를..쿨럭쿨럭

암튼, 이번 책의 주제가 바로 '스트레스'였다. 아우린 탐사대가 원대복귀한 상황이었는데, 우주선 탑승 자리가 모자라서 라후드와 오로라가 지구에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우레 행성의 우주선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구에서 아무도 몰래 숨어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이들을 감쪽같이 숨어 있게 해줄 만한 '장소'가 딱히 없었던 것이다. 지구 여기저기 '인간의 흔적'이 남지 않은 곳이 없었고, 라후드와 오로라는 어디를 가든 '인간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꽁꽁 숨겨야만 했다. 스트레스 수치가 저절로 올라갈만한 상황 아니겠는가. 이렇게 스트레스 가득 생기는 상황속에서 살아남은(?) 아우린들은 어떻게 대처할 수 있었고, 그 와중에도 아우린들을 괴롭히는(?) 인간들은 또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해소하고 지내는지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에휴...정녕 스트레스 없는 낙원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인간은 스트레스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슬픈 존재인 것인가? 그도 아니라면, 적당한 스트레스는 오히려 건강한 삶을 해주는 축복인 셈일까? 과연 스트레스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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