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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불가능 대한민국 - 고도성장의 기적 이후, 무엇이 경제 혁신을 가로막는가 ㅣ 서가명강 시리즈 26
박상인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0월
평점 :
[21세기북스 22번째 리뷰] 대한민국 경제가 폭망하고 있다. 비단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전 정부에도 손을 놓고 있기는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손을 대지 못하는 것'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는 길은 '재벌 개혁'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경제학자들은 이미 지적한 바 있다.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는 주범은 바로 '재벌'이며, 가족 경영으로 대대손손 '기업'을 물려주는 형태로는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니, 하루라도 빨리 서두르지 않는다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30년'을 대한민국도 똑같이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재벌들은 꿈쩍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더 '수직계열화' 시키며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자회사(?)까지 만들어 '일감 몰아주기'로 손실을 최소화하며 버틸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가로채거나(기술탈취), '전속계약'을 미끼로 삼아 가격을 터무니 없이 깍아버려(단가 후려치기) 중소기업이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대기업에 더욱더 의존하게 만드는 경제구조 환경을 조성해서 대한민국 경제가 스스로 혁신과 융합할 수 있는 기회마저 송두리채 앗아가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대기업 체제로 계속 이어나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대한민국은 분명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 전세계가 놀라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일제식민지로부터 해방되고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대한민국을 70년대부터 발빠르게 '산업화', '도시화'를 외치며 성장동력을 끌어올려 90년대에는 전세계가 놀랄 정도로 경제대국으로 우뚝 서서 '경제선진국의 대열'로 진입한 것은 누가 뭐라해도 자랑스러운 업적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업적을 이룩하는데 '대기업'이 제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사실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허나 대한민국 대기업이 이룬 '위대한 업적'은 정부의 공적자금을 몰빵한 결과였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 모두가 '대기업'에 매달려서 키워낸 결과로 이룬 결과란 말이다. 여기에 '대기업' 스스로 기술혁신을 이룩해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라면 좋았으련만, 다른 선진국들이 만들어놓은 '기술력'에 기대어 더 빠르게 더 값싸게 '모방'한 결과, 대한민국 수출 효자 상품으로 등극할 수 있었고, 이런 제품을 발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었던 '대기업 문화'가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셈이다. 한마디로 '제조업'에 치중해서 빠르게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단 말이다.
그런데 21세기 세계 경제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급격한 기후변화에 위기감을 느끼고 온실효과를 절감할 수 있는 '탄소중립'이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구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한민국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을 선언했고, 2050년에는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며, 가깝게는 2030년부터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해 기존 에너지를 대신해서 '재생에너지 100%'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이런 일련의 경제산업 흐름을 담아 'RE100', 다시 말해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캠페인을 대한민국도 호언장담했다. 허나 윤석열 정부는 기존의 재생에너지 주력상품이었던 태양광과 풍력으로 이를 충당하기 요원하자 문재인 정부때 배제했던 '원자력'을 탄소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으로 되돌려 놓기로 하고, 원자력 발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보고도 '탈원전의 의지'를 박살 내버린 것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재생에너지개발 후발주자인 대한민국이 다른 선진국의 충족율보다 뒤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칠 수 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보다 재생에너지 충당률이 뒤쳐진 것은 '기술력 문제'가 아니라 '개발 의지'가 없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때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을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할 꺼리라도 있으련만,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변명조차 하지 않고서 적반하장격으로 'RE100' 따위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경제는 건제하다..는 말 같지도 않은 무식한 발언을 하느냔 말이다. 그 뒤에 이어질 '대기업의 성장신화'를 믿어 의심치 않고, 정부도 그런 '대기업'을 팍팍 밀어줄 야심찬 계획과 정책이 있으니 국민 여러분께서는 걱정을 붙들어 매라는 거짓말을 또 할 셈인가?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 운운하면서 침몰하고 있는 까닭도 '경제력 집중 현상'을 해소하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혁신과 융합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일본 경제보다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경제선진국의 '기술력'에는 미치지 못하고, 경제 신흥국가의 '기술력 상승'과 '가격경쟁력 뒤쳐짐'에 따른 발빠른 추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넛 크래커(호두까기)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가 발빠르게 성장했던 까닭은 정부와 국민들이 '대기업'에 몰빵해서 국가경제를 성장시키는데 한몸처럼 움직였기 때문이고, 부족한 기술력은 선진국의 것을 '베끼기'를 해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성장에만 주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뤄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라선 뒤에는 선진국들의 기술을 베낄 수만은 없다. 이제는 선진국의 기술을 넘어서고 더 앞서 나아가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혁신과 융합'이 필요한데, 경제주체가 '대기업 중심'이다보니 혁신이라는 모험보다는 '인권비 절약' 등과 같은 손익계산을 통한 안정에만 몰입하고 있으니 대한민국 미래경제가 암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탄소중립'이라는 큰 걸림돌이 버티고 있는데도 아무런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는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는 정부와 국민들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일본 경제의 지난 30년이 이랬는데, 이젠 대한민국 경제 차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을 보듯 뻔한 셈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는가? 역사적으로 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큰 변화를 맞이한 시대에는 몸집이 큰 대기업보다 몸집이 작은 '중소기업'이 변화에 잘 대응했더랬다. 물론 타격을 받는 것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망해도 금방 다시 '새 중소기업'이 나타나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온갖 모험에 뛰어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이 망해도 '국가경제'에 큰 위기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왜냐면 실업자가 생기더라도 그 수가 적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서 직장을 옮기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업은 변화의 시대에 모험을 하지 않는다. 왜냐면 망하면 대량실직 사태가 벌어지고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까지 휘청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그 많은 실업자들을 챙겨주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애초에 '대기업'이 망하지 않도록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일쑤다. 그런데도 대기업은 기술혁신에 올인하며 위기에 맞서 대응하지 않는다. 그동안에도 하지 않던 '기술혁신'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고 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기업은 결국 폭망하고 만다. 그리고 대기업을 기반으로 동거동락했던 '자회사'도 망하고, '손자회사'도 망하고, '증손자(?)회사'도 망하는 '줄줄이 도산'이 벌어지며 '지역경제'가 폭망하고, 더 나아가 '국가경제'까지 폭망하는 것이다. 특히나 '탄소배출'을 많이 하는 '제철회사'인 포스코가 망한다면 울산 인근 지역의 경제도 함께 망하고, 국가 기간산업이었던 제조업의 한 축이 무너지게 되니 대한민국 경제가 휘청일 것은 뻔한 이치다. 이런 위기감이 점점 임박해오고 있는데도 '대기업 개혁'을 손놓고 있을 것이냔 말이다.
이제 대한민국 '대기업'은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던 사업들을 하나둘 내려놓고 '중소기업'들이 알아서 성장할 수 있도록 냅둬야 한다. 당장은 이들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꿀꺽하고, 중소기업의 이익마저 대기업의 계열사로 착복하면 '이득'을 챙기고, 국가경쟁력도 '성장'하는 듯 보일 테지만, 앞으로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력이 절실한 시점이 찾아오면 '대기업'만으론 대응하기 힘들어진다. 그러니 거의 '재벌 해체' 수준으로까지 대기업을 쪼개서 밀려오는 큰 파도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해야만 한다. 그래야 뒤쳐진 '재생에너지 기술력'을 끌어올려 다시금 대한민국 경제가 승승장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현재의 대기업 운영을 '친족경영'에서 '실력경영', '전문경영'으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탈취하지 말고 '제값'을 쳐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끌어 올려주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의 투명한 감시,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나서서 '벤처기업'이니 '중소기업 지원정책' 따위를 추진하며 설레발 치지 말기를 당부한다. 정부의 '근시안적인 관료'들은 당장의 이익과 성과가 나지 않는 중소기업과 기술력에는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정부관리자가 나서봐야 헛물만 켤 뿐이고, 세금낭비만 될 뿐이다. 그러니 중소기업 스스로 지지고 볶을 수 있게 '자유경쟁체제'만 만들어주면 된다. 오히려 규제대상은 '대기업'이어야 한다. 이들은 결코 스스로 '해체'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대한민국 경제는 '빨간불'임에 틀림없다. 허나 대한민국 경제가 폭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폭망'한 뒤에 다시금 '기적'처럼 일어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럴 경우에는 수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며 대혼란의 시절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벌 개혁'은 반드시 실천해야만 한다. 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경제가 다시 일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