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2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2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미노루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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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y Review MDCCXLIII / 넥서스Friends 2번째 리뷰] 이 책은 <전천당>으로 유명한 히로시마 레이코의 어린이 소설이다. <전천당>에서도 기발한 에피소드를 펼치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보였는데, 이 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에서도 그 기발함과 흥미로움은 난형난제라 할 것이다. 기본적인 줄거리는 인간의 아이 '야스케'가 요괴의 아이를 돌보는 요괴인 '우부메의 집'을 망가뜨린 죄로 우부메를 대신해서 '요괴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 형벌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런 큰 줄거리 속에 요괴의 특징이 드러나는 '자잘한 에피소드'를 펼쳐내면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 형태로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전형적인 '시리즈물' 구성이지만 전혀 식상하지 않은 것이 '레이코 소설'의 장점일 것이다. 이번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요괴 아이의 혼'을 빨아들이고 '인간의 시체'를 잡아먹는 포식자 요괴와 살아있는 인간과 꼭 닮은 인형을 만드는 재주를 가진 '인형술사'가 메인 스토리다. 언뜻 연결이 되지 않는 두 등장인물이지만, '생명연장'이라는 인간의 탐욕과 결합하면 이 둘의 조합은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다쳐서 죽거나 병들어 죽거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죽는다. 이는 자연의 이치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은 '사랑하는 존재'가 영원히 나와 함께 하길 바란다.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 그대로, 오래도록 시들지 않는 꽃처럼 싱싱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런데 여기 '인형술사'가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꼭 닮은 인형을 만들어내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형술사 말이다. 그런데 인형술사는 자신의 인형에 만족을 하지 못한다. 모습만 꼭 닮아서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인형'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살아있는 사람을 죽여서 '포식자 요괴'에게 먹이로 넘겨주고, 그 대가로 받은 '무엇'을 이용해서 자신이 만든 인형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주문'이 넘쳐난다. 다 죽어가는 사람이 다시 살아난 듯 싶고, 이미 죽은 사람이라도 다시 살려내는 듯 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거래를 한 '인형'이 망가져도 다시 새것처럼 '고치면' 그뿐이다. 이렇게 죽은 사람도 되살려내는 '인형술사'의 꿈은 자기 자신을 '완벽한 인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인형술사는 '요괴의 아이'와 '죽은 시체'를 포식자 요괴에게 먹잇감으로 넘겨주고, 그 대가로 '인형술사'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을 만드는 유용한 재료를 챙긴다. 그렇게해서 근래에 행방불명된 요괴의 아이와 분명히 죽었는데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요괴 돌보미 야스케는 이 사건들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신기하고 흥미로운 요괴이야기를 읽다가 이런 '철학적인 문제'를 만나면 즐겁기 그지 없다. 우선, "생명연장이 가능하다면 당신은 생명을 연장하겠습니까?"라는 질문부터 던져보자. 인간이 영생, 즉 '영원한 삶'을 꿈꾼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진시황이 '불로장생'을 탐했다는 것은 너무 유명한 이야기고, 이집트의 미라도 '부활'을 꿈꾸며 육신이 썩지 않게 만드는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다. 현대의 기술발달은 '냉동인간'도 가능케 했고,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간복제'도 가능케 했으며, 뇌과학의 발달로 '인간의 뇌'를 대신할 기기만 있다면 '뇌를 담을 그릇'인 몸은 무엇으로든 대체할 수 있는 세상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전한다. 물론, 아직까진 '실용화 단계'까지 성공한 생명연장 방법은 없지만 말이다. 요점은 '생명연장'이 어렵지 않게 가능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생명연장'에 오케이하겠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그닥 높지 않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까닭으로는 '인간답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나도 동의한다. 과거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에서도 철이는 '기계인간'이 되는 것이 꿈이었지만, 마지막 결정적 순간에는 그 꿈을 포기하고 만다.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삶과는 아주 딴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바라는 '생명연장'은 어떤 방법이어야 하는가? 그건 바로 '젊음의 유지'다. 스물다섯 살의 모습 그대로 늙지도 아프지도 않고 오래도록 유지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젊음의 유지는커녕 건강 유지조차 힘겨운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이 책의 '인형술사'처럼 삐뚫어진 생각을 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잘못된 탐욕으로 그릇된 행동을 일삼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망가지기 마련이다. 단 한 사람이라의 탐욕이라도 말이다. 그로 인해 '무고한 희생'은 줄을 지어 이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탐욕'을 경계해야만 한다.

  또한, 우리는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병들어 가는 시점에서 인간이 너무 많이 살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량학살'을 계획중이라면 어떻겠는가? 대찬성인가? 물론 지구를 사랑하는 관점에서 대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지구가 병들어가는 것과 '인구 증가'와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지구환경파괴는 '인구증가' 때문이 아니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파괴가 심각해진 탓이고, 다른 생명체들이 살아갈 터전인 숲마저 '인간을 위한다'는 논리로 파괴하고 도시나 농경지, 또는 공장지대로 바꿨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자연 생태계는 파괴되어 제 기능을 잃어버렸고, 인간을 보호하던 자연이 도리어 인간을 해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그 증거가 바로 '지구온난화', '해수면상승', '기후변화' 등이고,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도 덩달아서 전세계적인 대유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요괴의 생명'도 소중할 수밖에 없다. 비록 요괴는 '상상의 산물'일 뿐이지만, 요괴 하나하나가 '만물'에서 비롯되었다는 '애니미즘 사상'을 확대하면 요괴의 생명은 곧바로 '자연의 생명력'과 일대일 대응을 시킬 수 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요괴들도 '자연적으로 발생'하거나 '인위적인 방식으로 탄생'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니 요괴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야스케의 마음은 그대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만든 물건일망정 그 재료는 '자연'에서 얻은 것이기에 소중히 다루어야 마땅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어떤가? 어린이책으로 철학을 하는 것도 재미나지 않은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진리로부터 시작된 물음에서 '지나친 욕심(탐욕)'은 도리어 화를 부른다는 결론과 인간이 아닌 생명도 소중히 다뤄야 마땅하는 결론까지 내릴 수 있었다. 물론 '정답'은 없다. 탐욕은 나쁘지만 욕심이 없는 세상도 활기를 잃어버린 삭막한 세상이 될 우려도 있으며,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지만 '인간의 목숨을 앗아가는 해충과 병균'마저 사랑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더 많은 생각을 해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은 혼자 읽고 말 것이 아니라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어야 더욱 지혜로운 법이다. 또래와도 생각을 나누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면 더할나위가 없다. 그래서 '좋은책'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은 책' 모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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