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한국 요약 금지 - <뉴요커> 칼럼니스트 콜린 마샬의 변화하는 한국을 읽는 N가지 방법
콜린 마샬 지음 / 어크로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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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크로스 2번째 리뷰] 외국인이 등장해서 '한국의 이색적인 면'에 대한 저들만의 생각을 들려주는 너튜브 방송을 보면서 한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배우기도 했더랬다. 한국에서만 살다보니 '한국인의 평범한 일상'이 외국인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지만, 이런 방송들이 거의 대부분 '한국, 또는 한국인의 위대함'으로 끝맺는 것을 보면서 '두 가지 관점'이 굉장히 의아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그게 왜 대단한 거지? 당연한 것 아닌가? 별것도 아닌 걸 칭찬하네' 싶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 그렇게나 대단한 것이었어? 한국이 그렇게나 강한 나라였었나?'라는 생각이었다.

  이를 테면, 밤늦은 시간에 특별한 치안 걱정 없이 밤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도 깜깜한 밤엔 '범죄의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긴 하다. 그래도 못 돌아다닐 정도는 아니고 특별한 '우범지역'이 아니라면 대체로 아무 거리낌없이 노닐 수 있다. 심지어 '여성'이라도 말이다. 그런데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이나 유럽에서조차 저녁 7시 이후엔 '번화가' 이외에 거의 모든 곳이 한산해진다는 점, 그래서 밤늦은 시간에 귀가할 때는 '차량이동'이 아니면 치안이 불안해서 이동에 제한을 받는다는 점, 그래서 관광객들조차 어두운 밤거리에 나가는 것이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천만한 시도'라는 점, 특히 여성이 홀로 밤거리를 배회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치안이 불안하다는 점 등을 이야기할 때 정말 놀랍기 그지 없었다. 한편, 한국의 수출제품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없으면 불안할 정도'로 심각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대한민국의 군사경쟁력도 전세계 10위 권 안에 있다는 점도 뜻밖이었다.

  이런 류의 신박함에 들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청하기도 하는데, 계속해서 보고 있으면 거의 반복적인 내용들이라 금새 식상해지기도 한다. 특히 이런 방송들은 '칭찬일색'이라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책 <한국 요약 금지>는 달랐다. 칭찬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비판적인 내용'도 그에 못지 않게 신랄하게 전개시켜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고, 한국인이 아니기에 더욱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면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약간 어눌한 '한국어'로 부자연스럽게 쓰여진 내용도 있어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도 했고, 한 번 다뤘던 '동일한 소재'의 내용이 반복되는 경향도 있어서 살짝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색다르고 다채롭게 해석하는 관점으로 서술하였기 때문에 너무 좋았다. 그래서 이런 류의 '또 다른 책'이 있다면 또 읽고 싶어졌다. 마이클 브린의 <한국, 한국인>(2018)이란 책도 있다니 꼭 읽어보아야 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한국정치, 한국사회, 한국문화'를 이방인의 눈으로 이색적인 해석을 덧붙인 것이다. 건축가 김수근과 소설가 황석영에 관한 설명은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거의 모르고 있었을 내용까지 다뤘고, 자살과 일본군'위안부'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땐, 많은 한국인들이 인지하고 있음에도 솔직한 심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어두운 내용인데도 따끔할 정도로 쎄게(?) 지적해주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외국인 저자가 '한국의 매력'을 소개하면서, '한국인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던 한국의 저력'을 일깨워주는 내용이 정말 많아서 책을 읽는 내내 흐믓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하자면, 서구인의 눈에 비친 '중국적인 것', '일본적인 것'은 너무 명확해서 식상한데 반해, '한국적인 것'은 분명히 느낄 수는 있는데 뭐라고 콕 집어서 '이것'이라고 하기 애매하다는 내용이 있다. 이건 한국인으로 살아온 내가 절실하게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 분명 서양사람들에게 이색적으로 보이는 '아시아 문화'는 저마다 독특한 특색을 지녔다. 물론 처음엔 잘 구분이 가지 않다가도 '관심'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중국것', '일본것', '인도것', '태국것', '베트남것' 등등 명확히 구분이 가고 저마다 본연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데 반해서, '한국것'은 서양사람들에게 분명 이국적이면서도 친숙한(?) 느낌을 느끼곤 한단다. 아니 어쩌면 이색적인 점보다 '서양에서 즐기던 낯익은 것'들이 먼저 보여서 실망하는 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그 '낯익음'이 '낯설게' 다가오는 것은 한국의 문화에 점점 젖어들어야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젖어들었음에도 '한국것'을 명확하게 정의내리기 힘든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고, 무엇으로 '형용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변화무쌍한 무형의 무엇이기 때문이란다. 바로 이것이 '한국문화의 매력'이자 '한국문화의 힘'이기 때문에, 그 매력에 푹 빠진 저자는 한국을 떠날 수 없다고 고백하고 있다. 정말 '최고의 칭찬'이다.

  그런데도 이처럼 매력적인 한국에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는 외국인이 많은 것은 '한국어 소통'에 대한 어려움 때문일 거라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분명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도 '체계적인 한국어 교습법'이 널리 제공되지 않고 있어서 불편과 어려움을 호소하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저자도 상대적으로 한국어 학습이 중국어나 일본어보다 더 어려웠다고 경험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언어학습의 어려움'이 한국으로의 접근을 방해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그러니 어설픈 '보다 쉬운 한국어 학습법'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쓰기보다는 한국인들 스스로 '영어광풍'에서 벗어나고 '영어공부'의 강박을 내려놓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차피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사람이라면 '한국어 정복'이 아무리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라 할지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한국어'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 공부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한국문화의 매력'을 세계 만방에 퍼뜨리는데 주력하는 것이 더 낫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런 노력은 '정부관계자'보다 '평범한 한국인'들이 더 잘 할 수 있을테니 어설픈 '영어 슬로건'일랑 내다버리고 '더 한국적인 소개(한글로 쓰여진)'를 하라고 조언까지 했다. 어차피 '한글'에 대한 매력에 푹 빠진 외국사람들에게 '한글'로 적힌 문구에 더욱 열광할테니 말이다.

  그러니 '웰컴 코리아' 같은 영어문구보다 '신명나는 한국에 놀러오세요'라는 문구가 더 끌린다는 말이다. 여기에 몇 가지 문구를 적으며 글을 마무리 하련다. '당신과 나를 연결해주는, 서울', '너른 바다를 품은 도시, 부산만의 매력', '자유와 평화,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지는 나라, 대한민국', 'K-시골에선 낭만과 마주하게 된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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