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1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1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미노루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넥서스Friends 1번째 리뷰] 히로시마 레이코 작가는 <전천당> 이후 두 번째 소설로 접하게 됐다. 이 소설도 <전천당>과 비슷한 느낌이다. 일본의 전통양식을 바탕으로 '현대의 사상'을 담아 연출했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배경은 좀 더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에도 시대'를 펼쳐 냈다. 17세기 이후 '도쿠가와 이에야스(덕천가강)' 가문이 권세를 누리던 '에도 막부시대'라고 해야 하겠으나,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칼잡이(무사)'의 활극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적한 시골마을의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요괴 대소동인 까닭에 '막부'라고 하는 거창한 시대극(사극)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인간의 아이'가 '요괴'를 돌보며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잔잔하게 펼쳐지는 '주니어소설'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다.

  하지만 애초부터 '주니어소설'로 쓰여진 것은 아닌 모양이다. 레이코 작가가 스스로 밝히길 이 책은 '성인소설'로 집필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쓰던 당시에 <귀멸의 칼날>이 방영하던 시기였던 탓에 좀 더 '호러물'에 가깝고 피와 시체가 나뒹구는 잔혹한 이야기를 썼다고 한다. 그런데 출판사에서 반려하면서 "아이들도 읽을 수 있도록 다시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고 새로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분량도 줄어들고 에피소드도 덜어내야만 했단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는 어린이도 읽고 즐길 수 있는 책이 되었다. 하지만 애초의 '스토리'는 유지한 탓에 책내용이 담고 있는 주제가 '성인용(?)'이라는 느낌마저 지울 수는 없었다. 그런 탓에 논술쌤의 관점에서 이 책을 '초등학생'에게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애초에 <귀멸의 칼날>도 '19세 미만 관람불가'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완전 성인용도 아니기 때문에...애매한 책이다.

  1권의 내용은 주인공인 '야스케'란 소년이 길가에 있는 '하얀 돌'을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실수로 떨어뜨려 깨뜨리고 만다. 그저 돌멩이를 깼을 뿐이니 별일 아닌 듯 싶었지만, 사실 그 돌에는 '요괴의 아이'를 돌봐주는 요괴 '우부메의 집'이었던 것이다. 돌이 깨짐과 동시에 우부메도 떠나버렸고, 요괴의 아이를 돌볼 요괴가 사라지자 '요괴 봉행소(재판을 담당하던 에도시대 관청 이름)'가 요란스러워졌고, 결국 돌을 깨뜨린 범인 야스케가 요괴에게 잡혀오게 되었다. 그리고 지은 죄에 합당한 벌을 받게 되었는데, 그 벌이 바로 인간의 몸으로 '요괴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대신 맡게 된 것이다. 우부메가 다시 돌아와 요괴의 아이를 돌봐줄 때까지 말이다.

  여기까지 읽다 보면, 뒤에 이어질 내용이 얼마나 기괴하고 음산한 요괴들이 등장할지 자못 궁금해질 테지만, 막상 뒷이야기를 읽어 보면,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특히 '호러 마니아'라면 말이다. 왜냐면 인간의 아이, 야스케가 처음으로 돌보게 된 요괴 아이가 바로 '매실절임(일본 장아찌)'이기 때문이다. 정말 귀염뽀짝이다. 어린이를 위한 소설로 개작했다는 느낌을 확연하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괴는 요괴다. 인간을 해치는 '포식자 요괴'는 아니지만, 요괴이니만큼 저마다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전천당>의 느낌이 물씬 났다. 특정 년도가 적힌 동전에 해당하는 물건만이 가진 독특하고 신비한 능력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가득했던 것처럼,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에서도 요괴마다 독특한 특징과 사건이 벌어지며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하지만 시대배경이 옛날이고, 요괴가 등장하는 몽환적인 배경이 자못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일본에는 특히나 '요괴'가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는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에서 비롯되었는데, 일본의 애니미즘은 좀 더 유별 날 정도로 많은 요괴가 등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요괴들은 '장난꾸러기 님프'나 '괴팍한 고블린'처럼 사람에게 크게 해코지를 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일본의 전설에는 섬뜩한 요괴들도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고, 이런 요괴들은 종종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고 살육을 즐기는 끔찍한 괴물로 등장하곤 한다. 한국형 귀신은 '원한'을 품은 경우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일본형 요괴는 원한의 유무와 상관없이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고, 살육을 거듭하며 능력을 키우는 요상한 취향까지 거침없이 드러내는 경우가 흔하다. 유독 자연재해가 많은 일본의 특성을 닮은 듯도 싶다. '자연재해'가 발생하는데 무슨 원한을 따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그냥 막 싹쓸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요괴들의 성격도 그런 모양인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그렇지만 이 책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에는 그런 끔찍한 요괴는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면 시대배경은 '과거'의 것이지만,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그리고 생각은 '현대'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전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따왔겠지만, 그 이야기의 중심 사고방식은 분명 요즘 것이다. 바로 '인간의 권리'를 담은 인권사상이 엿보인다. 물론 등장인물 태반이 '요괴'인 탓에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이 동물의 모습이긴 하다. 그치만 그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인간이든 동물이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주제의식이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판사에서 이 책을 '성인호러물'이 아니라 '어린이용'으로 출간해보라고 했던 모양이다. 단순히 피와 살이 튀기는 끔찍함이 아닌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고귀한 생각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요괴는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다. 인간이 아닐 뿐더러 '살아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천 년을 훌쩍 넘겨서 살아가는 요괴들의 삶에 고귀함 따윈 애초부터 없다. 백 년을 살아도 지겨운 것이 '인생'인데, 천 년을 살면 지겹다 못해 '무의미한 삶'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잃고 심심풀이로 인간을 잡아 먹는 요괴들의 삶을 그려왔던 모양이다. 그런데 레이코 작가가 그린 '요괴'는 좀 달랐다. 그들의 수명이 언제까지인지 가늠할 수는 없으나 '요괴일망정' 유년 시절이 있고, 그 시절의 유약함을 지키고 보살펴 주려는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딴에는 일본도 '초고령화 사회'가 된 지 오래되었기에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마을도 꽤나 많을 것이다. 심지어 현재 일본사회는 '고독사(홀로 늙어 돌봐줄 사람도 없이 죽어서도 주검마저 거두어줄 사람 없이 그대로 방치된 죽음)'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에, 이야기 속에서나마 어린아이를 돌보는 풍경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은 이야기를 좀 더 읽어본 뒤에 꺼내보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