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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 근대 편 - 이원복 교수님과 함께 떠나는 세계 역사 여행 ㅣ 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 근대편> 이원복 / 김영사 (2018)
[My Review MMCXVI / 김영사 32번째 리뷰] 내 기억으로 <먼나라 이웃나라>는 1987년에 첫 선을 보였다. 당시 중학생이던 나는 학교 교실에서 한 친구가 보기 시작했는데, 쉬는 시간마다 10여 명이 둘러싸고서 한장 한장 넘기며 보았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당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차례대로 개최하면서 외국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 당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 이름까지 외우며 세계지도를 뚫어져라 보기를 강요받던 기억도 함께 난다. 물론 '부루마블'이란 보드게임이 있어서 웬만한 나라와 수도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암튼 세계적인 축제를 개최하기에 세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도 우리 어린이들이 알고 좋겠다는 취지에서 기획하고 출간한 학습만화로 기억한다.
그러다 한 동안 잊고 지내다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며 받은 월급으로 어릴 적에 제대로 읽지 못한 <먼나라 이웃나라>를 구입해서 읽었는데, 아쉽게도 '초판본'이 아니라 '개정판'이었다. 더 아쉬웠던 것은 '개정판'을 구입한 지 일주일도 안 되어서 '개개정판'이 나와 '완전 컬러판'으로 출간이 되었다는 점이다. 초판본은 '손글씨'였고, 개정판은 '활자본'이었는데, 모두 흑백이었다. 그런데 '개개정판' 이후부터는 총천연색으로 출간되었으니 솔직히 억울하기도 했다. 암튼 이런 옛 기억을 꺼낸 까닭은 이 책 <먼나라 이웃나라>가 출간한 지 30여 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 '중국편(전 2권)'만 해도 처음 선보인 것이 <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2010)이었고, 그 다음 개정판이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2012), 또 개정판이 바로 이 책 <업그레이드 먼나라 이웃나라>(2018), 그리고 작년에 <먼나라 이웃나라 시대를 넘어 세대를 넘어>(2024)이 출간되었다. 굉장하지 않은가? 보통 '개정판'이 나오면 본문의 내용은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오탈자 교정'을 약간 손 본 뒤에 '표지갈이'만 하고서 나오거나, '개정증보판'이라고 하고서는 '첫머리'에 등장하는 '서문'만 새로 쓴 것이 대부분의 관행인데, <먼나라 이웃나라>는 '개정증보판'이라고 하면 꽤 정성스럽게(?)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생략할 것을 과감히 빼버리며, 새로 보충할 것은 확실히 증강시키는 공을 정말 세심하게 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매번 새로 '개정증보판'이 나올 때마다 이 책을 읽고 또 읽곤 한다.
하지만 이원복 교수의 저서 가운데 오직 <먼나라 이웃나라>만 읽을 만하다. 왜냐면 이 분의 저서가 '보수적인 관점'과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먼나라 이웃나라>는 우리 나라의 '우익 정당'의 인식으로 기울어진 가치관으로 편향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좌파'나 '진보'적 가치관을 폄훼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애매할 정도로 '기울어진 가치관'으로 저술된 까닭에 어린이들에게 무작정 읽히기에 유익한 책이라고 권하기를 꺼리는 책이라는 얘기다. 애초에 초판본이 나온 해도 87년 '군사독재 정권' 시기였기에, 그들의 입맛에 딱 맞게..아니 그들의 눈치(검열 등)를 보면서 써내려 갔고, 2010년, 2012년 개정판은 '이명박 정권 시기(2008~2013)'였으며, 2018년 개정판은 '박근혜 탄핵 이후'에, 2024년 개정판은 '윤석열 정권 비상계엄 직전'에 출간되었다. 대부분 '보수정권의 시기'에 기획되고 개정을 거쳐 출간된 것이 묘하지 않은가? 책 내용을 봐도 어렵지 않게 그런 뉘앙스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읽는 까닭은 '우리 나라 최초의 학습만화'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외국의 것을 베끼지 않고서 직접 펴낸 '우리 나라 학습만화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품격을 꾸준히 지켜오고 있다. 그렇기에 '내 역사가치관'과는 살짝 엇나가는 내용으로 적혀 있다하더라도 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나름 '균형'을 잡아가는 스토리텔링을 높이 사서 꾸준히 애독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원복 교수의 '다른 저서'는 좀 별로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먼나라 이웃나라>는 학습만화라 해도 초등학생 어린이가 읽기에는 벅찬 내용이 담겨 있다. 단지 '만화형식'이란 이유만으로 초등생들에게 무작정 읽히는 학부모들도 많이 있을텐데, 적절한 '학습코칭'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정말 수박 겉핥기밖에 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내 학창시절(중등)에 첫 선을 보였을 때에도 많은 학생들이 '쉬는시간'에 읽고 '사회수업'시간에 선생님에게 폭풍질문을 던지곤 했다. 외국문화에 익숙치 않은 시절이라 궁금증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책 내용이 너무 수준 높았기 때문에 '읽는 것'만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원복 교수도 만화 중간중간에 '에드립(!)'을 많이 넣어 웃음을 유발시키고 있는데, 대부분 '반어적', '은유적', '풍자적' 표현이 많기 때문에 활자와 그림만으로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인 저변(배경지식)'을 과도하게 요구하고 있어 더욱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 '중국 1 - 근대편'에서도 똑같이 작용했다. 중국은 청 말기에 접어들면서 '외세의 침탈'을 무수히 많이 받기 시작하는데, 그 이전의 역사는 과감히 생략하고, 대뜸 '아편전쟁'부터 서술을 하고 있다. 물론 웬만한 세계사 책이 중국의 근대를 '아편전쟁'으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전의 역사도 얼추 설명한 뒤에 '중국의 근대 시작'을 알리는 아편전쟁을 서술하지 않느냔 말이다. 사실 '중국사 5000년'을 모두 담으려면 10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이라서 <먼나라 이웃나라>는 '근대편'과 '현대편'만으로 압축하고, 집중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이렇게 어려운 책을 '초등생'에게 읽으라고 권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역사적 배경지식'을 수준급으로 쌓은 독자에게 권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럼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대목을 짚어 보자. 중국의 근대화는 엄청난 실패를 거듭한다. 아니 하는 족족 다 실패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다 '일본의 근대화 성공'을 기회로 삼아 '일본 베끼기'에 돌입하지만,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친절한 이웃'이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당한 방법을 그대로 '이웃나라'에 써먹으며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의 편에 서서 중국을 비롯해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고, 약탈하는데 열을 올린다. 이런 비운의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은 서서히 '근대화'에 눈을 뜨지만, 몇몇 소수 엘리트 계층만 움직일 뿐 제대로 성과를 얻는 근대화 시도는 없었다. 10억 인구의 거대한 중국이 왜 이 모양이었을까? 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아주 잘 드러난다. 그건 바로 '위로부터의' 개혁시도는 민중들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했기에 실패로 끝났던 것이다.
그럼 중국은 왜 공산화가 되었을까? 그건 바로 '밑으로부터의' 혁명 시도가 적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바로 힘 없고 무식했던 농민, 노동자 들이 썩어빠진 나라를 싹다 뜯어고쳐 새롭게 만들어야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 수 있겠다는 '대오 각성'을 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큰 각성을 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이 되고 난 뒤에 '베르사유 조약'에 중국의 이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폭발력을 갖게 하였던 것이다. 바로 '5·4 운동'이 바로 그 시발점이 된 것이다. 그렇게 깨어난 민중들이 민주주의를 찾고, 진정한 자유를 보장 받길 원했지만, 중국 스스로의 힘이 열악했기에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탈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안으로 썪어들어간 정치인과 군벌 들에 의해 나라꼴이 엉망이 되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거대한 민족적 운동으로 '한 마음'이 되었지만, 서구열강의 힘은 더 셌다. 이때 마침맞게 러시아에서는 '공산혁명(볼세비키)'이 성공해서 공산국가 소련이 탄생했다. 그리고 소련은 '공산국가'를 늘리기 위해 유럽 각국에 발을 들이려 했지만, 이미 세계대전에서 승리를 거둔 유럽국가들은 '식민지'에서 약탈한 이득을 그들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나눠주고 있었기 때문에 '공산주의 사상'이 스며들 틈이 별로 없었다. 그렇기에 소련은 아시아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다. 왜냐면 아시아 국가들에게 '공산주의 사상'을 심어줌과 동시에 '공산혁명'을 성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유럽의 식민지'를 줄이는 결정적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고, 그렇게 아시아 각국을 독립시키는데 성공하면, 유럽의 국가들도 더는 '식민지'에서 이득을 챙길 수 없을 테니,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사상이 파고들 틈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련은 '카라한 선언(1919년 7월)'을 하며, 혁명 이전에 맺었던 모든 비밀조약을 무효화 한다는 조치를 실시한다. 이로써 소련은 제국주의 국가(자본주의)들과는 다른 도덕성 우위를 확보하며, 수많은 아시아 국가들 청년들의 마음을 일거에 사로잡게 된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중국에 '공산혁명'을 일으키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 책 <먼나라 이웃나라>에서 가장 눈에 띄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이 부분이다. 물론 '중국의 근대화 실패와 공산혁명의 성공 과정'은 더욱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맥락만 이해하고 있어도 '역사의 큰 흐름'을 파악하는데에는 큰 고비 하나를 넘은 것과 맞먹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효과는 '학습만화'가 아니고서는 좀처럼 단박에 이해하기 힘들기도 하고 말이다. 사실 '중국사'가 정말 만만치 않다. 어려운 것은 둘째 치더라도 '너무 방대해서' 더욱 힘들다. 그걸 간추리고 생략하면서 이 정도로 '정리'해낸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우리가 인식하는 '우익과 보수'는 과거 국민당의 후예를 자처하는 '대만'쪽이고, 그 반대인 '좌익과 진보'는 과거의 공산당인 '중국 본토'쪽이다. 그래서 읽다 보면 '중국공산당'이 꽤나 진보적이고 애국적인 행보를 걷고, '국민당'이 허술하고 답답한 행보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 어느 쪽이 더 객관적으로 균형잡힌 가치관인지 살짝 헷갈리곤 한다. 물론 진보와 보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서로의 입장이 달라질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닐지라도 '중국 근현대사'에 배경지식이 부족하고, 우리 나라와의 관계(독립운동)까지 확장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다. 그것까지 아우르지 못하고 '따로국밥'으로 저술되어 있는 점이 살짝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