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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9 : 인간의 선택은 엉망진창이다 -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 ㅣ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정재승 기획, 정재은.이고은 글, 김현민 그림 / 아울북 / 2022년 5월
평점 :
<정재승의 인간탐구보고서 9 : 인간의 선택은 엉망진창이다> 정재승 / 정재은, 이고은 / 아울북 (2022)
[My Review MMCXV / 아울북 34번째 리뷰]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뇌과학 프로젝트'를 담아 놓은 책이다. 쉽게 말해, 비문학적인 책이고, 과학분야의 책인 것인데, 이런 '고도의 과학지식'을 그냥 담아 놓으면 몇몇 과학에 찐 관심을 갖고 있는 어린이말고는 절대 읽지 않을 책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어린이도 쉽게 접하고 읽을 수 있도록 '한 편의 이야기' 속에 뇌과학 지식을 우겨 넣은 책이라고 소개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런 책이 상당히 '유익하다'는 점에는 누구도 반박하지 못할 것인데, 정작 읽기에는 살짝 아쉽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발견된다. 바로 '이야기'와 '과학지식'이 따로국밥을 말아놓은 것처럼 이질적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따로국밥'도 맛있다. 하지만 맛있는 것과는 별개로 '영양가'도 높고, 애써 담아 놓은 영양이 '우리 몸'에 골고루 섭취까지 되었으면 참 좋을 텐데, 정말 이 책을 읽고 '뇌과학'에 깊은 관심을 가질 어린이들이 있겠는가 싶은 의문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이야기는 '외계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인 탐구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기록하면서 '인간의 뇌'에 관한 전반적인 과학지식을 쏙쏙 알려 준다. 어린이책이 대부분 이런 형식으로 짜여져 있으니 그닥 이채로울 까닭은 없다. 근데 막상 책을 읽다보면, 이 책이 '뇌과학' 책인지, '외계인' 책인지 알쏭달쏭해지기 시작한다. 그 까닭은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것은 '지구인'이 아니라 '외계인'이기 때문이다. 1권부터 9권까지 쭈욱 제목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인간은 거짓말쟁이다. 인간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인간은 선택도 엉망으로 한다...등등 지구인은 온통 '비이성적'이고, 외계인이 오히려 '이성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식이니 인간은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되고, 외계인은 '긍정적' 이미지를 취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책을 깊이 읽다보면 인간의 이런 '불완전'하고 '불명확'한 특성들이 오히려 현재 인류가 지구를 장악한 유일한 생물종이 된 필연적인 이유라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해주긴 하지만, 이를 파악하기란 어른들도 힘든 마당에 어린이 독자들이 스스로 읽고서 깨우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인지 의문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과학은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다. 학창시절에는 그저 '암기과목'으로 치부하며, 달달 외우기만 해도 성적을 올릴 수 있는 과목으로 매도하기 십상이지만, 그렇게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언정 뒤돌아서면 다 까먹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과학공부를 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수많은 전문가들이 새로운 '코칭 방법'을 고민하며 내놓은 방식이 '스토리텔링'과 '학습만화'를 결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더욱더 많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길 바란다. 그렇기 위해서 조금만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
더욱이 멀지 않은 미래세대에는 '과학지식'을 상식으로 갖지 못한 이들에게 매우 불편한 사회가 펼쳐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과학의 발전은 이제 두 달이 멀다하고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그 기술에 익숙해질 즈음에는 이미 '낡은 과학지식'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미 첨단과학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업그레이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새로 나온 가전제품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까닭도 바로 '첨단과학'을 탑재해서 '엄청난 기능'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화기는 전화만 걸 수 있으면 되고, 밥솥은 밥만 지을 줄 알면 되고, 세탁기나 청소기도 그저 대충 기본적인 설정만 숙지하고서 달랑 '버튼 두 개(전원/시작)'만 누르면서 사용하고 있다. 훨씬 더 많은 기능을 쓸 수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는 전기밥솥으로 밥만 지을 뿐이지만, 쌀이 주식이 아닌 외국에서는 '음식조리'를 하는데 한국의 전기밥솥이 최고라고 극찬을 늘어놓는다. 이게 바로 '신기술'이 등장했지만, 과학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과학공부'를 꾸준히 해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어린 자녀에게 읽으라 강요하기에 앞서 학부모들이 먼저 읽고 그 의미를 먼저 '되새겨' 주길 바란다. 그게 독서교육의 첫걸음이니까 말이다.
자, 이쯤하고, 지구에 도착한 아우린들의 갈등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멸망해가는 아우레 행성을 대신해서 아우린들이 거주가능한 행성으로 지구를 물색했는데, 저 멀리 다른 은하계에 '아우린 거주 가능한 행성'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는데 230년이 걸렸으니, 오고 가는데 또 얼마나 걸릴 지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었다. 새로 발견한 행성에는 아우린들이 살기에 적합하지만, 다른 지적생명체가 없기에 모든 것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지구는 아우린들이 살기에 적합하지만, 이미 '지구인'이라는 지적생명체가 있어 이들과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한지 먼저 탐색해봐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지구인이 공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면 '전멸'시켜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고, 지구인이 저항이라도 한다면 '전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자, 아우린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솔직히 이성적인 판단을 우선하는 아우린들이라면 '선택'을 위해서 고민을 그리 오래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그들은 이성적인 판단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는 그리 큰 문젯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지구인과 '공존'이냐, '전쟁'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만큼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지구인의 특성이 매우 '비이성적'이고, '오락가락'하며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똑같은 지구인'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몇몇 지구인을 관찰하고 난 보고서로 '모든 지구인'과 공존할 것인지, 전쟁할 것인지 결정 내리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선택'은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자기가 선택을 '결정'하지 못해 남에게 맡겨버리거나 심지어 "코카콜라 맛있다~"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점괘(?)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인공지능 AI의 '추천'을 받아 선택의 가짓수를 줄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추천을 받아도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구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 '결정'을 내렸다고해서 끝난 것이 아니다. 자기가 내린 결정이 아닌 까닭에 결국에는 그 선택에 대한 '후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물건 하나 고르는 것도 자기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어렵사리 결정을 해도 쉬이 후회를 하고 마는 인간은 비정상적인 것인가?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지극히 정상이다. 선택이 쉽지 않고, 후회도 빠른 것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 인간의 뇌가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더라도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될 것인지 분별하는 것이 매우 애매하기 때문이다. 뭐, 계측장비나 정보처리기의 도움을 받으면 여러 가지 항목별 통계를 내어서 어느 쪽이 더 이득일 것이라는 결론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겠지만, 그런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인간의 뇌'는 이성과 감성, 그리고 과거의 경험까지 온갖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혼란해지기 십상이란 것이다. 이성적인 판단에만 따른다면 쉬이 결정 날 것을, 조금의 손해를 보더라도 '그때의 감정상태'를 고려하게 된다면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기도 한다. 거기다 '과거의 경험'까지 작동해서 최종판단을 내리게 된다면 더욱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과거의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결론적으로 손해를 봤었다...는 경험이 누적될수록 '선택'은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은 '판단의 지름길'이라는 뇌회로를 가동했다. 빨간 구두를 살 것이냐, 하얀 구두를 살 것이냐와 같은 선택은 '시간의 제약'이 없겠지만, 횡단보도를 걷는데, 자동차가 달려오는 상황이라면 '오른쪽으로 피할 것인지, 왼쪽으로 피할 것인지'와 같은 빠른 선택이 필요한 경우에는 생각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대충 이런 상황'이라면 '이런 선택'을 해야 한다는 지름길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이고 또 쌓이면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물론 뒤따라 오는 '후회'는 당연한 덤이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꽤나 신비한 영역을 품고 있다. 그리고 뇌과학이 풀어야 할 숙제도 무궁무진하다. 다른 과학분야에서는 이제 더 연구할 거리가 없어서 특기할 만큼 진척이 없지만, 뇌과학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리의 미래세대가 뇌과학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