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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삼국지 톡 - 세상에서 제일 빠른
심 쌤 지음 / 한빛비즈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삼국지>가 재밌다는 것은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재밌는 책이 시중에서는 대부분 '10권 분량'으로 나왔으니 긴 호흡이 필요한 장시간의 독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참으로 많다. 물론 정말로 재밌기 읽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허나 아직 '대작의 맛'을 접해보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무조건 재밌으니 읽어보라고 권하는 건 실패할 확률이 더 크다. 실제로 '유비의 매력'에 흠뻑 빠진 학생이 호기롭게 <삼국지>를 읽다가 '조조'나 '손권'의 이야기가 나오자 맥이 풀려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청소년만의 문제는 아닐테고, 성인독자들도 쉬이 겪는 어려움일 것이 분명하다.
이럴 때, '한 권'으로 정리가 잘된 <요약집>이 있다면 매우 유용할 것이다. 실제로 시중에 '그런 책'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책'의 대다수는 '줄거리'만 축약해서 보여주는 경우가 많아 정작 '삼국지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없기 마련이고, 걸작 영화를 '미리보기, 예고편'만 보고서 다봤다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잘 정리된 <요약집>도 골라서 보는 센스가 필요한 법이다. 여기 <3분 삼국지 톡>은 그런 점에서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 소개드린다.
내 경우엔 이 책을 실제 '논술수업'에 써 본 경험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수업'에 차질이 생기자 대부분은 '줌수업'으로 온라인 수업을 준비했더랬는데, 나는 책제목이 그렇기도 해서 실제로 '톡수업'을 진행했더랬다. 약 5일간 정해진 수업시간에 '단톡방'을 열어놓고 아이들을 초대한 뒤에 <삼국지>의 줄거리를 톡으로 올리면서 중간중간에 '독서퀴즈'를 내어 아이들이 집중력을 놓치지 않도록 수업 커리큘럼을 짰고, 실제로 톡수업을 진행했다. 그 당시 '필독서'가 바로 이 책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높은 집중력을 발휘해서 퀴즈를 풀려고 노력했고, 정답은 모두 '이 책' 안에 있으니 실시간으로 아이들이 책을 뒤적거리며 '정답'을 맞추려 했으니 지금도 아이들은 그 당시 수업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물론 <삼국지>에 대한 호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사실, 책내용도 <삼국지>를 잘 아는 남편과 잘 모르는 아내의 '대화체(카톡체)' 형식이라서 질문과 대답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스토리를 전개시켜 나갔기 때문에 '이해도'가 매우 높아지는 <요약집>이 분명하다. 그래서 <삼국지>를 잘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대작의 맥락과 이야기 전개의 흐름을 파악해서 읽지 않았는데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것이고, 잘 아는 사람이 읽으면 방대한 내용에서 핵심적인 내용만을 잘 정리했다는 느낌이 들어 꽤나 호감이 갈 책이라 여길 것이다. 더구나 중간중간 '간략한 지도'와 '도표'를 첨가한 덕분에 낯선 지명이나 복잡한 세력구도로 난삽한 정황묘사로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시의적절하고 이해쏙쏙하게 길라잡이를 하고 있어 '초심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삼국지>는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읽어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번 드렸지만, '꼭 읽어야 한다'고 다시 답을 드리고 싶다. 물론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그 책들을 힘이 닿는데까지 다 읽으라고 권하는 바지만, 그 가운데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 있다면, 단언컨대 <삼국지>라고 말하고 싶다. 한때 '중국4대기서'라고 해서 시내암의 <수호지>, 오승은의 <서유기>, 난능소소생의 <금병매>, 그리고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필독서로 삼기도 했지만, 시대가 흘러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것은 <삼국지>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름 아니라 '시대불문 필독서'라는 자리매김을 하할 정도의 매력이라는 점이다.
어쩌면 <삼국지>는 '역사'라기보다는 '신화'에 가깝다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삼국지>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행적이 분명 '역사'에 등장하긴 하지만 2000여 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는 베일에 살짝 감춰진 '이질감'이 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각축을 벌이는 여러 군웅들의 손발놀림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이 넘쳐나지만, 너무 오래된 사람들의 말과 행동이 '낯선 느낌'도 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쟁이 일상인 극심한 혼란의 시대를 그린 작품이기에 전쟁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평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러니 '신화'를 읽듯 재미나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삼국지>를, '신화'에 열광하는 오늘날 읽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뿐 아니다. <삼국지>에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가 담겨 있다. 아니 '지혜롭지 못한 인물'은 절대로 살아남지 못하는 험악한 세상이 펼쳐져 보이는 것이 바로 <삼국지>라는 말이 더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람 가운덴 여포, 말 가운덴 적토'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여포'는 인물 중에 인물이었다. 허나 그의 끝이 어땠는가? 허무하다할 정도로 '비굴한 죽음' 아니었느냔 말이다. 영웅답게 제 뜻을 이루지도 못했고, 무사답게 전장에서 맹렬히 싸우다 죽은 것도 아니고, 조조의 공격을 받던 중에 '부하의 배신'으로 포로로 끌려와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기까지 한다. 일찍이 자식처럼 거두어 길러준 은혜를 배신으로 되갚더니 정작 자신도 배신을 당해 그 지경에 이른 것이다. 만약 여포에게 '지혜'까지 겸비하는 재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니 지혜로운 책사가 여포를 도와 대업을 이룰 수 있도록 '보통의 지혜'만 갖추었더라도 비참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세상을 살면서 '지혜로운 사람'이 가장 부럽다면 <삼국지>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삼국지>를 접하지 못한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재미와 교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책이라 '선택'한 뒤에도 후회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흔히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부담'을 느끼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이 책으로 '도전'해보길 권한다. 단언컨대, 이 책만 '세 번' 읽어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일 수 있을 것이다. 난 벌써 '두 번' 읽었다. 물론 '10권'짜리로도 이미 세 번 넘게 읽은 나지만..쿨럭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