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 아르고 원정대의 모험.완결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5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이윤기의 책'만 읽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뒤침이(번역가)로 오래 활동한 까닭에 오비디우스의 <변신>, '토마스 벌핀치의 신화책'을 비롯해서 <장미의 이름>, <푸코의 추>, <그리스인 조르바> 등의 소설도 소장하고 보니 모두 '이윤기의 손'을 거친 책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우연히 EBS강의를 통해서 '신화강연'을 시청한 뒤에, 이 책의 시리즈를 만나고서야 비로소 '이윤기'라는 이름을 각인하게 되었다. 특히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을 만났을 때의 충격은 여운이 오래 갈 정도였다. 신화를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구나'라는 색다른 관점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시리즈의 리뷰를 다시금 정리하고자 '1권'을 찾아보았지만, 어느 구석에 쳐박혀있는지 당최 보이질 않는다. 아쉬운대로 '거꾸로 리뷰'를 쓰련다. 쓰다보면 온 책장을 다 뒤적일 수 있을테고, 그럼 1권도 찾게 될 것이니 말이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고인의 '마지막 책'이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편집'도 세련되지 못하고 거친 흔적이 엿보이고 '내용'에도 서툴고 들쭉날쭉한 부분이 보인다. 그래도 이윤기만이 뽑아낼 수 있는 '신화의 매력'은 충분히 맛볼 수 있으니 그리 큰 아쉬움은 아니다.

 

  5권의 내용은 '영웅 이아손의 모험'이다. 신화에는 영웅들의 모험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만 이아손의 모험이 특별한 까닭은 '죽음을 초월한 존재'가 아닌 인간의 모험을 다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알려진 것이 없는 미지의 공간으로 목숨을 걸고 떠나는 인간의 고뇌와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특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바로 에로스(큐피드)와 아프로디테(비너스)가 뿌려놓은 '달콤한 덫'이기도 하다. 그 '사랑'은 인간이기에 거부할 수 없고 영웅이라도 헤어나올 수 없는 숙명이다. 그래서 이야기는 재미나다. 하지만 사랑이 어찌 달콤하기만 할까? 쓰디쓴 '배신'이 단짝처럼 뒤따르고 사랑이 깊었던 만큼 분노 또한 깊을지니 '연인의 배신'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이아손의 모험을 한낱 '금양모피'를 얻는 것에 한눈을 팔 수 있단 말인가?

 

  신화의 매력은 '목적달성'에 있지 않다. 오히려 목적은 '핑계'에 가깝다. 영웅들이 모험을 떠나는 '과정'에 집중해야 신화의 진면목이 제대로 보인다. 이아손을 주축으로 한 '아르고 원정대'는 황금빛 양털을 되찾아 이아손에게 돌아가야할 왕좌가 정당하고 당연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원래의 목적이다. 진정한 영웅이란 '주위의 떠받듬'이 아니라 '스스로 증명'하는 것으로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왕국의 백성들에게, 아니 세상 사람들에게 진정한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되찾은 왕위에 올라서도 '안정적인 통치'를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쉽지 않은 모험을 받아들였고, 죽을 위험이 가득한 모험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당히 떠나려 한 것이다. 물론 '보험'은 들어야겠기에 '그리스 영웅'을 죄다 긁어모았다. 헤라클레스를 비롯해서 이름만 들으면 모두 알만한 영웅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영웅들이 제각각의 능력을 펼쳐보이는 것으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영웅들의 힘찬 발걸음도 '사랑'이라는 달콤한 덫에 빠지면서 지지부진하게 된다. 아프로디테의 저주를 받은 렘노스의 섬의 여인들과 미소년 휠라스를 데리고 가버린 물의 요정들, 그리고 조국을 배신하고 사랑을 선택한 여인 메데이아의 마법 등이 '아르고 원정대'를 온통 휘감듯 덮어버리고 그들의 운명조차 한치 앞도 알 수 없게 만든다. 원래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버리기 마련이다. 사랑은 결말이 어떨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게 만들고 '죽음'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폭발적인 황홀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사랑'에 눈 먼 이들이 끊임없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난 아직 그 사랑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무구무구

 

  암튼, 영웅 이아손은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던 흑해 탐험에 성공했다는 '역사적 가치'를 안겨주는 인물인 동시에 이올코스의 왕위와 금양모피라는 보물을 찾은 뒤에 파멸에 이르는 '신화적 가치'를 증명하는 인물이다. 다시 말해, 얻고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험에 뛰어든 용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지만, 정상에 안주하지 못하고 더 많은 탐하는 욕망의 부추김을 외면하지 않아 끝내 비극으로 결말을 맺고 마는 어리석음에 눈물을 쏟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이아손의 모험담'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신화를 접하다보면 '세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떠오르곤 한다. 좋은 일 뒤에는 나쁜 일이 찾아온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아무리 강렬하게 보내도 어리석은 인간은 끝내 '비극이 잉태함'을 막지 못하고 만다. 또, '유혹'에는 어찌 그리 쉽게 빠져들고 마는 것일까? '내 것'이 아니면 탐하지 않으면, 그뿐인 것을...이처럼 '신화'는 우리네 인생에 큰 가르침을 전하며 그 속에 지혜가 있음을 넌지시 가르쳐준다.

 

  우리가 <신화>를 읽어야 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할 수 없었던 '신화시대'에는 신화만큼 과학적인 지식을 담고 있는 것도 없었다. 수 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오랜 지식은 우리의 일상에 꼭 필요한 지혜로 전해준다. 단지 그 지혜가 '암호화' 되어 있기에 적절히 풀어서 설명해줄 '신화전문가'가 필요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런 전문가는 너무나도 많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전문가들 가운데 '누굴' 골라야 할지 난감할지경이니 문제다. 그 문제에 난 '이윤기'를 추천한다. 비록 전문적인 신화학자는 아니지만 신화를 정말 사랑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신화적 메시지'로 읽는 힘을 전달해주는 분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이윤기의 신화이야기 속으로 함께 여행해볼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