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자본주의, 왜 변할까? - 책가방문고 29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6
데이비드 다우닝 지음, 김영배 옮김, 전국사회교사모임 감수 / 내인생의책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6 : 자본주의, 왜 변할까?>  데이비드 다우닝 / 김영배 / 전국사회교사모임 / 내인생의책 (2011) [원제 : Political and Economic Systems: Capitalism (2010년)]

[My Review MMCXLIII / 내인생의책 13번째 리뷰] 전세계적으로 '공산주의'는 무너졌다. 아니 애초에 '공산주의'는 실현된 적도 없다. 공산주의 이념은 너무 매력적이었지만, 그 이념으로 실현한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는 21세기를 맞이하지 못하고 1990년대 무너졌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공산주의 국가'를 표방한 나라들은 남아 있다. 중국, 북한, 쿠바 등이 그렇지만, 이들 나라조차 완전한 공산주의 이념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자본주의'를 도입하거나, 일부 이념적인 부분만 남겨 놓은 채 실상 '자본주의'와 다를 바 없는 경제체제를 도입해 국제무역의 일원으로 합류하고 말았다.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을까? 답은 간단하다. '고립된 채'로 한시도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돈은 돌아야 하고, 경제는 굴러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고, 한 나라의 경제는 폭망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는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외면하고 '이념'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다가 끝내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공산주의가 무너졌으니 자본주의의 '완전한 승리'로 귀결된 것일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공산주의에 장단점이 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본주의도 장점과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주 심각한 피해를 준 것은 마찬가지였다. 자본주의의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은 다름 아닌 '대공황'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패전국에게 막대한 배상금을 요구한 것이 원인이 되어 '패전국들의 경제'가 폭망하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갚을 길이 없었고, 그래서 승전국도 오랜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를 되살리지 못하고 '경기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경제 주도권은 영국(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은 자본주의의 힘을 믿어 의심치 않았고, 정부(정치인)의 간섭 없이 잘 굴러갈 것이라 굳게 믿었다. 허나 잘 굴러갈 것이라 믿었던 미국 경제는 '눈부신 성장'을 하는 듯 싶었지만, 그 성장은 '거품'에 불과 했었고, 마침내 1929년에 주식시장에 엄청난 대폭락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유망한 듯 싶었던 회사와 공장 들이 줄줄이 폐업을 하자, 이들에 대출을 해준 은행들도 줄줄이 도산을 했고, 투자자는 한 순간에 전 재산을 다 잃어버렸고, 실업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기만 했다. 악순환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자 자본주의의 성장엔진은 멈춰버렸고, 무역도 끝내 붕괴하고 말았다. 자본주의의 대실패였던 것이다.

이렇듯 '초기 자본주의'는 애덤 스미스가 주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율적으로 굴러가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끝은 '경제 대공황'이었고, 전세계는 경제가 멈춰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게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맞이한 '자본주의의 대실패'를 극복하고자, 전세계는 새로운 경제체제를 발판 삼아 내놓기 시작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러시아에서 일어난 공산혁명과 함께 '공산주의'가 시작되었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무너진 자본주의를 되살리려는 '수정 자본주의'를 내세웠고, 또 한 편으로는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파시즘(독일의 나치즘, 일제의 군국주의)'이 등장했다. 그 덕분에 전세계는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해야만 했다. 경제 문제는 이처럼 큰 파급력을 보여주곤 했다.

그렇지만 '파시즘'을 내세웠던 이들은 전쟁을 일으켜서 무너진 경제를 단번에 되살리려는 시도를 했으나,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경제 회복력'에 비해 효과적이지 못했다. 더구나 무너진 경제를 '전쟁'과 같은 폭력적인 방법으로 되살리려 하는 '비도덕적인 방법'이 전세계인들에 호감을 얻을 리도 만무했고 말이다. 그 결과 '파시즘'을 해결책으로 내세운 국가들은 차례대로 패배를 했고, 살아남은 경제체제는 두 가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였다. 그리고 이 두 체제는 뜨거운 열전 뒤에 '경제력'으로 우위를 가르는 '냉전'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 세기의 대결은 앞서 언급한대로 '자본주의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대결의 초기에는 '공산주의'가 우세를 점했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대비는 전 세계적으로 격차가 컸고, 후진국에서는 이 격차가 너무 극명했기에 이를 타파할 수 있는 해결책을 가진 듯한 '공산주의'는 정말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더구나 그 방법 또한 '가진 자의 것'을 국유화시켜 '못가진 자'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니 얼마나 간단한 방법이고, 공평한 방법이냔 말이다. 그런데 공산주의는 이렇게 공평하게 만드는 것까지는 잘 했지만, 공평한 선에서 출발한 이들의 '공정한 경쟁 욕구'마저 꺾어버렸기 때문에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경제성장'은 눈에 띄게 더뎠고, 성장발전으로 얻을 이익이 줄어드니 공산국가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몫'을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에 급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성장은 점점 하락했고, 사람들은 불만이 늘었지만, 공산국가에서는 이런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경제발전'에 공을 들이는 것보다 '불만세력'을 숙청하고 감시해서 '공산주의 이념'만 강요하는 꼴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서 20세기 후반 공산주의 국가들은 거의 대부분 못사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같은 나라는 '자본주의'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등소평(덩샤오핑)의 '흑묘백묘 이론'이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최고라는 뜻인데, 풀이하면 공산주의든, 자본주의든, 경제를 살릴 방법이라면 가리지 않겠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면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받아들여 사유재산을 활용해서 부를 축적하는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국가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 중국의 경제성장은 눈에 띄게 되살아났고,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며 국제무역에도 합류해서 엄청난 경제성장을 달성하게 되었다. 그렇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외국기업들을 자국내에 유치할 수 있었고, Made in China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자유무역을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공산주의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 같은 시기에 WTO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세계 금융의 중심 뉴욕 월가에서 시작되었다. 이런 시위는 곧 확장 되었고 전세계 경제대도시에서 세계무역에 반대하는 시위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분명 사람들은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먹고 사는 문제'는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그들이 시위를 벌인 까닭은 먹고 사는 문제가 아닌 '정의와 공정'이었다. 세계경제가 발전하고 성장할수록 지구는 병들어 갔고, 숲은 황폐해졌으며, 대기업 프랜차이즈에서 만들어내는 상품은 엄청난 동물의 희생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이들이 만든 체인점에서 내놓은 '정크 푸드'는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위협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부유하고 윤택하게 만든 '자본주의'가 매우 부도덕한 일을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선진국의 부는 후진국들을 착취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본주의의 민낯에 부끄러워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동력원이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주의 때문에 부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언제나 극소수였고, 대다수의 사람들의 희생이 없다면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살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말해, 잘사는 나라의 국민들은 못사는 나라의 국민들의 희생을 담보로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는 것이고, 잘사는 나라 속에서도 몇몇 부자들의 풍요를 위해서 대다수 국민들의 희생을 강요한다는 '불편한 진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모두가 함께 잘살 수는 없는 것일까? 모두가 공평한 부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다시 '공산주의의 부활'이 필요한 것일까? 마르크스는 일찍이 '자본주의 성자의 끝'은 완전한 공산주의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정답이 아니고, 올바른 대안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고 다시금 '전쟁의 광기'를 되살려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도 잘 안다. 유일한 방법은 '기술 혁신'뿐이다. 쉽게 말해, 이익을 창출하는데 이전보다 더 효율적인 기술을 도입해서 '원가 절감'하고, '성능 향상'을 도모해서 다른 상품보다 '경쟁력'을 높여 수익을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안다. 단지 그게 힘들기 때문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을 뿐이다. 그렇게 전세계는 엄청나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로 경쟁력을 선점한 '기존의 강대국'들이 최근 경제위기를 맞이하면서 '기술 혁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펼쳐지고 있어 문제다. 미국의 트럼프는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관세수입'으로 극복(?)하겠다며 연신 똥볼을 차고 있고, 러시아의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경제위기를 감추고 국뽕으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려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중국의 시진핑은 패권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지만 부도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지 못해 국제적 밉상으로 낙인이 찍혀 왕따를 당한 화풀이로 만만한 나라를 상대로 힘자랑하기 바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 이후로 별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극우보수의 결집을 돌파구로 삼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되돌아가기 위해 일본 국민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로 인해 일본 국민들은 더욱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런 어려움 뒤에 '위대한 일본'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있다는 세뇌를 당한 듯,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묵묵히 국가정책을 따를 뿐이다. 과연 깨어 있는 일본국민은 몇이나 있을까? 그리고 있더라도 그들이 일어나서 국가에 저항하는 일에 앞장을 설까? 일본의 선택은 과연 어떨지 궁금하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 애초에 일본은 그런 저항을 해본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대로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하는데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가장 가까운 대한민국이 결코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실력'으로 보여주면 된다. 일본은 강한 자 앞에서 철저히 복종하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절대 안 된다. 일본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 순간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이게 자본주의의 실체다. 오직 '실력'만이 이득을 챙길 수 있게 해주고, '도덕'은 알고도 애써 눈을 감는다. 그렇다면 자본주의는 폐기처분해야 마땅할까?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까지 '부를 창출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딴에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비정한 경제체제를 좌시할 수는 없다. 실력을 키워 더 많은 부를 얻게 만들지만, 도덕적으로 해이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나만 잘살기를 바라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모두가 잘살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뿐인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동식물을 비롯해서 약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서 얻는 수익창출 방법은 되도록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치 못하게 '약자의 희생'이 발생했다면, 마땅히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당연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자본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 비만, 왜 사회 문제가 될까? - 책가방문고 25 내인생의책 세더잘 시리즈 5
콜린 힌슨 & 김종덕 지음, 전국사회교사모임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에 대하여 우리가 더 잘 알아야 할 교양 5 : 비만, 왜 사회문제가 될까?>  콜린 힌슨, 김종덕 / 전국사회교사모임 / 내인생의책 (2011) [원제 : What Can We Do About Obesity?]

[My Review MMCXLII / 내인생의책 12번째 리뷰] 옛날에는 뚱뚱한 사람을 부러워했다. 왜냐면 뚱뚱한 만큼 잘 먹고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비만'은 부의 상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류 역사상 '먹거리를 풍족하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거의 없었다. 늘 배고팠고 늘 부족했다. 그런데 20세기 들어서 인류는 먹을거리가 지천에 넘쳐나는 풍요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은 날씬하다 못해 호리호리했고, 부유한 사람들은 통통하다 못해 뚱뚱했는데, 이제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부유한 사람은 홀쭉하면서도 근육질에 탄탄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었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뚱뚱해지고 심하면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할 정도가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나?

그건 먹거리의 질이 달랐기 때문이다. 분명 먼 옛날에 비해 사람들은 배가 고프지는 않게 되었다. 하지만 '먹는 양'은 늘어난 것에 비해서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가 된 셈이다. 왜냐면 '좋은 음식'은 값이 비싸졌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음식'은 대부분 가공식품으로 '정크푸드(쓰레기음식)'라고 불릴 정도로 건강에 해로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유한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알맞게 먹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데 반해서, 가난한 사람들은 '나쁜 음식'으로 식사를 대신해야 했고, 배부른 대신에 건강을 잃어버린 삶을 살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차원에서 '비만'은 부유한 계층보다 가난한 계층에 더 큰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보다 '고열량, 고칼로리 식단'이 현대인을 비만에 이르게 한다고 정의 내렸다. 그래서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푸드'를 먹고, '글로벌푸드' 대신 '로컬푸드'를 즐겨 먹음으로써 비만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삶을 살자는 캠페인 홍보(?) 같은 이야기로 결론을 내렸다. 비만 문제를 사회문제가 아닌 '개인문제'로 격하시킨 듯한 인상이 느껴졌다. 이 책이 출간 된 시점이 2011년이라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그 시절에도 지금과 같은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문제가 비일비재 했다. 그런데도 '비만 문제'를 좋은 음식을 먹지 않고 나쁜 음식을 즐겨 먹는 '식습관의 문제'로만 인식한 것은 아쉬웠다.

요즘 <케데헌>의 인기로 인해 미국의 어린이들은 '입맛'이 바뀌었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밥투정을 할 때 부모들이 즐겨 쓰는 해결법으로 '조미김'에 밥을 싸서 '김치 조각'을 곁들여서 먹이곤 했는데, 미국의 어린이들이 '한국 음식'을 즐겨 먹기 시작하자, 빵이나 케익으로 한끼를 해결하기보다는 '김밥'에 '단무지'로 배를 채우려 한다고 한다. 물론 '한국 음식'에 대한 인식이 '고퀄리티'인 까닭에 자녀가 한국 음식을 즐겨 먹고 '정크 푸드' 같은 빵, 과자, 탄산음료 같은 것을 멀리 하는 것에 환영하면서도, 미국의 부모들은 정작 '김밥'을 쌀 줄도 모르고, '조미김'이나 '단무지' 같은 반찬을 구할 곳도 마땅찮은 상황이라서 당황스럽다는 것이다. 더구나 '완제품'으로 나온 한국 음식들은 미국 현지에서는 비싼 값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식재료를 구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웃에 '한국계 이민자'가 있으면 가깝게 지내려 하고 그들을 통해서 '한국 식단의 식재료'를 구하는 방법부터 간단히 만들 수 있는 '한국 음식'까지 배우려는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한인 교포들은 환영하면서도 '과거의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씁쓸하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계 자녀가 '점심 식사'로 싸가는 김밥과 김치, 잡채 같은 음식을 보며 놀림을 당하기 일쑤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20세기에 미국에 정착해 학창시절을 보냈던 지금의 '한국계 미국인 학부모들'은 과거의 설움과 상처가 떠올라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한국 음식'에 대한 평가가 호평 일색으로 돌변(?)한 요즘과 같은 상황에 감개무량할 지경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음식'으로 마련한 점심 도시락이 얼마나 '건강을 고려한 음식'이었느냔 말이다. 냉동 피자나 냉동 햄버거에 감자튀김과 탄산 음료로 한끼를 떼우는 미국 어린이들보다 훨씬 더 고차원적이지 않느냔 말이다. 영양학적으로도 더 우수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도 낯선 음식, 낯선 냄새 라는 이유만으로 놀림감이 되는 어처구니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돈이 있으면 더 건강한 음식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한국 음식'은 이런 시대를 맞아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대다수 미국의 어린이들이 형편 없는 음식으로 건강을 해치고, '비만'에 빠지고 마는 것일까? 그건 미국 사회가 점점 가난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가가 높은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미국 시민들은 값이 싼 '나쁜 음식'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학교 급식' 같은 것이라도 개선해서 어린이들에게 무상으로 '좋은 음식'을 제공해주면 해결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것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미국은 연방제 국가인 탓에 '주'마다 정책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 예산'도 주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이 나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라고 한다. 여기서도 '부자'와 '빈자' 사이에 엄청난 간극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에서는 '비만' 같은 문제도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 곳은 그보다 더 심각하고 절실한 문제가 많아서 '비만' 같은 문제는 뒷전이 되기도 한단다.

이는 비단 미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릴 것 없이 '비만'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원인은 바로 '부의 불평등' 때문이고 말이다. 단순히 '정크 푸드'와 '글로벌 푸드'를 멀리하고 '유기농' 같은 '좋은 음식'과 '로컬 푸드'로 해결될 시점을 훨씬 지나고 말았다. 현재 '슬로 푸드'와 '로컬 푸드'의 원재료 가격이 엄청 오르지 않았는가 말이다. 이처럼 고물가 시대에 비만은 '부의 불균형'으로 인한 고질병처럼 느껴진다.

한편, 자신이 비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꼭 살을 빼는 것이 좋다. 물론 '좋은 음식',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겠지만, 부유한 계층이라도 살이 찐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에는 최근 20Kg 정도 감량에 성공했다. 요즘에는 '살 빼는 약'도 있다고 하는데, 약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삼시 세끼 챙겨 먹으면서도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쓴 방법은 '밀가루 음식'과 '설탕'을 거의 끊다시피 했다. 평소에 면 종류의 음식을 너무 좋아했는데 '라면'을 비롯해서 '빵', '과자' 같은 음식을 아예 입에도 대지 않았다. 대신 '메밀 100%'로 만든 면 요리는 가끔 먹었다. 정말 면이 땡길 때 말이다. 그리고 달달한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다. 탄산 음료는 말할 것도 없고 '믹스 커피'도 딱 끊었다. 이렇게 하면 정말 마실 음료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신 마셨던 것이 '블랙커피'와 '보이차'였다. 물론 물도 많이 마셔야 한다. 커피나 차 만으로 수분을 보충하면 신진대사에 불균형을 초래하기 때문에 '물 이외의 음료'를 마신 양만큼은 꼭 물을 마셔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음식은 배불리 먹었다. 밥은 되도록 '현미밥'으로 절반만 먹는다는 느낌으로 먹었고, 고기와 채소, 그리고 과일(너무 달지 않은)로 배를 채우는 식단으로 바꿨다. 물론 이렇게 식단을 차리려면 가뜩이나 오른 물가 때문에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구내식당'에서 먹을 때는 배불리 먹고, 집에서 먹을 땐 가볍게 먹는 방식으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녁 6시 이후'로 물만 마셨다. 이런 방법으로 음식 조절을 하면서 적당한 운동(하루 2만 보 이상)을 하며, 매일 체중을 확인해보니 하루에 200g~500g 정도씩 빠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주일에 1~2kg씩 체중감량에 성공하니 나름 뿌듯하고 현재는 74~75kg으로 20대 시절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음식을 하루 아침에 끊는게 어디 쉬운 일일까? 하지만 '고도비만'이 되니 고혈압에, 고지혈증, 그리고 고혈당까지 찾아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게 되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이 모든 증세를 단박에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바로 '살을 빼는 것'이었다. 그래서 얼마나 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기왕 빼는 거 확 빼세요"라고 말하길래, 20kg을 감량하려 목표를 잡았던 것이다. 그리고 '요요현상'을 없애려면 '살 빼는 약'이나 '지방흡입' 같은 수술의 도움 없이 '식단조절+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빼는 것도 중요했다. 물론 날마다 빠지기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300g을 힘들게 뺐는데, 다음날 의도치 않은 과식으로 1kg이 늘어있는 것을 보면 좌절할 만도 하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면 된다. 약이나 수술의 도움 없이 '자신의 의지'만으로 살을 빼면 언제든, 원하는 만큼 꼭 살을 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사도라 문, 마법 수두에 걸리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5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사도라 문, 마법 수두에 걸리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Gets The Magic Pox(2022)]

[My Review MMCXLI / 을파소 16번째 리뷰] 이사도라 문이 학교에 '땡땡이'를 쳤다. 까닭인 즉슨, 다음주 월요일에 '수학시험'을 볼 거라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물론,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변명일 것이다. 나도 수학을 좋아했던 학생이었기에 이런 이유가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주목'받는 것은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의자에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어 했던 기억은 있다. 특히, 날짜를 기준으로 '호명'을 하던 선생님이 있으면 그냥 그 이유만으로도 싫어했다. 내가 좋아하는 과목 선생님일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내 번호가 42번이었으면 끝자리가 2일인 날은 그냥 학교에 가기 싫은 기분이 되곤 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구구단 시험'을 보겠다는 선생님 말씀에 이사도라는 기겁을 하고 '땡땡이'를 결심하게 된다. 뱀파이어 학교에서도, 요정 학교에서는 '구구단 시험'을 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뱀파이어요정'인 자신이 구구단을 잘 할 까닭이 전혀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 이사도라는 그런 맘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마녀 요정'인 미라벨에게 전화를 걸었다. 장난스런 마법을 즐겨하는 미라벨이라면 학교를 땡땡이 치고 싶을 때 쓰기에 딱 좋은 '장난 마법'을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라벨은 그럴 때를 대비해서 이미 많은 장난 마법을 알고 있었고, 그 가운데 세 가지 마법을 이사도라에게 알려줬지만, 이사도라는 그 가운데 가장 말썽이 덜 날 것 같은 '마법 수두' 작전을 시도하고자 했다. 그렇지만 정작 실제로 마법을 사용할 마음은 없었다. 단지 '알고만 있어도' 언제간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안심이 될 것 같아 미라벨에게 가르쳐 달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라벨은 이사도라가 말은 그렇게 해도 결국엔 쓸 거라고 알고 있었다. 모르면 몰라도 '알고' 있는데 하지 않기는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어린이라면 이 말의 뜻이 무엇인지 금방 알 것이다. 암튼 이사도라는 '알고만' 있겠다는 마법 수두 비법을 결국 실행하고 만다. 그것도 너무 많이 말이다. 그래서 자기 얼굴에만 발라서 '마법 수두'만 걸린 것처럼 보여주고 싶었는데, 결국엔 더 커다란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쓰고 남은 '마법물약'을 그냥 풀숲에 쏟아서 버려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그 마법물약이 살아있는 생물에게 닿기 시작하자 일은 점점 겉잡을 수 없이 커져 버리고 마는데...

학창시절에 땡땡이 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가졌을 것이다. 막상 땡땡이를 치고 나면 '별다른 일'을 할 것도 없고, 애써 둘러댔던 거짓말 때문에 오히려 '집안'에만 꼼짝없이 갇혀서 재미나게 놀지도 못하고 심심한 나날을 보낸 경험도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왕따 문제'나 '집단 괴롭힘' 같은 심각한 문제로 인해서 학교에 가기 싫은 '심각한 사건'도 종종 발생하고는 하지만 말이다. 암튼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학창시절을 경험하고 있는 요즘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이 큰 관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을 느끼곤 한다. 그러니 학부모의 '과거 경험'에만 비춰서 어린이들의 고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들면 안 될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관심도 많이 가지고, 대화도 많이 나눠서 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어쨌든, 이사도라는 '수학시험'을 보지 않기 위해서 꾀를 부리다 된통 더 큰 사건을 일으키고 말았다. 그런데 왜 이사도라는 '수학시험'을 싫어했던 것일까? 이사도라는 자신이 '뱀파이어요정'이기 때문에 수학시험을 잘 보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 짓고 있다. 하긴 미국에서는 '구구단'을 특별히 외우지 않고, "2 곱하기 4는?", "정답은 8" 이런 식으로 '긴 문장'을 노래도 아닌 대화하는 형식으로 공부한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곱셈 요령'을 미리 파악하고 2x4는 2+2+2+2라는 식으로 '2를 4번 더하는 것'과 같은 값을 가진다는 식으로 이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같은 방식'으로 곱셈구구를 가르치지만, 이런 이해를 하기도 전에 선행학습으로 '구구단'을 달달 외워서 학습을 진행하고 있어서 무척 빠른 진도를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 '큰 수'를 개념이해 시키기 위해서 100이라는 숫자를 가르치려면 '매일 하나씩' 25명의 학생에게 병뚜껑을 가져오게 한 뒤에 교실 한 켠에 쌓아두게 하면서 4일째 되는 날에 100이라는 숫자가 완성 되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수업을 선생님이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게 40일 동안 모으면 '한 학기동안' 1000이라는 큰 수도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방식으로 1000이라는 숫자를 '여러 묶음'으로 나누면서 수를 가지고 배울 수 있는 학습을 실제로 '체감'하는 수업으로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교습법을 듣기도 했다.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오는 키팅 선생님처럼 말이다. 문학 수업이지만 교실에서 나가 교정을 '각자의 걸음'으로 걸으며 '자신만의 특징'을 파악하고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교과서에 나온 문학을 '천편일률적인 지식습득'으로 대신하고, '대입시험에서 고득점을 받는 것'을 지상목표로 설정하는 교육은 출세에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자기 자신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죽은 지식'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각자 나름의 깨달음을 얻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며, 학교는 그런 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구구단'같은 간단한 학습을 시킬 때에도 어린이들이 '수학의 개념 이해'를 넘어 '곱셈의 원리'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 말고도 가르쳐야 할 것이 정말 많은 선생님들에겐 너무 강도 높은 숙제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이야기가 딴 데로 샜는데, 암튼 이사도라는 자신이 '구구단'을 잘 하지 못할 거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해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이건 아주 잘못된 일이다. 뱀파이어라서, 요정이라서, 여자라서, 세상에서 할 수 없는 일은 단연코 없다. 물론 '힘든 일'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하기에 힘든 일과 아예 할 수 없는 일은 엄연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런 선입견은 절대로 가지면 안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이퍼케이션 2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바이퍼케이션 2 : 하이드라>  이우혁 / 해냄 (2010)

[My Review MMCXL / 해냄 7번째 리뷰] '분기점(바이퍼케이션)'이라는 뜻을 1권에서 겨우 이해를 했는데, 2권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진도'가 엄청 빠르다. 심지어 '헤라클레스의 정체'까지 가르시아와 에이들 수사팀에 의해 다 밝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하이드라'라는 존재까지 거의 근접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범죄를 저지르던 살인광 '뱀파이어의 진면목'을 다 까발려버리는 굉장한 속도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이런 식이면 3권에서 이야기할 것이 남아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렇다면 이우혁 작가는 '할 이야기'가 더 남았다는 것인데, 여기에 '반전'까지 의도했다면, 아마도 '헤라클레스의 정체'를 다시 정립해야 할 여지가 남았거나, '하이드라'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파헤쳐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사 전체를 허탕치게 만들고 '재수사'를 해야만 하는 플롯을 이우혁 작가는 <퇴마록>에서도 종종 써먹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바이퍼케이션>의 재미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제 결말까지 딱 한 권이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말이다.

2권의 줄거리는 FBI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들이 '범죄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이끌어가는 것이 주요하다. 강력계 형사반장으로 등장하는 1권에서 크게 활약했던 가르시아는 거의 조연급으로 움직이고 있을 정도로 내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사는 '뱀파이어 소탕 작전'을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뱀파이어가 저지른 범죄는 '완전범죄'에 가깝기 때문에 도무지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범죄를 따라한 '군터'라는 모방범을 뒤쫓으면서 뱀파이어를 잡기 위한 함정수사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뱀파이어가 아닌 뱀파이어의 '다음 희생자'를 수사하는 격이 되었다. 바로 '헤라 헤이워드'라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한 백인여성을 취조(?)하듯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르시아와 에이들은 뜻밖의 인물과 조우를 하게 된다. 바로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자신을 밝힌 아리따운 여성을 말이다. 이미 1권에서 독자에게는 정체가 밝혀진 존재이기 때문에 다들 아실 것이다. 바로 '헤라 헤이워드'가 '헤라클레스'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르시아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웬일인지 에이들은 차분했다. 아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점점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듯 침착한 표정을 짓게 된 것이다.

사실 여성이 자신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보여지는 '영웅 헤라클레스'라고 밝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당연하지만, 에이들은 그것이 맞을 수도 있음을 확신한다. 왜냐면 자신의 기억에 심한 '왜곡'이 일어났음을 알아챘고, 그 왜곡을 일으킨 기이한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 '헤라클레스' 때문이라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가르시아는 엄청 혼란스러워한다.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남성'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런데 에이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이런 이상한 일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자신이 겪고 있는 '기억의 왜곡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하지만 맞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사실'을 믿게 되고,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또 믿을 수 없는 '하이드라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바로 그 '하이드라'를 없애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열두 가지의 과업'을 해내야만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에이들은 이것을 곧바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냥 겉으로만 봤을 때에는 '그저 정신이상자의 궤변'이라고 단정 내리고 가까운 정신병원을 소개해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들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하는 아리따운 여성을 노리는 범죄자 '뱀파이어'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는 여성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오직 여성의 피만 깔끔하게 빼내는 것으로 범죄를 종결 짓는 특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그리고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아 '완전범죄'를 해왔던 것이다. 여성을 살해하면서, 고문을 한다거나, 강간을 한다거나, 변태적인 행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일체하지 않고, 그저 여성의 피만 빼내고 '다른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잡을 수 없는 연쇄살인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에이들은 이렇게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연쇄살인범은 '경찰관계자'이거나 'FBI 내부소행자'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비밀리에 수사를 진척시켜 왔지만, 유력한 용의자로 확신한 사람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으려 '알리바이'를 증거로 삼으로 했으나,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알리바이'마저 다른 사람의 증언으로 인해 번번이 깨어지고 마는 철두철미한 범죄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범죄자를 잡을 희망이 생겼다. 그 뱀파이어가 노리는 새 희생자가 바로 눈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들은 망설였다. 헤라클레스를 뱀파이어를 잡는데 이용하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최면술은 아니었지만 단순한 말 한마디로 자신의 기억마저 '왜곡'시켜버리고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용 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엄청난 존재를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미끼'로 던질 수 있을까? 감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헤라클레스가 먼저 에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헤라클레스가 잡고 싶은 것은 '하이드라'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헤라클레스가 하이드라를 잡는데 '에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에이들이 뱀파이어를 잡는데 '헤라클레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이를 대놓고 '거래'로 삼지는 않았다. 아니 삼을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먼저 에이들과 가르시아의 감정 밑바닥에 있는 '심연의 악마'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나쁜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이성의 끈'을 살짝 놔주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가르시아는 의외의 폭력성을 드러내며 '단순범죄 가담자'를 죽을 때까지 때려서 죽여버리는 일을 자행하게 만든다. 형사라는 막중한 의무감에 절대로 한 적이 없는 '분노'를 그냥 아무런 필터도 없이 그냥 떠내서 폭발시킨 것이다. 에이들도 자신의 누이를 죽게 만든 범죄자를 끝내 찾아내서 복수를 자행한 사실을 여과없이 폭로하게 만들었다. 이게 헤라클레스가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정신지배 능력'이라고나 할까? 헤라클레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게끔' 만드는 무서운 힘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아직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셈이다. 언제나 서론이 장황한 이우혁 소설답다. 모든 범죄의 근원일지도 모를 '하이드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직까지 '형체'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하이드라는 어떤 모습으로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걸까? 과연 3권에서 속시원히 밝혀지긴 하는 것인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가 '완결되지 않은 소설'을 많이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불신'이다. 일단 <바이퍼케이션>은 '완결'된다는 소식까지만 확인한 상태인데, 3권에서 완결되긴 하지만, 그 '뒷이야기'가 남아서 아주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왜냐면 <퇴마록 외전 3권>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다시 연재할 수도 있다는 짤막한 귀띔을 해놨기 때문이다. 그 귀띔이 그저 '뉴 퇴마록'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그칠지 모를 일이지만, 암튼 그 덕분에 나도 못다 읽은 이우혁의 소설을 뒤늦게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연말이다. 연말이 다 지나기 전에 서둘러 읽어보려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 이사도라 문 시리즈 14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Shooting Star(2021)]

[My Review MMCXXXIX / 을파소 15번째 리뷰] 어린이들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내 경우에는 초등학생 때 동쪽 하늘에 떠있는 샛별(금성)을 육안으로 봤을 때였다. 겨울 방학으로 기억한다.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날마다 늦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부모님께 혼이 나서, 그 다음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라고 등 떠밀려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5시쯤 연탄불을 갈고서 집 밖을 나서니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어스름이었다. 그렇게 입김을 호호 불면서 투덜투덜 터벅터벅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데, 우연찮게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유난히 큰 별 하나가 '열십 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과학시간에 배웠던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맞게 동쪽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하늘은 까만색에서 점점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샛별의 밝기는 위축되지 않았고 더욱더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양이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30여 분간 우두커니 서서 샛별을 바라본 것이 처음으로 '우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였고, 나중에 '천문학과'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소년으로 자랐다. 비록 우수한 성적을 얻지 못해서 끝내 '하향지원'을 해야 했기에 '천문학과'를 들어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도 '천문/우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순전히 그런 우연 때문이다.

내 경우엔 그런 식으로 '우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넓혀가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그리스로마신화'와 '점성술'에 대한 관심도 꽤나 깊게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엔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이 흔하던 시절도 아니었고, 죄다 어른들이 이해할 법한 어려운 책들 뿐이었기 때문에 '지도학습'을 도와줄 선생님조차 없던 시절에 혼자서 독학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관심이 생겼으니 읽기는 읽어야 했는데, 그때 마침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였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나온 5권짜리 책이었고, 그걸 시작으로 한동안 두꺼운 신화책까지 섭렵하며 주야장천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잡스러운 지식이 쌓이다가 '별자리'에 관한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 유명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소식을 접했으나 너무 비싼 책이라 살 엄두를 내지 못했고, 빌려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구입해서 읽었다. 만약 그 시절에 <코스모스>를 읽었더라면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천문학과'에 진학했을 텐데 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번 <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는 다름 아닌 '별똥별'로 오해를 받은 '빛의 정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려운 과학지식을 이해하고 빠져들기에 '우주(천문)'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에 관한 관심을 높여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재미난 이야기가 필요한 법이다. 내 경우엔 '그리스로마신화'속 '별자리 이야기'가 그랬지만,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좀 더 세련된 호기심을 선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더구나 이 책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뱀파이어 요정'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유령도 등장하고, 마녀도 등장하고, 인어도 등장하니, '정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억지스러울 일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밤하늘을 수놓는 '별똥별'이 사실은 '빛의 정령'이라는 설정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좋은 상상이야기가 될 것이다. '정령'을 우리 말로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대개는 '원소의 힘'을 나타내는데 쓰이곤 한다. 이를 테면, 불의 정령은 '살라맨더', 물의 정령은 '운디네', 바람의 정령은 '실프', 땅의 정령은 '노옴'이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빛의 정령은 '노바'라고 하는 설정도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말하는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 가운데 하나로 설명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도 아니고, 이런 호기심이 어른이 되어서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훌륭한 과학자들 가운데 '상상력'이 뛰어나서 재미난 이야기꾼으로 활약한 분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칼 세이건도 '지적외계인탐사(SETI)'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삼아 <콘택트>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상대성이론으로도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어려운 과학이야기보다 농담을 즐겼다고 하고, 물리학계의 거장 리차드 파인만 교수도 어렵고 복잡한 이론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서 강의를 했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우주'라는 주제를 가르칠 때에는 '과학지식'을 주입하려 애쓰기보다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비단 '우주' 뿐만 아니라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학습법일 것이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이 써먹어도 좋은 방법임에 틀림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