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퍼케이션 2 - 하이드라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바이퍼케이션 2 : 하이드라>  이우혁 / 해냄 (2010)

[My Review MMCXL / 해냄 7번째 리뷰] '분기점(바이퍼케이션)'이라는 뜻을 1권에서 겨우 이해를 했는데, 2권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진도'가 엄청 빠르다. 심지어 '헤라클레스의 정체'까지 가르시아와 에이들 수사팀에 의해 다 밝혀지고 말았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하이드라'라는 존재까지 거의 근접했을 뿐만 아니라 완전범죄를 저지르던 살인광 '뱀파이어의 진면목'을 다 까발려버리는 굉장한 속도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이런 식이면 3권에서 이야기할 것이 남아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다. 그렇다면 이우혁 작가는 '할 이야기'가 더 남았다는 것인데, 여기에 '반전'까지 의도했다면, 아마도 '헤라클레스의 정체'를 다시 정립해야 할 여지가 남았거나, '하이드라'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 파헤쳐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수사 전체를 허탕치게 만들고 '재수사'를 해야만 하는 플롯을 이우혁 작가는 <퇴마록>에서도 종종 써먹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바이퍼케이션>의 재미는 점점 더 깊이 빠져들게 만들고 있다. 이제 결말까지 딱 한 권이 남았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말이다.

2권의 줄거리는 FBI 천재 프로파일러 에이들이 '범죄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이끌어가는 것이 주요하다. 강력계 형사반장으로 등장하는 1권에서 크게 활약했던 가르시아는 거의 조연급으로 움직이고 있을 정도로 내쳐지고 말았다. 그리고 본격적인 수사는 '뱀파이어 소탕 작전'을 위해서 전심전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뱀파이어가 저지른 범죄는 '완전범죄'에 가깝기 때문에 도무지 '단서'를 찾을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범죄를 따라한 '군터'라는 모방범을 뒤쫓으면서 뱀파이어를 잡기 위한 함정수사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뱀파이어가 아닌 뱀파이어의 '다음 희생자'를 수사하는 격이 되었다. 바로 '헤라 헤이워드'라는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한 백인여성을 취조(?)하듯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르시아와 에이들은 뜻밖의 인물과 조우를 하게 된다. 바로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자신을 밝힌 아리따운 여성을 말이다. 이미 1권에서 독자에게는 정체가 밝혀진 존재이기 때문에 다들 아실 것이다. 바로 '헤라 헤이워드'가 '헤라클레스'였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르시아는 깜짝 놀란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웬일인지 에이들은 차분했다. 아니 처음엔 의아했지만 점점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는 듯 침착한 표정을 짓게 된 것이다.

사실 여성이 자신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보여지는 '영웅 헤라클레스'라고 밝히는 것이 이상한 일이 당연하지만, 에이들은 그것이 맞을 수도 있음을 확신한다. 왜냐면 자신의 기억에 심한 '왜곡'이 일어났음을 알아챘고, 그 왜곡을 일으킨 기이한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는 '헤라클레스' 때문이라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물론 가르시아는 엄청 혼란스러워한다. 여성이 스스로 자신을 '남성'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어찌 그러지 않겠는가? 그런데 에이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이런 이상한 일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자신이 겪고 있는 '기억의 왜곡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상하지만 맞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사실'을 믿게 되고, 헤라클레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또 믿을 수 없는 '하이드라의 존재'가 드러나게 된다.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하는 여성은 바로 그 '하이드라'를 없애는 것이 자신에게 주어진 '열두 가지의 과업'을 해내야만 하는 숙명을 짊어지고 있음을 이야기한 것이다. 에이들은 이것을 곧바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냥 겉으로만 봤을 때에는 '그저 정신이상자의 궤변'이라고 단정 내리고 가까운 정신병원을 소개해주는 것이 더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이들은 그럴 수 없었다. 왜냐면 자칭 '헤라클레스'라고 주장하는 아리따운 여성을 노리는 범죄자 '뱀파이어'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는 여성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오직 여성의 피만 깔끔하게 빼내는 것으로 범죄를 종결 짓는 특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그리고 '단서'를 전혀 남기지 않아 '완전범죄'를 해왔던 것이다. 여성을 살해하면서, 고문을 한다거나, 강간을 한다거나, 변태적인 행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일체하지 않고, 그저 여성의 피만 빼내고 '다른 흔적'은 전혀 남기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잡을 수 없는 연쇄살인범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에이들은 이렇게 완전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연쇄살인범은 '경찰관계자'이거나 'FBI 내부소행자'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비밀리에 수사를 진척시켜 왔지만, 유력한 용의자로 확신한 사람을 최종적으로 확정지으려 '알리바이'를 증거로 삼으로 했으나,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알리바이'마저 다른 사람의 증언으로 인해 번번이 깨어지고 마는 철두철미한 범죄자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범죄자를 잡을 희망이 생겼다. 그 뱀파이어가 노리는 새 희생자가 바로 눈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들은 망설였다. 헤라클레스를 뱀파이어를 잡는데 이용하기에는 너무도 무서운 존재였기 때문이다. 최면술은 아니었지만 단순한 말 한마디로 자신의 기억마저 '왜곡'시켜버리고 '그녀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용 당할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엄청난 존재를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미끼'로 던질 수 있을까? 감히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헤라클레스가 먼저 에이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헤라클레스가 잡고 싶은 것은 '하이드라'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헤라클레스가 하이드라를 잡는데 '에이들의 도움'이 필요한 것처럼, 에이들이 뱀파이어를 잡는데 '헤라클레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이를 대놓고 '거래'로 삼지는 않았다. 아니 삼을 수 없었다. 헤라클레스가 먼저 에이들과 가르시아의 감정 밑바닥에 있는 '심연의 악마'를 끌어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나쁜 마음'을 억누르고 있던 '이성의 끈'을 살짝 놔주는 꼴이 되었다. 그래서 가르시아는 의외의 폭력성을 드러내며 '단순범죄 가담자'를 죽을 때까지 때려서 죽여버리는 일을 자행하게 만든다. 형사라는 막중한 의무감에 절대로 한 적이 없는 '분노'를 그냥 아무런 필터도 없이 그냥 떠내서 폭발시킨 것이다. 에이들도 자신의 누이를 죽게 만든 범죄자를 끝내 찾아내서 복수를 자행한 사실을 여과없이 폭로하게 만들었다. 이게 헤라클레스가 가지고 있는 힘이었다. '정신지배 능력'이라고나 할까? 헤라클레스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게끔' 만드는 무서운 힘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아직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은 셈이다. 언제나 서론이 장황한 이우혁 소설답다. 모든 범죄의 근원일지도 모를 '하이드라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직까지 '형체'나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하이드라는 어떤 모습으로 정체가 밝혀지게 되는 걸까? 과연 3권에서 속시원히 밝혀지긴 하는 것인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가 '완결되지 않은 소설'을 많이 쓰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불신'이다. 일단 <바이퍼케이션>은 '완결'된다는 소식까지만 확인한 상태인데, 3권에서 완결되긴 하지만, 그 '뒷이야기'가 남아서 아주 긴 여운을 남기고 있는지, 그것이 궁금해진다. 왜냐면 <퇴마록 외전 3권>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다시 연재할 수도 있다는 짤막한 귀띔을 해놨기 때문이다. 그 귀띔이 그저 '뉴 퇴마록'을 쓰겠다는 다짐으로 그칠지 모를 일이지만, 암튼 그 덕분에 나도 못다 읽은 이우혁의 소설을 뒤늦게나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연말이다. 연말이 다 지나기 전에 서둘러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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