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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 ㅣ 이사도라 문 시리즈 14
해리엇 먼캐스터 지음, 심연희 옮김 / 을파소 / 2023년 1월
평점 :
<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 해리엇 먼캐스터 / 심연희 / 을파소 (2023) [원제 : Isadora Moon and The Shooting Star(2021)]
[My Review MMCXXXIX / 을파소 15번째 리뷰] 어린이들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는 뭘까? 내 경우에는 초등학생 때 동쪽 하늘에 떠있는 샛별(금성)을 육안으로 봤을 때였다. 겨울 방학으로 기억한다.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날마다 늦잠을 자면서 게으름을 피운다고 부모님께 혼이 나서, 그 다음날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라고 등 떠밀려 나섰기 때문이다. 그렇게 새벽 5시쯤 연탄불을 갈고서 집 밖을 나서니 아직 해도 떠오르지 않은 어스름이었다. 그렇게 입김을 호호 불면서 투덜투덜 터벅터벅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있는데, 우연찮게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유난히 큰 별 하나가 '열십 자' 모양으로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과학시간에 배웠던 태양계의 두 번째 행성인 금성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침맞게 동쪽 하늘에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하늘은 까만색에서 점점 환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샛별의 밝기는 위축되지 않았고 더욱더 환하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양이 완전히 떠오를 때까지 30여 분간 우두커니 서서 샛별을 바라본 것이 처음으로 '우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였고, 나중에 '천문학과'에 진학하기를 꿈꾸는 소년으로 자랐다. 비록 우수한 성적을 얻지 못해서 끝내 '하향지원'을 해야 했기에 '천문학과'를 들어가진 못했지만 말이다. 지금까지도 '천문/우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건 순전히 그런 우연 때문이다.
내 경우엔 그런 식으로 '우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넓혀가는 쪽으로 나아가면서, 동시에 '그리스로마신화'와 '점성술'에 대한 관심도 꽤나 깊게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시절엔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이 흔하던 시절도 아니었고, 죄다 어른들이 이해할 법한 어려운 책들 뿐이었기 때문에 '지도학습'을 도와줄 선생님조차 없던 시절에 혼자서 독학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관심이 생겼으니 읽기는 읽어야 했는데, 그때 마침 눈에 띄었던 책이 바로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로마신화>였다. 물론 어린이용으로 나온 5권짜리 책이었고, 그걸 시작으로 한동안 두꺼운 신화책까지 섭렵하며 주야장천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잡스러운 지식이 쌓이다가 '별자리'에 관한 과학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 당시에 유명했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도 소식을 접했으나 너무 비싼 책이라 살 엄두를 내지 못했고, 빌려 볼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야 구입해서 읽었다. 만약 그 시절에 <코스모스>를 읽었더라면 정말이지 죽을 힘을 다해서라도 '천문학과'에 진학했을 텐데 말이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번 <이사도라 문, 별똥별을 구하다>는 다름 아닌 '별똥별'로 오해를 받은 '빛의 정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우주'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어려운 과학지식을 이해하고 빠져들기에 '우주(천문)'는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에 관한 관심을 높여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라도 재미난 이야기가 필요한 법이다. 내 경우엔 '그리스로마신화'속 '별자리 이야기'가 그랬지만,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좀 더 세련된 호기심을 선보여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더구나 이 책 <이사도라 문> 시리즈는 '뱀파이어 요정'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유령도 등장하고, 마녀도 등장하고, 인어도 등장하니, '정령'이 등장한다고 해서 억지스러울 일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밤하늘을 수놓는 '별똥별'이 사실은 '빛의 정령'이라는 설정은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좋은 상상이야기가 될 것이다. '정령'을 우리 말로 딱히 뭐라 표현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대개는 '원소의 힘'을 나타내는데 쓰이곤 한다. 이를 테면, 불의 정령은 '살라맨더', 물의 정령은 '운디네', 바람의 정령은 '실프', 땅의 정령은 '노옴'이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니 빛의 정령은 '노바'라고 하는 설정도 고대 그리스철학자들이 말하는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의 근원 가운데 하나로 설명에서 기원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도 아니고, 이런 호기심이 어른이 되어서 '과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우주의 비밀을 풀어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도 훌륭한 과학자들 가운데 '상상력'이 뛰어나서 재미난 이야기꾼으로 활약한 분들도 많다. 앞서 언급한 칼 세이건도 '지적외계인탐사(SETI)'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삼아 <콘택트>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상대성이론으로도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어려운 과학이야기보다 농담을 즐겼다고 하고, 물리학계의 거장 리차드 파인만 교수도 어렵고 복잡한 이론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서 강의를 했기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린이를 대상으로 '우주'라는 주제를 가르칠 때에는 '과학지식'을 주입하려 애쓰기보다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비단 '우주' 뿐만 아니라 어려운 학문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학습법일 것이니,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이 써먹어도 좋은 방법임에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