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3 아르테 오리지널 3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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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과 2권에 이어 3권에서도 '양숭고의 추리'가 기본 스토리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1권에서는 '왕비의 딸 살인사건'을, 2권에서는 '그림속 연쇄살인사건'을, 그리고 3권에서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 3개의 별개 살인사건들이 모두 '하나의 증거물'과 연관되어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낼 '결정적 증거'라는 점에서 앞선 사건들보다 더욱 확장되어 긴박감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첫 번째 살인사건은 다름 아닌 '기왕 이서백'을 죽이려는 궁궐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극적인 효과가 벌어지며 이서백은 살아남게 되지만, 독에 중독되어 거의 죽은 목숨과 다를 바가 없는 신세가 되어 양숭고와 함께 단 둘만이 살아남게 된다.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간 두 남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며 살갗이 부딪히고 맨몸을 보여주며 더욱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여느 '로맨스소설'이었으면 두 사람의 애정이 점점 짙어지다 떨어질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자객에게 뒤를 쫓기는 급박한 상황이라 한가하게 달콤한 사랑에 빠져들 시간적 여유마저 없게 된다. 그렇게 필사의 탈출을 한 뒤에야 '둘의 관계'가 더욱더 밀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살인사건이 남아 있었다. 바로 '황재하의 일가족 살인사건'의 증거를 찾는 일이다.

 

  그래서 두 번째 살인사건은 당연히 '황재하 일가'와 연관이 있는 증거물을 찾기 위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마침맞게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졌으니, 바로 '두 남녀의 동반자살 사건'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때문에 헤어졌었는데,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사라지고 다시 만난 두 남녀가 홀연히 '동반자살'을 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서 자살을 했다는데, 두 사람이 얌전히 누워있는 자세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이 '독 중독'이라고 하는데, 분석을 한 결과 '짐독'이라는 궁중에서만 비밀리에 쓰이는 극약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평범한 두 남녀의 죽음에 궁궐의 극약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을 풀어내는 와중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죽음 역시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모두가 공연을 지켜보는 와중에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밀실살인'인데, 모두가 용의자인데도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던지라 누구도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심장에 비수를 찔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더욱이 이 두 사건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니, 양숭고의 추리를 따라가다보면 그 비밀이 기막히게 해결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살인사건에서 드디어 '황사군 일가 독살사건'에 감춰진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양숭고가 사실은 '황재하'라는 사실도 만천하에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은 또다시 '기왕 이서백'을 암살하려는 세력과도 연결이 되어 있으니, 이런 거대한 흑막이 4권에서 낱낱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거기다 신분이 밝혀진 황재하는 '여자의 몸'으로 기왕 이서백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었고, 아직 혼약의 파기하지 않은 정혼자 왕온이 발빠르게 움직여 모든 누명을 벗게 된 황재하와의 혼인을 서두르고 있으니, 맨살을 부비며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이서백과 황재하의 로맨스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도 4권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더욱더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퐁당 뛰어들면 좋을 듯 싶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이 <로맨스소설>인지 <추리소설>인지 점점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두 장르가 섞여서 <미스테리로맨스소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만, '살인사건'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야기가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체검안'을 서술하면서 동시에 '연애감정'을 녹여내고 있는 작가의 서사가 생뚱맞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스릴러' 장르에서도 '사랑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살인사건추리'를 하면서 '연애감정'에 빠져드는 등장인물이 황제의 아우와 환관으로 신분을 감춘 여인이라는 설정은 <로맨스소설>을 즐기는 독자로서 쉽사리 빠져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뭐, 국경도 초월하고, 죽음도 극복해내는 사랑이야기가 흔해 빠진 와중에 '살인사건' 속에서 핏빛 로맨스가 펼쳐진다고 한들 그닥 어색할 것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허나 내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여성작가, 특유의 장황한 묘사' 때문이다. 마치 '순정만화'에 그려지는 '꽃배경'이 연상되는 듯한 달콤한 배경묘사와 달달한 심리묘사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난 뒤에 어김없이 '시신'을 부검하는 주자진과 '살인사건'의 증거를 찾아내 비밀을 풀어내는 양숭고의 행동묘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기왕과 여자환관 사이에 찐한 '러브라인'을 풀어내고, 옛연인이었던 '우선'과의 묘사에서는 '미소년과 미소녀'를 등장시키곤 하니, 마치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는 서사에 차갑고 뜨거운 감성이 두서없이 오고가는 지경에 이르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한단 말인가? 자고로 <로맨스소설>이라하면 두 남녀의 끈적끈적한 애정묘사에 한없이 달달해지는 감성에 푹 빠져들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로서 <잠중록>은 기상천외하다 못해 기괴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과연 <미스테리로맨스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난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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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양록, 조선 선비 왜국 포로가 되다 - 기행문 겨레고전문학선집 15
강항 지음, 김찬순 옮김 / 보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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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 6대 임금 성종 때 거란이 침략을 하였다. 거란은 국력을 갖추자 나라이름을 '요'로 고치고, 송 침략에 앞서 고려를 압박하기 위해 침략을 하였는데, 첫 번째 침략에서는 '옛고구려땅을 내놓아라'고 요구하며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다. 이에 고려는 창졸지간에 침략을 당한 터라 거란장수 소손녕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고, 이들의 요구에 전전긍긍하며 맞서 싸우거나 땅을 내어주거나 하자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서희는 거란의 침략이 '80만 대군'이라는 일방적인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며, "대군을 몰고 왔으면 속전속결을 할터인데, 그러지 않고 '협상' 따위나 하고 있으니, 필시 허풍이 틀림없을 것"이라며 담판을 한 연후에 결정을 하라며 임금께 주장을 올렸다. 이에 성종이 강화에 서희를 내려보내니, 거란의 주장은 거짓이었고, 속셈은 따로 있었다는 것을 간파하고, 회담을 고려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다.

 

  이것이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거란 1차침략'에 대한 '서희의 외교협상'의 내용이다. 이처럼 외교와 전쟁 등과 같은 중요한 국가대사에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정보력'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선조에 벌어진 전쟁,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그렇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똑똑하기로 유명했던 임금과 신하들이 즐비하던 시절이었는데도 '일본의 침략야욕'을 제대로 간파하지도 못하고, '전쟁대비'도 적절히 하지 못하고, '전후처리'조차 공정하지 못했던 엉망진창이었던 '치욕의 역사'였다. 과연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서희의 외교협상'은 적의 의도를 정확히 알아낸 덕분에 고려는 엄청난 이득을 얻게 되었다. 거란측의 허장성세에 맞서 주눅 들지 않는 자세로 당당하게 회담을 이어나간 결과, 고려는 '강동6주'라는 어마어마한 땅을 얻게 되었고, '거란군의 철군 약속'도 받아냈으며, 고려의 변방을 괴롭히던 '여진족 토벌'까지 보장받았다. 고려가 거란측에게 내어준 것은 '송과의 교류 단절'과 '거란과의 통교' 뿐이었으니, 외교협상으로 전쟁도 막고 이득도 챙기는 대단한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반면에 임진왜란 때에는 전쟁직전에 '통신사'를 보내 일본측을 염탐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벌었는데도, 통신사가 가져온 '정보'를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일본의 침략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오랜 전란을 거쳐 '고도의 정규군'을 보유했던 일본군에 비해 오랜 평화로 소홀해진 국방력과 실전 경험이 전무한 군사시스템으로 '계획적인 침략'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한 조선군이라는 '현실'을 고작 1년이라는 시간으로 어찌 해볼 겨를조차 없었을 것이다. 허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외적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외적을 정확히 간파했더라면 짧은 시간이었더라 하더라도 그처럼 속절없이 무너지진 않았을 것이라 안타까운 것이다.

 

  이런 안타까움에 전쟁 이후에 쓰여진 책이 바로 류성룡이 쓴 <징비록>이다. 이 책에는 '전쟁의 참상'이 이토록 무섭고 전쟁을 '대비'하지 않은 대가가 이처럼 비참하니, 비극적인 전쟁의 기록을 철저히 남겨 만일을 대비하고 후대에 경계로 삼길 바라는 마음이 간곡히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징비록>은 제대로 읽히지도 못하고 또다시 '호란'을 겪게 되었으며, 그런 굴욕을 당한 뒤에도 오래도록 외면을 받고 있다가 침략국인 일본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역수입된 뒤에야 유명세를 받게 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단다. 이런 <징비록>에 버금가는 책이 정유재란 때 일본에 포로로 끌려갔다 극적생환을 한 강항선비가 쓴 <간양록>이다. 이 책의 내용도 '왜국의 정세'가 자세히 적혀 있고, '왜국의 지리, 문물, 풍습' 따위도 굉장히 자세히 서술되어 있으며, 특히, 왜국의 유명 인물에 대한 나름의 평가가 실려 있어 현지에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본의 정보'가 낱낱이 보고되어 있는 소중한 '기록물'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이 책 역시 널리 읽히지 못한 신세였으며, 오늘날에는 이름이라도 널리 알려진 <징비록>과는 반대로 <간양록>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해져 버리고 말았다. 실제 나도 이 책의 존재에 대해서 꽤나 최근에 알게 되었고, 뒤늦게 읽어보게 되었다. 우리는 어째서 이토록 '정보력'에 대해서 둔감한 것일까?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를 선점하고 있다. 주변국들이 중국과 일본, 러시아, 미국이라는 강대국인 탓에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국이란 말이다. 이런 유리한 곳에 위치한 우리가 '강대국들의 정보'에 빠삭하고 민감하며 신속하게 대처하고 처리할 수 있는 능력만 갖춘다면, 고려를 침략했던 거란과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에 서로 선물공세를 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외교관계를 유지하려 무던한 애를 경쟁적으로 쓸 수밖에 없게 만들 수도 있다. 헌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미중 갈등이라는 첨예한 대립에 '실리외교'는커녕 '중립외교'도 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기 바쁘고, 우리보다도 약해빠진 나라로 전락한 러시아와 일본에게조차 떳떳하고 당당한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비굴하게 굽신대는 꼬락서니가 정말 우습지 않느냔 말이다.

 

  멍청한 이들은 말한다. 이것은 '약소국의 현실'이니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고려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강대국'이었나? 거대한 땅을 차지한 송에 비해서도, 신흥강국으로 영토를 넓히며 옛고구려땅과 발해까지 멸망시키며 송나라를 침략하던 거란에 비해서도 조막만한 고려는 그 힘을 크게 발휘하지도 못하고, 외교적 발언도 크게 내어보지 못한 '약소국'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도 서희는 외교협상만으로 '고려의 이익'을 최고를 끌어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주변의 정세를 정확히 간파해서 '고려가 나아갈 길'을 명확히 제시한 덕분에 고려는 그 어떤 나라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자존심은 물론이고, 국력도 크게 위명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간양록> 같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정보의 힘'이 가져다줄 고마운 선물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비록 왜적의 포로로 끌려갔으나 일본의 전후사정을 비롯해서 일본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간파한 소중한 정보를 남겨 놓았으니, 그 소중한 정보를 바탕으로 '조선이 취해야 할 자세'를 갖춰나가는 것이 올바른 일이다. 여기에 '정보의 업그레이드'도 대단히 중요하다. 항상 '최신 정보'에 귀를 기울이고 눈독을 들여서 '외적의 정세'를 새로 파악해야만 그에 알맞은 새로운 대응을 세우고 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깨달음을 오늘날의 국제정세에 적용시키면 대한민국도 더는 '약소국' 신세에서 벗어나 '강대국의 자세'를 취하며 외적의 입맛과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적절하게 전략을 짜아낸 뒤에 국익을 최고수위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너무도 당연한 소리 아니냔 말이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우리 역사가 늘 자랑스럽지는 않을지라도 '수난과 고난' 뒤에 다시 일어나 지금의 위상을 갖추게 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정보의 중요성'을 명심하고, 적절하고, 신속하고, 적확하게 대처해나갈 때에만 자랑스런 역사를 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강대국이 강대국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도 '정보력'이고, 약소국이 강대국이 될 수 있는 최고의 이유도 '정보력'이다. 이 책의 내용이 비록 '과거의 정보'이고, 그나마 오랫동안 묻혀 있어 잘 알지 못했다하더라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간양록>을 통해 얻을 '정보력'은 낡아서 별로 쓸모가 없겠지만, 이 책에 담긴 '정신'은 지금 현재에도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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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온다, 탄소 혁명 와이즈만 미래과학 17
김성화.권수진 지음, 백두리 그림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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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에는 '탄소중립' 또는 '탄소제로'가 크게 이슈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여서 멈출 수 없는 재앙을 막아보자는 의도로, 어쩌면 인류의 절멸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탄소와 인류절멸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한 분들도 많을 텐데, 현재 대기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우 심각한 단계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2020년 현재 전체 공기를 10000개라고 했을 때, 그중 이산화탄소가 4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만 개중에 4개면 별문제 없겠네 싶겠지만, 이 숫자가 5가 되면 '지구온난화'는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단계로 접어들어 재앙에 버금가는 '기후변화'를 반드시 겪게 될 것이며, 인간이 곡창지대로 삼고 있는 모든 농경지와 목장이 황폐화될 정도로 살인적인 더위와 추위가 끝없이 반복되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 것이라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비극을 반대하는 과학자들도 있긴 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는 것은 지구역사상 흔한 일이며 크게 올랐다고 해서 생명체가 절멸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하고, 오히려 온난해진 기후 덕분에 더욱더 풍족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학자들도 꽤나 많다. 그러나 그렇게 낙관만 할 수 없는 것이 '10000개 중의 4개'인 지금도 극심한 기후변화를 실감하며 주위 환경의 변화에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의 불편함이 속출하고 있는데, 고작 30년 뒤에 '10000개 중의 5개'에 도달해버리고 지구 스스로 자정작용을 할 수 없는 시스템으로 망가뜨리고 나서 "아이쿠, 우리의 예측이 틀렸네요. 미안합니다"라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느냔 말이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전지구적인 역사적 관점에서 확실히 비정상적인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탄소'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하나 뿐인 생명에 이르기까지 '탄소'는 너무나도 밀접하게 작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주성분이 '탄소'이고, 우리가 주위의 살아움직이는 것 모두가 '탄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런 '탄소'로 이루어진 식물과, 그 식물을 먹거리로 삼은 동물, 그리고 이런 식물과 동물을 양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인간도 모두 '탄소'를 기본성분으로 삼아 구성되어 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거의 모든 물건들도 '탄소화합물'의 결실이다. 석탄과 석유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석유에서 뽑아내서 만든 '플라스틱' 또한 '탄소화합물'의 결정체인 셈이다. 심지어 우리 건강을 위해서 먹는 '약'의 주요성분도 대부분 탄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 몸이 '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화학작용'인 소화를 하고, 잘 흡수가 되어 약의 효능이 잘 듣기 위해서 '탄소화합물'을 주성분으로 삼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단한 탄소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대명사로 다가온 까닭은 바로 '지구온난화' 덕분이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땅속 탄소를 꺼내 공기중으로 뿜어낸 결과, '10000개 중의 4개' 상태로 만들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기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다시 땅속으로 되돌려놓으면 해결될 일일텐데, 그게 녹록치 않다. 왜냐면 공기중의 구성성분들은 좀처럼 변화하질 않기 때문이란다. 그런데도 '지구온난화'를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만든 인간이 참으로 대단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흡수할 수 있는 능력자는 오직 '식물'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은 그런 식물의 복합체인 '숲'을 파괴하고 불태워서 농경지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왜냐면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감소하는데에는 '경제적 이득'이 없지만, 당장 숲을 밀어버리고 농경지를 만들면 '경제적 이득'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것이 설령 자신들의 목숨줄을 끌어당겨 수명을 깎아먹는 일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당장 숲을 되살릴 수 없다면 '인위적인 방법'으로라도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나라 아주대학교에서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플라스틱'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를 상용화하면 우리가 내뿜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수거할 수 있게 되고, 배출한만큼 다시 되돌려 쓸 수 있으니 비로소 '탄소중립'에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지구환경을 되돌리고 에너지를 덜 쓰는 방향으로 노력해나간다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가 '탄소'에 큰 관심을 두어야 하는 까닭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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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못다 깐 근육과 신경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25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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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교양툰>이 참 좋다. 내가 그닥 해박하지 못한 분야라 하더라도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해줄뿐 아니라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로써 낯선 개념들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교양툰>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충분히 넓힐 수 있기에 좋아한다. 그 가운데 한빛비즈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이하 '까해만')>는 단연 최고였다. 귀신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해부도'는 어릴 적부터 꽤나 무서워했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유심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뼈다구만 걸려 있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고 맛나게만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러고보니 뼈에 붙은 살점(근육)은 끓여먹고, 지져먹고, 잘도 구워먹...츄룹..암튼, 그토록 무서워하는 분야였기에 곁눈으로도 볼 생각이 없었는데, <까해만>을 만나고부터는 왠지 '해부학'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전편 <까해만>도 좋았지만, 후속작인 <또까해만>은 그 이상이었다. 비유하자면, <까해만>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또까해만>은 그 충격에 뒤이은 감동의 여운이 '전율'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은 '압듈라' 작가의 미친(?) 드립을 호평하며 이 책의 '재미의 원천'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깊이 공감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보다 '여왕들의 캐미'에 주목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일부'를 의인화에 성공하여 낯선 학문에 대한 진입문턱을 확 낮춤과 동시에 '이해의 깊이'를 대단히 높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올곧은 척추퀸, 고독한 심장퀸, 예민한 신경퀸은 이미 전편인 <까해만>에서 미친 드립을 선보였고, <또까해만>에 새로 등장하는 근육퀸과 두 프린세스, 그리고 세포퀸은 전편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해부학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한마디로 여러 여왕들의 속깊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해부학 전공자' 못지 않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단 말이다. 정말 신기방기한 <교양툰>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영국의 베이컨은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이다. 계몽주의 학자였던 베이컨은 '지식'이야말로 인간 본연이 갖춘 힘의 근원이며, 오직 '신'이 전부였던 중세시대를 마감하고 다시 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자는 근대적 인본주의 사상의 선구자였다. 어쩌면 그에게 '지식'은 신의 영역을 뛰어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진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런 힘을 가진 '지식'을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해부학 만화 <또까해만>에 투영하면 단순히 '우리 몸의 신비'를 밝혀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넓고 복잡한 '지식의 향연'에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나의 문화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한 말이라 알려져 있지만, '출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볼 수 있는 영역'도 자연스레 넓어진다는 '해석'이다. 비록 이 책이 '해부학'에 한정된 지식을 담고 있긴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리만치 '더 넓은 세상'을 엿보고 온 듯한 진한 여운을 느끼게 된다.

 

  그건 아마도 '압듈라 작가'가 단순히 '해부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영역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간절함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그저 '단 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 들었을 뿐인데, '그 한 사람'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함의 극치'를 함께 느끼고, 같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정말로 이 책의 참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까해만>, <또까해만>을 읽고 나면 어느새인가 '해부학'이 좋아지게 되었고, 나도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담아 미친듯이 파고 들고 싶어진다. 나의 미친 열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압듈라 작가가 추천한 책이 있다.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2012년)란 책인데, 이 책의 작가도 좋아하고 '해부학도'라면 오늘날도 널리 읽히고 있는 <그레이 해부학>(1858년)의 해설서 같은 책이라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책 같아서 책꽂이를 뒤져보니 내가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이었다. 별다른 낙인이 찍혀 있지 않은 걸 보니 직접 '구매한 책'인 듯 싶은데 도통 기억에 없다. 아마도 예전에 '과학고전목록'을 작성하면서 구매한 책이라 짐작할 뿐이다. 당연히 아직 읽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해부도'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읽을 수 있겠다. 난 이미 '해부학'과 친해졌기 때문이다. 모두 <또까해만> 덕분이다.

  1.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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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5월의 기록은 건너뛰고 6월 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요즘 건강이 들쭉날쭉이다보니 기분도 덩달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지금도 허리가 아파서 리뷰 한 편 쓰고 말았다.

내일은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 좀 찍어보련다.


어쨌든 6월에 10편의 리뷰...다시 두 자리 수로 복귀하였다.

상반기에 꼴랑 63편의 리뷰...매우 저조하다.

새로 작성한 기록 기준으로 18년간 1595편의 리뷰, 43만여쪽, 219여만 원어치를 읽었다.

그 중, 어린이책 425편(27%), 인문학책 204편(13%), 역사책 182편(11%), 소설 171편(11%)

그리고 서평책 리뷰가 49%로 780여편이다.


음...올 하반기까지 '나의 독서기록'은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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