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못다 깐 근육과 신경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25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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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교양툰>이 참 좋다. 내가 그닥 해박하지 못한 분야라 하더라도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해줄뿐 아니라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론서'로써 낯선 개념들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교양툰>을 읽으면서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충분히 넓힐 수 있기에 좋아한다. 그 가운데 한빛비즈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이하 '까해만')>는 단연 최고였다. 귀신 따위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해부도'는 어릴 적부터 꽤나 무서워했기 때문에 잘 들여다보지도 않았고 유심히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뼈다구만 걸려 있는 건 하나도 무섭지 않고 맛나게만 보이는데도 말이다. 그러고보니 뼈에 붙은 살점(근육)은 끓여먹고, 지져먹고, 잘도 구워먹...츄룹..암튼, 그토록 무서워하는 분야였기에 곁눈으로도 볼 생각이 없었는데, <까해만>을 만나고부터는 왠지 '해부학'에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전편 <까해만>도 좋았지만, 후속작인 <또까해만>은 그 이상이었다. 비유하자면, <까해만>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면, <또까해만>은 그 충격에 뒤이은 감동의 여운이 '전율'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은 '압듈라' 작가의 미친(?) 드립을 호평하며 이 책의 '재미의 원천'으로 이야기하곤 한다. 깊이 공감하는 말이지만 나는 그보다 '여왕들의 캐미'에 주목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일부'를 의인화에 성공하여 낯선 학문에 대한 진입문턱을 확 낮춤과 동시에 '이해의 깊이'를 대단히 높여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올곧은 척추퀸, 고독한 심장퀸, 예민한 신경퀸은 이미 전편인 <까해만>에서 미친 드립을 선보였고, <또까해만>에 새로 등장하는 근육퀸과 두 프린세스, 그리고 세포퀸은 전편에서 미처 다 하지 못한 '해부학의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한마디로 여러 여왕들의 속깊은(?)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해부학 전공자' 못지 않은 지식을 쌓을 수 있단 말이다. 정말 신기방기한 <교양툰>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영국의 베이컨은 말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말이다. 계몽주의 학자였던 베이컨은 '지식'이야말로 인간 본연이 갖춘 힘의 근원이며, 오직 '신'이 전부였던 중세시대를 마감하고 다시 인간중심으로 되돌아가자는 근대적 인본주의 사상의 선구자였다. 어쩌면 그에게 '지식'은 신의 영역을 뛰어넘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진리, 그 자체였을 것이다. 이런 힘을 가진 '지식'을 생명의 신비를 파헤치는 해부학 만화 <또까해만>에 투영하면 단순히 '우리 몸의 신비'를 밝혀내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더 넓고 복잡한 '지식의 향연'에 문을 두드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나의 문화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가 한 말이라 알려져 있지만, '출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볼 수 있는 영역'도 자연스레 넓어진다는 '해석'이다. 비록 이 책이 '해부학'에 한정된 지식을 담고 있긴 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리만치 '더 넓은 세상'을 엿보고 온 듯한 진한 여운을 느끼게 된다.

 

  그건 아마도 '압듈라 작가'가 단순히 '해부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쓴 책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영역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싶었던 간절함이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짐작한다. 그저 '단 한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파고 들었을 뿐인데, '그 한 사람'을 바라보는 여러 사람들이 '좋아함의 극치'를 함께 느끼고, 같이 좋아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정말로 이 책의 참맛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까해만>, <또까해만>을 읽고 나면 어느새인가 '해부학'이 좋아지게 되었고, 나도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담아 미친듯이 파고 들고 싶어진다. 나의 미친 열정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끝으로 압듈라 작가가 추천한 책이 있다. 빌 헤이스의 <해부학자>(2012년)란 책인데, 이 책의 작가도 좋아하고 '해부학도'라면 오늘날도 널리 읽히고 있는 <그레이 해부학>(1858년)의 해설서 같은 책이라는데,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책 같아서 책꽂이를 뒤져보니 내가 이미 소장하고 있는 책이었다. 별다른 낙인이 찍혀 있지 않은 걸 보니 직접 '구매한 책'인 듯 싶은데 도통 기억에 없다. 아마도 예전에 '과학고전목록'을 작성하면서 구매한 책이라 짐작할 뿐이다. 당연히 아직 읽지 못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해부도'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읽을 수 있겠다. 난 이미 '해부학'과 친해졌기 때문이다. 모두 <또까해만> 덕분이다.

  1.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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