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3 아르테 오리지널 3
처처칭한 지음, 서미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권과 2권에 이어 3권에서도 '양숭고의 추리'가 기본 스토리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1권에서는 '왕비의 딸 살인사건'을, 2권에서는 '그림속 연쇄살인사건'을, 그리고 3권에서도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각각 3개의 별개 살인사건들이 모두 '하나의 증거물'과 연관되어 있으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살인사건의 비밀을 풀어낼 '결정적 증거'라는 점에서 앞선 사건들보다 더욱 확장되어 긴박감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첫 번째 살인사건은 다름 아닌 '기왕 이서백'을 죽이려는 궁궐 음모와 관련되어 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극적인 효과가 벌어지며 이서백은 살아남게 되지만, 독에 중독되어 거의 죽은 목숨과 다를 바가 없는 신세가 되어 양숭고와 함께 단 둘만이 살아남게 된다.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어간 두 남녀는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며 살갗이 부딪히고 맨몸을 보여주며 더욱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여느 '로맨스소설'이었으면 두 사람의 애정이 점점 짙어지다 떨어질 수 없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지만,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자객에게 뒤를 쫓기는 급박한 상황이라 한가하게 달콤한 사랑에 빠져들 시간적 여유마저 없게 된다. 그렇게 필사의 탈출을 한 뒤에야 '둘의 관계'가 더욱더 밀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살인사건이 남아 있었다. 바로 '황재하의 일가족 살인사건'의 증거를 찾는 일이다.

 

  그래서 두 번째 살인사건은 당연히 '황재하 일가'와 연관이 있는 증거물을 찾기 위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마침맞게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졌으니, 바로 '두 남녀의 동반자살 사건'이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나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연 때문에 헤어졌었는데,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사라지고 다시 만난 두 남녀가 홀연히 '동반자살'을 한 채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나서 자살을 했다는데, 두 사람이 얌전히 누워있는 자세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이 '독 중독'이라고 하는데, 분석을 한 결과 '짐독'이라는 궁중에서만 비밀리에 쓰이는 극약으로 밝혀졌다는 점이다. 평범한 두 남녀의 죽음에 궁궐의 극약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수상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을 풀어내는 와중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 죽음 역시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모두가 공연을 지켜보는 와중에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밀실살인'인데, 모두가 용의자인데도 모두가 지켜보고 있었던지라 누구도 살인을 저지를 수 없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심장에 비수를 찔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숨을 거두었다. 더욱이 이 두 사건에는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었으니, 양숭고의 추리를 따라가다보면 그 비밀이 기막히게 해결되는 과정을 엿볼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살인사건에서 드디어 '황사군 일가 독살사건'에 감춰진 비밀이 모두 밝혀지고, 양숭고가 사실은 '황재하'라는 사실도 만천하에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은 또다시 '기왕 이서백'을 암살하려는 세력과도 연결이 되어 있으니, 이런 거대한 흑막이 4권에서 낱낱이 밝혀지게 될 것이다. 거기다 신분이 밝혀진 황재하는 '여자의 몸'으로 기왕 이서백과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었고, 아직 혼약의 파기하지 않은 정혼자 왕온이 발빠르게 움직여 모든 누명을 벗게 된 황재하와의 혼인을 서두르고 있으니, 맨살을 부비며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이서백과 황재하의 로맨스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도 4권에서 밝혀지게 될 것이다. 더욱더 흥미진진해지는 이야기에 퐁당 뛰어들면 좋을 듯 싶다.

 

  그런데 말이다. 이 책이 <로맨스소설>인지 <추리소설>인지 점점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두 장르가 섞여서 <미스테리로맨스소설>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겠지만, '살인사건'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이야기가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시체검안'을 서술하면서 동시에 '연애감정'을 녹여내고 있는 작가의 서사가 생뚱맞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물론, '범죄스릴러' 장르에서도 '사랑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살인사건추리'를 하면서 '연애감정'에 빠져드는 등장인물이 황제의 아우와 환관으로 신분을 감춘 여인이라는 설정은 <로맨스소설>을 즐기는 독자로서 쉽사리 빠져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뭐, 국경도 초월하고, 죽음도 극복해내는 사랑이야기가 흔해 빠진 와중에 '살인사건' 속에서 핏빛 로맨스가 펼쳐진다고 한들 그닥 어색할 것 없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다.

 

  허나 내가 어색하다고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여성작가, 특유의 장황한 묘사' 때문이다. 마치 '순정만화'에 그려지는 '꽃배경'이 연상되는 듯한 달콤한 배경묘사와 달달한 심리묘사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난 뒤에 어김없이 '시신'을 부검하는 주자진과 '살인사건'의 증거를 찾아내 비밀을 풀어내는 양숭고의 행동묘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기왕과 여자환관 사이에 찐한 '러브라인'을 풀어내고, 옛연인이었던 '우선'과의 묘사에서는 '미소년과 미소녀'를 등장시키곤 하니, 마치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는 서사에 차갑고 뜨거운 감성이 두서없이 오고가는 지경에 이르니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한단 말인가? 자고로 <로맨스소설>이라하면 두 남녀의 끈적끈적한 애정묘사에 한없이 달달해지는 감성에 푹 빠져들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독자로서 <잠중록>은 기상천외하다 못해 기괴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과연 <미스테리로맨스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걸까? 난 아직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