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말습관 - 불행도 다행으로 만드는 나만의 기술
이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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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말습관 : 불행도 다행으로 만드는 나만의 기술>  이주윤 / 한빛비즈 (2025)

[My Review MMXXV / 한빛비즈 170번째 리뷰] 수많은 자기계발서 가운데 가장 읽기 힘든 책이 하나 있다. '성공'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책들은 너무 쉬워서 탈이다. 정작 쉬운 내용에 비해서 '성공할 확률'은 현저히 낮은 것이 의문투성이긴 하지만 말이다. '성찰'을 바라는 책들은 너무 오묘해서 탈이다. 이미 도덕군자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바른생활의 사나이'로 평생을 살아왔는데, 뭘 더 성찰해야만 한단 말인가? 담배는 피운 적도 없고, 술은 진작에 끊었고, 나쁜짓은 해본 적도 없고, 여자를 울려 본 적도 없다. 사귄 적도 없으니까 말이다. 모태솔로..라고 하면 거짓말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어디 나 때문에 울어본 분이 계시다면 손 들어주시길 바란다. 늘 내가 차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내가 '성찰'을 너무 많이 해서 달인이..쿨럭쿨럭

암튼, 내가 읽기 가장 힘든 자기계발서는 다름 아닌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애'가 충만한 자기계발서다. 자기조차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어떤 이가 나를 사랑해주겠느냐는 말에 쉽게 공감이 가지만, 나를 '제삼자'의 관점에서 객관화 시켜놓고 볼작시면.."너무 완벽하잖아"라고 얘기해줘야 하는데, 천성이 비꼬는(?) 걸 좋아하고, 자기비판의 끝판왕이다보니, 이게 잘 안 된다. 물론 웬만한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면 늘 '평균이상'이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내 이상'이 너무 하이클래스라는 점이다. 조금의 티끌도 용서치 않는 엄격한(?) 판정단이 나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다보니, '자기 자신'에게조차 늘 엄격해서 탈이다. 그래서 조금쯤은 '독하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대표적인 예로 '담배'를 끊은 놈과는 상종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나는 더 독종이었다. 주변에 다 담배를 피우는데 나만 담배를 피운 적이 없다. 늘 친구들과 만나면 '너구리 굴'에서 만나는 것인지 줄담배를 피워대지만, 그 속에서도 나는 담배를 피워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어릴 적부터 '가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용돈'이란걸 받아본 적이 없다. 늘 돈이 궁했고, 궁한 만큼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을 몰랐다. 그래서 늘 얻어 먹는 일이 많았고, 너무 부담스런 걸 얻어 먹을 땐 많이 부끄러웠지만, 돈으로 갚는 일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늘 보답하며 살았다. 지금이야 '내돈내산'으로 먹고 사는데 큰 불편을 겪지는 않지만, 어릴 적부터 몸에 벤 '절약습관' 하나만큼은 절대 떼어놓은 적이 없다. 가끔은 '충동구매'를 하기도 하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질러본 적도 없다. 그렇게 나는 담배 끊은 놈보다 더 독종으로 살아왔다.

또, 독한 면모를 갖춘 것으로는 일단 '끝장'을 보기로 하면 해낸다는 것이다. 나는 모든 면에서 'A급'은 아니다. 하지만 늘 'B급 이상'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다시 말해, 뭐든 '잘하는 축'에 끼지는 못하지만 절대로 '못하는 축'에 끼어본 적은 없다고 자부한 것이다. 이런 성향이다보니 무슨 일이든 '두각'을 나타낸 적은 없다. 하지만 '끝장'을 본 것은 늘 내쪽이었다. 다른 이들 모두가 '1등'에게 시선을 쏟고 응원과 환호를 하고 말지만, 그들 가운데 '완주'를 한 것은 1등밖에 없다. 2등, 3등조차 완주를 포기하고 나름의 '시상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끝맺고 말지만, 나는 모든 관중이 다 떠나고 난 뒤에도 묵묵히 '내 페이스'에 맞춰서 나아가곤 한다. 그리고 불 꺼지고 아무도 없는 '경기장'에 나홀로 레이스 완주를 하고서 '나만의 기록'만을 남긴채 아무런 환호와 축하도 없이 '자기만족'을 하고 만다.

이걸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기만족의 관점에선 대성공이지만, 결정적으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에선 '대실패'일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것도 나이를 좀 먹었더니 쏠쏠한 '데이터'를 갖추게 되었다. 젊었을 때엔 주목 받지 못했지만, 나름의 경력이 쌓이고, 관록이 쌓이니, 그것 나름대로 '저력'이 되더란 말이다. 이를 테면, '리뷰쓰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해가 2005년이었으니 올해로 딱 20주년을 맞았다. 당시엔 1년에 많이 써봐야 20편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같이 시작한 다른 사람에 비해서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결국 주목은 다른 사람의 몫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계속 '나홀로 레이스'를 달렸다. 형편없이 못 쓴 리뷰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했고, 그마저 부지런히 쓰지도 않고 띄엄띄엄 쓰다보니 애써 관심을 보여줬던 분들도 발길을 끊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렇게 '나홀로 부침(浮沈)'을 하면서도 쓰고 또 쓰다보니 어느새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나름 '오기'와 '고집'으로 무작정 리뷰쓰기로 일관했지만, 그마저도 20년을 쓰다보니 어느 덧 '봐줄만'은 한 리뷰를 쓸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나만의 '결벽과 강박,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똥고집으로 응결시킨 욕구가 '1년에 300편 리뷰쓰기'를 목표로 삼을 정도가 되었다. '끝장'을 보려고 말이다.

이런 '끝장'을 보고야 마는 성향은 '다이어트'에도 한몫 단단히 했다. 지난해 7월에 건강이 좋지 않다(고도비만으로 인한 당뇨증세)는 진단을 받은 게 '계기'가 되었지만, 일단 시작을 하니 '독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방법은 단순무식했다. '먹으면 안 되는 음식 vs 먹어도 되는 음식'으로 구분해놓고 철저히 시행한 것이다. 그동안 체중감량을 많이 시도했고, 대부분은 '운동'을 강도 높게 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운동을 시작한 지 3~4개월 동안에 5~8킬로그램을 빼는 것까지는 늘 성공했지만, 결국엔 다시 '요요현상'을 맞아 살이 다시 찌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확실한 체중감량을 위해서 '먹는 양'은 획기적으로 줄여버린 것이다. 어차피 '당뇨판정'까지 받고 이대로 심해지면 곱게 죽지 못할 거라는 강박감이 단단히 작용한 듯도 싶다. 그렇게 '음식섭취'는 줄이고, '운동량'은 늘리는 방법을 사용하니 두 달만에 9킬로그램을 뺐다. 그로부터 석 달 뒤에는 15킬로그램을 뺐다. 그뒤에는 '음식섭취량'을 살짝 늘렸다. 5개월 동안 15킬로그램을 급속하게 빼니 '현기증'이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줄이고, 더 움직여도 살이 빠지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먹는 양을 조금 늘리니 다시 살이 빠지기 시작해서 최종적으로 17~18킬로그램을 뺐다. 허리사이즈는 5인치가 줄었고, 키도 1센티 줄어든 것 같다. 그리고 10달이 지난 지금은 먹던 '당뇨약'도 끊고 별다른 요요현상 없이 계속 유지중이다.

이 책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말습관>을 읽으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서 참 좋았다. 그동안에는 '나'에 대해서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자기비하'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주윤 작가의 '말습관'을 곰곰이 따져보니, 나에게 너무 엄격할 필요가 그닥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말습관이 '자기합리화'를 부를 가능성도 있다. 분명 '내 잘못'인데도 이를 부정하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럴 듯하게 둘러대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결론'을 함부로 내리는 것을 나는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이다. 남이 그러는 것도 극혐인데, 나 자신이 그러고 있으면 정말이지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달리 '바른생활의 사나이'라고 별명처럼 불리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서 탈이지만, 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몰염치한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접싯물에 코박고 캭 뒈지고 말지~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주윤 작가가 스스로 전개하는 '칭찬하는 말습관'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나는 낯간지러워서 못하겠다. 물론 '하면 좋은 걸' 알겠는데, 그걸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낯설었기 때문이다. 평생 해 본 적이 없는 '셀프 칭찬'이라서 말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누구에게 칭찬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었다. 늘 'B급 이상'이었으니 못나지도 않았지만, 잘난 척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 '미모 칭찬'에 몸 둘 바를 못 두겠다. 늘 배불뚝이에 D라인을 자랑하던 내가 15킬로그램 이상 감량에 성공하고, 날씬한 모습을 보여주니, 왜 이렇게들 잘 생겼다, 젊어졌다, 옷이 멋지다 등등 간지럼을 태우곤 한다. 이럴 때마다 "원래 잘 생겼었어", "늘 입던 옷이야"라고 되받아쳐야 하는데, 이걸 못한다. 다 늙어서 얼굴 빨개져서 헤벌쭉 웃기나 하고 있으니, '가관(可觀)이다[볼만하다]' 소리나 듣지 않는데 다행이다.

그나저나 나만의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말습관'을 꼽으라면 뭐라고 하면 좋을까? [독종이라도 끝장을 보는 독종이면 끝내준다]. 나같은 독종에게 딱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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