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Trust - 신뢰는 시장을 어떻게 움직이는가
벤저민 호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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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자가 '신뢰'라는 변수를 고려하는 것이 당연하면서도 의아스럽기 그지 없다. 아닌 게 아니라, 경제의 근본은 '믿음'이기 때문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무역이나 조약 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시장에서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일에도 '신뢰'는 필수불가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가 누굴 얼마큼 '믿고' 거래를 하는지는 너무나도 불확실한 일이다. 더구나 '이론'을 세우고 '수치'를 정확히 내세워야 할 경제학자가 이론은커녕 수치조차 정확히 내세울 수 없는 불확실한 변수를 들이밀면서 경제학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과 다를 바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신뢰'는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공감에서 출발한다.


  앞서도 말했지만, '신뢰'는 수치화할 수 없다. 대략적으로 얼마 정도 믿을 수 있다. 그래서 거래를 성사시키는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투자를 얼마나 할 것인지 정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별적인 사안'이고, 개개인마다 다른 '수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이론'으로 신뢰를 내세울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대단히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신뢰'를 정량화하고 정확한 수치를 내려서 공식에 적용시킬 수 있는 '이론'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불가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없을까? 그건 절대 아니다. 왜냐면 그만큼 우리가 '신뢰(trust)'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정량화할 수조차 없는 '신뢰'를 왜 대단히 여겨야만 하는가? 그건 '신뢰'가 무너지면 경제도 무너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폐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 말이다. 당근 말밥, '신뢰'다. 이 돈(화폐)을 가지고 '동일한 가치'의 물건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면 화폐의 가치는 논할 필요조차 없고, 화폐로 쓰일 수 없다. 반대로 '믿을 수만 있다'면, 실제로는 본 적도 없는 바닷속의 돌조차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실제로 얍섬에서는 '돌 돈'을 화폐로 사용했었단다. 화폐로 쓰이는 돌의 크기에 따라 액수도 달랐는데, 거액에 해당할수록 크기도 엄청나게 컸단다. 그러던 어느 날, 거래를 성사시키고 큰돌을 거래대금으로 쓰기 위해 배에 싣고 옮기는 중 배가 뒤집히며 큰돌이 바다속으로 빠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얍섬사람들은 그 큰돌의 '가치'를 믿었기 때문에 거래는 믿고 성사되었다. 그 뒤로 그 큰돌의 주인이 누구인지만 밝히면 언제든 거래를 할 수 있는 '화폐의 가치'로써 여전히 쓰였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달러화폐'를 쓰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화폐'가 어떻게 가치를 갖게 되고 쓰이는지 알 수 있는 훌륭한 예로 '얍섬사람들의 큰돌'을 통해 알 수 있다.


  이처럼 경제의 밑바탕이라 할 수 있는 '화폐'도 신뢰할 수만 있으면 유형이든, 무형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렇다면 계약은 어떨까? 투자는 어떻고 말이다. 모두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법이다. 신뢰가 없으면 경제는 말할 것도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학자인데도 '신뢰'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그러면 신뢰를 높이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 여기서부터가 관건이다. 이는 '지리적환경'뿐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사람이 살고 있는 곳마다 '다양한 원인'으로 '여러 형태의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가 누굴 얼마큼 믿느냐는 정말이지 대단히 복잡한 과정의 결과인 까닭이다. 다시 말해, 똑같은 상황이라도 외모에 따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말한마디, 그날의 컨디션, 심지어 거래장소에 놓인 음식이나 탁자의 색깔에 따라서도 '신뢰도'는 달라지고, 거래의 성사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뢰를 '수치화'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경제의 핵심은 '신뢰'다. 그렇다면 우리는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그 방법이 매우 복잡다단하다는 사실도 함께 명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뢰는 더욱 세심하게 대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신뢰는 '선택'에 달렸다고 할 수 있고, 그것이 가장 큰 목적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20세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적적인 발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다름 아니라 '신뢰' 덕분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믿었다. 식민지였던 나라가, 해방 뒤에도 전쟁으로 나락으로 떨어졌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원동력은 바로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대한민국'이었기 때문에, 무에서 유를 창출한 것과 다를 바 없는 '한강의 기적'을 성사시켰던 것이다. 신뢰가 이만큼이나 중요했던 것이다.


  아쉽게도 이런 성공적인 예를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신뢰의 중요성'만 강조할 뿐이었다. 앞으로도 우리는 믿어야 한다. 선진국을 넘어 '선도국'이 될 대한민국의 위상을 말이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다름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한명 한명의 '믿어 의심치 않는 신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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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 만화로 배우는 우주와 블랙홀의 비밀 한빛비즈 교양툰 17
로랑 셰페르 지음, 이정은 옮김, 과포화된 과학드립 물리학 연구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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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아는가? 이 호텔엔 룸이 '무한 개'나 있어서 무한호텔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이 호텔에 투숙할 수 있는 손님은 몇 명이겠는가? 답은 '무한 명'이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손님을 투숙할 수 있고, 룸도 무한히 많다. 그런데 말이다. 이 호텔에 '새로운 투숙객'이 찾아와서 빈 방을 달라고 하면 언제든 받을 수 있을까? 무한 개의 룸에 무한 명의 투숙객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수학적으로는 [∞+∞=∞]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물리적으로 방은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차례대로 무한 명의 손님을 받고 순서대로 1번방부터 키를 배급해준다고 하면 '무한 번째 방'은 걷고 또 걷고 빛의 속도로 달려가도 '무한 번째 방'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무한호텔에서는 어떻게 매번 새로운 투숙객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1=∞]이기 때문에 1번방의 손님에게는 2번방으로 옮기라고 방송을 하고, 2번방의 손님에겐 3번방으로 옮기라고 하는 식으로, 'n번방의 손님에게 (n+1)번방으로 옮기라'는 방송을 하면서 '새로운 손님'에게는 늘 1번방으로 안내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무한호텔의 영업비밀'이다. 이제 머리속에서 대충이나마 '무한에 대한 개념'을 잡으셨다면, 이 책을 읽어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우주의 무한'과 '양자의 무한'에 대한 상상실험을 주요 내용으로 전개하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와 꼭 닮은 세계가 바로 무한히 작은 양자(미립자)의 세계라는 명백한 사실을 두고 펼쳐내는 '현대물리학의 최전선'을 소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전선'이라고 하니까 살벌하고 잔혹한 전장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테지만, 뭐 틀린 말은 아니다. 무한의 개념으로 바라본 우주와 양자의 세계는 생각하기에 따라서 '극한의 환경'과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먼저, 우주부터 바라보자.


  우주라고 해서 광활한 우주공간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서 먼저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 바로 '시공간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이해해야 한다는 말인데, 음...쉽게 설명하면, '공간'속을 빠르게 이동하면 '시간'은 느려지고, 반대로 '공간'속을 느리게 이동하면 '상대적'으로 시간은 빨라진다는 것이 '상대성이론의 핵심'이당. 더 쉽게 설명하면, 빛의 속도에서 '시간'은 멈추게 된다는 상식만 이해하면 된다. 그 반대로 정지된 속도에서 '시간'은 무한히 빨라지게 되고 말이다. 인간이 항성간 우주여행이 가능해진다면 이를 극명하게 증명할 수 있을텐데, 한마디로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비행하는 우주선 안에 있는 우주인의 시간과 지구에 남겨진 가족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고, 우주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을 때 우주인의 시간이 '하루'가 지났다면 지구에 남겨진 가족에게는 '수백 년'이 흘러갔을 거라는 얘기다. 이렇게 공간을 지나는 속도가 달라지면 시간도 다르게 흐른다는 과학적 사실이 현대물리학에서는 명백하게 사실로 밝혀졌단다.


  그렇다면 이런 '상대성이론'이 지구 안에서도 통용이 될까? 물론이다.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보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 '시간'을 덜 소비하여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굳이 따지자면 '0.1 나노초'만큼 젊다. 느리게 걷는 것보다 한 걸음이라도 빠르게 다니는 사람이 더욱 오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되는 셈이다. 남들보다 하루에 만 보를 더 빠르게 걷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0.000001초'만큼 젊어지는 셈이니 매일 만보를 빠르게 걷는 사람이 80년을 산다고 했을 때, 그러지 않은 사람보다 무려 0.0292초만큼 젊게 사는 셈이다. 한마디로 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상대성이론'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르게' 흐르지만 지구안에 사는 사람은 마치 '동시간대'에 사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주로 나가면 다르다. 가장 빠른 빛의 속도(초속 30만킬로미터)로도 1년이 걸리는 '광년 단위'로 세는 우주에서 시간은 현저히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관측하는 여러 곳의 우주는 마치 '서로 다른 시간'이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으면 큰 차이를 못느낀다. 마치 KTX를 바깥에서 바라본 사람은 KTX가 엄청나게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보지만, KTX 안에 있는 승객은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 반대로 '양자의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주에서 벌어지는 무한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를 하나하나 분리해서 보면,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몸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이 그렇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세상'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은 이렇듯 '미립자'들로 이루어진 세계가 펼쳐진다. 그 작은 세상은 놀랍게도 '텅텅 빈 공간'이 펼쳐진다. 하나의 원자를 구성하고 있는 핵(양성자+중성자)과 전자 사이가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원자를 '축구장'만하게 확대를 하면, 축구장 한 가운데 '골프공'을 놓고 '원자핵'이라고 가상을 한다면 먼지보다 작은 전자가 축구장의 나머지 공간을 구름처럼 돌아다닌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나 텅빈 공간을 가지고 있는 '원자'들이 모여서 우리 몸과 모든 물질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저마다 서로 다른 성질을 띠고 있을까? 그건 원자속의 양성자가 전자를 하나를 얻거나 잃을 때마다 '전기(전자기)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고, 그 전기적 반발력이 저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원자마다 '다른 특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나 상대적으로 넓고 '텅빈 공간'을 갖고 있음에도 탁자 위에 놓인 물컵이 스르륵 통과해서 떨어지지 않고, 물컵 안의 물이 물컵 아래로 흘러나가지 않는 것도 바로 이런 '전기현상' 때문이다.


  그렇게나 '작은 세상'을 이루고 있는 미립자의 세계에서 '무한'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그건 '진공(공간)'이 펼쳐내는 마법을 관람할 수 있다. 원자(미립자)라고 하는 그 작은 공간에 엄청나게 큰 '텅빈 공간'이 있고, 그 '텅빈 공간'에서 '진공의 마법'이 펼쳐진다고 상상을 해보잔 말이다. 상상이 가는가?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보통 '진공'이라고 표현할 때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상태'를 말하지만, 미립자 안의 진공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엇'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쯤해서 다시 우주로 돌아가보자.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놀랍게도 별과 별 사이도 '텅텅 빈 공간'으로 꽉 차있다. 태양계 항성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이 약 4광년 떨어져 있고,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와 가장 가까운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그럼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놀랍게도 아무 것도 없다. '텅텅 빈 공간'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텅텅 빈 공간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무언지도 모르지만 분명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그 뭔가를 일으키는 물질을 우리는 '암흑물질'이라고 부른다. 응큼하고 음흉한 무엇이라서가 아니라 '아무 것도 모르기' 때문에 암흑이라 부르는 것이다.


  다시 미립자의 세계에서도 똑같이 '진공' 상태에서 뭔가가 일어난다. 이것을 현대물리학자 가운데 천재라고 불리는 '리처드 파인만'이 '가상입자'를 통해서 진공의 비밀을 밝혀냈고, 그 비밀 덕분에 우리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현상이 '진공에서 발생하는 요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물론, 관측할 수조차 없는 그 요동을 '무한의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말이다.


  이처럼 현대물리학의 핵심은 '말이 안 되는 일'을 증명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속에서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을 밝혀내는 것에 있다. 그래서 불편한 진실이지만 우리는 '무한'이라는 개념과 좀 더 친숙해질 수밖에 없다. 알아도 알 수 없고 알려해도 좀처럼 알 수 없는 '인피니티(무한)'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몰라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궁금하긴 할 것이다. 새로 산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최신기능'이 있기는 한지 말이다. 굳이 몰라도 쓰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고, 신기능을 이해하려고 애를 쓸수록 복잡해서 쓰고 싶어지지 않게 되는 것이 바로 '인피니티(무한)' 때문이다. 현대물리학의 최신기술의 집합체인 스마트폰이 우리 손에 들려 있지만 그 '암흑'과도 같은 메뉴얼을 뒤적이며 일일이 찾아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점점 두꺼워지던 그 메뉴얼이 요즘엔 사라졌다. 대신 스마트폰 속 어딘가에 탑재되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미립자'처럼 말이다. 어떤가 '무한(인피니티)'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생겼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 책을 읽을 준비가 다 된 셈이다. 재미나게 읽으시길 바란다. 분명 재밌다. 그것도 엄청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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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 이야기 - 물·불·흙·공기부터 우리의 몸과 문명까지 세상을 만들고 바꾼 118개 원소의 특별한 연대기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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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원소'라 한다. 그 원소를 '주기'와 '특성'으로 반듯하게 줄세워 놓은 것은 '주기율표'라고 부르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가 찾아낸 118개의 원소에서 벗어나는 물질은 온 우주를 통틀어도 찾아볼 수 없다. 왜냐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소는 92개 뿐이고, 그 이상의 원소는 인간이 억지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소는 118개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덩치(?)가 커져버린 원소들은 매우 불안정한 탓에 만들어지자마자 소멸해버리는 의미없는 원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주기율표에 나열된 118개의 원소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먼 옛날에는 물과 불, 공기, 흙 따위를 '원소'라 불렀다. 이 네 가지가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4원소설'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원소가 아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졌기에 '순수함'을 잃어 버렸고, 불과 공기, 흙도 원소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의 상식에 비춰보면, 원소는 '양성자'와 그 양성자를 붙들어매는 '중성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 순수한 물질이다. 그리고 이 순수한 물질들은 저마다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세상의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물질'로 삼았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따라서 우리는 '원소'를 모르고서 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원소'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원소'와 관련된 '화학'이라는 말을 너무 싫어하고, 심지어 혐오하기에 이를 정도다. 어떤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넣었다는 문구만 적혀 있어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여기고, 여느 물건에 '화학처리'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값어치가 떨어질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 '화학'이란 낱말 대신, '천연'이라는 말을 대신 써넣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화학'이나 '천연', 모두 똑같은 '원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몸을 이루는 '구성물질'도 원소의 집합체일 뿐이다. 다만, 그 원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조합을 잘 이루고 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구성물질도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황, 소듐(나트륨), 포타슘(칼륨), 염소, 마그네슘, 규소, 철, 아연, 구리, 망간, 불소, 크롬, 셀레늄, 몰리브데넘, 코발트..로 모두 똑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화학을 비롯해서 '원소'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중에 '원소'에 관한 책들이 정말 많다. 그 가운데 어느 책을 읽어도 과학상식을 얻는데 많은 도움을 줄 테지만, 이 책 <원소이야기>에만 담겨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과학'을 넘어 '일상'에서 만나는 원소상식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책은 '원소에 대한 과학책'에 가깝지만, 이 책은 '원소에 관한 한 편의 에세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쉽고 재밌다는 점이다. <원소사냥꾼에 대한 이야기>, <완벽한 원자모형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깔끔한 주기율표는 누가 완성했을까>, <전기로 완성되는 금속원소의 짜릿하고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생명을 구성하고 세상을 뒤바꾼은 원소에 감쳐진 속사정>까지 읽고 나면 학창시절에 화학을 싫어하던 독자였을지라도 책장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숨죽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아주 쉽지 만은 않다. 양자물리학과 다를 바 없는 양자화학과 양자전기학의 세계로 이끌며, 툭하면 우주로 날아가버리는 저자의 설명에 어이가 없다가, 정반대로 쿼크와 힉스보손, 광자, 그리고 미립자의 세계로 초대해버리는 광란의 원자이야기에 넋을 놓고 일쑤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 '고차원적인 이야기'는 둘째치고 오직 '원소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어렵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뭘 설명하든 결국엔 "원소란 그런 것이다. 그 원소로 우리는 요리를 하고, 티비를 보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밤하늘에 우주쇼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그만큼 화학(원소)은 일반상식에 가깝고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 꼭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가습기살균제'로 일어난 피해 따위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가습기'는 물분자를 기화시켜서 수증기로 만드는 장치다. 그런데 그런 가습기를 '소독'하겠다고 '살균제'를 넣고 함께 기화시켰으니 '수증기'가 아니라 '독성기체'를 흡입하는 장치를 만든 셈이다. 그것도 환기도 시키지 않은 채 말이다. 우리가 간단한 과학상식이 없을 때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어디 이 뿐이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인공재해도 모두 '원소상식'만 가지고 있으면 피해를 줄이고,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렇게나 유익한 '원소이야기'를 아직도 읽지 않는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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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팀장입니다 - 서툴고 의욕만 앞선 초보 팀장들을 위한 와튼스쿨 팀장수업
레이첼 파체코 지음, 최윤영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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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팀장 자신의 스킬이나 실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무엇보다 팀원들을 '잘 만나는 것', '잘 다루는 것', 그리고 '잘 이끄는 것'에 유능해야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팀장과 팀원의 궁합이 환상적으로 어울어져야 훌륭한 팀장도 될 수 있는 것이고, 더 나아가 우수한 팀이 될 수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우수한 팀을 만들 수 있는 훌륭한 팀장이 되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방법은 '있다'. 만약, 없다면 이 책이 존재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좋은 팀장이 '타고나는 것'이라면 그저 좋은 팀장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팀장은 분명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당신도 그런 좋은 팀장이 얼마든지 될 수 있다. 그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서는 팀원을 잘 관리하고 코칭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이 부족하거나 필요한 것이 있다면 '팀장의 안목'과 '탁월한 선택'으로 팀원의 자질과 사기를 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사실 '유능한 팀원'만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부분은 그다지 필요가 없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유능한 팀원'은 좋은 팀장을 만나는 것만큼이나 확률이 낮다. 그러니 '웬만한 팀원'을 데리고 잘 이끌어야 하는 것은 오로지 팀장의 몫이 된다.

 

  그럼, 팀원을 잘 다루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상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성과를 높이면 상을 줄 것이고, 그 반대면 패널티를 받거나 상을 받지 못한다고 분명히 알 수 있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팀원이 열심히 일을 할 수 있는 '동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동기에 대한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팀원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또는 부족한 것이 있는지 스스로 파악하고 솔선수범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팀원들 스스로 일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적절히 해결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상벌을 받는 기준인 성과와 부진에 대해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여기서 팀원들에게 더욱 강조해야 할 부분은 바로 '동기부여'와 '책임감'이다. 일을 하면서 '동기'가 사라지면 일의 효율이 늘어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책임감'이 없다면 일은 진척되지 않고 제자리걸음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팀장이라면 반드시 이 두 가지를 팀원에게 심어 놓을 수 있어야만 한다.

 

  이제 어느 정도 팀원 관리에 성공을 했다면, 팀장 자신의 관리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좋은 팀장이 되기 위해선 '명확한 기준'을 바탕으로 자기 업무에 대한 '체계성'을 키워 나가야 한다. 모든 관리의 기본은 '절차'에서 비롯된다. 만약, 팀장 스스로 이 '절차'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된다면 팀원들의 신뢰를 잃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절차는 미적거리지 말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성과급을 줘야 할 때 미적거리거나 퇴사를 시켜야 할 사람을 바로 자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발생하게 되고,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응축과정'을 거쳐서 한 순간에 문제로 터져버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팀원을 잘 관리하는 비법을 알아야 할 때다. 개별적인 팀원들을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니 명심해야 한다. 첫째, 명확한 규범. 둘째, 팀원들끼리 공감하는 힘. 셋째, 공평한 발언권이다. 이 세 가지 원칙이 잘 이루어져야 탁월한 팀워크로 우수한 팀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어려운 말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실천이 힘들다. 이를 테면, 팀장이 팀원들에게 권위를 앞세우며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길 좋아한다면 우수한 팀이 되기는 힘들 것이다. 물론, 팀장에게 무거운 책임이 주어지고 실적에 대한 최종적인 결과도 팀장이 감수해야 하기에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팀원들을 닥달하기 마련이고, 규범에도 없는 업무를 지시하기도 하며, 팀원들의 발언권을 묵살하며 팀장의 고집만 내세우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우수한 팀을 만들기 위해서는 팀장 스스로 희생을 각오해야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바로 팀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각오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팀장의 '권한'은 팀장 자신이 아니라 '팀원들'을 위해서 써야 팀원들의 사기가 진작된다. 그래야 팀원들의 성과가 팀장의 성공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팀원들의 사기가 현저히 떨어지면 자연스레 팀장의 성공도 물거품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팀장은 가장 먼저 솔선수범 해야 하고, 팀원들과 함께 호흡하며 함께 성공하는 길을 제시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대충 읽어봐도 어려운 내용은 없을 것이다. 이해 못할 부분도 전혀 없을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실천'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무능력하고 제멋대로인 팀원을 만나면 더욱 대책 없는 상황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기 십상인 자리가 바로 '팀장'인 탓이다. 그런 팀원을 만났는데도 '좋은 팀장 코스프레'만 하고 있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딱 좋다. 과감하게 밀어 붙일 땐 밀고 나가야 한다. 물론, 명확한 규범을 밝히고 공정한 절차로 신속하게 상벌을 내리며 팀원들의 불만에 경청하면서도 '규범과 절차'로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잘라낼 것은 잘라내야만 한다. 그건 온전히 팀장이 할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팀장의 자리에 오르면 팀원들의 고충을 미리 헤아려서 팀원의 사기을 진작시키고 일의 성과를 끌어올려 '성공하는 팀'을 운영한 다음, 팀장의 자리에 걸맞는 권위와 존경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팀장도 사람인지라 상사의 질책을 받은 다음에 팀원들에게 '좋은 팀장 코스프레'를 하기보다는 '받은대로 돌려주기'라고 하는 것처럼 팀원들을 들들 볶는 팀장이 되기 일쑤다. 또는 팀원들의 고생으로 얻어낸 성과를 팀장이 날름 낚아채서 독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팀들은 하나 같이 오래가지 못하고 해체되기 마련이다. 그런 해체 위기에 맞닥뜨린 당신에게 꼭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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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읽어드립니다 읽어드립니다 시리즈
김경일 외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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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그노벨상은 재밌거나 바보같은 연구에 수여하는 상이다. 그래서 "도대체 왜 이런 연구를 한거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연구를 하는 이가 아니라면 이그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상에는 상금이 없다. 명예롭지 못한 상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당신의 연구는 황당하고 하릴없으니 드리는 상입니다"라는 말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상을 받은이가 훗날 노벨상을 수여하거나 되려 유명해지는 일이 빈번하단다. 심지어 노벨상을 받는 것보다 이 상을 받는 것이 더 영광이라는 수상자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까닭을 물으니 노벨상을 수상하고 난 뒤에는 더 이상 할 연구가 없는 '마침표' 같지만, 이그노벨상을 수상하면 더욱 분발하라는 응원을 받는 느낌이라 곧바로 또 다른 새로운 연구에 착수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는 연구자도 있다. 실제로 이그노벨상을 받은 황당한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더욱 넓히거나 깊이 연구한 결과 노벨상을 수상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쯤 되면, 이그노벨상은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엉뚱하고 황당한 괴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특별한 상이 되어 버리고 만 셈이다.

 

  그런 이그노벨상의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가. 도대체 얼마나 엉뚱하고 황당하면 이 상을 탈 수 있는 영광을 얻게 되는지 말이다. 이에 우리 나라 대표 심리학자 세 명이 '이그노벨상의 진면목'을 요모조모 살펴 볼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서를 써냈다. 책내용은 이렇다.

 

  처음으로 소개한 연구내용은 '욕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세상에 전세계의 욕을 연구할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있단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공을 들여서 말이다. 이 연구의 핵심은 '욕을 하면 고통이 줄어든다'였단다. 실제로 욕을 시원하게 내뱉거나 누군가 쏟아내는 찰떡같은 욕을 들으면 꽉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욕도 잘만 쓰면 효용가치가 높아진다는 연구인 셈이다. 물론, 욕은 나쁜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는 상황에 적절한 욕을 쓰면 되려 좋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늘상 욕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에게는 큰 효과가 없단다. 이런 사람들은 욕을 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성품과 인품이 모두 나빠져서 품위 없는 무례한 사람에 불과하단다. 그렇지만 평소에는 욕을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은 착한 사람이 욕을 한바가지 쏟아내면 자신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로 작용하고, 청중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어 '나쁜 말'을 들으면서도 기분은 좋아지는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정말 엉뚱한 연구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누가봐도 별 것 아닌 연구를 심도 깊게 연구한 이에게 수여하는 것이 바로 이그노벨상이다. 그렇지만 만약 '욕에 관한 연구'가 여기서 그쳤다면 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연구내용은 또 이어진다. 바로 '손가락 욕'과 '외국어 욕'에 관한 연구다. 연구자는 욕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뒤에 '말이 아닌 욕'과 '내용을 이해할 수 없는 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는지 복잡다단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결과만 얘기하자면, 욕을 말로 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결과만 봐도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손가락 욕은 바로 품위 없는 행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교양인이 품위 없는 행동을 하고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한 셈이다. 또한, 알아 듣지 못하는 욕도 긍정적인 효과가 그다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말해, 욕은 '알아 들을 수 있어'야 효과나 나타난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한국인에게 '뻔데기'라는 욕을 하면 자신을 능력을 비하하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어 상황에 적절할 경우에 모든 사람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할 수도 있지만, 외국인이 들었을 땐, 애벌레와 어른벌레 사이의 과정인 '번데기'가 왜 욕이라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런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어떤가? 욕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수 년 동안 하고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것을 인정할 만 한가.

 

  한 가지만 더 소개하겠다. 연구내용은 '저주인형은 효과가 있을까?'다. 저주인형이란 직장인들이 종종 나쁜 상사에게 대놓고 화를 낼 수 없으니 대신 화를 내고 벌을 퍼부을 수 있는 대상을 일컫는 말이다.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유발 원인 가운데 '상사의 부당한 일처리'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약한 자신에 대한 짜증이 상위권에 든다는 것에 모두 동의할 것이다. 이럴 때, 못된 상사 대신에 할 말 다하고, 심지어 복수의 칼날을 내리 꽂을 수 있는 저주인형은 훌륭한 대안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이그노벨상 수상자의 연구 핵심내용이다. 정말로 '저주인형'에게 대신 분풀이를 하면 속이 시원해질까? 하고 말이다.

 

  결론은 의외로 대단히 효과적이라고 나왔단다. 우리는 나쁜 감정을 함부로 분출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이를 어기면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고 으레 말하곤 한다. 하지만 이처럼 '나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게 되면 병이 되어 버리고 마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우리 나라 여성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고 해서 이름도 '홧병'이 된 것도 스트레스를 적절하게 풀지 못하고 쌓아두게 되어 생긴 병이라고 한다. 이때, 저주인형에게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하는 것이 이그노벨상 수상 이유였단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어떤 것이 가장 좋을까? 말로만 해야 할까? 날카로운 바늘을 인형에 꽂는 행위는 효과가 없을까? 놀랍게도 모든 방법에 효과가 좋았다.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구애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에게 꼭 맞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을 찾았다면 그대로 시도해도 무방하며, 색다른 해소 방법이 떠올랐다면 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릴 때까지 하면 효과가 직방이라고 한다. 그럼 저주인형은 '저주대상'과 꼭 닮아야 할까? 라는 연구를 한 결과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냥 대충 그린 그림에 '이름'이나 '별명'을 붙여놓고 저주의 대상을 '상상'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한다. 되려 저주인형을 저주대상과 꼭 닮게 만들면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 까닭은 실물과 꼭 닮을수록 폭력을 가하면 할수록 '죄책감'이 쌓이기 때문이란다. 역시나 이그노벨상을 받기 위해선 재미와 흥미를 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분명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밖에도 '소변을 참으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거나 '설명서는 왜 안 읽을까?', '사이코패스 진단법' 같은 흥미롭지만 굳이 왜 이런 걸 연구할까 싶은 연구를 아주 심각하게 다루는 연구자와 저자를 만날 수 있는 재미난 책이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우리 안에 감춰진 '심리'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유용한 책이기도 하다. 한 가지만 더 소개하면서 마무리 하련다. 이 책이 얼마나 유용한 책인지 판가름 해보길 바란다.

 

  우리는 2년 사이에 세 차례의 코로나 백신을 맞았다. 그런데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여러 종류의 백신을 맞았을 것이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던 백신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는가? 내 기억으론 수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백신은 '값이 비싼' 백신이었고, 그닥 선호하지 않은 백신은 반대로 '값이 싼' 백신이었다. 그러면서 왜 자신에게는 '비싼 백신'을 놔주지 않느냐면서 불만을 쏟아냈던 사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백신의 효능은 가격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고, 개인적인 면역력에 딱 맞는 적절한 백신을 맞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는 결론이 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비싼 백신'이 더 좋은 효능을 낼 것이라 굳게 믿는 사람들이 참 많다. 이쯤해서 연구할 수 있는 내용이 바로 '싼 게 비지떡일까?'다.

 

  수많은 사람들이 물건의 '기능'보다 '가격'에 더 민감하다는 사실은 다 아는 사실이다. 가격이 높을수록 좋은 물건이라는 상식이 부추기는 점이 없지 않지만, 진실이 밝혀져서 가격에 거품이 잔뜩 낀 물건일지라도 비싸게 주고 샀으니 만족해버리는 경우가 흔히 벌어지곤 한다. 이쯤되면 사람들은 '사실'을 믿기보다는 '믿음'이 사실이길 바라는 일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경험하게 되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믿음'이 그대로 '진리'가 되어버리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단다. 바로 '플라세보 효과'가 그렇다. 가짜 약이 불치병을 낫게 하는 놀라운 기적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역기능도 있다. 철떡같은 '믿음'이 동반되지 않으면 플라세보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짓'이라도 '진실'로 믿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꿈꾸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증명되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재밌는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진지하게 설명한 책을 소개해보았다. 별 것 아닌 주제를 평생에 걸쳐 연구하는 모든 이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비록 이그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했다하더라도 당신들의 연구가 결코 헛된 일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데, 이그노벨수상자 가운데 소똥으로 바나나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을 연구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아무도 먹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 그 기술이 인류의 고민을 해결해줄 열쇠가 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릴없다고 쓸모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은 좋은 경험이었다.

 

한빛비즈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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