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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 이야기 - 물·불·흙·공기부터 우리의 몸과 문명까지 세상을 만들고 바꾼 118개 원소의 특별한 연대기
팀 제임스 지음, 김주희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7월
평점 :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를 '원소'라 한다. 그 원소를 '주기'와 '특성'으로 반듯하게 줄세워 놓은 것은 '주기율표'라고 부르고 말이다. 그렇게 우리가 찾아낸 118개의 원소에서 벗어나는 물질은 온 우주를 통틀어도 찾아볼 수 없다. 왜냐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는 원소는 92개 뿐이고, 그 이상의 원소는 인간이 억지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소는 118개보다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덩치(?)가 커져버린 원소들은 매우 불안정한 탓에 만들어지자마자 소멸해버리는 의미없는 원자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주기율표에 나열된 118개의 원소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떤 것일까.
먼 옛날에는 물과 불, 공기, 흙 따위를 '원소'라 불렀다. 이 네 가지가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를 '4원소설'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원소가 아니다. 오늘날의 상식으로 물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해서 만들어졌기에 '순수함'을 잃어 버렸고, 불과 공기, 흙도 원소가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의 상식에 비춰보면, 원소는 '양성자'와 그 양성자를 붙들어매는 '중성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로 구성된 순수한 물질이다. 그리고 이 순수한 물질들은 저마다 '고유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세상의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물질'로 삼았다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따라서 우리는 '원소'를 모르고서 살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원소'에 대해서 아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니, 오히려 '원소'와 관련된 '화학'이라는 말을 너무 싫어하고, 심지어 혐오하기에 이를 정도다. 어떤 음식에 '화학조미료'를 넣었다는 문구만 적혀 있어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여기고, 여느 물건에 '화학처리'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값어치가 떨어질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서 '화학'이란 낱말 대신, '천연'이라는 말을 대신 써넣곤 한다. 그러나 사실은 '화학'이나 '천연', 모두 똑같은 '원소'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 몸을 이루는 '구성물질'도 원소의 집합체일 뿐이다. 다만, 그 원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조합을 잘 이루고 있는지에 따라 저마다 다른 개성을 뽐내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심지어 구성물질도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칼슘, 인, 황, 소듐(나트륨), 포타슘(칼륨), 염소, 마그네슘, 규소, 철, 아연, 구리, 망간, 불소, 크롬, 셀레늄, 몰리브데넘, 코발트..로 모두 똑같다. 그러므로 우리는 화학을 비롯해서 '원소'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중에 '원소'에 관한 책들이 정말 많다. 그 가운데 어느 책을 읽어도 과학상식을 얻는데 많은 도움을 줄 테지만, 이 책 <원소이야기>에만 담겨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과학'을 넘어 '일상'에서 만나는 원소상식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책은 '원소에 대한 과학책'에 가깝지만, 이 책은 '원소에 관한 한 편의 에세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쉽고 재밌다는 점이다. <원소사냥꾼에 대한 이야기>, <완벽한 원자모형을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고군분투>,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깔끔한 주기율표는 누가 완성했을까>, <전기로 완성되는 금속원소의 짜릿하고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생명을 구성하고 세상을 뒤바꾼은 원소에 감쳐진 속사정>까지 읽고 나면 학창시절에 화학을 싫어하던 독자였을지라도 책장 하나하나를 넘길 때마다 숨죽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아주 쉽지 만은 않다. 양자물리학과 다를 바 없는 양자화학과 양자전기학의 세계로 이끌며, 툭하면 우주로 날아가버리는 저자의 설명에 어이가 없다가, 정반대로 쿼크와 힉스보손, 광자, 그리고 미립자의 세계로 초대해버리는 광란의 원자이야기에 넋을 놓고 일쑤요,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런 걱정할 것이 없다. 그런 '고차원적인 이야기'는 둘째치고 오직 '원소이야기'에만 집중하면 어렵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뭘 설명하든 결국엔 "원소란 그런 것이다. 그 원소로 우리는 요리를 하고, 티비를 보며,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고, 밤하늘에 우주쇼를 관측할 수 있다"는 것만 이해하면 된다.
그만큼 화학(원소)은 일반상식에 가깝고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니 꼭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가습기살균제'로 일어난 피해 따위와 같은 불행한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가습기'는 물분자를 기화시켜서 수증기로 만드는 장치다. 그런데 그런 가습기를 '소독'하겠다고 '살균제'를 넣고 함께 기화시켰으니 '수증기'가 아니라 '독성기체'를 흡입하는 장치를 만든 셈이다. 그것도 환기도 시키지 않은 채 말이다. 우리가 간단한 과학상식이 없을 때 벌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였다. 어디 이 뿐이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자연재해와 인공재해도 모두 '원소상식'만 가지고 있으면 피해를 줄이고, 대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렇게나 유익한 '원소이야기'를 아직도 읽지 않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