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홍유진 지음 / 깊은나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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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를 생각하게 만든 책, 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


길을 걷다보면 종종, 길고양이를 마주하게 된다. 다양한 모습이다. 노란 색의 고양이도 있고, 새카만 색의 고양이도 있었다. 큰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작은 고양이도 있었다. 마주할 때마다 호기심에 빤히 바라보긴 했지만, 평소 길고양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따로 관심을 두진 않았다.

『길고양이에 꽤 진심입니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작은 호기심이었다. 길고양이를 아끼는 마음이 담겨있을 듯한 글.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궁금했다.


첫부분부터 놀랐다. 저자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 암투병을 하다가 구매하게 된 고양이 인형에서부터 시작된 고양이 사랑은 그 인형을 닮은 길고양이를 마주하고 길고양이 사랑으로까지 이어졌다. 우연은 필연으로 이어진다는 걸 생각하게 한다.

처음으로 애정을 준 길냥이 '애냥이'를 시작으로, 애냥이가 낳은 아가냥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준다. 그 지역에 살고 있던 다른 길냥이들도 마주한다. 그들에게는 각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각자의 여건으로 돌보는 '길냥이사랑단' 사람들이 있다.


아직 살아 있는, 나를 기다리는 길고양이들이 오늘 또 하루를 움직이게 한다. (p.140)


다양한 길고양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한다. 내가 길에서 마주한 고양이들도 각자의 이야기가 존재하겠지. 길고양이들을 보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길에서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한 적이 없었다. 길고양이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먹이를 주는 것이 단 한 순간일지라도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몰랐다. 길에서 사는 삶은 여러가지 위험으로 가득하기에.

책을 읽고 길고양이를 마주할 때마다, 울음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그들이 마주하고 있을 치열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조금더 친절한 마음으로 길고양이들을 바라보자고 생각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길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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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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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는 글과 관련한 이야기라서 읽어보고 싶었다.

낯설거나 새롭거나 하진 않았다. 전업작가의 이야기를 읽은 적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작가를 직업으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구나, 생각한다.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마음이 '작가'란 직업에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두려움 앞에 망설이는가? 그럼에도 움직였으면 좋겠다. 움직여야 다음을 볼 수 있다. (p.198)

이번에 알게 된 저자, 이지니 작가님도 그런 분이다. 전업작가로 살아가는 건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계속 글을 쓰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찾아낸다.

대학 졸업 후 꿈에 그리던 방송작가가 되었지만 그만두게 된다. 여러 일을 거친 후 전업작가의 삶을 살게 되었다.

사람들이 동경하는 작가의 삶은 잘 알려진 작가들의 모습일 뿐이다. 작가님이 겪은 에피소드는 '유명하지 않은' 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보여준다.

공모에서 당선해 마침내 등단을 하는가 싶었는데, 등단하기 위해서는 사비를 들여야 한다.

열심히 쓴 책을 출간했다. 그러나 인세로만 생계를 유지하는 건 어렵다. 책 판매를 위해서 노력하지만 독자들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다. 홍보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투자해봤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씁쓸한 이야기들. 전업작가로 살아간다는 건 경제적인 부분보단 다른 면을 보아야 하는 것 같다.

과거보다 '글의 성장'이 있었다는 걸 알아준 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 '작가님 글은 쉽게 술술 잘 읽혀요! 책 읽기를 싫어하는 제가 다 읽을 정도예요! 감사합니다.'(p.59) 라고 해준 독자의 메시지. 나도 독자의 한 사람으로 이 이야기에 공감했다. 이 책도 가독성이 정말 좋다.

경력보다는 '글'을 보고 일을 의뢰해준 사람들. 수업을 듣고 난 사람들의 반응들. 그런 이야기들이 좋았다.


생각은 빠르게 머릿속을 관통하기에 그 순간 적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 누워있을 때 떠오르는 모든 생각을 메모하는 이유다. (p.152)

글쓰기에 관한 내용도 있다. 메모앱을 이용해 일어나자마자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해둔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스쳐가는 생각들은 붙잡아 두고, 그렇게 생각을 모아 쓴 글은 퇴고의 시간을 거친다. SNS에 올리는 글도 퇴고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글을 다시 읽고 고칠 부분을 찾아내는 게 공이 많이 드는 일인데 대단하다. 자가 출판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도 있어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는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전업작가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는 씁쓸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였다. 작가의 삶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든 삶이 그렇듯, 작가가 아니어도 마음에 새겨둘만한 구절들이 있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글을 쓰곤 하니까, 글쓰기에 관한 이야기도 먼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다. 마음가짐에 관한 이야기들이 좋았다. 두려움이 생겨도, 실패를 겪어도, 지금 하는 일이 헛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어도 계속 나아가는 것. 계속 글을 쓰는 것. 계속 노력하는 것. 그렇다면 언젠가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다가올 거라는 희망.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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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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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시리즈의 신작, 불온한 잠


와카타케 나나미는 '하드보일드' 작가로 알고 있다. 읽기까지 망설임이 생긴 이유.

『불온한 잠』은 하무라 아키라가 주인공인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시리즈 4권이다. 단편집이라 좋았다. 장편보다는 단편이 좋다. 부담이 덜하니까.

총 4편의 단편이 있다. 1장 거품 속의 나날, 2장 새해의 미궁, 3장 도망친 철도 안내서, 4장 불온한 잠.

단편집을 읽을 때 보통 표제작이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이번 책은 아니었다.

첫번째 실린 '거품 속의 나날'이 제일 괜찮았다. 상대적으로 뒷부분에 실린 단편들이 아쉬워서, 책 전체적인 만족감에 영향을 끼쳤다.

단편이 읽기 편하긴 하지만 만족감은 다른 문제다.

 

"탐정양, 그저 그 아이를 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와주면 돼. 반드시, 꼭, 내게로 데려와줬으면 해." (p.76)

거품 속의 나날. 하무라 아키라는 책 처분을 위해 방문한 곳에서 의뢰를 받게 된다. 곧 출소하는 친구의 딸, 하루카를 데려와 달라는 것. 어렵지 않은 의뢰인 줄 알았는데, 하루카는 사건에 휘말려 있는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의뢰를 마친 하무라 아키라는 문득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깨달음의 순간 이야기는 끝을 맞이한다.

의뢰와 과거 사건이 얽혀있지만 복잡하지 않다. 단편에 딱 알맞은 만큼.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이 언급된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책이 궁금해진다. 마지막에 하무라 아키라가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부터 끝까지가 제일 매력적인 부분이다. 단편에 담긴 분위기와 이미지에 호감이 생기는 단편이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걱정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 사람, 분명 저주받았을 거예요." (p.97)

새해의 미궁. 지인의 부탁으로 저주 받았다는 빌딩에서 경비일을 한 후 여성 사무원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하무라 아키라. 그녀 전에 빌딩에서 근무하다 연락두절이 된 경비를 찾아달라는 것이다. 사람은 어렵지 않게 찾았지만, 빌딩에서 누군가가 죽은채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숨겨진 사건과 마주하게 된다.

맥거핀 요소가 보였던 단편이었다. 첫번째 단편만큼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하나의 사건을 해결했다 싶으면 다른 사건으로 연결되는 플롯이 나쁘지 않았다.

 

"이 《ABC 철도 안내서》는 특별하거든요." (p.159)

도망친 철도 안내서. 철도 미스터리 페어를 연 서점에 전시되어 있던 ABC 철도 안내서가 사라졌다. ABC 철도 안내서를 찾아가면서 하무라 아키라는 그 책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이 단편은 미스터리 내용보다는 '철도 미스터리 페어'에 흥미가 돋았다. 서점이 메인이었는데 도난당한 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생각만큼 재미있지 않아 아쉽다. 서점 미스터리만의 매력이 없었다. 초반 도야마 점장이 언급하는 여러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다.

 

"탐정님, 하라다 히로카에 대해……. 그녀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 알아봐줄 수는 없을까? 그런 사람을 찾게 되면 이 보물을 건네주고 싶어." (p.233)

불온한 잠. 11년 전 홀로 죽어간 여성의 지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러나 과거 행적을 따라 찾아간 곳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차가운 반응과 거부감을 보인다. 하무라 아키라가 조사를 이어가면서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씁쓸한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단편에 어울리는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중간에 조금 헷갈리는 인물들도 있었고, 히로카의 죽음 뒤에 숨겨진 배경이 여럿이라 브레이크가 걸리는 기분이었다. 몰입이 힘들었기에 아쉬웠던 표제작. 제목은 매력적인데 제목만큼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않아 아쉽다.


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책 맨 뒤의 부록이다. 도야마 점장의 미스터리 소개.

해당 책 내용에서 언급한 다양한 미스터리, 일반 책들, 작가에 관해 코멘트를 달아놓은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철도 미스터리 작품들에 호기심이 생긴다. 첫번째 단편과 관련한 코멘트에서 '거북 미스터리 페어'를 말했는데, 흥미롭다. 거북하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 떠올랐는데, 이 책을 보니 거북 미스터리도 몇 가지 있었다. 엘러리 퀸의 《녹색 거북의 비밀》이 궁금하다. 거북이라니, 정말 독특한 소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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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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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의 식탁


『돈키호테의 식탁』은 책 소개로 호기심이 생겼다. 400년 전 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세계적인 고전에 담은 음식 이야기가 어떨까 궁금했다. 예전부터 '스페인'에 흥미가 있는 편이기도 했고.


취미로 하는 사냥도 하루 이틀, 그는 책 읽기에 심취한다. 다름 아닌 기사도 책. 거기에는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모험, 사랑, 정의 도전, 결투. (p.22)


돈키호테.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제목을 한 단어처럼 인식하게 된다. 레미제라블이 사실 레 미제라블인 것처럼, 돈키호테는 돈 키호테. 키호테라는 이름의 기사가 모험하는 이야기. 평범했던 노인이 책 읽기에 심취하면서 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향해 나아간다. 그가 겪은 모험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키호테의 식탁』은 모험의 내용보다는 음식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으니.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를 섭취해야 한다. 모험을 떠난 기사 돈 키호테도 마찬가지. 배고픔에 초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돈 키호테와 산초가 먹게 되는 다양한 음식은 소박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진수성찬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가차스 만체고 또는 가차스 알모르타로 불리는 것. 완두콩 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따뜻한 수프 같은 것이다. 만드는 방법을 읽으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그럴까?

이 책의 특별한 점이라 한다면, 『돈키호테』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각각 담아냈다는 것. 스페인어를 예전에 배운 적 있다. 문장 속에서 익숙한 스페인어 단어를 몇 마주하는 재미가 있었다. 뜻을 해석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으니, 소리내 읽어본다. 울림의 매력이 있다. 스페인어를 다시 열심히 공부해서 돈키호테 원서를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산초. 읽을수록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어진다. 사실 돈키호테보다 산초 이야기가 더 많다. 그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태도는 먹는 것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것. 그러니 제발 다시 미쳐 주기를. 죽어도 죽지 않기를. 모험을 계속해 주기를. 산초의 마지막 울부짖음은 책장을 덮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p.260)


책을 읽기 전에는 음식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독서 에세이에도 가깝다 느껴졌다. 그만큼 『돈키호테』란 책이 궁금해진다. 일부만 맛봐서 그런걸까. 스페인어로 쓰인 부분들과 스페인 음식 이야기로 스페인에 대한 흥미도 끌어올린다.

음식, 책, 스페인. 끌리는 세 가지가 담겨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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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 당신의 밤을 따뜻이 감싸줄 위로의 이야기
카시와이 지음, 이수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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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늦은 밤 읽기 좋은 그림 에세이, 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이 책을 읽어보자.

생각했던 건 표지 때문이었다.

늦은 밤을 떠올리게 하는 짙푸른 색감의 바탕.

얇은 선으로 투박하게 쓰여진 제목.

하얗게 존재감을 발하는 일러스트. 눈길 끝에 있는 푸른 창.

이 모든 게 마음을 끌었다.


표지가 주는 느낌들에 어쩐지, 밤에 읽어야 할 것 같았다.

밤이 되고 첫 장을 넘겼다.

책은 두 Side로 구성되어 있었다.

Side A. 몇 번의 밤과 아침은, 밤에 대한 이야기가 짙었다.

좋은 일이 있었던 밤. 쓸쓸한 밤. 싱숭생숭한 밤. 잠을 설치는 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날 밤.

그리고 슬픈 밤.


슬픔은

먼지처럼

곳곳에 쌓인다 (p.26)


모든 밤의 이야기들은, 밤의 이미지를 스르르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시공간이 책 속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밤'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책 속에 나오는 공간에서 글을 읽으면 책 속의 이야기도, 지금 머무르는 공간도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는 말.

밤의 생생함을 느끼면서 읽으니, 책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공감과 낯섦이 어우러진다.


책을 읽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이다 (p.44)


일러스트들은 푸른빛을 주요 색채로 하고 있었다.

그 차가운 고요함이 좋았다.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어서.

밤의 이야기 말고,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쓴 내용.

밤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낮의 이야기.


순간 순간의 연속

지금을 인식하는 순간

지금은 이미

지금이 아니다 (p.115)


Side B는 푸른 성층권이라는 제목이었다.

밤은 우주로 뻗어나간다.

하긴, 밤하늘은 곧 우주의 일부이니까.


깜깜한 우주 어디쯤에

촘촘히 박혀 빛나던

과거의 별빛이

지구에 쏟아져 내린다


이제는

그곳에 없을지도 모르는

별빛들


먼 곳을 바라보는 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른다 (p.119)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과거의 시간을 품은 별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우주도, 시간에 대한 고민도 좋아하니까.

결국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끌렸던 부분들은 '첫인상'에 의해 결정된 것 같다.

밤의 이야기. 우주 이야기. 시간의 흐름들.

역시 이 책은 밤에 읽기 참 좋은 그림 에세이다.

잠들기 전 부담 없이, 한 편 한 편 읽으면 차분하고 포근하게 마음을 쓰다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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