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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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의 식탁


『돈키호테의 식탁』은 책 소개로 호기심이 생겼다. 400년 전 돈키호테가 먹은 음식 이야기.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세계적인 고전에 담은 음식 이야기가 어떨까 궁금했다. 예전부터 '스페인'에 흥미가 있는 편이기도 했고.


취미로 하는 사냥도 하루 이틀, 그는 책 읽기에 심취한다. 다름 아닌 기사도 책. 거기에는 그가 꿈꾸는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모험, 사랑, 정의 도전, 결투. (p.22)


돈키호테. 외국 소설을 읽을 때면 제목을 한 단어처럼 인식하게 된다. 레미제라블이 사실 레 미제라블인 것처럼, 돈키호테는 돈 키호테. 키호테라는 이름의 기사가 모험하는 이야기. 평범했던 노인이 책 읽기에 심취하면서 기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가 꿈꾸는 모든 것들을 향해 나아간다. 그가 겪은 모험의 상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돈키호테의 식탁』은 모험의 내용보다는 음식에 좀더 초점을 두고 있으니.

살아가기 위해서 인간은 끊임없이 뭔가를 섭취해야 한다. 모험을 떠난 기사 돈 키호테도 마찬가지. 배고픔에 초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좀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 건 어쩔 수 없다. 돈 키호테와 산초가 먹게 되는 다양한 음식은 소박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진수성찬도 가끔 있었다. 하지만 제일 먹고 싶었던 것은 가차스 만체고 또는 가차스 알모르타로 불리는 것. 완두콩 가루를 사용해 만드는 따뜻한 수프 같은 것이다. 만드는 방법을 읽으니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도 그럴까?

이 책의 특별한 점이라 한다면, 『돈키호테』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을 스페인어와 한국어로 각각 담아냈다는 것. 스페인어를 예전에 배운 적 있다. 문장 속에서 익숙한 스페인어 단어를 몇 마주하는 재미가 있었다. 뜻을 해석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발음해야 하는지는 대충 알고 있으니, 소리내 읽어본다. 울림의 매력이 있다. 스페인어를 다시 열심히 공부해서 돈키호테 원서를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 이야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산초. 읽을수록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어진다. 사실 돈키호테보다 산초 이야기가 더 많다. 그의 현실적이고, 솔직한 태도는 먹는 것에서도 선명하게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진정 살아있다는 것은 무언가에 미쳐 있다는 것. 그러니 제발 다시 미쳐 주기를. 죽어도 죽지 않기를. 모험을 계속해 주기를. 산초의 마지막 울부짖음은 책장을 덮는 모든 이들의 마음일 것이다. (p.260)


책을 읽기 전에는 음식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독서 에세이에도 가깝다 느껴졌다. 그만큼 『돈키호테』란 책이 궁금해진다. 일부만 맛봐서 그런걸까. 스페인어로 쓰인 부분들과 스페인 음식 이야기로 스페인에 대한 흥미도 끌어올린다.

음식, 책, 스페인. 끌리는 세 가지가 담겨 있어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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