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미드나이트
릴리 브룩스돌턴 지음, 이수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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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종말 이야기, 굿모닝 미드나이트


책을 읽으려 집어든 후에야 깨달았다.

이 책 제목, 모순이다.

굿모닝은 아침 인사. 미드나이트는 밤 12시, 자정을 뜻하는 단어다.

한밤중의 아침 인사란, 어떤 의미일까.

궁금증을 한 겹 더하며, 표지를 넘긴다.


극지방 연구소에 있는 어거스틴. 어느 날 철수 명령이 떨어지고 함께 연구하던 모든 이들은 떠난다. 그는 남았다.

혼자인 줄 알았는데, 소녀를 발견했다. 이름은 아이리스. 소녀를 위해 어거스틴은 다른 생존자를 찾아보려 한다.

한편, 목성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주선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지구에서의 연락이 끊겼다.

불안함에 평소의 페이스를 잃는 대원들. 통신 담당인 설리는 계속해서 연락을 시도한다.


설리는 짧고 아름다웠던, 외동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생각해보았다. 혀끝에 느껴질 듯한 사막모래의 맛과 검은 공단 같은 밤하늘에 바늘 구멍처럼 빛나던 별빛들. 눈을 감으면 당장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p.149)


『굿모닝 미드나이트』는 묘사가 매력적이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젖는다.

우주, 극지방, 그리고 지구. 각각의 환경적인 부분 묘사가 세세하고 아름답다.

지구의 종말을 배경으로 했지만 아비규환의 모습은 없다. 주인공들은 '종말'에서 한 걸음 떨어져있다.

한 쪽은 북극. 다른 한 쪽은 우주 한가운데.

종말을 차분한 태도로 받아들이게 된다.

어떤 식으로 종말이 이뤄졌는지는 모른다. 전쟁? 화학? 핵? 아무런 단서도 없다.

그저, 갑자기 모두가 연락두절이 되었다는 사실뿐.

막연한 상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독자들과 책 속 인물들은 같은 처지다.

차갑고, 쓸쓸하고, 공허하고, 외롭고. 가라앉는 감정들이 은은하게 전해져 온다.


"우리 모두 뭔가 기다리는 게 있어야 해." (p.156)


어거스틴 이야기가 한 번, 설리 이야기가 한 번. 차례 차례 번갈아 이야기가 이어진다.

종말을 마주하고 떠올리는 추억. 과거의 기억들. 그 가운데 교차하는 지점이 있다.

마침내 '현재'의 두 사람도 교차해 연락이 닿는다.


그래도 설리는 그에게 묻고 싶은 다른 것들이 있었다. 지구에 대해 듣고 싶었다. 일출, 일몰, 날씨, 동물 같은 것들. 대기 속에서, 부드러운 햇빛 아래서 사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느끼고 싶었다. 지구의 품에 안겨 있던 느낌을 기억해내고 싶었다. 발꿈치를 받쳐주던 흙과 바위, 풀의 감각을 되살리고 싶었다. 겨울의 첫눈과 바다의 냄새, 소나무의 감촉 같은 것들도. (p.326~327)


종말을 배경으로 한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그 소개가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었다.

종말은 신체적 고통을 많이 보여주지만, 감정적인 부분에서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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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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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영향을 주는 영화 이야기,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내가 모르고 있는 세계를 알고 싶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쓴 영화 이야기.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은 영화를 통해 삶을, 감정을, 마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였다.

읽으며 놀랐다. 영화를 많이 보지 않았다 생각했지만 이름이라도 들어본 영화는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 중 선택되었다는 건 그만큼 관객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것이니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책에서는 영화 이야기와 삶의 이야기를 엮어간다.

우리는 영화란 매체를 통해 다양한 감정들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

여러 번의 간접 경험들은 모여 변화를 싹틔우고, 종종 새로운 인식을 자아낸다.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에 언급된 영화 중 본 적이 있는 것은 다섯 편.

카모메 식당. 비긴 어게인. 라라랜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줄리&줄리아.

다섯 편 모두 나름 만족스럽게 봤던 기억이라 이 영화들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집중해 읽었다.

비슷한 생각, 다른 방향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완벽해지는 것이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p.78)


보지 않은 영화 중 궁금해진 작품은 두 편.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마지막 4중주.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이들이 기적을 바라며 여행을 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그 여행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 주인공 형제의 마음에 대한 감상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인 것 같아 따뜻한 느낌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지막 4중주'는 음악 연주를 하는 내용이 주요 소재라서 궁금했다. 클래식 연주 장면이 보고 싶었다.


영화 속에서 기억을 지우는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억들을 하나씩 모두 꺼내어 확인하는 일에 가까웠다. (p.156)


그러나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영화를 하나 고르라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고르고 싶다.

이 영화는 보진 않았는데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여러 경로로 줄거리를 접해서 익숙한 느낌이 있다.

'기억'에 관한 이야기.


하지만 그때의 감정과 느낌은 잔상처럼 마음에 남아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라쿠나도 지울 수 없는 것,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의 감정일 것이다. 그 감정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간에 그것은 우리 안에 깊숙하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일에 대한 나의 감정과 그것을 만든 기억 모두가 나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나' 그 자체이고, 이 영화에서 묘사된 것처럼 곧 '나의 세상'이 되는 것이다. (p.158)


영화 속 인물들이 기억은 지울 수 있었지만 감정은 지울 수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기억이 이미 '나'의 일부분이 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는 것. 어떤 기억의 '사실관계'를 지우더라도 '감정과 느낌'은 깊숙하게 잔상을 남긴다는 이야기.

굳이 라쿠나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오랜 기억은 지워진다. 오래 전 읽었던 책 내용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지만 그 책을 때 느낀 분위기, 감정들은 남아 있는 경우가 생각난다. 공감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자기가 해야 하는 일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좋아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아닐까. 인간은 꿈을 이룰 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꿈꿀 수 있을 때 행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p. 227)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단순히 영화 리뷰 같은 글이 아니라, 삶과 생각에 끼친 영향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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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킹 온 록트 도어
아오사키 유고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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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탐정이 함께 추리를 완성한다, 노킹 온 록트 도어

 

취향 저격! 아주 재미있었다.

탐정 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를 함께 운영하는 두 탐정의 추리 이야기.

이 두 사람의 탐정이 가볍게 주고 받는 대화가 유쾌하다.

그러면서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내용이다.

특히 과거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흘러갈수록 독자들에게 조금씩 단서를 던진다.

책 마지막까지 과거에 대한 내용이 속시원히 밝혀지지 않아 시리즈 다음권을 기대하게 된다.

 

우리의 집이자 탐정 사무소의 현관문에는 인터폰이 달려 있지 않다. 차임벨이나 초인종, 노커 따위도 없다.

따라서 방문자들은 반드시 맨손으로 문을 노크해야 한다. (p.9)

이들의 탐정 사무소 이름이 '노킹 온 록트 도어'인 까닭이다.

그들은 문을 두드리는 방문자들의 노크 방식으로 손님의 성향을 유추한다.

 

그렇다. 우리는 둘 다 탐정이지만 사고의 지향점(또는 취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도리는 트릭을 간파하는 데 강하고, 나는 동기와 이유를 탐색하는 데 강하다. 바꿔 말하자면 둘 다 그것 말고는 영 젬병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서로를 보완하며 협력하여 탐정으로 활동하고 있다. (p.15)

불가능 전문, 고텐바 도리. 불가해 전문, 가타나시 히사메.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 이후 수없이 등장했던 탐정x조수 콤비보다 매력적인 탐정x탐정 조합이다.

트릭 간파를 즐기는 독자도, 동기나 이유 같은 심리적인 부분을 즐기는 독자에게도 흥미를 이끌어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어쩌면 당연하게도 『노킹 온 록트 도어』에 나오는 사건들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

한 명의 추리가 막히는 가 싶은 순간 다른 탐정이 말한다. "이건 내 영역이야."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니 그들 앞에 놓인 사건은 깔끔하게 해결된다.

 

네 명 중 한 명은 범죄자를 붙잡는 직업을 택했고,

두 명은 범죄의 진상을 규명하는 직업을 택했으며,

나머지 한 명은 범죄를 설계하는 직업을 택했다.

뭐, 그게 다다. (p.178)

탐정사무소 '노킹 온 록트 도어'의 두 탐정 고텐바 도리와 가타나시 히사메는 대학 동문이다.

막과자를 즐겨 먹는 경찰 우가치 기마리 경위도 그들의 동문.

마지막으로 범죄를 설계하고 현장에 '칩 트릭'의 노래 가사를 남기는 남자 이토기리 미카게도 대학 동기였다고 한다.

이 네 사람이 얽힌 사 년 전의 수수께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기심을 자아내는 작은 단서들만 던지고, 이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은 채 『노킹 온 록트 도어』는 끝났다.

매력적인 등장인물로 가득한 추리 단편집.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시리즈를 발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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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 대한민국 1호 도슨트가 안내하는 짜릿한 미술사 여행
김찬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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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도슨트의 미술사 안내!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


『김찬용의 아트 내비게이션』은 대한민국 1호 도슨트의 첫 책이라 한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표지 일러스트처럼, 선명하고 간결하게 미술사를 소개한다. 미술에 대해 약간 알고 있는 독자도, 전혀 몰랐던 독자도 부담감 없이 즐겁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미술 감상은 막연한 호기심으로, 혹은 약간의 허세를 담은 이색 데이트로 가볍게 출발하더라도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렇게 미술관 방문 횟수가 늘어나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는 작품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작품을 통해 관심 있는 작가가 생기고, 그 작가를 통해 취향이 형성될 테니까요. 막연한 호기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자연스레 지식을 탐하게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술 애호가가 되어가는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죠. (p.9)


첫장을 넘기면 미술과의 거리를 알아보는 간단한 테스트를 할 수 있다. 여덟 가지 질문에 5가지 단계로 답을 해보고 점수를 합산하는 것.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전문가, 깊은 애호가, 애호가, 미.알.못으로 나눈다. 이 책은 그 중 전문가를 제외한 나머지 미.알.못에서 애호가까지의 독자들을 위한 미술 교양서이다.

미술에 처음 발을 들이기는 어렵게 느껴지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미술관을 방문하다가 끌리는 작품을 만나고, 작가를 찾아보고, 취향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 과정을 나도 겪었다. 그저 순수하게, 배경 지식 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식을 쌓은 후에 볼 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가며 감상하는 것도 즐거웠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좋은 안내서가 되어준다. 먼저 독자의 부담을 덜어낸다. 다른 이의 평가와 자신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라면 달라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애호가'일 테니까.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얼마나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는지, 역사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결국 애호가로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는 주체가 되는 건,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p.25)

미술사 내용은 인상파부터 시작해 현대 미술까지를 다루고 있다. 직관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부분에서 배경 지식이 약간 필요한 내용으로 차근차근 나아간다. 익숙한 화가들의 이름이 여럿 눈에 들어왔다. 책을 읽으면서,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부분들을 쭉 하나로 연결해갈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마네와 모네를 비교한 내용이었다.

주제적인 측면에서 마네는 상대적으로 인물을 더 많이 그렸습니다. 모네는 풍경을 더 많이 그렸고요. 이유는 마네는 '시대의 인상'에 관심이 많았고 모네는 '빛의 인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죠.

즉, 마네의 관심사가 '변화하는 산업 혁명 시대의 인간과 그 삶의 모습은 어떠한가'라면, 모네의 관심사는 '자연의 빛이 계절과 시간의 순간마다 얼마나 세상을 다채롭고 아름답게 만드는가'였습니다. (p.54)

미술 기법이나 사용한 소재만 관심을 가졌었는데, 그 안에 담고자 한 주제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화가들이 어떤 그림을 그릴 때는 다 의도가 있음을 잊고 미적 요소만 감상하곤 했음을 반성했다. 앞으로 마네나 모네의 그림을 다시 감상하게 된다면 이런 부분들까지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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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에우제니오 카르미 그림, 김운찬 옮김 / 꿈꾸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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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지만 의미있는 우화,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


『움베르토 에코의 지구를 위한 세 가지 이야기』는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가 쓴 우화 세 편을 담은 책이라는 설명에 궁금해졌던 책이다. 총 세 편의 우화가 이어진다. 각각 '지구와 평화', '다문화와 세계', '문명과 지구 환경'을 주제로 했다. 세 가지 주제 모두 우리 지구인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주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지켜야 한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첫번째 이야기는 '폭탄과 장군'.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폭탄을 모으는 나쁜 장군이 있었다. 그러나 폭탄 속 원자, 아토모들은 그러고 싶지 않아 숨어버린다. 장군은 그걸 모른 채 전쟁을 일으키고 도시마다 폭탄을 떨어뜨린다..!

두번째 이야기는 '지구인 화성인 우주인'. 우주선을 타고 지구와 가까운 행성 화성으로 떠난 지구인들. 미국 사람, 러시아 사람, 중국 사람이 화성에 도착했다. 그들은 서로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래서 좋아하지 않았기에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사실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걸 느끼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때 마주한 화성인. 지구인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세 사람은 서로 더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화성인을 배척하게 되지만, 어떤 상황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게 한다.

마지막 이야기는 '뉴 행성의 난쟁이들'. 오만한 황제는 새로운 땅을 찾아내 문명을 전해주고 싶어했다. 그 임무를 받고 떠난 우주 탐험가는 새로운 행성, '뉴' 행성을 발견한다. 그곳의 주민인 난쟁이들에게 과학 기술이 기반이 되어 발달한 문명을 알려주려 한다. 하지만 말을 할수록 이 문명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을 발견하게 된다.

세 편 다 나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어 좋았다. 씁쓸함보다는 동화같지만 행복한 엔딩이 좋다.


간결한 세 편의 우화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SF라는 것이었다. 현대의 우화는 과학 기술이 담긴 '사이언스' 픽션인걸까?

첫번째는 폭탄을 구성하는 요소인 '원자'가 과학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우주'를 향해 떠나는 우주인들이 등장한다.

'우화'라는 단어의 느낌이 SF와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잘 전해졌고, 동화같은 느낌도 존재했다. 이런 점이 신기했다. SF의 매력을 하나 더 발견한 느낌. 

삽화도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콜라주 같은 느낌도 있고, 수채화 물감의 번짐 느낌도 있다.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책의 주제인데, 세 이야기 중에서는 두번째 이야기가 가장 좋았다. 말이 다르다고, 생긴 모습이 다르다고 '우리'라는 선 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존중하지 않는 모습. 그 기준을 어디에 세우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을 다르게 인식하는 모습이 나왔기에 주제를 더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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