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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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을 좋아한 작가의 에세이, 이상과 나 사이


얼마 전 김재희 작가의 『경성 탐정 이상』을 읽고 이상과 구보란 인물이 궁금해져 『이상과 나 사이』도 읽어보게 되었다.

중학생 시절 절친 언니의 한마디에 처음 접했던 이상의 작품, 『날개』를 읽고 그 때부터 이상의 팬이 된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이상을 좋아하던 글쓴이는 결국 작가가 되었고, 그를 자신의 작품 속에서 탐정으로 활약하게 만들었다.


비밀은 작가를 키운다. 그리고 아프게 하지만 작가에게 그걸 딛고 일어날 힘을 준다. 작가는 아픔을 딛고 용기를 내 작품에 매진하게 된다. (p.21)


이상의 작품은 학창 시절 공부를 위해 읽은 기억밖에 없다. 그다지 끌리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의 작품, 특히 시는 이해하기 힘든 면이 있으니까. 왜, 처음 게재될 당시에도 독자들의 거친 항의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있지 않은가. 물론 그 정도까지 항의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당대의 기준에서는 매우 충격적이었나보다.

근현대 한국 작품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이상은 더욱 멀기만 했다. 이상의 삶을 간단하게는 알고 있었다. 그의 작품에는 뮤즈가 존재했으니까, 관련한 정보도 소설 이해를 위해 공부할 내용이었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이, 독이었다. 이상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매력을 찾아보려 노력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음을 깨달았다.

이상의 한 인간으로서의 삶, 이상의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신의 경험과 맞물려 전해주는 내용들.

살짝 무게가 다른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이상의 정보들을 많이 알 수 있던 부분들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꽃나무>라는 시가 있다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이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충족되지는 않아서 아쉬운 마음이 있다. 하지만 이 책 장르가 이상 평전은 아니니까.

이상의 이야기는 주로 초반에 많이 다뤘고, 뒷부분은 글쓴이의 작가로서의 에피소드의 비중이 높은 느낌이었다.

마지막에 있는 '추리소설 쓰는 40단계'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강연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내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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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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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뛰어넘어 이뤄지는 소중한 만남,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연초에 눈물 펑펑 흘리게 만들었던 '커피가 식기전에' 시리즈 책 두 권. 이 시리즈의 세번째 책이 나왔다. 제목은 『추억이 사라지기 전에』. 1, 2권의 배경이었던 도쿄의 카페 '푸니쿨리 푸니쿨라'가 아닌, 하코다테의 찻집 '도나도나'로 장소를 옮겼다.


가게 이름은 '찻집 도나도나'.

이 찻집의 어느 자리에는 불가사의한 도시 전설이 깃들어 있었다.

그 자리에 앉으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동안에는 원하는 시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설이다.

다만 몇 가지 성가신…….

아주 성가신 규칙이 있었다. (p.16)


그 성가신 규칙은 푸니쿨리 푸니쿨라의 규칙과 동일하다.

과거로 돌아가도 찻집을 방문하지 않은 사람은 만날 수 없고, 어떤 노력을 했더라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과거로 돌아가는 자리가 따로 있는데 그 자리가 비어야 앉을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가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무엇보다, 과거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아주 잠깐-잔에 따른 커피가 식기 전까지의 시간뿐이다.

이 까다로운 규칙을 들은 많은 이들이 과거로의 이동을 포기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 책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어떤 말을 전하려고 했지만, 결국 전하지 않은 이야기. 그들의 시간여행을 따라가다보면 눈물이 가득 고이고 만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이기적이야."라고 원망하지 못한 딸의 이야기.

자신만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원망하는 딸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로 갈 수 있다는 도시전설을 듣고 찻집을 찾아왔다. 과거로 가서 자신의 부모님에게 원망의 말을 하기 위해. 하지만 과거로 간 그녀가 듣게 된 것은 어머니의 충격적인 과거였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행복하니?"라고 묻지 못한 남편의 이야기.

개그맨 그랑프리를 우승한 뒤 실종되었던 남자가 찻집 도나도나에 나타난다. 알고보니 그는 오래전부터 단골이었고 찻집의 도시 전설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그리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는 과거로 향한다...

세번째 에피소드는 "미안해."라고 말하지 못한 여동생의 이야기.

여동생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계속 찻집에서 동생을 찾는 여성이 있다. 천둥번개가 치며 비가 오는 날, 찻집을 찾은 그녀. 정전이 된 순간, 과거에서 여동생이 찾아와 말을 건다...

네번째 에피소드는 "널 좋아해."라고 고백하지 못한 청년의 이야기.

개그맨 오디션에 붙어 도쿄로 떠났던 남자가 돌아왔을 때 소꿉친구였던 여자는 떠나있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에야 자신의 감정을 깨달은 남자는 마침 과거로 가는 자리가 비워진 것을 보고 그녀가 머물렀던 시간으로 떠난다. 그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단지 과거로 돌아갈 뿐이라면 누구나 돌아갈 수 있어. 하지만 이 찻집은 사람을 선택해. 규칙으로 말이지. 규칙을 듣고 과거로 돌아가려던 생각을 단념하는 사람도 있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이유가 있어. 그 이유는 무엇이든 좋아. 현실은 바뀌지 않더라도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p.341)


이 책의 성가신 규칙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다.

'과거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현재는 바뀌지 않는다'고 하지만... 시간 여행은 분명 관계된 인물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일종의 타임 패러독스. 지나간 과거는 이미, 현재의 행동에 의해 영향을 받은 상태였다.

시간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상대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넨다.

전해지지 않았던 비밀과 진심이, 시간 여행을 통해 전해진다.

복잡하고 성가신 규칙은 사람들이 오로지 진심만을 똑바로 전하게 만드는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이와 관련해 가장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는 첫번째. 물론 네 에피소드 모두 감동적이지만, 첫번째 이야기는 엄마와 딸이 서로의 구원이 되어준 것이 두고두고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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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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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지망생을 위한 정보를 담은 책,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출판계는 어렵다고 하는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은 많아진 현재.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책 출간을 꿈꾸며 여러 플랫폼에서 글을 쓴다. 그 경쟁률을 뚫고 출간 계약이라는 바늘 구멍을 통과했다고 마음을 놓기에는 이르다. '계약'은 어느 분야에서든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정보, 계약서 쓰는 것을 주제로 삼았다.


첫장을 넘기면 긴 도서목록이 나온다. 글쓴이가 2006년 첫 책을 출간한 후 2020년 초반까지 세상에 나온 책들이다. 15년 동안 약 100여권. 분야도 다양하다. 추리소설, 좀비소설에서 시작해 청소년 소설과 동화, 역사소설까지. 문학이 아닌 인문서도 있다. 장편, 단편 길이를 가리지 않았다.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 같은 작가가 우리 나라에도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을 낼 때마다 계약서를 썼다고 한다. 수많은 계약서를 쓴 경험을 이 책에 담았을테니, 신뢰감을 더해주는 목록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하나하나가 다른 세계관을 지닌 우주라고 할 수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도전해 성공했기 때문에 그 경험과 지식이 다음 주자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교육이든, 필사든, 습작이든 말이다. 다만, 나의 성향과 사상에 맞는 방식으로 글쓰기를 연습해야 한다. (p.50)


처음부터 바로 계약 이야기를 하진 않는다.

출간을 하려면 작품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시작은 창작,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다양한 '병'에 관한 내용이 흥미롭다. 다양한 사례 중 두 가지에 눈이 갔다. 글을 쓰지 않고 설정만 주구장창 쓰는 병인 '설정병'. 세상에 완벽한 설정은 없는데, 자신이 없어 계속 설정만 짜게 되는 경우가 있다. 글을 쓰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중간에 포기해 버리는 '포기병'. 이 포기병이 위험한 건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야기를 시작했다면 완결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썼다. 한때 소설 쓰기를 꿈꿨으나 설정병, 포기병에 걸려 지금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을 접어둔 상태다. 머릿속을 맴도는 이야기를 매력적으로 풀어쓰지 못할 것 같아서. 일단 써보는 게 중요한 걸까? 고민이 움튼다.

두번째 챕터에서 본 주제 등장!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들이다. 왜 계약서를 꼼꼼하게 봐야하는지, 각 요소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고 일반적인 기준이 어떠한지. 계약과 관련한 기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담았다.

마지막 챕터는 계약 후 작가로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계약서. 딱딱할 수 있는 주제인데 상당히 가독성이 좋은 책이다. 많은 글을 쓴 작가이기 때문에 매끄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좋은 가독성이 책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은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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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탐정 이상 5 -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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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이상, 숙적과의 마지막 대결!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


김재희 작가의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의 마지막 권, 『경성 탐정 이상 5 거울방 환시기』가 출간되었다.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는 1권이 나왔을 때부터 읽을지 말지 고민했던 시리즈였다.

이상이란 실존 인물을 토대로 한 픽션이라는 점에 망설였다. 이번에 완결 소식을 듣고 읽어보기로 했다.

표지의 인물 뒷 배경의 조각난 이미지가 부제에 쓰인 단어, '거울방'의 이미지를 짐작케 한다.


교동도라는 섬에 지어진 독일계 기숙학교, 슈하트. 그곳에 재학중이던 여학생이 사라졌다.

사건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이상은 구보와 함께 인천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그 기차 안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슈하트로 향하는 인물들이 몇 타고 있었고, 그 중 하나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 한 남자는 사라진다.

예상치 못했던 사건을 뒤로 하고 도착하게 된 슈하트.

관계자들을 만나던 이상과 구보는 슈하트에서 징벌의 목적으로 학생을 '거울방'이라는 곳에 가두었고, 사라진 여학생 역시 거울방에 들어간 후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거울 방은 어떤 데죠?"

상은 가장 궁금해하던 주제로 돌아왔다.

"거울방은 사면이 아니라 여덟 면이 거울이에요. 팔각형 거울벽이 하나하나 다양한 각으로 조각나 있어 얼굴은 수십 개 심지어 수백 개가 보이죠. 면과 면이 반사돼서……."

구소진이 잠시 멈추고 손을 가볍게 떨었다. 구보가 물을 건넸다.

"바닥에 하얀 자갈이 깔려 있어요……. 차가운 자갈을 맨발로 밟고 작은 의자에 앉아서 나를 봐요. 아무도 없어요. 거울만이 내 얼굴, 옆모습, 앞모습, 가슴과 팔, 다리, 발가락까지 비춰요. 그걸 모두 봐야 해요. 지옥이죠……."

구소진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p.109)


조사를 이어나가던 중 이상은 행방불명되고, 이튿날 거울방에서 정신을 잃고 손에는 피묻은 칼을 쥔 채 발견된다.

사라졌던 여학생의 시체와 함께.

이 모든 사건을 계획한 것은 이상의 숙적, 류 다마치 자작이었는데... 이상은 그의 최종 목적을 저지할 수 있을까.


장편이라 읽는 데 조금 애를 먹었다. 근현대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점도 어려움을 더했다.

하지만 이상과 구보, 이 콤비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숙적이라 할 수 있는 류 다마치 자작의 존재까지 있으니 '셜록 홈스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류 다마치가 스스로를 '설계자'라고 하는 걸 보니 '그'의 그림자가 담긴 듯하다.


"이상. 난 말이지. 날 때부터 속한 곳이 없는 자야. 중도연합도 슈하트도 내 이상향을 건설하는 도구이고, 난 설계자이지. 이 모든 걸 지휘하는. 자네도 나처럼 목적을 위해 다른 모든 걸 수단으로 생각하고 살아봐. 다시는 정신착란을 겪는 일 따위는 없을걸세." (p.264)


'거울방'이라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이상의 시에서도 '거울'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게 있기 때문인지 이 작품 속에서 이상의 작품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다. 초판 한정 부록으로 '경성 탐정 이상 시리즈'에서 소개되고 영향을 준 이상 작품을 모은 것이 있으니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거울방'을 묘사하는 내용을 처음 읽었을 때 어쩐지 '에도가와 란포'가 떠올랐다. 거울을 소재로 한 작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기괴했던 느낌이 떠올라 '거울방'의 공포스러울 듯한 정경을 연상할 수 있었다.

거울이란 참 묘한 존재다. 거울에 비치는 상은 같은 모습인 것 같지만 사실 모든 것이 반대다. 선함과 악함의 마주봄. 또다른 자아. 그런 거울의 이미지를 경성 탐정 이상의 마지막 이야기에 겹겹이 채워냈다.

이상과 구보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진다. 교과서에서만 배우던 모습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으로서의 모습. 유명하지 않은 작품들이 하는 이야기. 누군가에 의해 해석되고 풀이된 형태가 아니라, 아무 선입견 없이 내용만을 보며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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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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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난센스를 담은 단편집, 난센스 노벨


책소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북미식 유머의 정수'를 담고 있다고 한다. 북미식 유머는 어떨까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문화의 벽을 느꼈다. 곳곳에서 난해함과 어색함을 느꼈다. 제목대로, 『난센스 노벨』은 난센스한 소설이었다.

난센스. 국어사전의 정의에 따르면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평범하지 아니한 말 또는 일'이라고 한다.

책에 실린 8편의 단편 모두 난센스한 내용을 담고 있다.


1화는 보물을 독차지하기 위해 같은 배에 탄 선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선장과 그의 공범이 되는 항해사의 이야기이다. 요약해놓으니 평범해보이는 스릴러같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스릴러가 아니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언어유희 같은 면이 있어선지 가벼운 분위기로 흘러간다.

2화는 블랙유머 스타일의 이야기다. 주인공이 선하게 살려고 했을 때는 모두 외면하고 냉정하게 대했는데, 잔혹하게 범죄를 저지르자 관심을 받고 그를 바탕으로 성공의 단계를 밟아가게 되는 내용이다.

3화는 주인공 여인이 너무나 어리석은 것이 너무 뻔히 보이는 내용이다.

4화는 무인도에 남녀 둘만 표류된 줄 알았는데, 사실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반전까지 있다.

5화는 가문간의 오래된 악연을 배경으로 하는 내용인데, 현재 일어나는 상황은 사실 그다지 낭만적이진 않다.

6화는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려는 기자의 이야기이다. 단서를 다 찾아놓고서는 범인을 잡아내진 못했다.

7화는 크리스마스 배경에 딱 어울리는 타입의 이야기였다.

8화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는데, '석면' 때문에 계속 몰입감이 떨어졌다. 석면은 몸에 해롭다는 생각이 계속 떠오르는 바람에.


언어유희, 반어법, 때로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대놓고 부정하는 내용도 있다. 그런 난센스함으로 가득한 이야기들이다.

8편은 모두 난센스를 담고 있지만 각기 다른 난센스함을 보여준다. 장르와 분위기가 다르다.

이야기는 독특함이 있었지만, '유머'라고 생각하던 이미지와 거리가 있었다. 유머는 '웃음'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에 뭔가 애매했다. 선하지 않은 인물, 어리석은 인물들이 주인공인 이야기라 등장인물들에 호감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북미식 유머는 비판을 가득 담은 풍자에 가까운 내용들을 다루는 게 아닌가 싶다. 냉소보다는 따뜻한 웃음을 원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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