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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 당신의 밤을 따뜻이 감싸줄 위로의 이야기
카시와이 지음, 이수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늦은 밤 읽기 좋은 그림 에세이, 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이 책을 읽어보자.
생각했던 건 표지 때문이었다.
늦은 밤을 떠올리게 하는 짙푸른 색감의 바탕.
얇은 선으로 투박하게 쓰여진 제목.
하얗게 존재감을 발하는 일러스트. 눈길 끝에 있는 푸른 창.
이 모든 게 마음을 끌었다.
표지가 주는 느낌들에 어쩐지, 밤에 읽어야 할 것 같았다.
밤이 되고 첫 장을 넘겼다.
책은 두 Side로 구성되어 있었다.
Side A. 몇 번의 밤과 아침은, 밤에 대한 이야기가 짙었다.
좋은 일이 있었던 밤. 쓸쓸한 밤. 싱숭생숭한 밤. 잠을 설치는 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날 밤.
그리고 슬픈 밤.
슬픔은
먼지처럼
곳곳에 쌓인다 (p.26)
모든 밤의 이야기들은, 밤의 이미지를 스르르 떠오르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책을 읽고 있는 시공간이 책 속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밤'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떠오른다.
책 속에 나오는 공간에서 글을 읽으면 책 속의 이야기도, 지금 머무르는 공간도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는 말.
밤의 생생함을 느끼면서 읽으니, 책의 이야기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공감과 낯섦이 어우러진다.
책을 읽는 것은
미지의 세계와의 만남이다 (p.44)
일러스트들은 푸른빛을 주요 색채로 하고 있었다.
그 차가운 고요함이 좋았다.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어서.
밤의 이야기 말고, 일상을 보여주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일상 속에서 만난 사람들,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담하게 쓴 내용.
밤의 분위기와는 또 다른, 낮의 이야기.
순간 순간의 연속
지금을 인식하는 순간
지금은 이미
지금이 아니다 (p.115)
Side B는 푸른 성층권이라는 제목이었다.
밤은 우주로 뻗어나간다.
하긴, 밤하늘은 곧 우주의 일부이니까.
깜깜한 우주 어디쯤에
촘촘히 박혀 빛나던
과거의 별빛이
지구에 쏟아져 내린다
이제는
그곳에 없을지도 모르는
별빛들
먼 곳을 바라보는 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른다 (p.119)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과거의 시간을 품은 별빛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었다.
우주도, 시간에 대한 고민도 좋아하니까.
결국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끌렸던 부분들은 '첫인상'에 의해 결정된 것 같다.
밤의 이야기. 우주 이야기. 시간의 흐름들.
역시 이 책은 밤에 읽기 참 좋은 그림 에세이다.
잠들기 전 부담 없이, 한 편 한 편 읽으면 차분하고 포근하게 마음을 쓰다듬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