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일기 - 세상 끝 서점을 비추는 365가지 그림자
숀 비텔 지음, 김마림 옮김 / 여름언덕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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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서점은 오늘도 영업중, 서점 일기


『서점일기』는 스코틀랜드 위그타운에 자리한 중고 서점 '더 북숍'을 운영하는 글쓴이의 솔직한 일기를 담아낸 책이다.

서점 운영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각양각색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그간 서점 운영에 대한 책을 읽으며 느꼈던 어려운 점들을 이 책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책을 구입하려는 손님들의 어떻게든 값을 깎아보려는 모습. 반대로 판매하러 온 손님들이 제시한 가격에 수긍하지 않는 모습. 황당한 질문을 하는 손님들. 점원과의 갈등. 낡은 건물 보수 문제. 온라인 서적 판매와 관련된 문제. 북 페스티벌을 열면서 겪는 다양한 돌발상황. 그 밖의 여러 사건들이 이어진다.


이렇게 고인의 장서를 처분하는 일은 어쩌면 그들의 특성을 해체시키는 최후의 작업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그들이 어떤 인물이었는지에 대한 증거의 마지막 조각을 없애는 책임을 맡은 느낌이랄까. (p.48)


책을 읽으며 항상 흥미로웠던 부분은 책을 구입하는 내용의 에피소드들이었다.

책을 팔러 서점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양의 장서를 파는 경우 글쓴이가 직접 방문해서 견적을 낸다.

그렇게 책을 구입하러 방문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장서가 보여주는 삶의 궤적들이 인상적이다.

글쓴이가 책을 구입하러 가서 만난 책 주인들의 삶의 행적에 놀라며 자기 반성을 하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무시하는 버릇을 고쳐야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책을 처분하는 손님이 책을 소장했던 본인인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죽은 이의 유품이었던 장서를 처분하는 가족들의 모습, 책을 처분하며 고인에 대한 생각을 하는 부분은 왠지 모를 먹먹함을 준다.


난 그저 손님 한 명 한 명이 모두 독서 경험을 통해 동등한 기쁨을 얻어 내기를 바랄 뿐이다. (p.95)


책에 관한 책들을 워낙 좋아하기에 서점 운영에 관련한 책들도 여러 권 읽은 편이다. 『서점 일기』를 읽으면서 전에 읽었던 책들에 담겼던 내용과 비슷한 문제들을 볼 때마다 씁쓸함이 느껴졌다. 특히 황당한 손님들의 이야기. 정말 이런 손님들이 있을까? 싶은데 그런 손님들이 많아서, 글쓴이가 '남다른 인간혐오자이자 서적애호가'가 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1년간의 솔직한 서점 운영 일기를 읽으며, 이 서점에 일방적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끼게 되었다. 책의 매력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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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인
김민현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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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찾기 전까진 절대 저승으로 갈 수 없다, 경계인


카카오 페이지와 CJ ENM이 함께 주최한 '제 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출간 전 웹툰화 확정이 되며 기대감을 주는 소설, 『경계인』을 읽었다.

한국 소설은 잘 읽지 않는 편이었는데, 주인공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자신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밝혀간다는 소개글 내용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정신이 든 순간 보이는 것은 자신의 시체. 그리고 그 시체를 가져가는 수상한 인물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주현은 자신을 죽인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기 전까진 저승에 갈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7일간 이승에 머물게 된다.

담당 저승사자 우진은 주현에게 경계인인 성민을 소개해 도움을 받게 한다.

그는 이승과 저승에도 속하지 않은 존재로, 흡혈귀였다.


"저승 사람들은 이승 일에 간섭하지 못해. 반대로 이승 사람들은 저승 일에 간섭하지 못하지. 저승 사람도 아니고 이승 사람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자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우리는 경계인이라고 부르지." (p.37)


주현은 성민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밝혀지는 사실들은 '주현'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주현' 이전에 살해당한 사람들이 있었다.

주현의 죽음은 복수극인가, 연쇄살인인가.

범인이 '주현'을 죽인 이유.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7일의 시간은 숨막히게 흘러간다.


그냥 잊힐 수도 있었던 자신의 죽음을 밝히기 위해 누군가가 고민하고 노력해준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위안이 되었다. (p.253)


분량이 상당한 편이었지만, 막힘없이 읽히는 소설이었다.

주인공 '주현'의 기억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숨겨진 사실들을 추적해가는 흥미가 있다.

범인의 정체를 좁혀가는 중에 예상치 못한 단서들이 나오면서, 이야기의 신선함이 계속 유지된다.

그 신선함들이, 책을 흥미진진하게 계속 읽어가도록 한다.

주현과 성민, 그리고 성민의 조력자들까지. 인물들도 입체감이 있어 흥미를 더해준다


☆ 몽실서평단으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었지만 개인적인 생각만을 담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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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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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섞인 기억 속을 부유하다, 겨울장면


『겨울장면』은 난해하고, 모호한 느낌이라는 소개에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이다.

가끔은 멍-한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괜찮을 것 같은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원래 복잡한 책이라면,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뒤죽박죽. 기억이 뒤섞인 R의 이야기였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친 R. 죽은 회사동료 L을 매개로 떠올리는 회사에서의 일. 다소 겉도는 아내와의 대화.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는 호수의 이야기.

R은 이곳 저곳을 떠돈다. 사람에 대한 기억. 장소에 대한 기억이 뒤섞인다.


R은 그걸 모르겠다.

저게 원래 저 자리에 있던 것인가. (p.16)


모르겠다. 알지 못했다.

이런 문장이 반복되곤 한다.

그건 독자도 마찬가지다.

앞에서 이야기하던 부분이 뒤에서 다시 이어진다. 비슷한 듯 다른 내용이다.

존재했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인물들.

기억은 왜곡된다고도 하던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R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환상인가 아니면 현실인가.

모르겠다. 알지 못했다.


마음을, 그 누구의 것, 자기의 것도 그는 알지 못했다.

마음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 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p.75)


뒤섞인 기억의 파편들을 읽어가는 것이 마냥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난해하고 모호한 글이 쭉 길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면, 장면으로 끊겨있기 때문인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기억은 그런 식으로 유지된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길게 이어지는 기억이 아니라.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장면,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 끊긴 장면들을 엮어서 하나의 기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장면의 파편들은 그저 존재할 뿐이다. 의미도 없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도 있는. 모든 것.

읽을수록 책 자체가 기억의 특징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R의 머릿속에 담긴 기억들 사이를 부유하며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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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남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2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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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 소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남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에 이어 남성작가 편도 읽었다.

원래 이 책이 먼저 나왔는데, 개정판으로 새로 나오면서 여성작가 편을 추가한 것이라 했다.

반영론적 시각으로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한국 남성작가 12명과 그들의 대표작을 살피는 내용이다.


작품은 작가 혼자 궁리해서 쓰는 게 아니다. 시대 상황에 조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다. (p.19)


여성작가 편 리뷰에서 이야기했지만, '반영론'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남성작가 편까지 읽으면서 작품에 '시대 상황'을 담기는 것, 소설의 미덕이 당대성을 보여야 한다는 이야기를 약간 이해할 수 있었다.

여성작가 편의 작품들과,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을 살펴봤을 때,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이 '다양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시대의 특수성을 담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시대 자체의 특수함. 그 시대에 살아가는 인물들이 시대의 영향을 받아 특징을 갖게 된 내면, 행동원리. 서로간의 관계. 시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

같은 시기를 담았음에도 남성작가 편과 여성작가 편의 시대별 대표작가의 비중이 다르다. 여성작가 편은 1960년대가 3명이었지만 1970년대는 1명이었고, 2010년대 작가도 포함했다. 반면 남성작가 편은 1960년대가 3명, 1970년대가 4명, 1980년대가 3명으로 비교적 과거 시기의 비중이 높다. 그 시기는 시대적 특수성이 강한 시절과 일치한다. 다양한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높다는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작가 스스로가 경험한다면 생생하게 쓰는데 도움이 될 테니까.


남성작가 편의 작품들은 학교 교과서에서 접하거나,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는 등 유명한 소설이 상당했다.

이름도 대부분 아는 작가들이었는데, 그랬기에 처음 알게 된 작가들이 오히려 궁금해졌다.

1960년대 작가인 이병주와 작품 《관부연락선》. 시대 권력과 결부되어 있어 비교적 최근인 2005년부터 재평가되기 시작한 작가라고 한다. '한국의 발자크'를 자처했다고 했다. 발자크의 어떤 점들을 반영했는지 궁금하다.

1990년대 작가인 이승우의 《생의 이면》도 궁금하다. 다만 국내보다 프랑스에서 반응이 더 좋다는 언급에 고민도 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 소설을 대부분 읽기 어렵다 느꼈는데, 이승우의 소설도 그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있다.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이라는 부제가 이 남성작가 편에서는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 문학 작품과 작가, 문학론과 연계한 해설이 인상적이다. 익숙한 작가들과 작품들이지만 완독한 작품은 이번에도(!) 드물었고 일부만 알고 있던 작품들은 줄거리 파악 정도로 끝낸 경우가 많았다. 그간 겉핥기로 알고 있었던 작품들을 보다 넓은 시야로 살펴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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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 여성작가 편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 10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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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눈으로 소설 읽기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을 읽었다. 강의했던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 남성 작가 편에 이어 여성 작가편까지 나왔다.
부제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 소설 10'이라 세계 문학과의 비교를 생각했는데, 특정 작품과의 비교는 아니고 세계문학의 흐름에서 나오는 특징적인 요소를 기준으로 한국 소설들을 살피는 내용이었다.

한국 소설 작품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니다.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에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 10명을 뽑아 작품을 소개했다.
10가지 작품 중, 끝까지 읽어 본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나목》 하나뿐이었다.
물론, 소설가들의 이름은 대부분 알고 있었다. 그만큼 유명한 작가들이다. 하지만 취향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해 읽지 않았었다.
각 작품의 해설을 읽으면서, 역시 끌리는 작품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소설의 주인공은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이어야 한다. 내면을 갖고 있는 인간은 재 보고 판단한다. 그래서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여준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한두 단계 갔다가 바로 결론으로 빠지는 게 아니라 이것도 생각해보고 저것도 생각해 보느라 복잡해진다. 이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p.46,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쌓은 지식들이 참 많다.
그 중 '근대소설의 주인공이 어떤 인간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입체적이어서 복잡한 내면을 보여주는 인물이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인물이 있어야 소설이 재미있어진다.

소설의 미덕은 당대성을 다룬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p.146, 오정희 《유년의 뜰》)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 여성작가 편』은 반영론적 시각으로 작품을 읽는다.
시대와 관련된 부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점들이 비판의 대상이었다.
반영론적 시각으로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다소 읽는 어려움을 느낀 지점이었다.
그러나 흥미로운 분석도 있었는데, '중산층을 다루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한국 소설은 중산층을 다룬 문학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소외 계층을 주요 등장인물로 한 작품은 많이 있지만 중산층이 주인공인 문학은 드물다.
한국 소설에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건 '공감'과 관련이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익숙해야 하는 '한국'이 배경임에도 내가 살아가며 경험한 것들과 거리가 있는 모습들에 더 큰 괴리감을 느끼는 건 아닌지.
'당대성'이라는 게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에 '오정희체'라고 할 만한 독특한 문체를 가지고 있다. 일반 독자들에게는 잘 읽히지 않는 불편한 문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도 술술 읽어내기 쉽지 않은 고유한 문체는, 단편이라는 형식 때문에 도드라지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의 말처럼 "서사보다는 이미지나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이기도 하다. (p.129, 오정희 《유년의 뜰》)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해진 작가는 '전혜린'과 '오정희'였다.
전혜린의 경우 소설은 없지만 번역에 상당히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궁금해졌다.
오정희는 '오정희체'라는 독특한 문체가 궁금했다. 이미지와 운율에 상당히 몰두한 결과는 어떤 문체일까. 시 같은 느낌일까.

오정희의 소설은 소재에서 특별한 강점을 갖기는 어렵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나 문체, 문장이 상당히 꼼꼼하다는 게 특징이다. 그런데 꼼꼼한 한편으로 모호하기도 하다. 그래서 오정희 소설은 일종의 '분위기 소설'이다. 뭔가 막연하고 모호한 분위기만 있고, 그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다. (p.145, 오정희 《유년의 뜰》)

오정희 소설의 '스타일' 자체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막연하고 모호하지만 실체는 분명하게 이야기되지 않는 '분위기 소설'. 꼼꼼하면서도 모호하다는 설명도 궁금하게 만들었다.
현대에 가까운 작품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책의 설명을 참고했을 때 읽어보고 싶은 건 이 둘의 작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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