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피해자는 가해자가 되고 다시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든다.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이 서로를 향하지만, 그 비난의 가운데에 전통적인 ‘가족‘을 이루는 중심, 즉 할아버지, 아빠, 삼촌 들은 없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방관자였다. 서로를 헐뜯고 다투는 여자들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다 한마디 거들 뿐이었다. 아무도 그들을 비난하지 않았다. 같은 자식이지만 아무도 그들에게 돌봄노동의 의무를 요구하지 않았다. 큰아들이어도, 맞벌이를 하고 있어도, 남자는 예외다. - P105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사라진 나의 이름을 당연하게 여겼던 열일곱의 나와 손주들의 이름을 나이 순서대로 고쳐 쓰던 내가 다른 것처럼, 또 다른 각성의 언어는 나를 변화시킬 것이다. 이 책을 훗날 읽었을 때, 글에 담긴 내 생각이 얕고 철없어 뒤늦게 부끄러워질까봐 조금은 두렵다. 그러나 내 생각이 세월과 함께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두려운 일일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더 높은 기준을 가질 미래의 나를 기대하며 용기 내어 글을 썼다. - P254